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경영 보폭 넓히는 신동빈, 롯데그룹 ‘내실 다지기’ 속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챙기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 속 사업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내실 다지기 작업을 직접 챙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크고 작은 공식일정을 다수 소화하며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4 롯데어워즈' 행사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어워즈'는 지난 한 해 도전과 혁신정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자리다. 신 회장은 이날 직접 시상에 나섰다. 그는 “혁신과 도전적인 아이디어에 강력한 실행력이 더해진 성과들이 그룹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준공한 5·6공장에서 2만t 추가 생산이 가능해져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의 연간 생산 규모는 6만t으로 증가했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체 동박 생산량 중 75%에 달하는 규모다.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지난 3월25일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스마트팩토리 청주 신공장 현장을 방문한 직후 말레이시아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차전지 소재와 전기차 후방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며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준공한 청주 신공장은 롯데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물류이송로봇(AMR), 인라인 컨베이어 벨트라인 등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돼 생산능력이 연간 약 2만기까지 확대됐다. 완속 충전기부터 중급속, 급속, 초급속까지 단계별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4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자리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비전과 목표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롯데그룹 체질 개선을 직접 챙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방침을 바꿨다"며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요 사업군에서는 발 빠르게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마산점을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백화점 비효율 점포를 청산하는 신호탄이다. 마산점은 2015년 롯데가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새단장한 매장이다.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출혈경쟁도 멈춘다. 롯데온이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바로배송은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에서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면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게 골자다. 전국 8개 점포에서 운영해왔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사업성이 있는 분야 역량은 적극적으로 키운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엘에프티(삼박LFT)가 전남 율촌 산단 내에 신규 컴파운딩 공장을 착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총 4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공장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복합위기’ 직면 산업계 ‘노조 리스크’ 예의주시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중첩되며 '복합위기'에 직면한 산업계가 '노조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그간 노사 갈등이 첨예했던 업종 뿐 아니라 '무노조 경영'을 약속한 사업장에서도 전운이 감도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일 산업·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내용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의 단체행동이 전개됐다. 규모가 가장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경기도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조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했다고 비판하면서 노조와의 대화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초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끝내면서다. 투표에는 5개 노조에서 2만7458명 중 2만853명이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의 74%에 해당하는 2만330명이 쟁의에 찬성했다. 투표 참여자 중 찬성은 97.5%에 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후 파업이 벌어진 적이 없다. 2022년과 작년에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노조가 조정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임금협상 관련 교섭을 이어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임금인상안의 경우 사측은 최종적으로 5.1%를 제시했고, 노조는 6.5%를 요구했다. 무노조와 무파업 원칙으로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는 고사 위기에 놓였다. 현대자동차 자회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1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다. 1노조에는 GGM 전체 근로자 650여명 가운데 140여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지금까지는 상급단체가 없는 개별 기업노조였다. 1노조는 금속노조 가입 절차를 마치고 이미 금속노조에 가입한 2노조(조합원 10여명)와 통합한 '금속노조 글로벌모터스지회'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단체교섭 요구안을 만들어 사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역시 올해 협상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노조가 전투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르면 이달 중 상견례를 가지고 올해 임금교섭을 시작한다. 노조는 정년 연장, 수천만원대 보너스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조선사들도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 3사는 이달과 다음달 중 노사 상견례를 각각 연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공동요구안을 마련한 상태다. 특히 노조가 정년은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는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신입사원 채용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과 공유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장직 노조가 출범했다. 철강사들은 동국제강이 정년을 62세로 늘리기로 결정한 여파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동국제강은 지난 2022년과 최근 두 차례 정년을 1년씩 연장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아직 정년이 60세라 올해 교섭에서 노조가 이를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코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달 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회사 측을 상대로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조합 탈퇴 종용, 근로기준시간 위반, 휴게시간 미준수 등 약 200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환율의 역설···韓 수출기업 실적 ‘好好’

우리나라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며 고환율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이에 대한 수혜를 입고 있다. 원화 약세 효과에 힘입어 반도체·자동차 등 업체들이 1·2분기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가·물가 등 부담이 더 커지면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데다 일본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당장 웃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6조60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1.87% 증가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 역시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덕분이다. 메모리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상승한 데다,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올해 초 12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이상으로 뛴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이 3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1~3월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살짝 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뛰는 등 이익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4.3% 뛴 12조4296억원이다. 반도체 업계는 2분기에도 훌륭한 성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분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곳을 중심으로 수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현대자동차·기아 역시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9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7조6409억원)에 이어 분기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매출액 역시 66조871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68조4939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높이고 환율 수혜를 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 확대, 신규 하이브리드 모델 보강 등을 통한 친환경차 판매 제고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극대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은 대부분 환율 헷지를 하지 않는다. 대신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해외 사업장 자금 이동, 투자 관련 결정 등에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 원자재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기업들이 '슈퍼 엔저'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1달러당 엔화 가치는 최근 160엔선까지 터치하며 역대급으로 낮아진 상태다. 원화 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만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총수들 ‘현장경영’ 전세계 곳곳 누빈다

재계 총수들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다. '복합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는 차원이다. 사업장과 고객사 등을 직접 살피는 수준을 넘어 해외 협력사 동향까지 살피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독일에 있는 2차 협력사를 찾은 셈이다.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자이스의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 및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해외 일정을 다수 소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 회의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4회 한중 고위급 경제인 대화'에서 논의된 안건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올 하반기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제5회 대화' 의제 설정을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다음달 중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국-일본간 경제협력을 위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공급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로 갔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정 회장은 작년 8월에 이어 1년 사이 인도를 두 차례나 찾으며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출장길에서는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직접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이 해외 사업장 구성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지난달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청주 신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긴 이후 연이은 신사업 경영 행보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5일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해 한화금융계열사의 임직원을 격려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혁신과 도전을 주문했다. 앞서 7일에는 경기도 판교 한화로보틱스를 찾아 기술 혁신을 제안하고, 1일에는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개발(R&D) 캠퍼스로 향해 간담회를 가졌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28~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국제 민간회의다. 글로벌 경제 현안과 문제에 대한 각종 해법 등이 함께 논의되는 자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속 리스크’ 줄어드나···헌재 ‘유류분 위헌’ 결정에 재계도 관심

헌법재판소가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재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유산 상속 과정에서 가족간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줄어 '상속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면서다. 아직 입법 절차 등이 남아 정확한 파장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기업들은 일단 '유류분 제도 폐지'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헌재는 지난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내년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 게 유류분이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재계에서는 당장 모호했던 기준이 명확해지며 상속 분쟁이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인이 재산을 많이 남겼다는 이유로 친족들이 '묻지마 소송'을 걸며 재산을 나눠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증여·상속 과정에서 형제간 이견으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재산을 보유한 사람의 의사가 더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라고 짚었다. 속옷 업체 BYC 총수 일가는 고(故) 한영대 전 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의 배우자와 장녀가 차남 한석범 BYC 회장 및 삼남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 모녀는 유산 상속 과정에서 유류뷴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달 31일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재계 이목을 끌고 있다. '형제의 난'을 일으킨 뒤 가족들과 연을 끊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이번 판결이 이미 진행 중인 소송 등에는 소급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쪽에서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재계가 주장하는 '유류분 제도 완전 폐지'를 위한 시작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상속·증여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유류분 제도는 단계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게 재계 목소리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사법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입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형법·민법 등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며 “헌재 판결 이후에도 전향적인 법 개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재 결정이 긍정적인 요소는 있지만 법을 어떻게 만들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파장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재계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등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류분은 사망자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며 “중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잊혀져가는 CF100···재계 ‘RE100 부담’ 커지나

제22대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계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한 '무탄소에너지 100%'(CF100)는 동력을 상실하고 난이도가 더 높은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처럼 기능할 경우 우리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이다. 에너지 설비를 직접 만들어 전력을 충당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이를 사서 쓰는 것 등을 허용한다. CF100은 RE100에 탄소가 나오지 않는 원자력 발전소, 수소 등을 추가한 개념이다. 원전 기술력을 갖췄고 재생에너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됐다. 정부는 CF100 개념을 국제사회에 공유하며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등이 이미 RE100을 이행하고 있는데다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에너지 수급 관련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가 없고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많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며 CF100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원전 가동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데다 선거 이전에도 RE100을 기반으로 한 기후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CF100보다 RE100 달성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큰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당시 전경련)가 작년 6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102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9.6%는 CF100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이 31.4%로 가장 많았다. RE100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29.8%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기업 대비 자본력이 열악한데 고객사에서 RE100 이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애플, 구글, BMW 등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들도 RE100 대응 및 재생에너지 사용 등에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수출실적 100만달러 이상 제조기업 6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두 곳 중 한 곳(54.8%)은 RE100을 모른다고 답했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비율도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16.7%(103개사)는 국내외 거래업체로 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수출기업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 비용 절감과 대응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공정·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장 유리한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탐색·구성하는 등 단계적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CF100 연구용역 등을 시행하며 소홀했던 '한국형 RE100'(K-RE100)에 다시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특별한 가입조건이 없고 공공기관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 정도가 기존 RE100과 다르다. 지난 2월 기준 RE100에는 26개국 428개사가 참여 중이다. 미국 기업이 98개로 가장 많고 한국(36개)은 일본(86개), 영국(47개)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K-RE100에 동참한 회원사는 467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화오션, 1Q 영업익 529억원…전년비 흑자전환

한화오션은 연결기준 올 1분기 매출 2조2836억원·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6%,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510억원)도 흑자전환했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의 생산량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상선·특수선·해양 등 3개사업 모두 매출 증대와 흑자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LNG운반선 건조량은 역대 최다인 22척이다. 내년에는 24억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LNG운반선 12척 △초대형 유조선(VLCC) 2척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1척 등 33억9000만달러 상당의 수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 출범 이후 지속적인 선별수주 전략과 전 사업분야에 걸친 비용 효율화 등의 혁신 활동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견조한 실적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바탕으로 각 사업분야별로 매출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롯데월드 어드벤처, 가정의달 아동·청소년 500명 초청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개장 35주년을 맞아 여성가족부·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하는 '5월 가정의달 드림티켓' 초청 행사를 연다. 롯데월드는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드림티켓 전달식'을 갖고 여가부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 약 3000만원 상당의 드림티켓을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드림티켓은 롯데월드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의 하나로 평소 테마파크 방문이 쉽지 않은 계층을 대상으로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초청행사다. 드림티켓 행사를 통해 연간 1만 5000여명이 테마파크와 전망대, 아쿠아리움, 워터파크, 어드벤처 부산을 방문하고 있다고 롯데월드는 소개했다. 올해 5월 가정의달 드림티켓 초청행사는 다문화아동·청소년, 가정밖 청소년, 학교밖 청소년 등 약 500명을 대상으로 마련된다. 초청받은 아동과 청소년들은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놀이기구 어트랙션을 탑승하고, 다양한 공연과 퍼레이드를 관람할 예정이다. 전달식에는 박미숙 롯데월드 마케팅부문장, 최문선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 신혜영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박미숙 롯데월드 마케팅부문장은 “롯데월드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의 꿈이 실현되는 세상'이라는 CSR 비전 아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재계 ‘복합위기 시대’ M&A 시장 접근법도 제각각

재계 주요 기업들이 '복합위기 시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각각 다른 자세로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포스코 등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차원에서 후보군 물색에 적극적이지만 SK·롯데 등은 몸집을 줄이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미 중장기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한 현대차·LG 등은 내실을 다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이후 공식석상에서 M&A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 모바일경험(MX), 의료기기 등 각 사업부에서 많이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달 초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도 “벤처나 스타트업 투자는 많이 하고 있지만 큰 부분에서 아직 성과를 못 보여드렸고 그 큰 부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대형 M&A' 추진을 공식화하고 적합한 매물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79조원 정도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 '빅딜'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조성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조 단위 M&A에 나선 것은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했던 지난 2016년이었다. 장인화호(號) 닻을 올린 포스코그룹 역시 M&A 시장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는다. 포스코그룹은 전날 철강 제조 경쟁력 확보, 이차전지 소재 적극 투자 등을 골자로 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핵심사업 이외 일부 그룹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 개편을 하고, 3년 내 유망 선도기업에 대한 M&A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대규모 쇄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M&A 매물을 찾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정우 전 회장 시절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장 회장 역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7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해놓은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M&A 매수 후보군이다. 양사 모두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수십조원대 투자를 계획해둔 상태다. 해외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는 한화그룹 역시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까지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 SK그룹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기를 가지고 있다. 비주력 자산을 중심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지주사 SK㈜ 등이 성과를 낸 투자종목은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SK네트웍스가 자회사 SK렌터카를 외국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웨커티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금액은 8500억원 규모다. 회사 입장에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알짜 회사를 넘기는 꼴이지만 미래 신사업에 집중할 역량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앞서 2016년에도 패션, 주유소 사업,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등 사업에서 손을 떼며 체질 개선을 도모했다. 롯데그룹 역시 M&A 시장에 매물을 주로 내놓는 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방침을 바꿨다"며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역시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경영 효율화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바이오, 수소, 전기차 충전기, AI 등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GS, 신세계, CJ 등도 비주력 사업을 내다 파는 방향으로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으로 본다. GS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요기요, G마켓·옥션을 비싼 가격에 인수해 재무 부담이 큰 상태다. CJ그룹은 CJ피드앤케어 등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다른 회사에 넘겨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