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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학회, “태백 URL 타당성 여전히 불충분”…원자력환경공단 해명에 재반박

원자력환경공단이 최근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부지 선정과 관련한 원자력학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명했지만, 학계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학회 특별위원회(위원장 정범진 교수)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공단의 해명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지 못하며, 일부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앞서 학회는 공단이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장 지하연구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태백의 지층이 일부만 화강암이고 이암, 사암, 석회암 등이 혼재된 복합 퇴적암층 환경을 갖고 있어 지하 500m 전체가 화강암 기반의 단일암층의 환경을 갖춰야 할 고준위 방폐장과 달라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태백 부지의 지하 482~518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화강암층의 기반암이 분포하고 있으며, 아직 처분부지 선정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전제·예단해 부합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간적 선후관계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학회 측은 재반박문을 통해 공단이 강조한 “지하 500m 화강암층의 충분한 분포 주장은 처분 안전성 개념을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층에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더라도 방사성 핵종이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경로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처분고 상부의 지층 구조, 지하수 흐름, 균열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백 부지의 경우, URL 설치 예정인 150m 및 300m 심도 구간이 화강암이 아닌 복합 퇴적암층으로 구성돼 있어, 실제 화강암 기반의 처분장 안전성을 검증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공단이 아직 처분부지 선정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질 유사성을 논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학회는 정면 반박했다. 30년 가까이 국가 R&D 사업을 통해 화강암 기반 처분 방식을 개발해온 상황에서, URL 선정과 처분부지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연계성이 없음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학회는 주장했다. 학회는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URL이 처분부지와 무관한 '연구를 위한 연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 추진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공단은 특별법에 따라 '연구용 URL' 외에 '처분시설 부지 내 URL'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학회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에는 처분시설 내 URL은 '독립된 시설'이 아닌 '기술 검증을 위한 부속 설비'로 명시돼 있으며, 굴착과 시추를 최소화하라는 원칙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태백 URL이 인허가를 위한 데이터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이는 1조원을 들인 인허가와 무관한 연구시설에 불과하다"며, 처분시설 운영 시점을 2060년 이전으로 설정한 특별법상의 기한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공단은 태백이 단독 응모였던 만큼 적합 여부만 판단했고, 출석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부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지만, 학회는 이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수많은 기술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적합 결정을 내린 평가위원회의 판단 과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관련 회의록, 평가표, 평가위원 명단과 전문 분야의 공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학회 관계자는 “이번 해명은 기술적 쟁점을 피해가려는 인상만 남겼다"며 “처분장 부지 선정과 인허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시설인지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산업 세미나] 한전, 재생에너지 보급 한계 뚫는 솔루션 내놓는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RE100 캠페인에 가입하면서 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도 RE100산단 조성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전력망 포화도가 한계에 다다랐고, 기존 전력거래 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송배전망을 관리하고 있는 한전이 이와 관련한 대책을 하반기 내놓는다. 양승호 한전 배전망사업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에서 하반기에 지역망 증설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망이란 배전망을 말한다. 송전망이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망이라면, 배전망은 변전소에서 각 가정, 건물에 연결하는 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태양광이 대부분인 분산에너지는 현재 총 38GW로, 이 가운데 송전망에는 9GW, 배전망에는 29GW가 연결돼 있다. 접속 건으로는 796건(0.01%)이 송전망에, 100만5725건(99.9%)이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 즉, 태양광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려면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송전망 구축보다는 지역 내 공급을 원활히 하는 배전망 공급이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전력망만 늘린다고 재생에너지 보급 걸림돌을 해결한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가장 크다. 태양광은 구름이 끼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예측과 대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전은 AI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 실장은 “한전은 지역 배전계통 재생에너지 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ADMS(차세대 배전망 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며 “이를 통해 수요와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모니터링, 계통 예측을 통해 능동적이고 유연한 계통운영 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ADMS를 활용해 전국 41개 배전센터에서 전국 1만2000여개의 지역망을 실시간 운영 중이다. 한전은 이를 통해 오는 9월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조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기술도 선보인다. 기존에는 봄이나 가을철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넘쳐나지만 전력수요가 없으면 강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망 안정성을 지켰다. 이게 잦아지면서 발전사업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자들의 불만이 컸다. 한전이 새롭게 선보인 기술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끊지 않고, 인버터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수익성을 높여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으로 △장기 계약시장 확대 △전력시장의 가격신호 강화 △수급변동 대응 보상체계 강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RPS(신재생에너지발전 의무) 제도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재생에너지 가격도 따라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재생에너지 금융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 계약모델로 '양방향 CfD(차액계약제도)'를 제안했다. CfD는 전력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주고, 반대로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을 경우에는 발전사업자가 초과 수익을 정부에 환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는 전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의 좌장 아래 이순형 동신대 교수,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신정훈 한전 전력연구원 소장, 박만근 전력거래소 본부장, 유선희 한전 영업처 부장,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 정민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팀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선희 한전 영업처 신영업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 계약을 체결하려면 너무 복잡해 보급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꺼번에 구매해서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왕진·김용태·김종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렸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력산업 세미나 토론]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 너무 복잡, 해외는 공공이 일괄 구매해 판매”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이 너무 복잡해 활성화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재생에너지를 지역경제 발전의 기회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도 중앙급전화를 통해 전력계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5일 서왕진·김용태·김종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의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교류했다. 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의견과 동시에 재생에너지가 '블랙아웃(대정전)'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유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토론의 주 내용이다. 이날 세미나 토론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있어 단순한 기술적 해법을 넘어 제도와 정책, 인프라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중전압직류송전기술(MVDC) 같은 기술적 대안은 물론 정책의 유연성, 규제의 정합성, 이해관계자 간 소통 모두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장 중심의 문제의식과 계통 현실을 반영한 실행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ESS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남 같은 전력망이 약한 지역에서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먼저 전기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송전망 계획만으로는 2030년까지 기업들이 약속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어렵다"면서, “ESS를 설치해도 실제로는 1년에 5~6개월은 석탄이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함께 써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MVDC(중압직류)를 도입하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교류(AC) 방식으로만 전기를 보내면 전력 손실이 크고, 계통이 막히기 쉬운데, 직류(DC) 방식을 도입하면 이런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 나주 지역에서는 이 MVDC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정부가 도입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이 오히려 규제를 늘려,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좀 더 유연한 정책과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신뢰룰 주고 있다. 그러나 계통쪽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동서울 변전소의 경우 3년째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데 매년 지연되는 비용이 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변전 설비 설치 지원금이 확대됐지만, 충분하지 않고 이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줄 수 없다"며 “지역의 애로사안을 발굴해서 지역 주민들과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논의가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열리는 민간협의회에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상풍력은 주민 이익공유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추가 인센티브가 나온다. 그래서 주민수용성이 굉장히 높다"며 “송배전 인근 주민들에게 이같은 이익공유가 추가된다면 그동안 잃었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전력망 수용성 확보'를 지목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수용성 문제는 전력망 확충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특히 송·배전망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계통 연계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지방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입지-수요 불균형' 구조를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부하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내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비상발전기를 계통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적 인센티브가 병행될 경우, 수요 자원으로서 데이터센터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한 신 소장은 “전원 계획과 송전망 계획이 따로 수립되는 현재의 계획 체계는 낭비가 크다"며, 발전원, 망, 유연자원까지 통합적으로 계획하는 '포괄적 최적계획 수립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NREL의 통합계획 시스템 사례와 유럽의 NSOE 전략을 언급하며, “국내도 통합계획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시장 개편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만근 전력거래소 전력시장본부장은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10%까지 늘어났는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인데 현재 하루전 시장에는 한계가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시간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비중앙급전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생에너지를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중앙급전화해서 출력을 제어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앙급전이란 화력, 원자력 발전소처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상황에 따라 직접 발전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 소규모 발전소의 경우 비중앙급전으로 분류돼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생에너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발전소라도 비중앙급전으로만 냅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재생에너지를 중앙급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시장을 내년 육지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100 제도를 사업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선희 한전 영업처 신영업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의 사용전력량이 54테라와트시(TWh)정도 된다"며 “이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약 10기가와트(GW)만 전력도매시장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모두 RE100 기업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려면 한전과 망이용계약,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해야하고 이러한 제도들이 여러 규칙에 얽혀 있어 매우 복잡해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꺼번에 구매해서 그걸 재생에너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민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적인 전력판매 기업이 생겨야 한다는 의미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20~30%가 되려면 민간주도로 갈 필요가 있다"며 “한전이 그동안 저렴하게 전기공급을 안정적으로 잘했지만, 혁신과 탈탄소 측면에서 또 다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10년 뒤에 성공했느지를 보려면 영국의 옥토퍼스에너지처럼 새로운 전력판매기업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관련 사업을 실증 수준이 아닌 실제 사업으로 확대하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에서 필요한 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파악이 잘 안되고 있다"며 “에너지 데이터를 전담할 정부 부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민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정부의 고충과 방향성을 공유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강화는 자동차의 양 바퀴처럼 동시에 추진돼야 할 과제"라며 “그 복잡성은 종합예술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팀장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상향 보급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실무진의 부담을 토로했다. 특히 “태양광 설비의 국내 생산능력, 공급 시점 보장, 기술 국산화 수준 등 물리적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를 활용한 예측 고도화도 강조했다. “EMS(에너지관리시스템), ADMS(차세대 배전망시스템) 등 예측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계통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동시에 VPP 기반의 출력제어 장비 도입, 유연 전원 확보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단위 전력 수요 창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남 등 계통 포화 지역에서 RE100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기지 등을 유치하면 계통 연계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장비와 계통 보강 기술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산업 자산으로 보고, 해외 진출까지 연계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해외 망 확충 시장에 우리 기술과 기업이 진출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전력시장 제도, 요금체계, 재생에너지 지원방식 등 모든 정책은 상호 연동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범정부적 공조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의 제도 개선은 단순한 부처 단위 과제가 아닌 거버넌스의 재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이원희 기자 jjs@ekn.kr

[전력산업 세미나] “9월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시 100% 차단 아닌 발전량 조절”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조절할 때 발전소를 완전히 가동 중단하는 게 아니라 각 발전소의 발전량을 일부 줄이는 방안을 오는 9월 추진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넘쳐 전력망에 부담을 줄 때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스위치(개폐기)를 끄도록 명령을 내려 가동을 완전히 멈추게 했다. 이에 가동중단 조치를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한전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발전소별 필요한 제어량을 산출하고 통신장치를 통해 인버터에 명령을 내려 각 발전소의 완전 가동중단이 아닌 일부라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양승호 한전 배전망사업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에서 '신정부 에너지 정책 이행을 위한 지역망 운영체계 고도화'를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알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발전량이 갑자기 달라지면 전압이 불안정해지면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봄·가을철 햇빛이 강하고 전력수요가 적을 때는 발전량이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일부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해 출력제어가 조치된다. 기존에는 출력제어를 할때 발전소 전체의 연결을 차단시키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한전은 올해 지능형 지역망 운영시스템 및 재생에너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구축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조절 계획과 운영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AI 기술을 9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별 제어량을 자동으로 산출하고 통신장치를 통해 인버터에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출력조절 방식을 바꾸면서 발전사업자 수익 감소를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기존에는 태양광 출력을 100% 차단했다면,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절반만 줄이는 방안을 택한다. 또한, 전력거래소 출력조절 지시 이행시간을 90분에서 60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실장은 “배전망이 분산전원과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송전망, 변전소 건설도 물론 중요하나 지역망이 핵심이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 실장에 따르면 현재 전체 분산에너지 설비용량 38기가와트(GW)의 76%가 배전망에 연결돼있다. 수로 보면 약 100만기의 소규모 발전기가 배전망에 연결돼있다. 양 실장은 지역망 운영체계 고도화를 위한 전략을 계획, 운영, 협조쳬게, 민간협력 등의 방식을 소개했다. 한전은 장기 배전망 환경 분석을 통해 지역에너지 체계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 하반기에 앞으로 5년간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지역망 증설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전과 전력거래소간 시스템 연계 및 실시간 계통 정보를 공유하고 송배전망 계통운영 협조체계를 강화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과 방전, 가상발전소(VPP) 활용 등으로 전력망 건설을 최소화하도록 민간과 상생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최장수 사장 연임이냐, 내정자 임명이냐”…산업부, 한전KPS 사장 인선 ‘기로’

한국전력 자회사이자 발전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인 한전KPS의 사장 교체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김홍연 현 사장과 허상국 내정자 중 어떤 인물을 선택할지, 혹은 재공모를 지시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미국 관세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면 지연된 산하 공공기관들의 인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홍연 현 사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6월 취임한 이래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5년 차 재임 중이다. 이는 한전KPS 역사상 최장수 사장이며, 공공기관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장기 재임 사례다. 하지만 이미 작년 6월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도 연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연임이 확정될 경우, 7~8년에 달하는 전례 없는 임기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산업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최종 내정이 확정된 허상국 전 부사장의 임명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허 내정자는 2024년 11월 공운위의 서류 및 면접심사에서 전체 지원자 중 평가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산업부가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까지 거쳐 내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산업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만 남았다. 이에 따라 현재 상황은 복잡한 제도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만약 정부가 연임 또는 재공모를 선택하려면, 허상국 내정자의 자진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허 내정자에게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일방적인 배제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운위, 산업부, 이사회, 주주총회까지 통과된 내정자를 뒤로하고 연임을 추진하거나 새 공모를 열려면 정당성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결국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정치적 결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홍연 사장의 경우 2021년부터 재임하면서 조직 안정성과 사업 연속성을 강조해왔지만, 중대재해 및 산재 사고가 잇따랐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재임 기간 중 발생한 중대재해는 △2024년 태안 화력 사망 사고 △서울경기전력지사 감전 추락 사망 사고 등 5건에 달하며, 2024년 일반 산재 사고만 24건으로 최근 5년 새 3배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산업안전 우선' 기조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미 산업부 공문과 주총 절차를 통해 신임 사장 내정이 확정된 허상국 전 부사장의 임명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허 내정자는 한전KPS에서만 38년간 근무한 정통 기술 관료 출신으로, 송전·화력·원전·신재생 등 전 분야를 경험한 '현장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허 내정자가 윤석열 정부 시기 내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오해를 받고 있으나, 그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며, 윤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다른 주요 공공기관 사장 임명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알박기'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그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부사장으로 발탁, 이후 2024년 4월 퇴임하며 조직 이해도와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사택과 관련된 고발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기존 사장들도 동일한 절차를 밟아온 만큼 악의적 음해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KPS 내부와 에너지 업계는 산업부가 과연 정당성 있는 절차를 따른 내정자를 공식 임명할지, 아니면 새로운 공모 절차를 통해 인선을 원점에서 다시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와 '제도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미 공운위 및 산업부 내부 절차를 거친 허 내정자를 배제할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인사 전문가는 “현재 상황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인사 원칙, 산업부의 독립성, 그리고 공공기관 운영의 정당성과 직결된다"며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주의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원칙이 이번 인선을 통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결국 산업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향후 공공기관 인사 기조의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월성 인수 나선 포스코, SK·GS도 진출 검토…민간 원전시대 열리나

국내 발전공기업과 민간 제조 대기업들이 원자력 발전 사업 직접 진출을 본격 검토하면서, 한국의 원전 운영 체계가 '한수원 독점 체제'에서 민간 다핵(多核)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스코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인수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연간 25GW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와,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생산공정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자가 전력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력 자가 소비 및 수소 생산 목적으로 월성원전 1·2호기의 인수 및 운영권 확보를 검토 중이며, 정부·한수원과 법·제도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대비해 전력공급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방안 중 하나로 원전PPA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경제성평가 용역등을 포함해, 원전 인수, 운영 등에 대한 사안은 검토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민간 제조 대기업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15GW, 7.5GW의 전력 수요를 보유하고 있으나, 한전 전기요금 인상, 송전망 부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등 복합적 위협으로 인해 자가 발전 수단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GS에너지도 지난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과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SMR 사업개발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약 500억원 규모로 전략적 지분을 투자했다. 이후 양사는 기술 협력과 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국내 최초 SMR 도입과 운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경북 울진이 유력한 부지 후보로 꼽히고 있다. 울진은 기존 원전 시설이 위치한 지역으로, 원전 수용성이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SMR 시범사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GS에너지는 현재 지자체 및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들도 SMR을 자체 건설하거나 도입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발전공기업들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후의 대체 수단으로 SMR 외 마땅한 옵션이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탈석탄에 더해 탄소중립 목표로 인해 노후 석탄발전소를 화석연료 기반인 LNG발전으로만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구조상 이들이 직접 원전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원자력진흥법 등 관련 법 개정과 보안·안전 기준 충족이 필수다. 해외에서는 이미 민간이 원전을 운영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며, 제도 정비만 이뤄진다면 민간 원전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단일 사업자로 지나치게 많은 원전을 관리하는 구조에 대한 구조적 부담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발전공기업이 직접 원전 사업자로 참여하게 될 경우, 에너지 수급의 유연성과 정책 다변성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전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러한 민간 중심 원전 전환 흐름이 실제 제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핵심이다. 법률 개정, 규제 완화, 인허가 체계 개편 등은 모두 행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초당적 실용주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허성무 의원 등 원전에 우호적인 여당 인사들이 늘고 있으며, 대표적인 '탈원전 상징'이었던 김성환 환경부 장관조차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산업용 전력 안정성 확보를 위해 SMR은 매우 유망한 수단"이라며 “단순한 발전사업을 넘어 국내 SMR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책 기조 전반에 있어 “실용주의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며, 원전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이 원자력을 운영하는 게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큰 틀에서 판단하고 결단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위기의 철강 산업과 원자력의 시너지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의 질서가 약화된 지금, 각국은 자국이 가진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기술지정학(techno-geopolitics)의 격랑을 맞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협상 중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카드가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던 모습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우리가 가진 경제 외교적 전략 자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전략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제조업을 되살리려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선, 방산, 원전 등 우리나라의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은 협상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지금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제조업은 글로벌 통상환경 재편, 탄소중립 대응,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복합적 도전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전기사용량이 많은 국가 기간산업들은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0% 이상, 킬로와트시당 180원 후반으로 급등하며 관련 생태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도 해당 지역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에 비해 1/3 수준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최대의 철강 회사인 포스코는 얼마 전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이 총사업비 8,146억 원 규모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제강공정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95% 이상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로 세계시장 선도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탄소중립 및 시장성 확보의 관건은 혁신 기술개발과 함께 가격경쟁력 있고 안정적인 '청정수소'와 '무탄소 전력' 공급에 있다. 이는 포스코에서 “국내 여건상 원전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고로 11기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시, 연간 수백만 톤의 그린수소와 함께 10 GW 이상 규모의 무탄소 전원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재생에너지에만 적용하고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원전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원전 PPA' 제도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원전 수소를 위해서는 수소생산용 원전 활용 제도화, 수소생산 전용 전력요금제 도입, 수소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화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기업이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민간기업의 원전 투자 활성화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TMI-1호기의 소유주인 컨스텔레이션사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의 PPA 계약을 통해 2027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성 높고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확보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더 시급하다. 이제는 국내 산업계의 절박한 요청에 국회와 정부가 응답할 때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금강부터 4대강 재자연화 다시 추진”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부터 완전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24일 금강 수계의 세종보, 백제보, 금강 하굿둑 현장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환경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4대강 재자연화와 윤석열 정부 때 취소된 '금강·영산강 보 해제·상시개방 결정'을 '원상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를 철거하거나 상시 개방해 자연의 흐름을 회복하겠다는 재자연화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보의 구조적 안정성과 용수 확보 기능을 중시해 보 유지·활용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세종보를 찾아 세종보에서 450일 넘게 농성을 이어온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2018년 1월부터 현재까지 세종보 수문을 완전히 열고 있는 점을 설명하고 현재의 완전 개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장관은 “금강은 세종보와 공주보의 완전 개방으로 재자연화를 위한 좋은 여건을 갖췄다"면서 “금강의 다른 보인 백제보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도록 개방 시 용수 공급 대책 등을 주민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한 금강 하굿둑에서는 하굿둑의 용수 공급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하구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강은 흘러야 한다는 소신으로 과거의 논쟁을 넘어, 실질적인 4대강 재자연화가 이행되도록 하겠다"며 “다른 강보다 여건이 양호한 금강에서 재자연화의 성과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보 개방 등을 두고 논란이 여전한데 환경부 장관이 별다른 논의 없이 개방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강 보의 완전 개방이 본격화되면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 등 다른 지역의 보 처리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피할 수 없는 알래스카LNG…“일본처럼 미국과 조인트벤처 방식 유력”

일본이 미국과 관세협상 일환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워낙 강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참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만큼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일본이 미국 기업과 조인트벤처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건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24일 에너지업계 및 국제학 관계자들에 현재 방미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도 주요 사안으로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 관세협상에 타결한 가운데 그 일환으로 일본 기업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4일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한국, 일본이 수조 달러를 들고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올해 4월 8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도 “대규모 LNG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투자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또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3월 중순에 태국, 대만, 한국, 일본을 순방하며 알래스카 사업 참여를 홍보한 바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가스광구에서 남부의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 구간에 가스관을 건설하고 남부에 LNG 수출터미널을 건설해 아시아로 연간 2000만톤가량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440억달러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북극에 위치한 알래스카 지역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당초 사업에 참여했던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기업들이 중도에 그만둔 상태다. 이를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동맹국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는 하되 그 방식을 미국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전제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이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다.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 기업만 있다면 충분한 혜택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나중에 끊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이 끼어 있다면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한다면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분석된다. 만약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미국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한국, 일본 기업의 참여도 무산된다. 그렇게 트럼프 정부 임기가 끝나게 되면 협상 효과는 보면서 리스크는 사라지게 된다. 미국 에너지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사업비 440억달러는 미니멈(최소)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 일본 팔을 비틀어서 참여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관세협상을 위해 사업 참여는 한다고 하되, 여러 전제조건을 걸어서 시간을 번 뒤 트럼프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게 상책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고준위방폐장 지하연구시설 갈등 확산…학계 ‘부지 부적합’ vs 관가 ‘적합’

방사성폐기물 심지층 처분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시설(URL) 후보지로 강원 태백이 선정된 것을 두고 원자력 학계와 산업부·한국원자력환경공단(코라드)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원자력학회 소속 전문가들은 태백 부지의 지질 평가 방식 자체가 비상식적이며, 특정 부지를 밀어주기 위한 조작 가능성마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업부와 코라드는 기술검증을 위한 가상부지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산업부의 원전 담당자는 조만간 학회 측과 만나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4일 원자력 학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자력환경공단이 지난해 12월 URL 후보지로 태백시를 선정한 가운데 총 8개 평가항목 가운데 '지질' 항목에 15/100점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항목이 사실상 '적합/부적합(온·오프)' 여부로 판단돼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인데, 이를 단순히 정량 평가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추후에 건설될 고준위방폐장은 지하 500m 전체가 화강암 기반의 단일암층의 환경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태백은 일부만 화강암이고 이암, 사암, 석회암 등이 혼재된 복합 퇴적암층 환경을 갖고 있다. 게다가 평가위원 8명 전원이 태백 부지에 동일하게 13.5점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 조율 가능성과 평가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원자력학계 관계자는 “8명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같은 점수를 줬다는 건 통계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건 사실상 사기"라고 비판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국원자력학회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대응 특별위원회'는 '태백 연구용 URL 부지선정에 대한 입장과 제언' 성명을 통해 크게 3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고준위특별법에는 '연구용 URL은…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연구…하는 시설'로 돼 있으나, 태백 부지는 이에 맞지 않다는 점 △평가항목 중 암반 균질성 및 연속성 항목은 부지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요건이나, 평가에서는 전체 배점 중 14%만 책정했다는 점, 또한 실제 연구가 계획된 지하 150m와 300m 심도에 대한 평가는 누락됐다는 점 △영구처분장과 다른 지질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는 영구처분장 안전성을 담보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별위는 “현 계획이 그대로 추진되면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인허가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제2의 URL을 건설해야 할 것"이라며 “특별법 취지와 과학적 원칙에 기반해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추진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자력학계는 태백 선정 과정에서 야당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공론화되면 여권의 정치적 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정치 쟁점화될 경우, 원자력 전체가 '지역 이권사업'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학회는 산업부·코라드와 선을 긋고, 원자력계 전체가 휘말리지 않도록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은 대한민국 원자력계의 오랜 숙제이면서 대국민 신뢰 확보가 관건이라는 게 원전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URL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처분기술 신뢰성과 행정 투명성 모두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타당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시점"이라며 “URL 사업의 취지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소통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환경공단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태백 부지의 지하 482~518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화강암층의 기반암이 분포한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아직 처분부지 선정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전제·예단해 부합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간적 선후관계에 맞지 않는다"며 “URL 선정이 실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위치와 직결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치화될 이유가 없는 순수 기술검증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평가항목의 세부 배점은 부지선정절차를 주관한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분과별 논의와 전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영구처분장 부지와 유사한 지질환경에 제2의 URL을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준위 특별법'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과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을 모두 건설·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은 처분시설이 건설될 부지에 설치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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