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디지털 시대...금산분리 제도 손질 목소리 금융사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범위 개선 포지티브 추가 보완, 위험총량 규제 등 검토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상정 및 심의"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제도 가운데 금융사의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 개선한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금융사가 환경 변화에 맞춰 자회사 출자 등을 통해 생활서비스와 같은 비금융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규제혁신회의’ 제4차 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을 보고받고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제도 가운데 금융사의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 개선해 금융과 비금융 간에 융합을 촉진할 계획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안정, 이해상충 붕지,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위해 금융자본(금융회사)과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이 결합하는 것을 제한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금산분리 제도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안정 유지 등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금융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부터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할 방침이다. 우선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포지티브 방식)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있다. 해당 감독규정 개정, 유권 해석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새로운 업종 추가에는 규정 개정, 유권 해석 등의 별도 조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법령의 위임 범위 내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제2안으로는 상품 제조 및 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되, 위험총량 한도(자회사 출자한도 등)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식도 있다. 해당 방식은 새로운 업종이 출현하더라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고, 금융사가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방안의 경우 법률 개정이 필요해 제도 개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본업 관련성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관리 부담이 가중되거나 금융부문에 전이될 위험성도 있다. 금융사가 비금융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제2안에 따라, 부수업무는 제1안을 따르는 식으로 절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금융회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 이해상충 우려를 줄이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제3안의 경우 자회사 출자 관련 네거티브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비금융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 이해관계자 간 갈등 소지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는 금융사의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보고됐다. 업권에 따라 업무위탁 근거규정이 상이하고,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여부도 달리 적용되고 있어, 업무위탁 제도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위탁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고, 금융투자업자를 제외한 타 업권은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등 근거규정이 상이하다. 최근 정비된 자본시장법은 내부통제 등을 제외한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업무위탁규정은 원칙적으로 본질적 업무의 위탁을 금지하는 등 업무위탁 범위가 달라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제기됐다. 금융위는 "업무위탁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ㆍ일원화할지 여부, 업무위탁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수탁자에 대한 검사권한 신설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금융규제혁신회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핀테크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한 후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 심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무위탁 제도개선 역시 금융업권, 핀테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방안을 구체화해 내년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상정, 심의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이 금산분리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의 디지털화 촉진 및 금융업과 비금융업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조치로 금산분리 제도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측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규제혁신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