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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톺아보기] 신세계, 위스키 진출 의욕 앞섰나…결국 와인으로 ‘찜’

신세계그룹 주류사업 계열사 신세계L&B가 사업 풍향계를 위스키에서 와인으로 틀었다. 발포주·위스키 등 성과가 지지부진한 신사업에서 힘을 덜어내는 대신 수익성이 좋은 와인사업 키우기에 올해 기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5일 신세계L&B에 따르면, 조만간 발포주 브랜드 '레츠(Let's)'를 단종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3월 레츠를 첫 선보인 후 2년 만의 결정으로, 현재 남아있는 재고를 제외하면 추가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레츠는 신세계L&B가 내놓은 첫 자체 발포주 브랜드다. 스페인 현지 맥주 양조장이 만든 제품을 신세계L&B가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으로 공급해왔다. 경쟁사 발포주와 유사하게 500㎖ 1캔 당 1800원꼴로 저렴한 값을 내세웠지만, 국내 주요 맥주·수입맥주 중심으로 할인 경쟁이 벌어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레츠와 같은 발포주는 일반 캔맥주 대비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국내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일반 맥주에 70% 주세가 적용된다면 발포주는 기타주류 주세율 30%가 부과돼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약 40% 저렴하다. 매출도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실정이다. 레츠는 2022년 출시 첫 해 240만3000캔이 출고됐는데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43억 2000만원 수준이다. 그 해 목표치로 제시한 1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브랜드 출범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장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레츠 단종에 따라 신세계L&B가 운영하는 발포주 브랜드는 '킹덤 오브 딜라이트'가 유일하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브랜드로 레츠와 마찬가지로 해외 ODM 방식으로 생산 된다. 현재 중국 서부 란저우 지방 황해 브루어리에서 제조를 맡고 있으며, 추가 단종 없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운영에 임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신세계L&B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던 위스키 사업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 신세계L&B가 위스키 전담조직인 'W비즈니스'를 해체시키면서 위스키 사업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올 들어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탓에 새 전략을 모색한다는 목적으로, W비즈니스팀에서 맡던 업무는 향후 다른 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앞서 신세계L&B는 2022년 관련 태스크포스(TF) 조직을 만들고 제주도 내 증류소 설립과 함께 위스키 제조업 진출에 나섰다. 제주 위스키 등 위스키 상표 14종을 출원하며 사전 작업에 돌입했으나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 쏟던 신세계L&B가 태세를 전환한 것은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전체 매출 중 와인사업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부상했던 와인 붐이 꺼진 데다, 신사업 개발 비용이 더해져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신세계L&B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0억원대의 순손실을 내 적자 전환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미래 신사업 진출도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신세계L&B는 기존대로 수입 위스키 판매는 유지하되 와인 중심의 주류 유통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주류 전문매장인 '와인앤모어'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골자다. 와인 원료의 화장품·의류·식품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 입점해 판로를 크게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와인앤모어 육성을 본격화하는 차원에서 오프라인 행사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며 “강점인 다양한 와인 라인업을 강조하도록 관련 마케팅도 펼친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제약업계, ‘안방효자 제네릭’ 수출역군 만든다

국내 제약산업이 지난해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일부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복제약)을 수출 전략품목으로 키우자는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2023년 3/4분기 보건산업 기업경영분석' 발표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국내 제약산업 매출액(제약산업 제조업체 145개사 분석)은 전년동기 대비 6.8%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산업은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동안 각각 전년동기 대비 2.7~6.8%씩 성장해 엔데믹 시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매출액은 40조원 안팎으로 2022년 37조 7000억원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22년 9.9%보다 높은 10%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바이오협회 '글로벌 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1조 6068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로, 2028년까지 5년간 연평균 6~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2% 안팎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네릭을 수출 전략품목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네릭 의약품 수출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슈 리포트에서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 선진화 및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궁극적 지향점인 혁신신약 개발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네릭 의약품 개발 및 수출이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유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의약품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혁신신약이 초고가인 만큼 환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네릭 의약품 시장은 2022년 기준 77억 7000만달러(약 10조 4000억원)으로 글로벌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의약품 품절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의약품 공급부족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등 기존 소수 제조업체 의존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 교수는 향후 선진국 시장 수요가 높은 심혈관계, 중증질환 등 분야에서 주사제형 개발, 개량신약 등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네릭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5~2026년 특허가 만료되는 전신마취 보조제 '슈가마덱스', 혈액암 치료제 '카필조밉', 기관지확장제 '인다카테롤' 등의 '퍼스트 제네릭'을 선별적으로 개발해 수출 유망품목으로 키우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부담 등으로 외국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 개발에 주력해 왔으나 제네릭은 약가인하 정책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 신약개발 투자비용 확보 등 기업의 비약적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일례로 코로나 기간 품귀사태를 빚었던 감기약 '아세트아미노펜'(오리지널 의약품 타이레놀)은 낮은 제네릭 약가정책으로 채산성이 안맞아 국내 생산이 감소한 탓에 품귀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개량신약 명가'로 불리는 한미약품 등 개량신약, 복합신약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온 제약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제약업계는 차별화된 제네릭 개발에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승래 교수는 “자체개발한 개량신약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네릭 또는 슈퍼 제네릭으로서 환자 편의성 및 기술진보 측면에서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현지에서 등재될 저가 제네릭과 비교해 임상·비용적 가치 미입증시 가격경쟁력 유지 및 시장방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제주 호텔업계, “꽃 피는 봄 맞아 제주도로 오세요”

제주 호텔업계가 봄을 맞아 공연·산책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해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4일 제주신라호텔에 따르면, 소풍하기 좋은 봄날을 맞아 호텔 외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필 더 아트 & 스프링(Feel The Art & Spring)' 이벤트를 최근 마련했다. 해당 행사는 레저 전문 직원과 함께 제주도의 예술인들이 결성한 마을인 '저지 문화 예술인 마을'을 둘러보고 한국화·서양화·공예 등의 예술 갤러리 7곳에서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를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행사다. 이벤트는 오는 5월 31일까지 매주 화, 목,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투숙 고객 중 △스위트 애니버서리 △스위트 익스피리언스 △얼롱 위드 G.A.O. 포 커플 △모닝 브레이크 등의 패키지를 이용한 고객은 무료 신청이 가능하다. 위호텔제주는 벚꽃을 만끽하려는 투숙객을 위한 '벚꽃 산책' 패키지를 오는 3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한달간 선보인다. 호텔 내 21만평에 달하는 부지의 숲 산책로 곳곳에서 '벚캉스'(벚꽃+호캉스)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용객에게는 조식과 벚꽃차와 약과 2인, 웰니스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된다. 또한, 메종 글래드 제주도는 제주의 오름을 산책하며 힐링을 즐길 수 있는 '봄 오름 산책 패키지'를 선보였다. 패키지 혜택으로는 '오르머 오름 등산양말' 1켤레, '제주 100대 오름 수첩' 1개와 메종 글래드 제주 인근의 유채꽃과 벚꽃을 볼 수 있는 오름 6곳의 정보를 담은 '오름 추천 안내 엽서' 1매 등이 제공된다. 아울러 휘닉스가 운영하는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봄을 맞아 객실 1박 시 추가 1박을 제공하는 1+1 프로모션을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여기에 호텔 내 식당인 '스피닝울프 펍'에서 3월 내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봄 동안 요가·백드롭 페인팅 등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추가 운영할 계획이라고 호텔은 소개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유통 원톱 쿠팡 연대기] (중) 아마존에 답 있다…김범석의 ‘한국 제프 베이조스’ 꿈

쿠팡이 창립 13년만에 '첫 연간흑자, 31조원 최대 매출' 달성으로 유통업계 원톱에 올랐다. 그동안 쿠팡이 줄곧 주장해온 '계획된 적자' 실현과 함께 이커머스업계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유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의 놀라온 성장을 이끈 핵심 원동력은 '로켓배송' 서비스다. 여기에 더해 배달앱·OTT(온라인 동영사 서비스), 대만 진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쿠팡 굴기(崛起)'의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의 초저가 이커머스들이 국내로 속속 진출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쿠팡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 아니다. '유통 원톱' 쿠팡의 사업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나눠 살펴본다.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게 만들겠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1년 3월 뉴욕 증시(NYSE) 상장 기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로켓배송으로 유통업계 혁신을 이끈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 당시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단일 기업 기준으로만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러한 미국 상장은 쿠팡의 성장 히스토리 중 빠뜨릴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다. ◇ 소셜 태생 쿠팡, 韓최대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 쿠팡의 성장은 창업자 김범석 의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라면, 김 의장은 '한국의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겸 대표)'에 해당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기 전부터 '2019년 가장 창의적인 인물 100인'에 김 의장을 선정하며 “한국의 제프 베이조스"라고 소개한 바 있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 1978년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인 1998년 시사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3년 만에 뉴스위크에 매각하는 등 일찌감치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간 근무하며 각종 경영 이론과 사례를 익히기도 했다. 이후 2010년부터 한국에 돌아와 쿠팡을 창업했을 때는 티몬, 위메프처럼 소셜커머스 기업을 표방했다. 하지만 롤모델이었던 미국 그루폰이 휘청이자 아마존 모델로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업계 최초로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익일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전대미문의 경영 실험을 시작했다. 조 단위 적자를 거듭하며 쏟아지는 시장의 우려에도 김 의장은 '계획된 적자'라며 시장과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마침내 네이버, 이마트, 롯데를 뛰어넘는 한국 최대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 OTT‧배달앱 등 사업 다각화 넘어 대만 진출…'아시아의 아마존'될까 주목할 점은 창업자인 김 의장의 사업 철학과 전략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베이조스의 전략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물론 김 의장이 공식적으로는 아마존이 롤모델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의 어록과 사업 전략을 보면 제프 베이조스의 어록 및 전략과 상당부분 닮아 있다. 우선 아마존과 쿠팡 모두 '고객 만족'이 경영의 최고가치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제프베이조스의 어록 중에는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라, 새로운 것을 개발하라, 그리고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려라'라는 어록이 있다. 이는 “고객이 와우하게 만들자(WOW the Customer!)"라는 쿠팡의 사업 철학과 유사한 부분이다. 물류사업 전략도 닮았다. 아마존은 과거 물류사업을 확대하기에 앞서 많은 주문량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힘들어 일부를 외부에 위탁했다. 그러나, 풀필먼트바이아마존이라는 물류인프라를 구축한 뒤로는 외주화 비중을 줄이고 물류 서비스를 내재화했다. 쿠팡 역시도 물류센터 투자를 시작한 이후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나자, 택배사에 맡겼던 물량 일부를 직접 맡으며 자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나갔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사업 확장 전략도 아마존과 비슷하다고 본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아마존의 클라우드·오프라인매장·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커머스·풀필먼트·OTT 결제서비스 등 6개 비즈니스 중 클라우드 및 오프라인 사업을 빼면 나머지는 다 쿠팡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쿠팡이 아마존의 사업 전략과 일치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쿠팡은 물류센터 투자 확대를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쿠팡플레이(OTT), 배달앱 쿠팡이츠 등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또한, 쿠팡은 성장 원동력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대만 시장에도 진출했다. 쿠팡은 2022년 10월부터 한국에서 입증한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도입해 현지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에서 “대만 로켓 런칭 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2배 증가했다"며 “한국에서 로켓 출시 후 같은 기간 경험한 성장률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앞서 대만에 물류센터 2곳을 구축한 쿠팡은 올 상반기에 추가로 1곳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쿠팡의 해외 진출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항간에선 쿠팡이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보툴리눔 톡신 1위 휴젤 美진출…대웅제약과 진검승부

일반인에 보톡스로 알려져 있는 보툴리눔 톡신의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을 놓고 선발주자 대웅제약과 후발주자 휴젤간 'K-톡신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휴젤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한국 제품명 보툴렉스) 50유닛(Unit)과 100유닛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앞서 휴젤은 지난 2021년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이래 공장설비·문헌 등 일부 보완작업과 재신청을 거쳐 이번에 3년만에 최종 허가 획득에 성공한 것이다. 휴젤은 올해 중반 레티보를 미국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로써 휴젤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계 3대 톡신 시장인 미국·중국·유럽에 모두 진출한 기업이 됐다. 레티보(보툴렉스)는 현재 국내에서도 8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FDA 승인으로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먼저 진출한 대웅제약과 정면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조 2000억원 규모를 자랑하며 오는 2031년 6조 3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FDA 승인을 받아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나보타는 미국 미용 톡신 제품 기준 11%, 미용·치료용을 합친 전체 톡신 제품 기준 약 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애브비의 '보톡스' 등 소수의 미국·유럽 기업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나보타는 국내외에서 총 14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중 약 80%를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올렸다. 휴젤은 지난해 전체 매출 3197억원 중에 보툴렉스의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툴렉스의 경우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 비중은 50대50 가량으로, 해외수출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나보타에 비해 내수와 수출 비중이 엇비슷하다. 휴젤의 레티보가 대웅제약의 나보타와 같이 미국시장에 안착하면, 나보타처럼 해외매출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톡신 기업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톡신시장에서는 보툴렉스가 8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외 전체 매출 합계는 지난해 상반기 나보타가 보툴렉스를 앞섰다가 하반기에 다시 보툴렉스가 1위를 탈환하는 등 '1위 다툼'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휴젤과 대웅제약에 이어 '국내 톡신 3대장' 메디톡스는 최근 자체 개발 중인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를 미국 FDA에 신청했으나 '특정 검증 시험 보고서 미비'를 사유로 품목허가 본심사가 거절되는 바람에 미국 진출을 다음 기회로 미뤄게 됐다. 업계는 소수의 미국·유럽 기업 제품만 출시돼 있는 미국 톡신 시장에 한국 제품이 2개나 출시되는 만큼 K-톡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보여준 보툴렉스의 성과와 다양한 학술 프로그램 등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실적 쓴맛’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패션서 ‘단맛 찾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는 쓴맛을 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실적개선을 위해 화장품과 패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의 경우 자체 브랜드의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 패션은 반대로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 유치에 공을 들이는 서로 상반된 포트폴리오 전개라는 점에서 올해 어느 쪽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큰 수익'을 안겨줄 지도 관심거리다. 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최근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런던'을 시작으로, 이달 초 미국 '프리즈 LA'까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시장 데뷔전을 치렀다. 향후 현지 공식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전용 라운지를 통해 인지도 제고에 나선 것이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라인업 가운데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꼽힌다.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노려 출시된 브랜드로 2015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한 뒤 2022년 첫 선보였다. 향후 프랑스 파리·미국 뉴욕 내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한편, 고급 색조 화장품 수요가 많은 중동·중국 시장 진출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스위스퍼펙션'의 글로벌화도 본격화한다. 2020년 스위스 본사로부터 인수한 브랜드로, 26년 간의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해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스위스퍼펙션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고급 스파·호텔 입점과 함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해 외형을 키울 계획"이라며 “향후 3년 내 소매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육성에 나선 것은 코스메틱부문의 빠른 성장세 때문이다. 전체 매출 기준 2021년 약 23%였던 코스메틱부문 비중은 지난해 30%까지 크게 뛰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수입 화장품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아직 수입 화장품 대비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 기여도는 작지만, 높은 마진을 내는 특성상 규모를 키울 시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코스메틱부문 호조에도 주요 사업부문인 패션사업 난조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함께 여성복·골프 시장 약세, 주요 수입패션 브랜드 이탈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은 전년보다 12.8% 줄어든 1조3543억원, 영업이익은 57.8% 감소한 4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셀린느·끌로에 등 주요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판권 계약 종료로 해당 사업부 매출·영업이익이 2000억원, 450억원씩 감소했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브랜드 판권을 따내며 패션부문 매출을 늘려왔다. 다만, 수입브랜드 유통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브랜드 이탈 시 매출 손실 위험도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손놓고 있진 않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고마진 구조의 라이선스 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직수입은 해외 본사와 독점 수입계약을 맺은 국내 업체가 구매·유통만 맡는 구조라면, 라이선스 사업은 브랜드 사용권을 가지고 직접 디자인·생산까지 독자 운영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미국 바이크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상표를 앞세운 패션 브랜드를 내는 것이 골자로, 라이더용 가죽자켓 등이 아닌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일상복 브랜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사업부문을 고르게 키워나가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며 “올해 라이선스 사업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는 등 운영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유통원톱 쿠팡 연대기] (상) “고객이 와우~하게 만들자”… 로켓배송의 ‘멋진 반전’

쿠팡이 창립 13년만에 '첫 연간흑자, 31조원 최대 매출' 달성으로 유통업계 원톱에 올랐다. 그동안 쿠팡이 줄곧 주장해온 '계획된 적자' 실현과 함께 이커머스업계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유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의 놀라온 성장을 이끈 핵심 원동력은 '로켓배송' 서비스다. 여기에 더해 배달앱·OTT(온라인 동영사 서비스), 대만 진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쿠팡 굴기(崛起)'의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의 초저가 이커머스들이 국내로 속속 진출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쿠팡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 아니다. '유통 원톱' 쿠팡의 사업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나눠 살펴본다. “고객이 와우하게 만들자(WOW the Customer!)" 쿠팡의 '고객 중심'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말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쿠팡은 설립 초기부터 고객 만족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회사였다. 대표사례가 고객센터다. 2011년 쿠팡은 업계 최초로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는 365일 고객센터를 선보인다. 당시 쿠팡의 직원은 1000여 명 수준이었는데,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고객센터 직원일 정도였다. 쿠팡의 고객센터 직원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심지어 로켓배송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최초의 직접배송도 한 고객센터 직원으로부터 이뤄졌다. ◇ 직접 배송의 가능성을 보다 설립 초창기 쿠팡의 가장 큰 고민은 배송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쿠팡은 다른 온라인몰과 마찬가지로 배송을 외주 택배사에 맡겼는데, 제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지금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등 배송상태를 추적하고 서비스를 컨트롤 하는 것은 택배사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고객 불만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던 쿠팡은 직접배송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단지를 선정해 'A/B 테스트'를 시작했다. A 군은 기존과 동일한 택배서비스를 유지했고, B 군은 쿠팡 직원들이 직접 상품을 배송해 줬습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와우딜리버리 이벤트'로, 고객들이 바라는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제공하고자 한 시도였다. “직원이 직접 가져다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반가웠고 안전하게 제품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직접 배송에 대한 소비자 반응) 쿠팡이 직접 실시한 배송서비스는 고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A/B 테스트의 성공지표로 설정한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월등히 높아졌다. 이처럼 고객 만족이 데이터로 증명되자 쿠팡은 직접배송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직접배송의 가능성을 확인한 쿠팡은 2014년 2월 로켓배송의 전신이 된 와우딜리버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주어진 시간은 약 40여 일로 프로젝트 룸 벽면에는 전국 지도가 그려졌고, 몇 개 지역에 캠프를 구축하고 몇 명의 배송 직원을 뽑을지 계획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4년 3월 24일 대구와 대전·울산에서 첫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이어 5월 서울·김포·용인으로, 더 나아가 1년 안에 경기·광주·부산 등 전국으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택배의 개념을 바꾼 익일배송은 순식간에 쿠팡만의 독보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 “1~2년이면 망한다" 손가락질…뚝심 투자로 첫 흑자 결실 '유통혁신' 입증 그러나 쿠팡의 로켓배송은 사업 지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물류센터 운영과 익일배송 등이 높은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만큼 수익성이 악화돼 사업 운영이 힘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웨스틴호텔 쿠팡 간담회에서 “직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향후 2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만9000명을 새로 채용하겠습니다"라고 밝히며 로켓배송 사업 확대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2014년 1500억원을 투자해 인천·경기·대구 등 7개 물류센터로 시작한 로켓배송을 전국에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팡을 제외한 업계와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쿠팡이 그해 54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자 KTB투자증권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선보이지 않으면 지속 기간이 1~2년이고,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이익을 못낼 것"이라고 했으며 하나금융투자는 “역마진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쿠팡 전략은 한계가 있고 도태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택배업계도 “기존 택배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1~2년이면 망할 것'이란 업계의 냉소적 전망은 로켓배송 도입 10년을 맞은 지금 완전히 빗나갔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유통혁신' 도전은 매출 30조원 돌파, 사상 첫 연간 흑자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입증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다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한 과감한 시도이자, 새로운 역량인 로켓배송이 성공하면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고객 '와우'를 만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현재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2100만 고객(와우 멤버십 회원 1400만 포함)이 쓰는 전국구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10월부터는 한국에서 입증한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도입해 현지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대만 로켓배송 런칭 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2배 증가했다. 이는 한국에서 로켓 출시 후 같은 기간 경험한 성장률을 넘어선 수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K-스타트업의 도약 76] 똑똑의사 “집에서 편안하게 진료 받으세요”

50~60대 보호자들이 요양이 필요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이동과 대기 등으로 하루의 시간이 전부 소요된다. 이같은 병원 방문 진료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방문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연결하는 재택의료 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를 펼치는 창업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재택의료 플랫폼 '똑똑의사'를 개발운영하는 똑똑의사가 주인공이다. 환자를 위한 왕진 예약과 의사를 위한 왕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왕진 일정 관리와 이전 진료 기록 등 환자를 위한 각종 사항을 의사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똑똑실장'이 눈에 띈다. 조윤경 똑똑의사 대표는 “의사들 얘기에 따르면, 왕진으로도 내과 등의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를 거의 다 제공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며 “실제로 의사 분들이 왕진 시 초음파 의료기기를 들고 다니며 복수를 빼주거나 욕창을 치료하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왕진은 의사가 직접 집안 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만큼 미끄러지지 않도록 깔개를 깔아야 하거나 햇빛이 적게 들어 침상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등, 집안 환경에 대한 상담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조 대표는 덧붙여 말했다. 똑똑의사를 실제 이용하는 고객들은 70~80대 장기요양 환자를 돌보는 50~60대 보호자가 대부분이다. 즉, 치매나 와상으로 거동이 어려워 장기요양등급 인증을 받은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보호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특히, 장기요양 환자는 왕진 수가(약 14만~15만원)의 30% 정도인 4만~5만원의 본인 부담금만 내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현재 똑똑의사와 협력해 왕진 서비스를 지원하는 병원은 전국 50여개로, 서울에서는 전 지역 왕진이 가능하다. 지방에는 25개 병원이 왕진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협력 의사들은 왕진 신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일주일 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기적인 왕진이 필요한 환자들은 미리 예약이 가능하다. 이에 힘입어 똑똑의사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유입이 약 2만 명에 이르렀고, 실제 신청도 6000건에 이른다. 조 대표는 “아직은 국내에 방문진료의 인지도가 굉장히 낮아 의사들도 이런 서비스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쟁기업이 없는 것은 물론, 지금은 방문진료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문진료는 환자 입원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만큼 해외에서는 보험사가 나서 방문진료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도 보험사들이 관심을 보이며 조금씩 효용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왕진 등 재택의료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해 2년 전 시범사업으로 재택 의료센터 지정을 추진했고, 내년에 센터를 2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그런 만큼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외래진료와 왕진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료를 보면 수익이 극대화돼 의사에게도 이로우니 이 부분이 알려지면 참여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대표는 왕진 활성화의 걸림돌로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고려되지 않은 등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진료 수가가 낮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의 경우, 왕진 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주차 편의를 고려한 부분이 있으나 아직 한국에는 관련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방문 진료가 활성화된 만큼, 똑똑의사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제작해 일본이나 미국에서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조윤경 대표는 “곧 접어들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5%로 약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노인 인구를 위한 방문 진료가 활성화되면 요양원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생기는 만큼 어르신들이 어디에 있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똑똑의사 사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눈] 내수부진 가구업계 ‘프리미엄 덫’ 벗어나야

한국 가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판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와 중국 이커머스 공룡기업 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가격 경쟁력과 젊은세대 공략을 내세워 마케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의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해 다양한 디자인의 중저가 가구를 쏟아내면서 '집안 가꾸기' 트렌드 유행과 함께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케아의 진출 이후 국내 가구시장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 국내기업 주도의 프리미엄 가구시장과 이케아코리아의 중저가 가성비 가구시장으로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케아는 조명과 다양한 생활소품 등 집안 꾸미기에 최적화된 '가성비 디자인 가구'로 신혼부부 등 비교적 저연령대의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국내 가구기업들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오래 사용 가능한 가구를 찾는 구매력 있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천연원목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다는 제품 요소를 제외하면 주고객층으로 삼은 30~50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특장점이 없어 확고한 타겟층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학생용 가구 같은 제품은 일부 기능성만 부각시켜 고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고령화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감에도 '노인을 위한' 맞춤형 가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불황과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가 국내 가구시장 침체로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가구기업은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냈다. 이케아코리아마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8% 줄어드는 고전을 겪었다. 그나마 한샘이 예외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국내 가구업계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국내 가구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한정된 차별화전략'보다는 '유연한 특화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가구도 하나의 전략적 제품이지만, 사실 고객층이 제한적이고 고부가가치 요소를 빼고는 수요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유통시장은 20~30대 젊은세대와 1~2인가구 등 뉴 트렌드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가구업계도 과감한 변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해외가구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내수시장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프리미엄의 우물' 안에 갇혀 있다가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헬스&에너지+] 누구나 겪는 편두통, 오래 방치땐 우울증 ‘적신호’

두통은 현대인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증상이다. 그 원인은 수백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 질환이 많은 것처럼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또한 매우 다양하다. 두통은 원인 질환 유무에 따라 크게 '원발두통'과 '2차 두통'으로 분류된다. 원발두통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두통으로, 이 중 편두통이 대표적인 난치성 두통으로 꼽힌다. 2차두통은 뇌졸중·뇌종양 등 특정질환 때문에 두통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 빛·소리에 불편감, 소화장애·어지럼 동반 일상생활 파괴 두통이 발작적,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은 △한 쪽 머리가 아프거나 양쪽 머리가 번갈아 아픈 경우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박동이 나타남 △두통이 있을 때 움직이면 더 악화함 △계속되는 중등도 및 심도의 두통 등(4가지 중 2가지 이상)과 함께 동반증상인 '구역 또는 구토가 같이 나타나거나 빛 공포증·소리공포증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이 한 달에 15일 이상 지속되고, 이 중 편두통 증상이 8일 이상 발생한다면 만성편두통이다.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편두통은 두통의 고통뿐 아니라 동반되는 빛·소리·냄새에 대한 불편감과 소화장애· 어지럼으로 인해 일상생활뿐 아니라 업무와 학업 등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새로운 편두통 치료제들이 개발돼 예방과 증상 개선에 큰 발전이 이뤄진 만큼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만성두통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진통제 복용이 잦은 경우 빠르게 전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편두통은 크게 △전구기(두통 전) △조짐기 △두통기 △후구기(두통 후) 단계로 구분한다. 한쪽 머리가 아픈 경우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절반 정도는 한 쪽 머리가 아픈 상태가 교대로 나타난다. 따라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쪽으로만 두통이 계속된다면 뇌졸중이나 종양 등 뇌의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꼭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일상활동에서 두통 악화도 중요한 편두통의 증상이다. 두통이 있을 때 움직이면 대개 두통이 더 심해져서 꼼짝 않고 누워 있는 경우가 많다. 빛 공포증이란 두통이 있을 때 빛이나 밝은 곳이 힘들어서 피하는 것을 말한다. 소리 공포증은 두통이 있을 때 소리에 민감해지고 통증이 더 심해지는 증상이다. 아울러 편두통 환자는 두통이 없을 때도 빛이나 소리에 민감하다. 빛 공포증과 소리 공포증 이외에도 냄새에 과민해지는 냄새 공포증, 붕 떠있거나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럼, 맛 변화도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다. ◇ 두통 때마다 발생시간·동반증상·섭취음식 등 '두통일기' 쓰기 권고 편두통 치료는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치료는 편두통이 발생했을 때 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감소시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예방치료로 크게 나뉜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신경과)는 “편두통을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증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편두통이 아니라 '찌름 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편두통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예방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치료는 최소 2개월 이상 치료를 시도해 본 뒤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두통 발생의 빈도와 강도를 줄여주는 예방치료는 편두통 관리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수이다. 두통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편두통에 대처하는 기본에 속한다. 두통시작 날짜와 시간, 두통이 발생할 당시 먹었던 음식, 통증이 심해지는 때, 동반증상 등을 자세히 기록해 두면 평소 통증관리는 물론 향후 주치의와 치료계획을 조율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편두통에서 우울증은 향후 만성편두통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향은 우울증이 심할수록 더 뚜렷하다. 또한 우울과 불안증을 가진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시도의 가능성이 높다. 을지대 을지병원 김병건 교수(신경과)는 “두통학회 조사 결과, 국내 만성편두통 환자의 절반 정도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잦은 두통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유발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두통을 악화시키는 등 서로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두통학회 홈페이지(www.headache.or.kr)는 편두통 및 편두통 의심 환자들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자가 선별검사'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두통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더불어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전구기=두통이 시작하기 며칠 전에서부터 몇 시간 전의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는 불안, 우울, 갈증, 목 뻣뻣해짐, 소변량 증가, 설사, 식욕저하 또는 식욕증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조짐기=두통이 발생하기 5분~1시간 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조짐 현상은 편두통 환자의 약 20%에서 생기며, 일시적으로 시각·감각·언어·운동 증상이 50~60분 지속된다. 시각 조짐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빛이 반짝이거나 까맣게 보이는 맹점이 점차로 커지는 증상이다. 감각 조짐은 입 주위 또는 팔다리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증상이나 먹먹한 느낌이 나며, 언어 조짐은 말이 어둔해지거나 잘 안되는 증상이다. 운동 조짐은 일시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두통기=전구기와 조짐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두통이 발생한다. 두통 이외에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 중 하나가 구역이다. 두통이 있을 때 속이 불편한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체함, 메슥거림, 속 울렁거림, 욕지기 등이 생긴다. 편두통 환자의 85%에서 구역이 동반된다. 중간 강도 이상의 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구역과 같이 나타날 경우 편두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토가 나타나는 편두통 환자는 두통 강도가 더 심하고, 입으로 약물을 섭취할 수 없어 치료약을 복용하기조차 힘들다. ▲후구기=두통기가 지나면서 졸림, 집중 곤란, 피곤함, 짜증스러움, 생기 없음, 음식물에 대한 갈망 등 복잡한 증상이 나타난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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