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법인 메디프론디비티(이하 메디프론)가 유상증자와 함께 계열사를 동원하는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디프론의 유상증자에 모 상장법인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데다가 설립된 지 10일밖에 안 된 한 계열사가 메디프론의 주 사업 중 하나를 인수하는 딜까지 진행 중이다. 유동성 중 일부는 모그룹의 주요 자산을 인수하는데 사용한다. ◇메디프론, FSN 상대로 대구모 유증 진행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메디프론은 오는 4월 26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 207만주, 총 414만주 가량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유증 대상자는 FSN이라는 코스닥 상장법인이다. FSN은 유증에만 41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FNS은 추가로 468만주의 메디프론 구주도 인수한다. 메디프론의 최대주주(14.10%)인 티사이언티픽이 주식 일부를 FSN에 넘기는 것이다. 거래일은 오는 3월 28일이며 거래 가격은 약 147억원이다. 두차례의 유증과 한차례의 구주거래를 통해 FSN은 약 564억원을 들여 메디프론의 지분 49.49%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메디프론의 최대주주도 FSN으로 변경된다. ◇FSN 주주, 고평가 논란에도 인수나서 불만 하지만 이 거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메디프론의 시가총액은 750억원 수준이다. 지분을 75%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입해 그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의 지분을 얻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다고 해도 메디프론 자체가 매력적인 매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메디프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규모가 57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동안 단 한차례도 당기순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이익결손금 규모만 지난해 3분기 기준 708억원이 쌓였다. 최근 증시에서 '다시보기'가 진행 중인 저평가 종목도 아니다. 메디프론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3배 수준이며 EPS(주당순이익)와 PER(주가수익비율)은 마이너스다. FSN이 메디프론의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현재 메디프론의 최대주주인 티사이언티픽과의 관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FSN과 티사이언티픽은 지난 1월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한다며 각자 발행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상호투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FSN의 주주들로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FSN마저도 그리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FSN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규모는 386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손실이 누적된 이익결손금 규모는 254억원이다. 등장하는 회사의 사업적인 결합도 시너지를 내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메디프론은 바이오신약과 IT, HMR 등을 영위하며, FSN은 광고회사다. 티사이언티픽은 모바일쿠폰과 정보보호 등의 사업을 하는 곳이다. ◇메디프론, HMR 사업부는 신생법인에 매각 추가로 메디프론은 관계사인 이엔푸드에 HMR(가정대용식)사업을 양도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공시에 따르면 메디프론은 영위 중인 HMR사업 일체를 계열사인 이엔푸드에 총 60억원을 받고 양도한다. 메디프론은 지난 2020년 떡볶이 업체 에스제이코레를 인수해 HMR 사업을 영위 중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MR 사업은 메디프론의 매출에서 약 18%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양수한다는 이엔푸드는 지난 5일 설립한 신생법인이다. 대표는 오태석 메디프론 대표가 겸직 중이다. 설립 당시 메디프론의 출자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오 대표가 따로 마련한 자금으로 설립된 것으로 분석된다. 설립 당시 자본금 60억원으로 이번 메디프론의 HMR 사업 양수에 모두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메디프론의 HMR 사업부는 지난 2022년 총 95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7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메디프론은 보유 중인 '케펠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 수익증권(리츠)을 코스닥 상장법인 아이즈비전에 양도한다. 양도금액은 110억원이다. 지난 16일 계약해 오는 3월 28일 잔급납입을 통해 딜을 종료할 예정이다. 해당 리츠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투데이빌딩을 운용 중인 펀드다. 이번 딜에 등장하는 메디프론과 아이즈비전, 티사이언티픽은 모두 이투데이그룹 소속이다. 한편 메디프론은 이번 증자와 사업부, 자산 양도 등으로 약 624억원을 조달한다. 메디프론은 증자 이유에 대해 타법인 증권 취득이 자금사용목적이라고 적었지만, 대상 법인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