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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시행 3개월, 부과 ‘0’건…국토부 직무유기 논란

지난해 여야 합의 법 개정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바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본격 재시행되고 있지만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직무유기'로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 완화를 골자로 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이하 개정 재초환법)이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아직까지 초과이익 환수금 부과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법에 따라 재건축으로 초과이익을 거뒀다고 판단될 경우, 구체적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준공 시점까지)이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가장 첫번째 환수금 부과 대상자는 서울 서초구의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리빌아스테리움) 재건축 단지다. 이미 2021년 8월에 입주가 이뤄졌으며, 서초구청은 지난 3월 개정법 시행 후 5개월 이내에 최종 부담금을 산정해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조합이 부담금 감면 대상인 1가구 1주택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난 이달 초 현재까지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반포 현대 조합 측은 재건축 초과이익에서 제외할 '정상 집값 상승분' 계산 시 사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의 지수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곳도 상황이 비슷하다. 재건축 조합 모임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는 이달 초 전국 21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재건축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를 일시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초환 부담금 대상 단지 중 입주가 끝나 부담금을 산정해야 할 곳은 전국 36개 단지, 약 1만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6개 단지는 법 개정 전에 일정 금액 이상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통지된 곳들로, 재산정 시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준공돼 당장 새 기준으로 부담금 부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 부과 절차가 미뤄지고 있는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손을 사실상 놓고 있는 것 같다"며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아파트 가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로서 통계 오류를 정확히 시정해 신뢰도를 높이던가 지자체에게 부과 기준을 명확히 하던다 등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아예 여야 합의 법 개정안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폐지를 거론하는 등 법 시행 주무 부서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최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방송에 나와 재초환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초환을 '재건축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규정하며 “정부 기조는 재건축을 이제 할만할 때가 됐고, 가능하면 지원까지 해주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앞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초환 폐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0년 재초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2006년 최초 법 제정 후 시행 을 유예해 아직 한번도 제대로 부과되지 못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공사비 급등 등으로 재건축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제도 폐지 여론이 일고 있다.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재개발 사업과의 형평성 등 제도 자체의 문제가 있고,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도시 주택 공급 증대가 필요하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종의 개발부담금 제도로 부동산 투기 및 과도한 이익 환수 등 순기능이 명확하며,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고 여야간 합의로 개정안이 마련돼 보완 과정을 거친 만큼 일단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과도하게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주거복지 증진 등에 사용된다"며 “폐지를 하게 되면 지자체 주거복지 재원이 없어질 수 있고 향후 재건축 초과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개발사업의 개발이익은 환수하면서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환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분양탐방]의정부역 파밀리에 II, ‘초고층·초역세권’ 통할까?

“랜드마크 상징성과 초역세권 입지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의정부에서 분양하는 단지 중 드물게 중도금무이자 혜택도 제공해 수요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일 방문한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 견본주택 관계자는 이같이 자신했다. 최고 40층의 초고층 높이를 자랑하는 이 단지는 1호선 의정부역 초역세권 입지와 중도금무이자 혜택으로 예비청약자를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분양현장에는 평일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방문한 모습이었다. 연령대는 30대 30대 신혼부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관람객들은 1층에 마련된 모형도와 입지도 등을 꼼꼼히 살피며 분양관계자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주말까지 약 1000여 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갔다는 전언이다. 2층에는 실제 인테리어와 설계 사양을 확인할 수 있는 견본주택 유니트가 있었다.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는 전용 59·77·84A/B/C·134·136㎡ 등 다양한 평면으로 구성됐는데 견본주택에선 전용 84㎡C타입만 마련돼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 타입은 거실과 주방, 침실3개, 욕실 2개, 등으로 구성됐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판상형 4bay 구조가 적용돼 채광과 환기가 우수하고 팬트리, 드레스 룸 등 넓은 수납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견본주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장을 둘러 본 40대 관람객 A씨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옆에 붙어 있는 실외길 때문에 드레스 룸이 넓지는 않아 아쉽다"면서도 “평면 설계가 잘 빠졌고 수납공간도 넉넉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는 초고층 건물답게 최상층은 복층 설계가 적용돼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복층 설계는 주거 공간을 용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유아독서실, 작은도서관 등이 마련된다. 주차대수는 202대(아파트 184대 근생 18대)로 넉넉하지는 않은 편이다. 이 단지는 무엇보다 초역세권 입지가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인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을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어 서울 강북 지역은 웬만하면 30분~1시간 안팎에 갈 수 있다. 또 의정부역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이 오는 2028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수도권 북부와 남부를 관통하는 GTX-C 노선은 의정부에서 청량리, 삼성, 과천, 금정, 수원 등을 연결한다. 노선 개통 시 의정부역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20분 안으로 도달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에 3번 국도,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자리하고 있어 차량 이용도 용이해 보였다. 학(學)세권 입지도 강점이다. 도보 3분 거리에 경의유치원과 경의초등학교가 자리하며 발곡중, 다온중, 상우고 등의 학교도 가깝다. 여기에 의정부동·신곡동에 밀집한 학원가 이용도 편리하다. 다만 1종 상업지역인 로데오거리와 가까운 만큼 단지 주변에 모텔이나 노래방·주점 등이 즐비해 유흥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의정부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의정부역과 초등학교가 가까워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집"이면서도 “인근가에 유흥가도 가까워 예민한 사람들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3.3㎡(평)당 분양가는 2050만원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6억8310만~7억4000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발코니확장비가 2340만원임을 감안하면 7억 초반에서 후반 사이에 공급되는 셈이다. 주변에 분양했던 브랜드 대단지와 비교해 분양가가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지난해 분양했던 의정부 링크시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0만원이었다. 의정부 푸르지오 클라시엘의 분양가는 3.3㎡당 1930만원대였다. 다만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는 중도금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수요자들에 부담을 덜워줬다는 설명이다. 현장 분양 관계자는 “의정부에서 분양하는 단지들 중 드물게 중도금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상 수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는 지하 2층 ~ 지상 40층 1개동, 총 150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오는 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9일에는 1순위 청약, 10일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입주는 2026년 7월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시멘트업계 “전환기, 지속가능한 사회 견인할 것”

한국시멘트협회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시멘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시멘트의 날' 공동 선언문 낭독에 이어 시멘트업계 대표이사의 선언문 서명이 진행됐다. 선언문에는 당면 현안 해결에 필요한 탄소중립 실현과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앞당기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약하는 상생협력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미국시멘트협회(PCA) 마이클 아일랜드(Michael Ireland) 회장이 축하 영상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은 국민 보금자리와 사회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시멘트의 안정적 공급에 노력을 기울여 온 시멘트인의 땀과 열정, 노고가 있어 가능했다"면서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이행, 안정적 수급 관리, 지역사회와의 상생 강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업계와 적극 소통하고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 회장은 기념사에서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시멘트 수요 감소, 연료 및 각종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전기요금 상승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및 미세먼지 저감 등 탄소중립 달성과 환경 현안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 및 ESG경영체제 확립을 공고히 하는 등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시멘트업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선도적으로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시멘트산업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해 기금 운용의 투명성, 공정성 확대를 도모하고 지역환경 개선, 사회복지 지원, 문화예술 후원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 및 시멘트공장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추진하는 등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산업으로 한걸음 더 나아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협회는 앞으로 국가경제발전에 필요한 시멘트산업의 역할을 강화해 정부 포상의 훈격을 높이는 등 '시멘트의 날' 기념행사의 품격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시멘트산업의 발전을 위한 격려와 소통의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해 시멘트인이 높은 자긍심을 갖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보릿고개’ 건설업계, 하반기는 더 어렵다

건설사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해 폐업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고금리 지속 등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240곳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불경기가 심각했던 2011년(1~5월·268건) 이후 가장 많다. 전문건설사 등도 1301곳이 폐업했다. 전체 건설업체에서 나온 폐업 신고 공고는 1541건이다. 우선 중견 건설사들이 먼저 휘청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남양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지 8년 만인 올해 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99위였던 광주·전남 소재 한국건설 역시 법정관리를 절차를 밟게 됐다. 부산지역에선 중견인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 등 2곳도 경영난으로 부도 처리됐다. 대형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최상위 건설사 중 지난해 PF 대출 규모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긴 곳은 9곳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본잠식 상태인 태영건설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 351.7% △두산건설 300.8% △SGC E&C 289.6% △신세계건설 208.4% △롯데건설 204.0% △쌍용건설 192.4% △금호건설 158.8% △서한 129.9% 등이다. 건설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공사비·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미분양 심화,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분양 주택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0.8%(7033가구)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사업 주체가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거나 축소 등 거짓으로 신고해도 보고를 강제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는 만큼 업계에선 미분양 주택이 이미 10만가구를 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경영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신규 수주 감소 및 건설투자 위축이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수주는 감소세가 지속돼 전년 대비 10.4% 감소한 170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1.3% 줄어 302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부터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영난에 처하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은 대부분의 PF 사업장이 연대보증으로 얽혀 있는 만큼 일부 사업장이 부실로 판명날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사업장까지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및 건설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건설기업들도 유동성 및 재무안정성 관리, 기술 투자를 통한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출산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며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노후화된 시설물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적 인프라 유지, 보수, 개선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사회 인프라 노후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아수(23만명)는 2000년(64만89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출산율(2000년 1.48명→2023년 0.72명) 역시 2017년 이후 1명 이하로 떨어졌다. 출생아수가 줄어들자 노인인구 비중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에 머물렀지만 2025년에는 20.3%, 2030년에는 25.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중첩되며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228개 지역 중 소멸위험지역은 무려 118개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1970년~1980년대 건설된 기반시설도 덩달아 노후화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후와 함께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시설물안전법 관리 주요 시설물 총 16만5282개소 중 사용연수가 30년을 초과한 시설물은 3만476개소로 전체 시설물의 18.4%를 차지했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주요 시설물의 신규 공급이 없다는 가정 하에,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7만7475개소로 전체의 46.9%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건축물을 제외한 주요 시설물의 경우,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2만9568개소로 전체의 50.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우, 폭염 등 극단적 기후가 잦아지면서 시설물 노후화로 인한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완 또는 대비하기 위한 우리나라 SOC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상시설(도로, 철도 등)과 항공시설을 합한 SOC 자본스톡은 GDP 대비 21.5%로 프랑스(31.3%), 독일(28.7%), 미국(22.0%) 등 주요 선진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SOC 예산(23조원)은 2010년(27조1000억원)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투자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적정 SOC 투자 규모는 58조~60조원 수준이지만, 실제 중앙정부의 SOC 투자 규모는 이보다 6000억~2조1000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OC 투자는 사회 인프라 유지, 보수는 물론 직간접 경제적 효과도 크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최근 SOC 투자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구매와 노동수요 증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및 잠재적 경제성장률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인프라 투자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도 공간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SOC에 추가적으로 1조원을 투입한다면 실질 GDP 성장률이 0.076%p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엄근용 건산연 연구위원은 “SOC 투자가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2025년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적정 SOC 투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먼저 인명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관련 시설 및 노후 인프라 중심의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축되고 있는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물가 상승분 시공사 전가 무효”…공사비 갈등 해소 기준점 나왔다

최근 재건축 조합-건설사간 공사비 급등에 따른 소송 등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건설산업기본법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ESC)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설사 건설사가 계약서 상 특약을 통해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한 조항이므로 공사비를 더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로 도급인-수급인-하수급인간의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관련 입법으로 이어져 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될 지 주목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부산의 한 교회가 시공사에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 항소심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부산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하며 2심을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한다는 뜻이다. 이 교회는 시공사와 2020년 8월 건물 증축공사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체결 후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교회 측의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춰지면서 변수가 발생했고, 그 사이 철근 가격이 2배가량 상승했다. 건설사는 계약금액 증액을 요청했지만 교회는 계약 해제와 함께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건산법 제22조 제5항(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인정)을 근거로 이같은 배제 특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이후 설계 변경 및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폭등, 고금리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와 쌍용건설은 공사비 갈등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10일 판교 신사옥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계약서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을 이유로 쌍용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골자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967억원에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는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자재 반입 지연 등에 따라 계약 조건보다 무려 171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갔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해왔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 조항을 근거로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례 건은 교회측 이슈로 인해 시공이 늦어져 준공이 되지 않은 건으로, 준공과 정산이 완료된 KT와 쌍용건설 건과는 사안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 KT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ESC 무효가 하도급 체제로 시행되는 재건축 공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하도급법의 경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 특약이 미비한 상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안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하도급업체 보호차원에서 해당 특약 무효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산법에 따른 부당특약 무효가 발주처와 시공사 관계에서는 적용되지만 대주단과의 관계에서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부당특약 무효화가 공사비 갈등의 해법으로 작용하려면 국토부, 금융위, 공정위가 함께 지침을 만들어야한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쉬워질 것이고, 폭넓게 적용될 여지가 크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분양현장]강남·판교 근접에 교통 양호…민간임대아파트 ‘용인시청역 어반시티’

“노후생활을 위해 용인으로의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민간임대아파트라서 금전적 부담감이 적은 점이나 교통환경이 다른 신축 아파트에 비해 확실한 장점인 것 같다.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식사 서비스와 단지 내 캠핑장이 특히 마음에 든다." 1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용인시청역 어반시티' 견본주택 현장에서 만난 60대 방문객 A씨의 말이다. 아무리 주택 경기가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이 단지처럼 주거 비용이 저렴한 데다 좋은 환경·양질의 부대 서비스,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들어서는 대단지 민간임대아파트라는 매력 포인트들이 실수요자들을 분양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용인시청역 어반시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하는 민간임대아파트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임대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주택으로서 임대사업자가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등록한 주택을 의미한다. 민간임대주택은 민간건설임대주택과 민간매입임대주택으로 나뉘는데 공급 방식에 따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과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으로 갈린다. 용인시청역 어반시티는 HUG가 보증해 보증금과 가입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점과, 향후 확정분양가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용인시청역 어반시티는 지하 2층부터 최고 지상 29층, 총 6개동으로 구성됐다. 면적은 59㎡, 84㎡ 두 가지로, 각각 808가구, 749가구, 총 1557가구의 대단지이다. 주택 내부는 4Bay 판상형 구조이며 공통적으로 욕실 2개, 파우더장 통합 드레스룸이 기본적으로 함께 설계돼 수요자 니즈를 충족시켰다. 여기에 더해 뛰어난 교통환경도 큰 장점이다. 강남, 수원, 판교로의 직주근접 여건을 갖췄다. 용인시청역 어반시티 인근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GTX-F, 경강선, 용인광교선(기흥역~광교중앙역), 동백신봉선(동백역~신봉역)을 지날 예정이다.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교통환경 및 강남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인근에는 개발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는 최근 반도체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특화단지에는 SK하이닉스, CJ물류센터, 용인 덕성 테크노밸리, 용인국제유통물류센터 등이 입주 예정이다. 이 때문에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향후 더욱 많은 개발 소식이 예상되고 있으며, 반도체 클러스터 출퇴근 인구(160만명 예상) 증가로 교통망이 발전하며 용인 지역이 남부 교통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용인시청역 어반시티의 하이엔드급 주민 서비스와 교육환경도 수요자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들이다. 호텔식 조식 및 석식 서비스, 단지 내 캠핑장, 스터디룸, 북카페,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장 등은 쾌적한 여가 생활을 제공해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 인근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3개, 2개, 1개씩 위치해 있다는 점과, 통학용 셔틀버스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특히 스크린골프장, 어린이 유도교실, 어린이 태권도 교실, 스크린 야구, 피트니스센터 등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포츠 대학교인 용인대학교와 협업을 통해 운영될 계획이다. 현재 용인시청역 어반시티의 임대 모집가는 59㎡ 기준 2억5680만원~3억2570만원, 84㎡ 기준 3억5310만원~4억508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파트에서 제공할만한 서비스를 통해 주민 만족도를 최대한 높일 계획"이라며 “용인 내 마지막 900만원대 민간임대아파트 혜택을 누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분양탐방]‘한강뷰·서울인접’ 고양 덕은 DMC 에일린의 뜰 한강 “완판 도전”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입지도 서울과 아주 가깝다. 오피스텔이지만 상품성이 아파트 못지 않고 청약 통장도 필요없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지난 14일 '덕은 DMC 에일린의 뜰 한강' 견본주택에서 만난 30대 남성의 말이다. 이 단지는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의 마지막 주거단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근 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점도 청약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들로부터 특히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이날 분양 현장에선 체감온도 섭씨 31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젊은 신혼부부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북적였다. 관람객들은 2층에 마련된 단지 모형도 주위를 맴돌며 관계자들에게 꼼꼼히 단지 입지와 인프라 등 여러 질문들을 쏟아냈다. 같은 층에 마련된 상담 부스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분양 상담을 받는 고객들로 가득 찼다. 3층에는 실제 인테리어와 설계 사양을 확인할 수 있는 견본주택 유니트가 자리를 잡았다. 6가지 타입(전용 84㎡A·B·C·D·A-1·B-1 ) 중 2가지(전용 84㎡A·B) 타입을 볼 수 있었다. 전용 84㎡A·B타입 각각 거실과 주방, 침실 2개, 욕실 2개 등으로 구성됐다. 2면 개방형 평면을 통해 거실의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또 대형 창호를 설치해 한강 등 수려한 자연 조망을 집 안에서 누리기 적합한 구조를 조성했다. 프리미엄 드레스룸을 통해 별도의 수납공간을 구축하는 등 공간 효율성을 한층 더 높였다. 게다가 스마트 오븐, 식기세척기, 냉장고와 냉동고, 김치냉장고를 갖춘 오브제컬렉션 등을 기본옵션으로 제공한다. 30대 관람객인 A씨는 “전용 84㎡A와 84㎡B는 2개 창으로 한강조망이 된다고 하니 서울의 강변 '한강뷰' 아파트들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피스텔이긴 하지만 주택형 내부도 아파트와 비슷해 상품성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시설로는 △취미실 △회의실 △피트니스 공간 △GX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차대수는 215대(세대 당 1.27대)다. 단지는 한강 조망률에 따라 1군에서 3군으로 나뉜다. 최고가 기준으로 한강 조망권이 가장 많이 확보되는 1군 가격의 경우 전용 △84㎡A 12억4574만원 △전용 84㎡C 11억5131만원이다. 2군은 △전용 84㎡B 11억2275만원 △전용 84㎡D 10억2914만원이며 3군은 △84㎡A-1 8억7430만원 △84㎡B-1 9억9991만원이다. 분양 관계자는 “인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전용 84㎡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약 11~12억 수준"이라며 “주거형 오피스텔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경쟁력 있는 분양가"라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지식산업센터와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도보권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개교 예정이다. 교통환경을 보면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 경의중앙선 수색역이다. 단지에서 가양역과 수색역은 차량으로는 10분 거리지만 도보로는 40~5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추후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대장-홍대선의 실시협약을 심의·의결함에 따라 단지 인근에 덕은역이 오는 2031년 개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장-홍대선은 덕은역을 포함해 총 12개 역이 들어서는데, 2호선·5호선·9호선 등 지하철 주요 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덕은 DMC 에일린의 뜰 한강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 시장이 침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덕은 DMC 에일린의 뜰 한강은 고양 덕은지구의 마지막 주거단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분양가도 저렴해 조기 완판(완전판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경기도 고양시 덕은 업무지구 6·7BL에 위치하며 지하 4층~지상 25층 전용 84㎡ 총 168실 규모로 조성된다. 오는 17일 청약을 접수해 20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이어 22일부터 23일까지 정당계약을 실시한다. 입주 예정 시기는 오는 2025년 12월 경이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폭염 속 근로자 지켜라”…건설업계 혹서기 대책 마련 분주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건설사들이 혹서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시설물 설치와 취약 근로자 관리, 휴식 시간 부여 등은 물론 작업중지권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모습이다. 13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추정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총 72명의 온열질환자가 신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4명)에 비하면 33.3%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온열질환이 기승을 부리자 건설사들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노동자는 폭염에 취약한 대표적인 옥외 노동자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는 데다 외부작업 시간이 길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 고드름 캠페인'을 확대 개편했다. HDC 고드름 캠페인은 매년 혹서기에 시행하는 근로자 건강 보호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에 이어 올해부터는 옥외작업자 건강 보호를 위한 시설물 설치와 취약 근로자 관리, 휴식 시간 부여를 강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부터 HDC 고드름 캠페인을 기간과 관계없이 체감온도가 섭씨 31도 이상일 경우 연중 상시로 발동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폭염 위험도(섭씨 33도, 35도, 38도 이상 구분)별 휴게시간(시간당 10분, 15분 이상 휴식)을 운영하고 옥외작업제한(14시~17시)을 하고 있다. 온열질환 취약작업지인 옥외·밀폐공간의 경우 온열질한 증상발생 초기 대응을 위해 2인 1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 관리를 위해 전 현장에 대해 폭염주의보인 경우 전체 작업자에 보냉제품 지급하고 있다. 시간당 10~20분 휴식토록 관리하고, 폭염경보인 경우 옥외작업을 중지하는 한편 기온에 따라 일부 옥내 작업도 멈추도록 할 계획이다. 작업 중 근로자들이 상시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제빙기와 식수를 제공해 온열질환을 예방 관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혹서기 작업 관련해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물, 그늘, 휴식)을 준수하고 있고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2~5시에는 옥외 작업을 조정·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중지권 활용하면 즉각적으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건설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섭씨 31도를 넘길 경우 근로자에게 휴식을 제공하게 하는 등 폭염단계별 조치 사항을 권고하고 있다. 폭염 단계별로 매시간 10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면서, 오후 2~5시 사이에는 옥외작업을 단축·중지하는 것을 적극 지도할 계획이다. 건설 사업장 대상으로 지도·점검에도 나선다. 다만 '권고'에 그친 근로자 폭염관리 대책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7%는 오후 2~5시에도 실외에서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또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부여받는 노동자도 25.4%에 불과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군산대 명예교수) 회장은 “규모가 작은 현장에선 공기 단축 등의 이유로 폭염관리 대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마다 사정이 달라서 폭염대책을 획일적으로 강제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자들이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초대형 공공사업 줄줄이 포기…건설사들 속내는?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 대접을 받던 국내 대형 공공 공사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공사비 폭등에 맞지 않는 '짠물' 예산과 공사 자체의 지나치게 짧은 기한·높은 난도 등에 건설사들이 수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많게는 수조원의 공사비로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형 공공공사를 포기하거나 입찰을 외면하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전날 사업비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실시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 입찰도 마찬가지다.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해 총 공사비가 10조53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지만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올해 시가 상습 침수 지역 수해 방지를 위해 발주한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 입찰도 두 차례나 무산됐었다. 결국 시가 공사비를 늘린 후에야 입찰자가 나타나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지만 1년이나 늦어져 2028년 말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여기에 남산 곤돌라 사업(400억원), 정부 세종 신청사 건립공사 등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만 해도 이같은 대형 공공 인프라 공사들은 인기가 높았다. 시행자 측이 부도날 일이 없고 대금 지급도 안정적이어서 다소 이익이 적게 나더라도 건설업체들이 너도 나도 따내려 했다. 대형 인프라 실적은 건설업체의 시공 능력 순위를 높이는 첩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업체들이 대형 공공 공사 수주에 소극적이 됐다. 무엇보다 공사비 급등으로 '밑지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위례신사선이 대표적 사례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3호선)을 연결하는 총 길이 14.7㎞의 대형 공사다.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약 1조2500억원에 공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가가 급상승했고, 인건비 폭등·고금리 등으로 기존 공사비로는 도저히 남는 게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GS건설 측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GS건설 관계자는 “2020년 수주 이후 예상치 못한 대외환경 이슈로 급격히 오른 공사원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 인프라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고공행진하던 원자재가격이 최근 안정되긴 했지만 안전규제 및 품질 규제 강화로 공사비 부담은 여전하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 입찰 무산에는 공사비 급등 외에도 촉박한 공사기한과 엄격한 입찰 기준 등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초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가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공기를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공법 난이도가 높아 최소 10년은 필요한 공사로, 정부의 계획에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집단으로 외면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조기 완공의 명분이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음에도 이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방식을 산을 깎아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했는데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가 예상되는 난공사"라며 “공사 기간이 너무 짧은 반면 난도는 높아 이대로라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간 공동도급을 2개사로 제한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임에도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공공도급을 제한해 비용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이번 1차 입찰이 무산되며 전체 사업계획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기대를 모으던 국내의 대형 공공 국책사업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표류하고 있다"며 “공공 인프라 조성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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