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탈환하며 증시 거래대금이 늘자, 자기자본 상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형사들의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비중이 작고, PF 부담에 따른 자본건정성 위기도 여전해 실적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일 약 8개월 만에 2500대에 진입한 이후 이날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원·달러 환율도 130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날로 커지고 있는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키우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달 7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시 상승세에 대형사 쾌재...‘개미 돌아온다’증시가 호조를 띠자 국내 증권사들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동학개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9034억원으로, 작년 1월(13조7531억원)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주변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역시 50조6018억원으로 작년 9월(50조8523억원) 이후 처음으로 50조원대를 달성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6941억원으로 작년 8월(19조3465억원) 이후 가장 높아, ‘빚투’ 투자자들도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자기자본 상위 대형 증권사의 올 1~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시 거래대금이 늘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에 시장금리도 하락해 운용손익 개선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082억원으로, 작년 하반기(약 23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증권업황 악화 요인 중 하나였던 PF 리스크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다. 작년에 비해 PF 연체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사들의 자기자본 규모에 비하면 1%도 미치지 못해 위기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기준 국내 33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연체 대출 규모가 0.63%로 집계됐다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1분기 실적은 거래대금 회복과 증시 반등, 시장금리 하락으로 기대치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는 ‘거래대금 증가’ 덕 못봐...PF 리스크도 지속반면 중소형 증권사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이 대형사 위주로 몰려있어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60개 증권사의 수탁 수수료 수익 총액(5조116억원) 중 자기자본 상위 10개 대형사가 약 70%(3조4716억원)을 차지했지만, 남은 50개 증권사의 비중은 30%(1조54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부동산 PF 리스크도 상존한다. 중소형사들은 낮은 자기자본으로 인해 중·후순위 채권, 브릿지 대출을 주로 취급했는데, 이것이 유동성 위기 이후 자산건정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중 약 60%가 브릿지론으로 밝혀졌다. 중소형사 중 상당수가 PF에 치우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소형사의 PF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고, 위탁매매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며 "설령 거래대금 개선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중소형사가 워낙 투자금융(IB) 비중이 높아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suc@ekn.kr1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0.11% 오른 2,550.64로 장을 마쳤다.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