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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둥’ 韓기업 실적 쇼크···복합위기 찬바람에 ‘꽁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0 15:23

반도체·전기전자·석유화학·철강 등 이익 급감

車·배터리 등만 선전



항공·여행 업계도 울상

"경상수지 등 경기지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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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SK실트론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반도체,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대부분 ‘실적 쇼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요동치며 수익성 관련 ‘복합위기’가 닥친 가운데 경기 침체로 수요까지 줄면서다.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수출 품목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돼 각종 경기지표도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작년 4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떨어진 4조3000억원이다. 이 회사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8년만이다. 수요가 탄탄하지 않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가전 등 판매 성과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보다 91.2% 급감한 수치다. 매출은 분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지만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이 상승한 탓에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기업들 분위기도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회사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가 마지막이다.

철강 역시 경기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줄어 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같은 시기 90% 이상 이익이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화물연대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마땅한 반전 포인트를 찾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석유화학 업계는 아직 제대로 된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에틸렌 마진이 급락한 상태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작년 4분기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 수혜를 봤던 정유사들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성과급 파티를 벌일 정도로 상황이 좋았지만 정제마진이 확 떨어지며 4분기에는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1000억원대, 에쓰-오일(S-OIL)은 800억원대 손실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비싸게 사들였던 원유의 재고평가 손실이 주 원인이다.

이밖에 코로나19 터널을 뚫고 재도약을 준비 중인 항공·여행 업계는 중국 노선 등이 예상보다 늦게 열리고 있어 고민이 깊다. 조선사들은 수요가 있어도 인력 수급난 등 외부 변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순항하던 해운 업계는 우호적인 환경이 끝나가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자동차와 배터리 정도가 호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산업군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가 있는 상장 기업 202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7조5267억원으로 6개월 전(50조6071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전쟁, 주요국 긴축, 환율 급등 같은 외부 요인 ‘찬바람’이 불며 우리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불확실성들이 대부분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주요국의 급격한 긴축으로 경기침체까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어려워지자 각종 경기지표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8월 이후 3개월만이다. 반도체와 화공품 등 수출이 빠지며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 역시 한 달 만에 다시 손신을 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대비 3.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화약세, 수입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고금리, 경기침체 등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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