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약 4년의 최고경영자(CEO) 임기와 35년간의 은행 경력을 마무리하고 24일 퇴임한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이라는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완전민영화, 사상 최대 실적 등 굴지의 성과들을 달성했다. 우리금융이 늦게 출범했음에도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타 지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건 손태승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오는 24일 퇴임식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같은 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손 회장을 두고 ‘은행원의 롤모델’이자 ‘해결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은 1987년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장을 거쳐 우리금융그룹 회장까지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최연소 전략기획부장,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을 거쳐 2017년 우리은행장에 선임됐다. 이 사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외환위기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우리은행 전신인 한빛은행이 탄생하고, 우리금융지주가 세워졌다가 해체되고 2019년 다시 재출범했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발탁됐으며, 2019년 1월 11일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임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우리금융 회장에만 집중했다. 우리금융은 2019년 재출범 당시 우리은행,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 자회사로 출범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현재 우리금융 자회사는 14개로 늘었다. 손 회장이 재출범 첫 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카드 지분 100%, 우리종합금융 지분 59.8%를 취득하고,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한 영향이다. 2020년 12월에는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지분 74%를 취득했고, 아주캐피탈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작년 1월에는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가 공식 출범했다.
손 회장은 재임 기간 증권사, 보험사 인수가 손 회장의 숙제로 꼽혔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우리금융 측은 "출범 직후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 문제로 대형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손 회장 지휘 아래 2021년 11월 내부등급법을 승인받기까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늘렸다"고 설명했다.특히 손 회장이 오랜 숙원 중 하나인 ‘완전민영화’를 이룬 것은 우리금융의 역사라는 호평이 나올 정도다. 예금보험공사는 2021년 12월 기존에 보유했던 우리금융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공적자금 총 8977억원을 회수했고, 작년 5월에 2.3%를 추가로 매각했다.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29%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원을 수혈 받은 지 23년 만에 예보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가능했던 비결로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경영을 꼽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자사주를 매입하며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손 회장은 현재 우리금융 자사주 11만8127주를 보유 중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자사주 규모와 횟수(19차례)는 단연 손 회장이 압도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이러한 책임경영은 우리금융지주 최대실적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의 작년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은 3조14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도 21% 증가한 수치다.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금융지주 자회사 현황.(자료=우리금융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