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중국산 전기차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국산 브랜드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아직 LFP 전지를 양산하지 않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35.2kWh LFP 배터리를 장착한 ‘더 뉴 기아 레이 EV’를 다음달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시내 주행에 특화된 제품으로 개발해 완충 시 205km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2775만원부터 시작한다. 기아는 이 차의 주행거리가 짧은 대신 충전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 EV는 150kW급 급속 기준 40분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7kW급 완속 충전기로는 6시간 만에 10%에서 100%까지 채울 수 있다.기아 관계자는 "레이 EV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기반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도심 엔트리 전기차"라며 "전동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KG 모빌리티는 LFP 배터리를 품은 토레스 EVX를 다음달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이 차는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완충 시 42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KG 모빌리티 측은 LFP 배터리를 장착한 덕분에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도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LFP 전지는 삼원계 대비 화재 가능성 등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가격은 4850만~52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보조금 수령 시 3000만원대에 중형 SUV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산차 브랜드들이 중국산 LFP 전지 사용을 앞으로 더 늘릴 수 있다고 본다. 테슬라가 국내에 들여오는 모델 Y LFP 제품이 사전계약 시기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향후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높이며 전기차 가격 경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은 적은 있지만 저가형인 LFP 전지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G 모빌리티의 경우 중국 BYD와 손잡고 국내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LFP는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삼원계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성능이 떨어진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제대로 양산체제를 갖추지는 못했다. LG엔솔은 이르면 올해부터 LFP 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한다. 삼성SDI도 공장 내 LFP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SK온은 올해 초 열린 ‘인터배터리’ 박람회에서 성능을 개선한 LFP 시제품을 공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을 앞세워 전세계 전기차 시장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 브랜드와 배터리 업체들도 이 같은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대비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yes@ekn.kr더 기아 레이 EV. 기아는 이 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했다.KG 모빌리티 토레스EVX. KG 모빌리티는 이 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