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차기 행장 인선을 두고 기업은행이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기업은행장 CEO 인선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현 정부의 사적인 인맥을 등에 업은 모피아, 관피아 출신이 선임될 것이라는 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출신, 친분에 맞는 인물이 기업은행장에 임명될 경우 기업은행의 현안, 과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국책은행의 경쟁력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장 사의 표명한 정은보...기업은행장 거론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군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관료 출신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정 전 원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정 전 원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무관치 않다. 정 전 원장은 작년 8월 취임해 3년의 임기 만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정 전 원장이 사의를 표명할 당시 윤 행장은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다.그러나 당시 윤 행장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의 반대 등을 고려해 국조실장 직을 고사하면서 윤 행장은 예정대로 내년 초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즉, 정 전 원장의 사의 표명, 윤 행장의 국조실장 내정 등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정 전 원장이 기업은행장 자리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61년생인 정 전 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재무부 시절 국제금융국을 거쳐 재정경제부 자유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정 전 원장이 거시경제,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이유를 들어 기업은행장에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내정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선대본부 후보정무실장을 지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전 원장이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물러났고,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이복현 원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되지 않았나"라며 "애초부터 정 전 원장이 금감원장에 물러나고 다른 자리를 약속받는 식으로 판이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낙하산 임명 재발방지 약속 지켜라"특히 기업은행 노조는 정부를 향해 낙하산 CEO가 아닌 기업은행의 역할,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CEO로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 투명성을 준수하겠다는 과거의 약속을 준수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은행법상 전체 여신의 70%를 중소기업 대출로 취급해야 한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노조 측은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경쟁하면서도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희망퇴직 제도 개선 등 기업은행에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은행, 정부 간에 역할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했다. 친정부 성향의 관료 출신 인물이 기업은행장에 임명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논리다.관료 출신 외에도 김성태 전무이사,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이사 등도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김 전무이사는 윤 행장에 이은 기업은행 2인자로,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최현숙 대표는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여성 행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최근 수협은행장에는 첫 여성 행장인 강신숙 수협은행장 부대표가 내정된 바 있다.ys106@ekn.krIBK기업은행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사진=금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