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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덮친 해킹 공포…“보안체계, 투자·거버넌스로 가야” [이슈+]

롯데카드 해킹으로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징벌적 과징금 등 강제적 조치를 통해 금융사들이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보안 체계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문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며, 관치적 접근을 벗어나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금융보안원 등에 따르면 국내 금융·보험업종의 IT 예산 대비 보안 투자 비율은 9.6% 수준으로, 국내 기업 평균(6.4%) 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 평균과 비교하면 3%포인트(p) 이상 낮다. 금융사들이 수익 창출에 몰두하면서 고객 보호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객정보를 취급하는 업권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지만,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도 꾸준히 해킹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와의 합동 브리핑에서 “성공 사례를 해커들끼리 공유를 한다든지 교묘하게 진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디지털화가 촉진되고 망분리를 비롯한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취약점이 늘어났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2014년 카드사 해킹 이후 국내 금융권이 사고를 막아왔던 기록을 다시 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권한을 강화하고 관련 조직 확대·인력 충원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보안에 투자한 기업들에게 △세제 지원 △과징금 경감 △감독 완화를 비롯한 '당근'을 제시해 밸류업 기조에 사이버 보안 역량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징벌적 과징금을 비롯한 '엄중제재'에 초점을 두면 신사업 투자 위축, 고객 서비스 품질 하락을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과징금을 물고 나면 '외양간'을 튼튼히 만들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있는 점도 언급된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상황이다. 가맹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축소되고 대손 비용 부담 등도 커진 탓이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실적 저하의 결과다. 보험사는 투자수익이 힘을 내고 있으나, 보험수익 감소 등 본업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정보보호 관련 예산을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투자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뒷받침 등 이해관계자들의 지원사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염흥열 한국개인정보보호책임자협의회 회장(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은 “현재의 공격 수준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수준이 부족하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지속적인 취약성 관리로, 보호대책을 수립·운영·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언급한 신고 유인책에 대해서는 신고 절차 간소화, 익명 보장(경미한 사고시), 해킹사고 원인조사 지원을 비롯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염 회장은 “법이 정하는 기간 내에 신고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있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헌영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금융권의 경우 과거 다양한 공격에 고생한 적이 있고, 그런 경험을 통해 정보보호 거버넌스와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면서도 “정보보안 강화를 위한 조직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등 전략경영의 핵심 분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사이버 보안을 기술의 영역에 두고 관련 전문가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성공적일 수 없다"며 “국가 존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정부부처와 현장 및 개별 국민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행동요령을 갖출 정도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한다"고 촉구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크레딧첵] CJ, 올리브영 급성장 속 지속되는 재무적 ‘외줄타기’

CJ그룹이 2019년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수익성 강화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차입 부담과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건전성 확보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경영권 승계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을 비롯한 신유통 부문의 견조한 성장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지만, CGV·프레시웨이 등 일부 계열사 부진이 그룹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2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CJ그룹의 2020~2024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CAGR)은 7.9%다. 이는 2016~2020년 영업이익 CAGR 2.6% 대비 5.3%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4년 동안 사실상 정체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이 2020년 이후 뚜렷한 성장세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계열사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993억원으로 2020년 1001억원 대비 6배 가까이 상승했다. 해외 방문객 수 증가와 '오늘드림' 서비스 호조 등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실적 성장이 이어진 영향이다. 설립 4년 만에 그룹의 '효자 계열사'가 된 셈이다. 올리브영은 2019년 11월 1일,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헬스앤뷰티(H&B)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며 설립됐다. CJ그룹은 최근 재무적 숨고르기 국면에서 내실화와 승계 구도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CJ ENM은 지난해 7월 넷마블 소유 지분의 일부인 5%를 2500억원에 처분했고, CJ제일제당은 2023년 7월 중국 자회사 지상쥐를 3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CJ ENM은 올해도 360억원 규모의 비유동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6년 만에 CJ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경영권 승계 준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승계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나 CJ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집중적으로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리브영의 초고속 성장이 CJ그룹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비상장사이면서 성장성이 압도적이다 보니 승계 과정에서 지분가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현재 올리브영 지분 11.04%, CJ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 그러나 재무지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2019년 말 CJ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글로벌 1등을 지향한 공격적인 투자로 재무부담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2010년대 말 '월드 베스트 CJ 2030'을 선포하며 “2030년까지 최소 3개 이상 사업에서 글로벌 1등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 사업군의 세계 최고를 지향하되, 우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투자가 확장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 2018년 CJ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10조4000억원으로 2015년 6조8000억원 대비 급격히 늘었다. 이에 CJ그룹은 재무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재무구조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했다. CJ헬스케어·CJ푸드빌·CJ헬로비전 등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유휴자산 처분 및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전방위적 긴축 경영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그룹의 재무적 부담은 현재도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CJ그룹의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40.4%에서 2024년 39.3%로 큰 폭의 개선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총자산 대비 빌린 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업황 악화 시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CJ는 대기업으로서 회사채가 우량등급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AA-로 우량등급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2016년 이후 약 10년 가까이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평사 입장에서는 CJ를 개선 흐름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현 수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일부 계열사는 확실한 수익성 개선까지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CJ CGV와 프레시웨이는 그룹 재무체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지난 4년간의 적자행진 뚫고 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다시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티빙·CGV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CJ CGV 영화부문의 매출 성장률은 앞으로도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은 어려운데 재무안전성도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CGV의 지난해 말 차입금의존도는 49.7%를 기록했다. 총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 차입·사채 등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됐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도 593%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 지주사 CGI홀딩스 매각 관련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CGI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상하이·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의 사업을 총괄한다. CGV는 2019년 CGI홀딩스를 설립하면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미래에셋PE에 지분 28.58%를 매각했는데, 당시 2023년 6월까지 기업가치 2조원 이상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패했고,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는 CGI홀딩스에 대한 강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실제 매각 시 CGV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 신용등급 추가 하향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기평은 “향후 국내외 영화관 사업의 업황 회복 수준 및 영업실적 추이, CGI홀딩스에 대한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회수 전략 등을 모니터링해 등급적정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수익성과 재무안전성 지표 모두 나빠졌다. 프레시웨이는 2020년 이전까지 4%내외 영업이익률 냈다. 프레시웨이는 2020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최악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19%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시 업계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식재 배달수요 확대, 단체급식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영업실적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은 오히려 2020년 보다 후퇴했다. 실제 프레시웨이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6%, 2023년 3.2%, 2024년 2.9%로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2.5%였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276.6%로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경쟁사인 아워홈 88.6%, 신세계푸드 184.1% 대비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J프레시웨이 등급변동 검토 요인에 대해 “총차입금/EBITDA는 상향조정 검토요인 지표를 충족했으나, EBIT/매출액 지표는 상향조정 검토요인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시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 지표 충족 가능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알테오젠, FDA 품목 허가 획득 소식에 7%대 강세

알테오젠 주가가 22일 장 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시 1분 기준 알테오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9%(3만3500원) 오른 50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알테오젠은 자사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적용된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피하주사(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가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고 전날 밝혔다. 키트루다 SC는 30분의 투약 시간이 필요한 정맥주사제형(IV)보다 빠르게 투약할 수 있다. 3주에 한 번 1분이 소요되는 피하주사나 6주에 한 번 2분이 걸리는 피하주사 두 가지 투약 옵션으로 제공된다. 시장에서는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가 활성화되면 알테오젠은 연간 1조원 이상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LG이노텍, 5년 만의 영업익 성장 기대…↑

LG이노텍 주가가 22일 장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 현재 LG이노텍은 전 거래일 대비 8.73% 뛴 19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iM증권은 이날 LG이노텍에 대해 내년 영업이익이 5년 만에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목표주가를 기존 22만5000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iM증권은 LG이노텍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전년 대비 6.5%, 6.4%씩 높여 잡은 5610억원, 6980억원으로 전망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지니언스, KT 해킹·개인정보 유출 확산에 장 초반 급등

지니언스가 KT 해킹 및 무단 소액결제 피해 확산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6분 기준 코스닥시장에서 지니언스는 전 거래일보다 2450원(9.39%) 오른 2만8550원에 거래 중이다. 최근 KT에서 발생한 해킹으로 가입자식별번호(IMSI), 기기식별번호(IMEI), 휴대전화번호 등이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고, 무단 소액결제 피해 지역도 서울 서초·동작,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등으로 확산됐다. 피해 건수도 집계 초기 527건에서 764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롯데카드에서도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금융·통신 전반의 보안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28만 명의 경우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일부, CVC번호까지 함께 유출돼 부정 사용 우려가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연이은 해킹 사고로 보안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니언스를 비롯한 보안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지니언스가 하반기 조기 대선에 따른 매출 인식과 맞물려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보안 투자 확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홈플러스 이어 롯데카드도…FI MBK, 손만 대면 구설수

롯데카드가 297만 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역대급' 해킹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의 근본적 배경으로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FI(재무적 투자자) 경영방식이 지목되고 있다. 기업 인수 후 수익 극대화 등에 매진해 롯데카드 보안 투자를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지난 3월 발발한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MBK의 기업 관리 능력과 방식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어떻게 됐든 '수익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경영 방향에 대해 정관계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번 롯데카드 해킹은 정보 유출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유출된 데이터 규모는 297만 명의 정보 약 200GB다. 그중 28만 명은 카드번호·비밀번호 2자리·CVC번호까지 노출됐다. 온라인 결제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대규모 부정 사용 위험으로 볼 수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 무형자산은 2019년 MBK가 인수한 당시 2,17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05억 원으로 줄었다. 무형자산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산을 분류한 계정으로 주로 상표권과 특허권, IT 투자 등을 포함한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한카드가 400억 원, 현대카드가 250억 원, 국민카드가 400억 원의 무형자산을 늘린 것과 대비된다.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투자가 일관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19년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를 약 1조 3,8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투자가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뒤 2021년 137억 원의 보안 관련 투자를 집행했다. 이듬해엔 관련 투자가 88억 원으로 약 35% 급감했다. 지난해는 116억 9,000만 원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21년과 비교하면 14.7% 감소한 수준이다. IT 예산 대비 보안 투자 비중도 롯데카드는 2021년 12%에서 2022년 10%, 2023년 8%로 줄었다. 2023년 기준 신한카드 9.3%, KB국민카드 9.2%, 삼성카드 8.7%인 것과 비교하면 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다. 줄어든 보안 투자 비중은 MBK에 인수된 이후 롯데카드가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MBK 측은 “2020년 이후 5년간 1,500억 원가량의 IT 투자가 집행됐는데, 이 중 절반이 보안 투자 관련"이라며 “기업가치를 높여서 투자해야 하는 사모펀드(PEF)가 카드사 보안 관련 투자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국은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롯데카드) 조사 결과에 따라 위규사항 확인 시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정 제재를 취할 방침"이라며 “금융권 해킹 등 침해사고에 대해 매우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드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롯데카드의 해킹 사고 등이) 단기 실적에 치중해 장기 투자에 소홀한 결과는 아닌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MBK의 롯데카드 경영도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 MBK파트너스에서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이진하 MBK파트너스 부사장이 2019년 10월 기타비상무이사로 롯데카드 이사회에 진입한 뒤 6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이미 홈플러스 단기채 발행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인 만큼 이번 롯데카드 사태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3조 원에 롯데카드를 시장에 내놨다가 실패했고, 지난 5월 희망 가격을 낮췄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롯데카드 매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보호 예산의 상대적 비중의 감소는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라며 “사모펀드 인수 이후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앞서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의 원인이 MBK라는 기사감도 작용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비공개 면담을 통해 김병주 회장을 압박해 15개의 홈플러스 점포 폐쇄를 일단 중단시켰지만, 사안은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깁병주 회장과의 비공개 면담에 동석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관련) 현재 매수 협상을 하고 있고, 11월 10일 전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라며"(홈플러스가) 매수되면 그 매수인이 폐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건부 약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웡은 “(김 회장은) 현재 재무적인 어려움이 있어 몇 가지 조건이 이야기돼야 폐점을 안 할 수 있다고 한다"라며 “기업에서 물품 공급을 제대로 안 해주고 있는 문제의 해결이 조건 중 하나인데, 산자부 등 정부가 중재해 협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공개 면담의 일부 내용을 밝혔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대금을 떼일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물품 공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를 사실상 강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MBK가 충분한 사재출연 등 희생과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데 책임을 회피할 퇴로만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에 고용유지와 폐점 등 홈플러스 매각을 둘러싼 여러 조건을 놓고 제대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MBK가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역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MBK는 지난해 9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래 1년 넘게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익을 우선하는 FI가 일반 소비재와 다른 기간산업 경영에 관여하게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주요 산업 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상당수의 전략 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케이뱅크, 몸값 낮춰 흥행 노릴까…‘마지막 IPO’ 분수령

최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케이뱅크의 세 번째 기업공개(IPO)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앞서 케이뱅크는 최대 5조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가 고평가 논란을 겪었던 만큼, 이번에는 몸값을 조정해 흥행 안정성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3월 이사회 결의 후 세 번째 IPO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으며, 심사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내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영업일 이내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자료 보완 등에 따라 2~3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올해는 추석 연휴도 길어 실제 결과 통지 시점이 달력상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비심사 이후에도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청약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케이뱅크가 이를 감안해 청구 시기를 조율할 것이란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내년 7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2021년 유상증자 당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7250억원을 유치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하지 못하면 FI가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드래그얼롱은 대주주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소수주주인 FI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케이뱅크가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면 FI도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또 FI가 보유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대주주나 회사 측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BC카드의 부담이 커진다. 앞서 두 번의 IPO가 무산되며 FI와의 약속 기한이 1년이 채 남지 않아 시장에서는 이번이 케이뱅크의 마지막 IPO 시도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2년 IPO를 처음 추진하다 증시 침체 등에 상장을 철회했고, 지난해는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또다시 연기했다. 이번에 주식시장 환경은 달라졌다. 코스피 5000을 내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에 은행주도 관심을 받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9일 3445.24로 새 정부 출범 전인 6월 2일(2698.97) 대비 27.7% 상승했다. KRX은행 지수 또한 같은 기간 989.13에서 1243.52로 25.7% 올랐다. 다만 피어그룹(비교기업군)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은 변수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19일 2만4050원으로 같은 기간 3.5% 상승에 그쳤는데, 오너 리스크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IPO 흥행 관건은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IPO 추진 당시 공모 주식 수 8200만주(구주매출 50%), 희망 공모가 9500원~1만2000원을 제시했다. 현재 발행 주식 수가 3억7569만주인 것을 감안하면 IPO 후 시가총액은 4조~5조원 정도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밴드 하단 또는 이하의 금액을 써내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이보다 낮게 평가했다. FI는 최소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요구하고 있어 케이뱅크와 막판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희망 공모가를 줄여 몸값을 크게 낮추기 보다는 공모 주식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4조원대의 기업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신주와 구주를 각각 2000만주로 절반 가량 축소하고 희망 공모가를 유지한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3조7700억~4조7500억원 수준으로 형성된다. 희망 공모가를 낮추면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하지만, 공모 주식 수를 줄이면 시가총액은 소폭 줄면서도 공급 부담을 낮춰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 실적 면에서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2분기에 6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썼다. 최근에는 가계대출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강화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월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점은 부담이지만, 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IPO 여건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높은 가계대출 의존도 등 한계에서 벗어나 인터넷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IPO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우리금융지주, 소비자보호임원 임기 2년 보장...불완전판매 뿌리 뽑는다

우리금융지주가 소비자보호임원에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2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18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임종룡 회장 주재로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는 지주 및 자회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 12명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다. 이번 회의는 임종룡 회장이 직접 주재하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4대 핵심과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구축했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이행을 위해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 임면 시 이사회 결의를 필수로 하고, 임기는 최소한 2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CCO에게 KPI 설계 등 소비자보호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배타적 사전합의권을 보장한다. 소비자보호부서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해 적정인력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임종룡 회장은 “각 자회사의 CEO와 CCO가 모범관행 이행을 직접 챙겨 신속히 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우리금융은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인적·물적 역량도 강화한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한다. 신설될 부서는 △금융사기 관련 기획과 정책 △금융사기 사전예방 및 대응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 3개팀, 21명으로 꾸려진다. 해당 부서는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과 AI 활용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를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오픈뱅킹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금이체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오픈뱅킹 안심차단서비스를 구축하는 한편, 임직원 대상 금융범죄 예방교육도 강화한다. 우리금융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도 근절한다. 직원들이 단기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회사의 성과보상체계를 재설계하고, 영업현장을 면밀히 점검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프로세스에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는지 살핀다. 보험 상품의 경우 브리핑영업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고, 보험 상품 판매위탁 프로세스를 재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보험업이 금융 민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는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의 상품설계, 판매, 사후관리 등 전 과정을 소비자 입장에서 재점검하고 신속히 개선하기로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우리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우선 가치"라며, “단순한 내부통제를 넘어 그룹의 궁극적인 경영 방향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회장은 회의가 끝난 후 전 그룹사 임직원에게 CEO레터를 발송했다. 임 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의 신속한 이행 △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보험 상품 불완전판매 및 불건전영업행위 예방 등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금융조직 개편안 줄다리기 속 롯데카드 사고까지…긴장감 높아진 정부

금융조직 개편안이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입법·추진이 지연되는 가운데,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회의론과,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될 경우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 측 힘이 실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이 지적됐다. 보고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경부의 정책조정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금융위원회가 지녔던 국내 금융정책 기능도 재경부로 이관하고 국내 금융감독 정책 기능만을 남겨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부분 역시 기재부의 기능 분산에 역행하며 2008년 이전의 재경부·금감위 체재로 돌아가는 것이란 비판이다. 이런 반대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지난 18일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통과된 개정안은 오는 22일 행안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23∼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후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방침이다. 다만 기재위·정무위에서 한 번 더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상 관문이 남아있다. 기재위에선 기재부 권한 강화를 두고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와 관료들 사이에서 '관치금융 강화' 우려가 많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위상 조정이 핵심 논의 사항인 정무위에선 금감원 노조 반발과 소비자단체·학계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무위의 경우 금융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집중적으로 반영되는 곳이기에 야당이 끝까지 버틸 경우 교착 가능성이 커진다. 야당 반발이 집중되는 정무위에서 소비자보호 논란을 걸고 넘어지면 정치적 부담을 여당에 전가하는 전략 등 처리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 롯데카드의 온라인 결제 서버(WAS)가 해킹당하면서 200GB 규모의 데이터, 296만9000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야권에선 현재 체제에서도 보안·감시 체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이 기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개편안의 명분인 금융소비자 보호나 금융정책 독립성 강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도 SGI서울보증 해킹 공격으로 전산마비가 일어난 바 있고, 지난달 웰컴금융그룹도 랜섬웨어 피해를 입었다. 올해에만 법인보험대리점(GA) 개인정보 유출, KB라이프 서버 해킹 등 잇따른 소비자 불편과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조직개편안 토론회에서도 개편으로 인해 금융감독 기능의 분산 시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기관별, 부서별로 정보 흐름이 차단되고 검사·제재권이 약해져 악성 금융사고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롯데카드 사고처럼 실질적인 사고 대응 역량과 책임 소재가 흐려질 경우 여론의 불신과 정부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금융권 해킹 사태로 인해 개편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부정적 여론이 커질수록 정부의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과 다르게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소관 법안은 여야 합의 없이는 통과가 어려운데, 법안 처리가 길어지는 동안 금융기관 혼란과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다수결로 강행 처리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개편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여론전이 커질 경우 밀어붙이는 여당과 정부 측의 부담이 되는건 확실하다"며 “특히 향후 금융정책에 대한 위상과 소비자 보호가 연결된 사안이기에 여론의 반발을 무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 반대와 내부 저항, 국민적 불신이 장기화될 경우 개편안 국회 통과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소관 부처 세부 법안 통과 지연으로 인해 조직 내 혼란이 짙어짐으로써 부정적 여론의 재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관계자는 “야당·금감원·소비자단체 연합 행동이 본격화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부와 금융감독체계의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생산적 금융’ 가속페달…은행·보험 자금 흐름 바뀐다

금융당국이 금융자원을 벤처기업 등 실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분야에 집중 투입하는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고자 은행·보험업권의 자본규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은행권의 경우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250%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한다. 보험업은 자산 투자시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위험액 등과 관련해 보수적인 위험 측정방식을 합리화한다. 이에 시중은행은 정부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생산적 금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주택담보대출 및 주식·펀드 위험가중치(RW) 관련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은 주택, 부동산으로의 자금쏠림 완화를 위해 내부등급법상 주담대 RW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맞춰 비상장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RW 250%를 적용하고, 단기매매 목적으로 투자된 비상장 주식 또는 벤처캐피탈 주식에 한해 RW 400%를 적용한다. 단기 매매 목적 여부 기준은 유럽연합(EU) 사례 등을 고려해 3년 미만 보유 예정인 비상장 주식에 대해 적용한다. 보험업권의 경우 자산 투자시 K-ICS 비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위험액 등과 관련해 현 제도상 보수적인 위험 측정방식을 합리화한다. 금융위는 생산적 분야가 보험사의 장기 안정적 투자처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자산-부채 현금흐름 매칭 조정 지원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가 은행·보험 자본규제 손질에 착수한 배경에는 그간 부동산, 수도권, 예금·대출에 대한 금융 쏠림이 심화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은 미흡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64%가 부동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52.9%)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부동산 부문에 공급된 금융권 자금은 약 4137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015년 말 111%에서 작년 말 162%로 1.5배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관련 규제를 개선해 업권별 특성을 살린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확립할 방침이다. 은행과 보험사가 생산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도록 규제를 합리화하는 한편, 금융사가 과도하게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도록 검사·감독 및 면책과 핵심성과지표(KPI)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그간 금융당국에 꾸준히 규제 개선을 건의했던 금융권에서도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권은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벤처·혁신·스타트업 등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우리은행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공급망, 결제망, 금융지원 등 핵심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공급망 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해당 플랫폼을 통해 구매 요청부터 견적·입찰, 단가계약, 발주, 검수 등 표준 구매 프로세스 전체 기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하고, 금리혜택 등을 통해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한다.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23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총 3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가동해 미국 관세 피해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 안정화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맞춤형 특화상품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등을 우대해 지원한다. 3분기 중에는 혁신 프리미어 1000으로 선정된 기업을 대출 대상에 추가하고, 해당 기업에 0.5%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일시적으로 자금마련이 필요하거나 자금운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5조125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가동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새어나온다. 은행권 내부적으로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더 하기에는 RWA와 같은 규제가 걸리기 때문에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협회 차원에서 당국과 긴밀히 논의한다면 생산적 금융으로의 방향성도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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