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박수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한국 조선업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정부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상징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다.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란 암초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회복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등 시세도 하루 만에 급락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오션 등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반격 조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 법인이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하거나 협력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 업체는 한화쉬핑과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이다.
이중 한화필리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인수한 첫 현지 조선소로, 미국과 한국 간 조선 협력의 상징같이 여겨지는 곳이다.
중국의 제재는 미국이 이날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부과한 입항 수수료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미국은 이 정책에 따라 이날부터 중국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 제재에 직격탄을 맞은 한화오션은 이날 5.76% 급락했다. HD현대중공업(-4.06%), 삼성중공업(-4.72%), HD현대마린솔루션(-2.92%) 등 기타 조선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무역 갈등도 점점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 정책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날부터 미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미중 갈등 격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후 직전 장중 사상 최고치(10월 10일·3617.86)를 갈아치웠지만 전장 대비 0.63% 내린 3561.81로 하락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5.2원 오른 1431.0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는 지난달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발표되자 S&P500 지수와 나스닥 100 선물이 각각 0.7%, 0.9%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MSCI AC 아시아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8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등에 나섰던 가상자산 가격도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48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88% 급락한 11만1980달러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전날까지만 해도 11만6000달러선 돌파를 넘봤으나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의 경우 4.37% 급락한 3989달러를 보이면서 4000달러선이 다시 무너졌다. 바이낸스(-12.16%), 리플(-6.26%), 솔라나(-1.11%), 도지코인(-5.54%), 트론(-3.43%), 카르다노(-5.84%)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급락세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등의 하락을 계기로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투자노트를 통해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새로운 신중함, 선택적 위험 감수, 현물 및 파생상품 시장 모두에서 보다 신중한 신뢰 회복으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불안에 떨던 투자자들이 지난 13일 미국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에서 7억5600만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