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또 늘었다. 그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도 반등하며 가계대출 확대를 부추겼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그동안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며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을 경계하던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책 엇박자에 시장에 혼선이 생긴다는 비판이 커진다. 금융당국의 대책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가계대출 관리에 비상등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하나은행은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82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0.5%(3조4526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5월 반등한 후 6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그간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대출 잔액은 107조9490억원으로 전월보다 0.6%(6081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2021년 12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1년11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가계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20조9861억원으로 전달 대비 0.6%(3조1273억원) 불었다. 주택담보대출도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가 가계대출 확대의 주범으로 보고 지난 8월 말부터 판매를 제한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접수한 차주들이 대출을 실행하기까지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달까지 시차를 두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하나은행이 아파트론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감면율을 축소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가계대출 금리를 높였다. 우리은행은 오는 3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추가 조정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증가가 결국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자 금융당국 정책으로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이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대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압박했다. 예대금리차 공시, 대환대출 플랫폼 등도 대출 금리 안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금리가 시장이 아닌 금융당국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이 커진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향한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은행권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은행 종노릇’ 발언에 이어 이날 ‘은행 독과점 시스템’도 비판하면서 은행의 영업 행태를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도록 하는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기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내 도입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인상을 예상해 변동금리 대출 상품 DSR을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dsk@ekn.kr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