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오른쪽)와 4호기 전경. 새울원자력본부 제공, 연합뉴스
시민사회가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결정 추진에 대해 “백년지대계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을 부실한 토론과 여론조사로 성급히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윤순진·임성진·박진희 공동대표는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신규 원전 결정은 사람·환경·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국가 정책"이라며 “충분한 공론화와 기술적 검증 없이 추진되는 신규 원전 확정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전원구성)' 제2차 토론회를 두고 “원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 대안 제시 없이, 원자력계 패널들의 원론적 주장만 반복된 부실한 토론회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시한 출력감발 확대 및 향후 탄력운전 계획에 대해 “원전 경직성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마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은 실시간 자동제어·원격제어가 불가능해 계통 안정성에 구조적 부담을 준다"며 “이는 향후 원전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지고 좌초자산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핵규제위원회(US NRC)가 원전의 자동·원격제어를 금지하고 있고, 국내 APR1400 원전 역시 이러한 설계·안전 규제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시민사회는 “원전 경직성과 전력망 안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사회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후부가 3천 명 규모의 ARS 여론조사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무책임한 정책 결정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영상의 낮은 조회 수를 언급하며 “국민 대다수가 토론회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은 공론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해외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프랑스와 핀란드는 대형 원전 불시정지에 대비해 주변국과의 광역 송전 연계, 대규모 예비력 분담, 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급증으로 장기적으로는 원전 출력감발과 좌초자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고립 전력계통 구조 속에서 가스발전에 의존해 원전 불시정지 위험을 관리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정부에 △무책임한 여론조사 추가 실시 즉각 중단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원전 경직성의 구조적 문제 명확화 △고립 전력계통을 고려한 원전 좌초자산화 위험 분석 △미국 설계 원전의 탄력운전에 따른 안전성 심층 검증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력망 안정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공공예산 낭비와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과학적 검증과 책임 있는 공론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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