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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유·가스·광물 통합해 항공모함급 자원기관 만들자…그것만이 한국이 살 길”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다. 제조업은 에너지와 광물 등 자원 수급이 필수다. 이 때문에 석유, 가스, 광물 자원을 확보 및 공급하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3개 기관 모두 심각한 재무 악화에 빠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3개 기관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정부가 수조원을 추가 출자해야 하지만 정부도 재정이 넉넉치 못해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자원수급은 극악의 난이도로 치닫고 있다. 지정학 갈등이 늘어나고, 자원무기화까지 등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 자원확보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자원 공공기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개 기관을 아예 통합시켜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대형화를 통해 해외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자원 확보력을 크게 높인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국내 자원개발 업계에서 40년 이상 활약해 온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석유, 가스, 광물자원 공공기관 통합안'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석유, 가스, 광물을 담당하는 3개 자원개발 공공기관들이 모두 심각한 재무 악화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국가 자원 확보 역할을 못 하고 있을 뿐더러 일부는 존폐기로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개별로 있으면 돛단배밖에 안된다. 이제는 뭉쳐서 항공모함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재무 문제도 해결하고, 글로벌 협상력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2024년 말 기준 석유자원 확보를 맡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1조3216억원 자본잠식 상태, 광물자원 확보를 맡고 있는 한국광해광업공단도 3조7630억원 자본잠식 상태이다. 천연가스자원 확보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총부채 46조8433억원으로 부채율이 432.7%에 이르고 있다. 3대 자원개발 기관이 모두 심각한 재무 상태에 놓이다 보니 자원확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광물 자주개발률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우리와 환경이 거의 같은 일본은 40%를 넘어 50%를 향해 가고 있다. 일본도 한때는 우리처럼 자원확보에 실패하고 공기업도 심각한 부실 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단 하나의 성공적인 정책이 이를 완전히 뒤바꿔 놨다. 바로 2004년 석유, 가스, 광물 기관을 모두 합친 '일본석유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 일명 조그멕(JOGMEC)을 신설한 것이다. 조그멕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행정법인이란 점이다. 즉,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있어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 판단 아래 이를 수행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조그멕은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을 거의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운영함으로써 꾸준히 자원확보를 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사장부터 사외이사까지 모든 경영진을 최고 전문가로 구성해 최고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고, 한국 자원개발 기관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희토류 분쟁으로 다시 한번 조그멕의 진가가 발휘됐다. 일본은 이미 2010년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희토류의 무서움을 알고 조그멕을 통해 조용히 확보에 나섰다. 강 교수에 따르면 조그멕은 2011년 6월 민간기업 소지쯔와 함께 호주법인 JARE를 설립해 호주 마운틴웰드 희토류 광산 개발사인 라이너스 지분 10%를 취득했다. 당시 투자액 2억5000만달러는 2023년말 기준 7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을 갖고 있는 미국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 인도 오릿사주의 희토류 산화물 제조공장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비해 현재 한국이 확보한 해외 희토류 광산 지분은 제로이다. 강 교수는 단순히 3개 기관을 통합만 할 게 아니라, 정부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면적인 체질 개선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경제 규모에 맞는 글로벌 에너지 광물자원 공기업인 한국에너지광물공사 설립을 제한한다"며 “통합기관이 새 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부채를 인수해 소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막혔던 자원개발 기능을 되살려 유가스전 개발 및 생산에 관한 기술개발, 극한지 및 심해저 등 프론티어 지역의 공동 탐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정부 부담 줄이기 위해 광해광업공단 보유 약 1조원 규모의 강원랜드 지분 매각 △폐광산 복구 위한 광해사업 지자체 및 민간에 이관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사업 위주로 개편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과 공조해 종합적 민간기업 금융지원 체제 구축 △민간 프로젝트 정부 출자 및 채무 보증 시행 등의 사업구조 개편 △민간기업과 적극적인 SPC 설립으로 건전한 수익 확보 등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인재 등용이 중요하다고 강 교수는 강조한다. 그는 “일부 자원기관 비상임이사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 지자체 정치인 등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을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다"고 지적하며 “세계적으로 심각한 에너지 및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선 전문가 중심의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방법은 정부에서 시행한 국민추천제를 통해 능력위주의 인재풀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도 전문가 중심으로 재임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북한과 광물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고품위 희토류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지난 2011년 11월 30일 남측의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측의 명지총회사가 체결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를 공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당시에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며, 합의서에도 공사를 대표해 직접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북측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와 남측의 광물자원공사는 남북간 관계 개선을 대비해 다음 사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성실히 의무를 준수하기로 한다'며 정촌흑연광산 정상화와 7개 광종에 대한 공동 개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2003년 합작계약에 따라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 위치한 흑연광산을 공동 개발해 생산물을 남측까지 들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는 5월 24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광산개발은 중단됐다. 합의서는 이를 재개함과 동시에 다른 광산까지 공동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이 합의서에서 중요한 것은 희토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북한이 먼저 희토류 개발을 제안했다. 광종 중에서 희토류를 맨 앞에 적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북한은 남한이 희토류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북한의 희토류 개발 제안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진심이었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명지총회사 측은 합의서 체결 자리에 희토류 광석 샘플을 가져와 “남측이 이걸 한번 조사해보라우"라며 건냈다. 강 교수는 샘플을 가져와 광물자원공사 연구소를 통해 품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0.9%가 나왔다. 이는 세계 1위 매장지인 중국 바이윈어보 광산의 4.94%보다 거의 2배, 세계 2위 매장지인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강 교수는 “북한의 희토류 주요 매장지는 평안도와 황해도로 알고 있다. 당시 북한과 공동 조사하는 것까지 합의가 됐었는데 곧바로 김정일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내 못하게 돼 매우 아쉬운 마음"이라며 “북한과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개발은 서로에 득이 되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독자 공급망을 갖게 되는 길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검토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한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경수로 사업처럼 남측에서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정치적 리스크로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고, 희토류 개발도 북한으로선 굳이 남한과 하지 않고 중국과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중국은 자국에 정제련 시설을 갖추고 북한에서 광석만 가져가기 때문에 북한에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북한 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제련 시설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시설을 지어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우리는 생산물만 가져오면 양측이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기업만으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안다“며 “중국과 3자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중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남북한 경제협력은 정치적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고, 이후 실질적 사업에 들어간다해도 기업의 경제성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청문회에서 “이념 경쟁은 30년 전에 끝났다. 이제는 국익을 위한 실익이 중요하고, 평화가 바로 실익이다“라며 “개성공단 사업은 눈에 잡히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장관이 된다면 반드시 되살려내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 △중앙대 대학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한국남동발전 비상임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現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CCUS법, 고압가스법과 사업자 중복규제 발생…개정 필요”

지난 2월 시행된 이산화탄소 포집ㆍ수송ㆍ저장 및 활용(CCUS)에 관한 법률이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사업자를 중복 규제하는 문제가 있어 CCUS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에너지법학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박기선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US법의 법적 쟁점과 과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CCUS란 화석연료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퍼지지 않도록 포집한 뒤 땅 속에 묻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CCUS는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완하는 탄소중립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화석연료를 다루는 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SK이노베이션 기업 등이 CCUS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CCUS로 총 112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예정이다. 이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총 감축목표량 2억9100만톤의 약 3.8% 비중이다. 그러나 CCUS법이 사업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의 수송관 안전관리에 있어 고압가스법과 CCUS법이 사업자를 중복 규제하는 문제가 있다. 고압가스법상에서는 안전관리자의 선임을 4단계로 돼 있지만, CCUS법상에는 2단계로 돼 있다. 이에 CCUS법 개정을 통해 수송관 수송의 대상이 되는 이산화탄소가 고압가스법에 따른 안전관리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CCUS법에 따른 별도의 안전관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됐다. 또한, 저장소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에 안전을 관리할 근거가 미흡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박 부연구위원은 “저장소 운영과 관련해 저장소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서 별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저장 중의 자체 감시(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산화탄소 저장사업자가 모니터링 의무기간에서 벗어날 때 안전과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넘기도록 하고 국가에 책임이 넘어간 후 이산화탄소 누출 등 안전사고 발생 시 이에 대비할 재원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산화탄소 저장사업자는 저장소 폐쇄 후 15년간 저장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지만, 15년 후에는 누가 저장소의 이산화탄소 누출 예방 등 안전관리를 할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CCUS 실증사업 특례 대상의 범위와 확대를 검토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우리가 잊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The trouble with most folks isn't so much their ignorance; it's know'n so many things that ain't so. (보통 사람들의 문제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내용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조쉬 빌링스(Josh Billings), 19세기에 활동한 미국 작가/유머리스트 온 국민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냉방에 사용하는 전기가 부족해져 단전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체 사용량 중 전기의 사용량이 겨우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등 수많은 논의와 정책이 있어 왔지만, 막상 전기의 사용 비중은 21세기가 시작할 때의 15% 수준에서 지난 25년간 그리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보다는 열과 수송용 에너지가 주요 소비 방식이다. 서울특별시에는 발전 시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2023년도 전력 자급률은 1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는 전력 자급률이 62.5%이며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무려 186.3%나 된다는 사실은 다들 잘 모른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에서조차도 서울은 인천의 75% 수준이다. 길거리에 있는 전기 배전반에 쓰여 있는 글이 있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7위 수준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한다는 사실 역시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자족률이 50%를 넘었다는 것도 잊고 살고 있다. 그때 우리 소비의 절반을 책임졌던 국산 에너지원은 바로 무연탄(anthracite)이다. 198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그때까지도 가정용 난방 연료의 80%가 무연탄으로 만든 연탄이었다. 이젠 연탄구이집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연탄은 6.25 전쟁 이후 20세기 말까지 수십년간 우리의 겨울을 따스하게 해준 에너지원이었음도 잊고 지내고 있다. 올해면 마지막 국영 탄광이 문을 닫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무연탄이 최대 에너지원이며, 지금도 무연탄을 생산하여 중국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고 있음도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생산지 대부분이 북쪽이라서 2000년대 초반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활발할 때 북한의 산림 황폐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북한 금강산 지역 등에 상당한 양의 무연탄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미국과 유럽이 21세기 초반부터 OPEC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자기 영토 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여 에너지 자급자족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혔다. 그 반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하면서 기존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어 온실가스를 줄였음을 다들 잘 모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제 천연가스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그 때문에 지난달 말에 이루어진 한-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상당량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1902년 7월 16일 무더운 여름밤, 미국 뉴욕의 25세 청년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8~1950)는 밤을 지새우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지금의 에어컨디셔너(air-conditioner)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이후 여러 대기업 취업 문턱에서 낙방한 그가 1915년에 본인이 세운 회사가 바로 세계 최초의 에어컨 제조업체이자 지금도 유명한 공조기기 전문업체인 '캐리어(Carrier) 엔지니어링'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발명품이라 극찬하였으며, 미국 공학한림원도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발명' 중 10위로 선정한 바 있는 에어컨의 탄생이 바로 대기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그의 용기 덕분이었음도 잊고 있는 사실이다. 올해 여름의 무더위도 바로 캐리어의 발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허은녕

對美 투자에 원전도 포함…두산, 웨스팅하우스 검토하나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일환으로 한국 기업이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현지 직접 투자와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원전 분야에서도 직접 투자 전략이 논의 중인 가운데, 원전 수출의 최대 걸림돌인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한미 간의 관세협상 테이블에서 원전 분야도 다른 제조업들과 유사한 현지 투자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측 간 지적재산권 분쟁이 마무리되며 양측 협력 가능성이 열린 것도 인수설 부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사업에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가 팀코리아 일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두산은 소형모듈원전(SMR)뿐 아니라 APR1400 기반 주기기 공급 가능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뉴스케일파워가 한국의 두산 창원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 또한 한-미 원전 협력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 중 하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두산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며 “원전 주기기라는 중량물의 특성상 항구부터 새로 만들어야 할 수준이다. 도시 하나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제작해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1957년 설립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사업의 중심 기업으로,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하에 핵심 주체로 거론된다. 그러나 자체 시공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주기기를 포함한 주요 부문을 협력하거나 인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 경영난으로 2005년, 2017년, 2022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때마다 한국은 두산 등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지재권 논란을 겪으면서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산이 반도체처럼 SMR(소형모듈원전) 주기기를 '파운드리' 형식으로 제작하려는 전략은 이미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창원 공장에서 글로벌 유일의 SMR(소형모듈원전) 파운드리 기능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뉴스케일파워를 비롯한 다수의 SMR 기업들과 협력해 주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두산은 뉴스케일 SMR에 적용할 12기의 모듈을 제작 중이며, 곧 월 1기 생산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SMR 파운드리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 중심의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다. 웨스팅하우스 인수 또는 전략적 협력은 한국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 인수 또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시공 역할을 맡으려면, 기술 지적재산권, 한·미 원자력 협정,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APR1400 노형은 웨스팅하우스에서 자사의 시스템 기반으로 소유권을 주장해온 바 있어, 이후 분쟁 요소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기회가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향후 어떤 전략을 추진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내 최대 물사업자’ 한수원 vs 수공, 6000억 새만금 조력발전 사업권 두고 자존심 대결

사업비 6000억원 규모의 새만금 조력발전사업 자리를 두고 국내 대표 물에너지 기업들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쟁을 펼친다. 올해 말 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새만금기본계획(MP)에 새만금 조력발전사업이 구체화되면 본격적인 발전사업자 선정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만금 조력발전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및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RE100 산업단지 정책 기조와도 일치하는 만큼 한수원과 수자원공사에게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로 꼽힌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새만금 4호 방조제를 소유한 한국농어촌공사는 해당 지역에 설치하는 조력발전소의 발전사업자로 한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농어촌공사는 수자원공사도 발전사업자 후보에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새만금 조력발전사업자로 한수원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 다만 아직 확정이 아니고 또 다른 후보자인 수자원공사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새만금 조력발전은 설비용량 23.3메가와트(MW) 설비 6기를 합쳐 약 140MW 규모로 검토되고 있다. 연간 발전량은 22만9700메가와트시(MWh), 사업비는 발전설비 4227억원·수문 2572억원으로 총 6981억원으로 예상된다. 연간 발전량으로는 일년에 약 3.6MWh 전력을 쓰는 4인 가구 기준으로 6만38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조력발전은 조수 간만의 차이로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새만금 조력발전이 한기당 1000MW 급인 원자력 발전소와 300MW 급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물에너지 발전사업이 개발 한계치에 다다른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수력의 경우 10년 넘게 추가 설비가 소수력 외에는 큰 규모로는 없고 추가 건설 계획도 없는 상태다. 이미 개발할 만한 대형 수력발전은 국내에서 다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새만금 조력발전 사업을 두고 한수원과 수자원공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력발전은 재생에너지로 분류돼 여기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RE100 공급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 규모 조력발전소인 안산 시화호 조력발전(254MW)을 운영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삼성전자와 RE100을 위한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달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새만금 조력발전 사업권을 가져가는 회사는 수익도 올리고 정부 핵심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까지 맡게 되는 만큼, 한수원과 수자원공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우리나라 물 관련 전력 생산 방식은 크게 수력(1814MW), 조력(255MW), 양수(4400MW)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한수원은 수력 607MW·양수 4400MW를, 수자원공사는 수력 1093MW·조력 254MW를 보유해 두 기업이 물에너지 발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다만, 양수발전은 화력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발전설비 상부로 올린 물을 낙하시켜 발전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구분된다. 양수발전은 화력발전 전력을 사용하기에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한수원은 한국전력 자회사로서 원전, 수력,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 전문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조력발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자원공사는 수력, 조력으로만 1347MW를 보유해 국내에서 가장 큰 재생에너지 기업이라 자부한다. 또한, 시화호 조력발전 사업자로서 조력발전 사업의 운영 경험을 강조한다. 시화호 조력발전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14년째 가동 중이다. 수자원공사는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 및 조력발전 운영전략 AI를 통해 조력발전량의 최대치를 계산하는 등 조력발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활용한다. 또한, 시화호 조력발전을 관광지로 개발해 매년 220만명의 관강객이 찾는 곳으로 만들기도 했다. 한 조력발전 전문가는 “조력 발전설비는 태양광과 달리 운영이 쉽지 않다.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조력발전 운용 노하우가 있고 적극 투자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농어촌공사와 협의는 한수원이 더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외치더니 美 화석연료 대량 수입…李정부 ‘에너지 정책 정합성’ 시험대

한미 간 통상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이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자,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기후정책을 강화해 왔지만, 이번 협상으로 탄소 중심 에너지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전기차 등에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일부를 철회하는 대신,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명문화하는 조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라 2024년 232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은 250억달러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에너지 품목별 수입은 원유, LPG, LNG 순인데, 추가 확대는 LNG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에너지안보 강화"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이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추진해온 탄소중립 기조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 전환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재생에너지 투자는 정체되고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LNG의 경우 발전용 수요 외에도 수소 혼소나 산업용 열원 등으로 소비 확대가 예상되면서, 국내 에너지믹스에서의 비중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 송배전망 구축, 지역 분산형 전력체계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 역시 실질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세협상 결과는 정부의 기후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단체와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행보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기후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수입선 다변화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그만큼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향후 발표할 '2035년 NDC 목표안'과 제4차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 같은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 실제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은 2021년 이후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투자는 2023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이는 전력계통 부담, ESS 투자 지연, 송배전망 한계 등 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실제 정책은 탄소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시민단체 관계자는 “에너지 다변화를 이유로 미국산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것은 기후 리더십을 포기하는 일"이라며 “정책의 정합성과 철학 부재를 드러낸 협상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정부의 에너지·기후정책 전반에 대한 '리셋'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정책을 외교·통상 전략의 부속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오는 하반기 발표 예정인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제4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이 같은 정책 충돌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통상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후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적인 수입선 안정보다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탄소중립 목표를 수정하더라도, 명확하고 투명한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환 환경장관이 극찬한 ‘바이오가스’…李정부에서 탄력받나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도시가스 성분인 메탄을 추출하는 바이오가스는 일석삼조 효과를 갖는다. 우선 폐기물을 처리하고, 이로부터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메탄을 추출하며,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탄소를 포집하는 효과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바이오가스의 친환경 효과를 극찬하면서 이재명 정부에서 바이오가스 산업이 활성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바이오가스 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바이오가스 생산기업인 비이에프㈜를 방문했다. 비이에프는 가축분뇨를 투입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중 국내 최대 규모로, 아산시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420톤/일)와 음식물류 폐기물(530톤/일)을 통합 처리하고 있다. 2015년부터 가동 중이며, 생산한 바이오가스는 도시가스와 발전용 연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장관은 가축분뇨와 음식물류 폐기물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긴급히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자원순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시설 운영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도 청취했다. 바이오가스는 일석삼조 에너지다. 가축분뇨와 음식폐기물류 등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메탄을 도시가스 등으로 에너지화한다. 메탄은 그대로 놔두면 공기 중으로 날아가 이산화탄소보다 28배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를 에너지화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있다. 김성환 장관은 “가축분뇨, 음식물류 폐기물 등은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면 재생에너지 생산과 자원순환 및 환경 오염 방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라며,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은 이러한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앞당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막대한 바이오가스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유기성 폐기물 발생량은 6129만톤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4672만톤)이 퇴비 또는 액비화 되고, 바이오가스화는 404만톤(6.6%)에 그치고 있다. 2022년 기준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전국 110개 시설에서 3.7억N㎥이다. 환경부는 2024년 6월 20일 '바이오가스 생산 이용 활성화 전략' 발표를 통해 “최근 10년간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이 121% 증가했으나 사료 퇴비화가 대부분(80%)이고, 바이오가스화는 6.6%에 불과하다"며 “탄소중립적이고 고부가가치 재활용 방식인 바이오가스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연간 최대 5억N㎥로 늘리기로 했다. 생산한 바이오가스는 도시가스, 전력, 지역난방, 천연가스차량 충전, 수소 생산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바이오가스 활용이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천연가스 사용량의 20%를 바이오가스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천연가스차량 버스 등에 바이오메탄 공급의무화 법안을 발효했다. 우리나라도 2022년 12월 일명 바이오가스법으로 불리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제정돼 2023년 12월 시행됐다. 공공은 2025년부터, 민간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이 법은 공공과 민간이 유기성폐자원 처리방식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에서는 전국 특·광역시 및 시·군(도 제외)의 처리 책임이 있는 하수찌꺼기·분뇨·음식물류 폐기물·가축분뇨가 대상이다. 민간에서는 대량 배출·처리되는 음식물류폐기물과 가축분뇨가 대상으로 기준은 △사육두수 2.5만두 이상 양돈농가(2022년 9개) △국고지원 받은 200톤/일 이상 가축분뇨처리시설(2020~2022년 10개) △음식물류폐기물 1000톤/년 이상 배출자(2020~2022년 33개) 등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전남서 출발…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혁신 본격화

정부가 전남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실증사업을 본격화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소규모 전력망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전남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의 거점으로 삼겠다"며 “대형 발전소에서 전국으로 송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망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철강‧석유화학 등 전남 주요 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산단으로 조성하고, 전남대 캠퍼스, 스마트팜, 군부대 등에 AI 기반 그리드를 구축하는시범사업을 다방면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너지공대, 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K-브리드 인재 창업 밸리'를 조성하고, 전력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산업통상자원부는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호현 산업부 2차관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지자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로드맵과 세부계획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차세대 전력망에 대해 “기존 송전망 중심의 단방향 전력계통을 벗어나, 배전망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양방향 지능형 전력망"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전남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광역 단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돼 규제 특례와 ESS 대규모 설치 등이 적용된다. 정부는 산업단지, 공항, 군부대 등에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ESS와 AI 기술을 연계해 지역 내 전력 수급의 유연성과 자립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과 산업부는 이러한 에너지 혁신이 일회성 시범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주도형 전력체계의 초석이 되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병행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RE100 산단 조성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에너지 이익공유 기반의 RE100 마을도 다수 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미 관세협상 타결] 미국산 에너지 4년간 1000억달러 수입…알래스카 LNG는 협상에서 빠졌다

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한국이 트럼프 정부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1000억달러 에너지품목을 수입하기로 했다. 현재보다 연간 약 2조5000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무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에너지 협력을 잘 이끌어냈고, 특히 경제성 논란이 많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이번 협상 사안에서 제외돼 국익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관세협상 일환으로 앞으로 4년간 1000억달러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수입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250억달러로, 2024년 232억달러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액보다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산 에너지 제품별 수입액은 원유 142억달러, LPG 45억달러, LNG 31억달러, 석유제품 8억달러, 석탄 6억달러이다. 우리나라는 LNG를 중심으로 전 품목에서 수입을 더 늘릴 예정이다. 원유 품목에서는 미국산 수입비중이 16.7%로, 추가 수입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유업계가 워낙 수익악화에 빠져 있어 철저한 경제성 수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의 미국산 수입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국석유공사가 비축유 물량을 미국산으로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LPG 품목에서는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이 이미 전체 수입물량의 85%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추가 수입여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호주, 중동산인데 수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미국산 비중을 더 늘리기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LNG 품목에서 미국산 비중은 10.6%로 추가로 늘릴 여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산 LNG 장기구매계약을 진행 중에 있어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에너지 사용량이 정체 내지는 감소하고 있어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연간 250억달러 수준은 그나마 선방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단순한 무역균형 조정 차원을 넘어 한국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기존에는 중동·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나, 이번 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에너지안보 차원의 주요 수입처로 재부상하게 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단일 품목 중심이 아닌 원유, LPG, LNG 등 주요 화석연료 전반의 협력 패키지"라며 “특히 미국은 고품질 경질유, 셰일가스 기반 LPG·LNG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협의는 빠졌다. 한국보다 먼저 협상에 타결한 일본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사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경제성이 부족해 우리나라가 참여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주 북부의 프루드호 가스전에서 남부의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 구간에 가스관을 건설하고 남부에 LNG 수출터미널까지 건설해 빠르면 2030년부터 아시아로 연간 2000만톤가량의 LNG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440억달러로 발표됐으나, 이는 최소 금액으로 평가되며 현지의 추운 날씨, 자연보호 대책 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사업 경제성이 없어 미국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메이저사들이 진즉에 사업에서 철수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이 사업을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들에게 투자하라고 거의 강요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미국 기업과 조인트벤처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했으며, 대만은 올해 3월에 프로젝트 투자 및 LNG 구매에 관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반강제적으로 참여가 유력했었으나, 협상 내용에서 빠지면서 경제성 부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이번 한미 에너지 협력은 한국의 에너지안보 강화라는 분명한 성과를 담고 있다"며 “정부는 장기계약의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시장가격 보정장치나 발전사 대상의 정책적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안보가 곧 경제안보가 되기 위해서는, 외교적 성과를 '시장과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는 정교한 후속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분석] 원전업계 “SMR 특별법, 통과•통합 기구 설치 시급”

“SMR 특별법은 특정 산업의 특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 전략의 집약체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차세대 에너지원인 SMR(소형모듈원자로)의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 기반 부재다. SMR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전 지구적 과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영국 등은 이미 전방위적 지원 정책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형원전 중심의 법체계에 묶여 있다. 31일 한국원자력학회와 원자력산업협회 등 학계와 산업계는 SMR을 '대한민국 미래 투자법'으로 규정하며 'SMR 특별법' 제정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보다 출력은 작지만 안전성·경제성·유연성 면에서 강점을 가진 혁신 원자로다. 공장 제작 및 모듈화로 건설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피동안전개념을 적용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재난에도 주민 대피가 필요 없는 수준의 고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수소생산, 산업단지 열공급 등 다양한 수요처에 적합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과 분산형 전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국방시설과 AI센터 등에 SMR을 최우선 배치하고, 부지·인허가·핵연료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을 발표했다. 영국은 '대영원자력부(Great British Nuclear)'를 설립해 SMR 개발부터 실증까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속도전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 1위 수출 원전 기술력을 갖고도 SMR 전용 법체계가 부재한 상태다. 현행 '전기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 등은 대형원전 중심으로 설계돼 SMR 실증, 부지 선정, 인허가, 수출 지원 등에 모두 복잡한 규제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국회 발의된 'SMR 특별법' 3건 통합해 통과해야, 최소 5~10년 지연, 시장은 사라진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SMR 특별법 3건이 계류 중이다. 이들은 각각 기술 개발(황정아 의원안), 상용화·수출(최형두·천하람 의원안), 전주기 지원과 기금 조성(허성무 의원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교수는 “세 법안 모두 의미 있으나, 속도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 법안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SMR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원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안에 △인허가 패스트트랙 명문화: 혁신 SMR에 맞는 기술·위험 기반 인허가 체계 명시 △실증 부지 확보 및 주민 수용성 강화: '발주법' 이상 인센티브 제공 △예산 지원의무 명문화: “지원할 수 있다" 대신 “지원해야 한다"로 변경해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예타, 부지선정, 인허가 지연으로 상용화까지 5~10년 이상 소요 △2030년대 연간 100조 원 이상 규모의 SMR 시장에서 '추격자'로 전락 △민간 투자 위축, 우수 인력 이탈로 원자력 산업 고사 △산업 부문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해 국제사회에서의 낙오가 예상된다며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문 교수는 “우리는 기술이 있다. 이제 그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뛰놀 수 있도록 제도적 판을 깔아줄 시간"이라며, “여야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초당적 협력으로 조속히 SMR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중론과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판은 “해외에서도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거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부 국가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사용후핵연료 처리에서도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어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SMR이 아직 세계적으로도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SMR '뤄산(Linglong One)'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후속 건설도 진행 중이며, 러시아도 부유식 SMR을 운전 중"이라며 “미국, 캐나다, 체코 등 주요국들도 SMR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국제적으로는 '상용화가 없다'기보다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SMR 추진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다. 국내에는 아직 없으나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고준위방폐물 심층처분시설(ONKALO)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현재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 중이며, 중·장기적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처분 문제를 이유로 기술개발과 제도 정비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차세대 SMR은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하거나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기존 원전보다 처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야는 SMR 특별법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합리화하고, 실증사업 및 수출지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SMR은 기술적 개념이 아니라 글로벌 수출전략의 핵심이 된 현실"이라며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가 아니라 '기반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특별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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