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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제품’ 韓 안방 위협하는 중국산···재계 대책 마련 ‘분주’

중국에서 만들어진 소비재들이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수준을 넘어 최상위급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당장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Roborock)은 최근 국내 시장에 2024년 플래그십 제품 '로보락 S8 MaxV Ultra'를 공식 출시했다. 로보락은 단순히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미디어를 초청해 향후 라인업 확대와 서비스센터 확충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로보락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 로보락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35.5%로 1위다. 이 중 150만원 이상 고가 제품군에서는 80%가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291억원, 2022년 1000억원, 지난해 2000억원으로 매출액이 성장했다. 가전 업계 새 먹거리 중 하나인 로봇청소기 시장을 중국 기업이 점령하면서 삼성·LG 등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일체형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스팀'을 지난달 선보였다. LG전자도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으며 고객들을 유혹한다. 신일전자, 쿠쿠홈시스 등은 가격이 저렴한 모델로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삼성·LG전자 등은 앞선 AI 기술과 강력한 서비스망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도 중국산 열풍이 거세다. 전기버스 시장 등을 저가공세로 공략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군도 대거 들어오고 있다. 볼보의 최고급 세단 S90 등이 대표적이다. 이 차는 '안전의 볼보' 이미지를 입고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Y'를 중국에서 들여오며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5263대로 전년 동월 대비 6% 증가했다. 이 중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BMW 6549대, 테슬라 6025대, 메르세데스-벤츠 4197대 순이었다.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BMW·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모델 Y 단일차종 판매가 늘며 지난달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 모델은 테슬라 모델 Y(5934대)가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모델 Y가 보급형 모델임에도 '테슬라' 브랜드 후광효과를 입어 프리미엄 전기차로 각인된 결과로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사 차량의 상품성을 적극 홍보하며 내수에서 격전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내놓은 차량들은 글로벌 비교평가 및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1위를 석권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6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독일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 일렉트릭 드라이브 등 현지 매체가 실시한 비교 평가에서 경쟁사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2023 올해의 차' 등 공신력 있는 상도 휩쓸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프리미엄 제품에 관세가 붙어도 우리 기업이 만든 것과 내수에서 경쟁이 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돌아온 3高 공포] 韓 경제 위기감 고조···재계 수익성 악화 ‘초긴장’

중동에 감도는 전운(戰雲).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박. 중국 경기 침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미국 대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투자 부담. 4·10 총선 야당 압승으로 더욱 커진 반(反)기업법 추진 우려.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지면서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의 '3고(高) 공포'가 돌아오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45포인트(0.98%) 빠진 2584.14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 행진이 계속되는 등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으며 급락세가 이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1달러 가치가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이다. 국제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8% 오른 배럴당 85.65달러에 거래됐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0.28% 올라 90.35달러를 찍었다. 영국 투자은행 리버럼캐피털은 16일(현지시간) 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징후가 보이지만 금리를 내리기는 힘든 처지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 아직 경기 과열 조짐이 보이고 물가도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 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치(0.3%)를 뛰어넘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로부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할 긴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3고'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재계에서는 한숨 소리가 나온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소비 시장에서 고객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걱정이 우선 커지고 있다. 4·10 총선 야당 압승,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여행, 철강 등 산업군에서는 환율에 대한 공포가 특히 심각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이익 변동폭이 큰 항공 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까지 커진다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사들은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이 부담이다.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식품·유통 업계도 경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수조원대 투자를 약속한 대기업들 역시 원화 약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부담까지 높아져 영업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유사 입장에서도 당장은 재고평가 이익 등이 늘어나지만 고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금리 시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투자유치도 힘들어져서다. 우리 경제 뇌관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 역시 고금리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리·유가·환율 등)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경영 불안감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금리 공포] 이자 부담에 기업 줄도산 우려···건설경기 불확실성 지속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낮아지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곡소리가 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건설사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버거운 기업이 계속 늘며 우리 경제의 근간 자체를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빚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78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6.2%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로 2022년(37%)과 비교해 7%p 이상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금액으로 1 미만이면 경영 활동을 통해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라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기업신용 연체율은 1.65%로 2022년(0.95%)보다 두 배 가까지 뛰었다.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연체율이 1.12%에서 1.93%로 높아졌다. 이로 인한 불똥이 국내 지방은행으로 튀며 금융당국도 잔뜩 긴장한 상태다. 건설사들의 경우 고금리 기조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발채무를 고민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재무건전성은 물론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내수 시장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기후이변 등 여파로 국내 밥상물가 등이 치솟은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내수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식품·유통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데도 눈치를 보고 있다. 중국산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유통가 역시 해법을 마련하기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일찍부터 금리(대출우대금리, 지급준비율)를 낮추며 위안화 약세를 용인해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인하와 관련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도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 미국이 움직이기 전에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美 보조금 리스크’ 해소…다음 과제는 ‘인재 유치’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시설 건설 관련 미국 정부 '보조금 리스크'를 일단 해소한 상황에서 사업 고도화를 위한 첫 과제가 인력 확보기 때문이다. 현지 대학과 협업을 강화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TSMC, 인텔 등도 비슷한 처지라 고급인력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와 연계해 '미국 텍사스대학교'(UT)에 370만달러(약 5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력 양성을 위한 기부금 명목으로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학교 연구개발 투자 차원에서 270만달러(약 37억원)를 쓴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50억달러(약 63조원) 수준이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더 큰 규모로 생산라인을 조성하고 있다. 인텔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이상을, TSMC는 650억달러(약 90조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빅3'가 몸집을 키우는 데 인력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미국에서만 11만5000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학위 수여율 등을 감안했을 때 인력 부족분은 6만7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찍부터 TSMC 출신 인재를 삼성과 인텔이 앞다퉈 데려오려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각종 복리후생이나 연봉 등을 높게 제시하며 삼성 측 인사에도 입김을 넣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 인재를 육성해 현지로 보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특성화 대학을 추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수요를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0년 이후에는 한국에서만 반도체 인력이 1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 관련 고급인력 확보는 계속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철회를 포함한 예상 밖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반도체법에 의거해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조금은 인텔(85억달러)과 TSMC(66억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지원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이후 현지 지역 일간지 텍사스 트리뷴은 “현재 계획된 (삼성전자) 제조·연구시설 클러스터는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이상의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노란봉투법·횡재세 등 재추진하나···재계 ‘국회 리스크’ 벌벌

제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대승을 거두면서 재계는 '국회 리스크'에 떨게 됐다. 집권여당이 그간 우리 경제를 살리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온 노동개혁, 상속세 개편 등이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나 '횡재세' 같은 반(反) 기업법은 무작위로 입법 시도될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감돈다. 11일 정재계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21대 국회 시절 추진했던 기업 규제 법안을 다시 입법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을 하청노조의 사용자로 규정하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산업계는 이를 두고 국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근간과 질서를 흔들고 오래 쌓아온 법률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이미 군불 때기에 나선 상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총선을 앞둔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을 총선 핵심 공약에 반영하고 제22대 국회 개원 후 최우선 핵심의제로 입법을 재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12일 한국노총이 개최한 정당별 총선 정책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즉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던 횡재세가 의제로 설정될 확률도 높다. 기업이 일정 기준을 초과해 횡재에 가까운 이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은 세금으로 내놔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위헌 논란 등에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독주 체제를 완성한 범야권은 우선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횡재세는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었던 법안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노동개혁 역시 동력을 잃게 될 전망이다. 여권은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과 낮은 생산성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각종 정책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야권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사실상 대화·협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계에서 변화를 기대했던 규제 개선이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인세 감면, 상속세 개편 등 추진은 물 건너갔다. 여권이 세법 개정에 나서는 게 힘들어져서다. 우리나라 상속 최대세율은 최대 6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첨단기술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야권은 이 같은 정책들이 '부자 감세'라며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 공약으로 내놨던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2년 적용 유예' 역시 추진이 힘들어졌다. 중처법은 지난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지난 1월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여당은 아직 준비가 미흡한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 등 산업현장의 혼란을 막고 일자리 축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적용 유예를 준비해왔다. 경제단체들은 우선 국회가 '상식과 공정'에 기반한 입법을 추진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날 총선이 끝난 뒤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혁신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적 난제에 대해 민관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2대 국회 저출생 대책···기업들도 ‘집중’

4·10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은 제22대 국회에서 어떤 형태의 저출생 대책을 내놓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 이전부터 여·야 모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 재계에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인재 유치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출산율이 회복되고 일·가정 양립이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10일 정재계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총선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저출생 대책 마련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과 '아빠 휴가 1개월 유급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18세까지 월 20만원 아동 수당 지급, 신혼 부부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목소리를 국민들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회 의석 수 현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더욱 적극적이고 현실성 있는 저출생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2~29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공약 월드컵' 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제22대 국회가 '민생'(33.6%)과 '저출생 해결'(22.7%)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이에 앞서 지난 2월 집계한 '제22대 총선에 바라는 국민과 기업의 제안'에서는 한국 경제 리빌딩(Rebuilding)을 위해 국회가 '저출산 극복 및 초고령 사회 대비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49.8%)이 가장 많이 모였다. 재계는 이미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부영그룹은 올해 초 출산한 직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21년 이후 자녀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학자금 지급, 의료비 지원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복지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 역시 올해부터 직원이 자녀 3명을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주기로 했다. 올해부터 태어난 자녀를 둔 5년 이상 근속자에게 첫째와 둘째를 낳으면 3000만원씩 주고, 셋째까지 낳을 경우 4000만원을 더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남성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의무 육아 휴직 기간을 부여한다. 또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2년 동안 승합차를 무료로 탈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제4어린이집'을 신축하고 지난 9일 개원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원을 통해 보육 정원 총 1200명, 건물 연면적 총 6080평의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을 보유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8개 사업장에 정원 총 3100명 규모로 12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이번 국회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시하길 바라는 모습이다. 이미 출산 장려금에 대해 근로 소득세를 전부 비과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을 통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인프라 확충에 대한 세금 지원 등도 더해지길 원하고 있다. 여성 직원들이 마음 놓고 출산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임금 근로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5.7%로 역대 최고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총선 하루 앞···경제계도 ‘시선 집중’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제계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 방향성이 여야 의석 수에 따라 사실상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3대 개혁', '밸류업 프로젝트'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선거라 무게감이 상당하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세금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재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가 대표적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대위원장은 지난달 말 유세에서 “1400만 개인 투자자의 힘이 되겠다. 금투세 폐지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발언했다. 상속세 개편의 핵심은 과세 기준이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 등을 포함해 최대 6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 활동 자체가 힘들어지고 중소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별세 이후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를 통해 “지난 30년간 G7 국가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높임에 따라 부의 해외이전, 편법적 탈세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과도한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민간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는 세제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시행 시기는 원래 지난해지만 여야 합의로 내년까지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아예 폐지하고 다른 법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재계는 거대 야당이 탄생할 경우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반(反) 기업 법안이 촘촘해지거나 부활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대표적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한국전력 눈덩이 적자 등도 민주당의 정책 실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야당이 또 '현금 살포' 등 포퓰리즘을 시행하면 고물가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 법인세 인상, 기본소득 지급, 토지 공개념 도입 등 경제 상식을 역행하는 제도가 생길 수도 있다. 현장에서 개선 수순을 밟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차등지급, 대형마트 규제 완화 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만일 야당이 '대승'할 경우 탈원전 정책 같은 정책 실패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과 정유사 등에 도입될 뻔 했던 '횡재세' 역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재추진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도 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 수출 기업들은 여당이 대승할 경우 연구개발(R&D) 지원이나 각종 불합리한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이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주력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무역업계의 건의사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322개사 중 36.6%는 국회가 1순위로 다뤄야 하는 분야로 '정책금융'을 꼽았다. '기술·R&D(26.1%)', '규제(24.2%)', '노동(13.1%)'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계는 이번 총선이 현 정부 '3대 개혁' 추진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연금·노동·교육 등을 발 빠르게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 국악사랑’ 무대에 오른다

우리 전통문화예술 지원에 앞장 서고 있는 크라운해태제과의 임직원들이 동아리활동으로 갈고 닦은 국악 기량을 기업고객들에게 펼쳐보인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사내 전통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임직원들이 펼치는 '제1회 크라운해태 한음공연'을 오는 11일 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홀과 18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고 8일 밝혔다. 두 공연 모두 지역 고객들을 초청하는 고객감사 무료행사로 열린다. 공연 프로그램은 직원 40명으로 구성된 종묘제례일무 '보태평지무(희문)'를 시작으로 △가곡 평시조 '태산이 높다하되'와 남창가곡 '우편 봉황대상' △판소리 '인생백년'과 '사랑가' 떼창 △민요 '아리랑', '뱃노래' △영남 사물놀이를 차례로 선보이고, 종묘제례일무 '정대업지무(영관)'로 마무리된다. 또한, 크라운해태제과가 매주 일요일 개최하는 '영재한음(국악)회'에 출연하는 화동정재 예술단(향발무 아박무 합설), 춤빛무용단(진도북춤)도 찬조출연해 멋들어진 전통문화의 향연을 전한다.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르는 크라운해태 출연자들은 사내에서 자율적으로 활동 중인 국악 동아리 소속 임직원 160명이다. 특히, 전문 국악인 못지 않은 열정으로 배우고 익혀 강사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전문공연 수준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크라운해태 국악 동아리는 지난 2012년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8회 창신제' 무대에서 판소리 '사철가' 떼창 공연을 계기로 결성되기 시작해 이후 10여년 동안 전문강사의 강습을 받아 기량을 익혔고, 다양한 공연무대에도 올랐다. 현재 △종묘제례일무 (팔풍의 몸짓) △가곡(정가네) △판소리(판판세) △민요(민들래합창단) △사물놀이(꿈을 굽는 사물놀이) 등 5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크라운해태는 동아리 활동 직원들이 주 1회 정도 일과시간에 진행하는 강습을 위해 각 분야의 최고 국악인을 전문강사로 지원하고, 악기와 의상 등 필요한 장비도 지원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회사 직원들이 일하는 틈틈이 배우고 즐겼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될 것"이라며, “고객들과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직접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복합위기 국면 지속···재계 ‘선택과 집중’ 조직개편 속도낸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조직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성장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전세계적으로 전쟁·선거 리스크 등이 커진 만큼 이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연말 인사 시즌이 끝난지 3개월여가 지났을 뿐인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계열사간 사업 부문을 주고받는 '스몰딜'을 추진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지주사인 ㈜한화가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넘기고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에 양수하는 게 골자다. 이밖에 ㈜한화의 100% 자회사인 '한화모멘텀'을 물적분할로 신설해 이차전지 장비 사업 전문화를 꾀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사업군별 전문화를 통해 각 계열사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체 사업인 글로벌 부문 고부가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3일자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13개 팀을 9개 팀으로 축소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지주사의 철강·수소사업팀과 사업회사인 포스코의 탄소중립전략실이 나눠 수행하던 탄소중립 전환 업무의 주요 기능은 지주사 전략기획총괄 산하에 신설되는 '탄소중립팀'으로 합쳤다. 아울러 그룹의 새 전략 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사업 기능을 전략기획총괄 산하로 이관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 관리 담당'을 신설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통해 지주사 조직이 슬림해지고 컨트롤타워 기능이 강화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 2월 '형제 경영'을 위해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것이다. 기존 지주사는 조현준 회장이 그대로 맡고, 신설 지주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효성그룹 측은 지주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회사 분할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29일 별세하면서 효성은 '형제 독립경영'과 이에 따른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최근 주총시즌을 전후로 나란히 변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네이버는 현재 5개인 사내독립기업(CIC) 조직을 개편해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5개 CIC는 비즈(광고), 서치(검색), 포레스트(쇼핑), 글레이스(지역 정보), 커뮤니티다. 네이버는 또 최수연 대표 직속으로 '글로벌 경영', '프로덕트&테크', '임직원 성장' 등 3개 위원회를 신설했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 및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의사결정 단계와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직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은 수년 전부터 변화에 대비해왔다. AI, 첨단 반도체, 소프트웨어(SW), 바이오, 로봇 등 신사업 관련 인재를 적극 육성하고 관련 조직을 만들거나 확대하는 식이다. 이밖에 최근 리더십에 변화가 생긴 이마트, 삼성물산 등도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직 슬림화를 공식화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정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가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복합위기'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유가를 비롯해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산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 등 여파로 물가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큰 정책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인터뷰] 나무의사는 병든 나무·자연 고치는 ‘환경 치료사’

“과수원의 과일나무 등 개인 소유의 나무와 달리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심어진 나무는 병충해 진단과 처치에 반드시 '나무의사'의 진단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병충해 피해를 막고자 농약을 오남용하면서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물산 그린스페이스솔루션팀 GSS서비스그룹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기원 '나무의사'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나무의사라는 직업의 업무와 역할을 쉽고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나무의사는 명칭 그대로 나무에 각종 문제가 생겼을 때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다. 일반적으로 나뭇잎 가장자리가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잎이 쭈글쭈글해지는 병해부터 국내에서 심각성이 더해가는 소나무 재생충병에 이르기까지 나무가 사람처럼 '병들고 아파할 때'에 예방주사를 놓을 시기를 진단하거나 방제약을 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가로수 교통사고 등의 외부 영향으로 상처를 입은 나무나 사전조치를 잘못해 구멍이 뻥 뚫리는 공동현상이 생긴 나무 등 외상을 입은 나무 위급환자들을 수술하는 업무도 해낸다. 나무 수술은 나무의사의 진단·처방에 따라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인 '수목처리기술자'와 함께 진행하며, 평상 시에는 일반적인 진단이나 처방의 업무 비중이 높다고 강기원 센터장은 말했다. 국내에서 나무의사 자격증을 따려면 △관련 석사학위 소지 △산업기사 자격증 획득 △5년 이상 실무 경력 보유의 조건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조건 해당자는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총 1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시험응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나무의사 최종시험은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필기부터 실무에 필요한 수술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하기에 최종 합격률은 낮은 편이다. 강기원 센터장은 조경 전문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간 화예연구 장학생에 뽑힐 정도 우수한 성적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고교 졸업 뒤 1989년 삼성물산(당시 중앙개발)에 입사해 나무조경 관리업무를 맡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면서도 학업을 지속해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직장 팀원들과 함께 일본유학도 다녀왔다. 강 센터장이 나무의사 자격증을 정식으로 취득한 건 국내에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된 2018년으로, 이 때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해 정식 나무의사가 됐다. 강 센터장은 “현재 아파트 등 건물과 공원단지의 조경 및 관리를 주로 하고 있고, 서울 대치동의 양재천 조경도 삼성물산팀이 담당했다"고 최근 주업무를 소개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테마공원 에버랜드에서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필요한 의뢰가 들어오면 왕진을 나간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물산에 근무 중인 나무의사는 강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며, 관리하는 수목 장소도 150~200여 곳에 이른다. 강 센터장은 “나무의사의 직업적 매력은 사무직 등 다른 직종과 달리 일하면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나무를 살려냈을 때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런 장점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은퇴 뒤 자연에 관심을 갖고 나무의사를 꿈꾸는 50~60세 연령층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자격증을 딴 일부 나무의사는 나무병원 설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무병원 설립 조건을 충족해 등록을 마친 사람만 개원해 진료업무를 볼 수 있어 일단 실무경력을 쌓기 위해 나무의사 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 센터장은 들려줬다. 다만, 강 센터장은 “나무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라며 “현장업무 때 직접 땅을 파거나 나무에 올라가야 하는 등 힘든 일도 많으니 직무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지부터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나무의사가 다루는 분야가 병리·생리·해충·토양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요구하는데다 나무가 병에 걸려 완전히 죽기까지 약 2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살리기 위해서도 5년 가량의 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나무의사의 업무 난이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강기원 센터장은 “진짜 '현장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나무의사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해 이론과 실무 지식을 계속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과 같은 경제적 요소에 연연하기보다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든다는 직업적 철학을 갖고 활동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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