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에 발맞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의 정책금리 인상 폭이 선진국 중 가장 작은 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이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23일까지 주요 선진국(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의 정책금리 인상 현황을 집계한 데 따르면 연준은 지난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6월 FOMC 이후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3.75∼4.00%로 높아졌다. 미국에 발맞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9월과 10월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각각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정책금리가 0.50%에서 2.00%로 15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0bp 인상한 데 이어 11월 회의에서는 75bp로 인상 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정책금리는 1.75%에서 2.25%로, 다시 3.00%까지 상승했다.캐나다(2.50→3.75%)와 이스라엘(2.00→3.25%), 뉴질랜드(3.00→4.25%) 등도 이 기간 정책금리가 125bp 상승했다.호주(1.85→2.85%)와 스웨덴(0.75→1.75%)은 100bp, 노르웨이(1.75→2.50%)와 스위스(-0.25→0.50%) 등은 정책금리가 75bp 올랐다.반면 한국의 정책금리는 같은 기간 한 차례의 빅 스텝(10월)으로 2.50%에서 3.00%로 50bp 상승했다.조사 기간 직후인 11월 24일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실시한 점을 고려해도 인상 폭이 75bp로 다른 주요국에 비해 작은 수준이다.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은행이 9월과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단기정책금리(-0.1%)와 10년물 국채금리 목표(0.0%)를 동결하고, 장단기 정책금리를 당분간 현재 또는 더 낮은 수준에서 운용할 것이라는 종전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유지했다.체코 역시 7.00%인 정책금리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이 기간 선진국 중 금리를 인하한 곳은 없었다.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9월 이후 주요국에서는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대응해 대체로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을 지속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그동안의 금리 인상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리 인상 폭을 축소하거나 동결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대다수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인상 속도와 금리 동결 여부 등은 각국의 경기와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흐름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한국이 다른 주요국보다 이른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 점이 최근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금리 인상 폭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 주요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았다.이 총재는 지난 10월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한 강연에서 물가 상승률이 2% 중반으로 높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초저금리 환경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다른 중앙은행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기에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