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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사태’ 분수령···“노사문제 넘어야 할 산”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초유의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는 가운데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을 재개한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파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집행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양측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경기도 기흥 나노파크에서 만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8일 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된 이후 보름만이다. 재개되는 임금교섭에서는 임금 인상률을 포함해 전삼노가 요구해온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를 제안했다. 전삼노는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평균 임금인상률 5.6%'(기본 인상률 3.5%+성과 인상률 2.1%)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전삼노의 파업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체행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수천명이 이를 지지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집행부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며 여론전을 벌인 탓에 파업 참가자가 급감한 상황이다. 집회를 연다면서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연예인을 불러 '호화 집회'를 여는 등 상식 밖 행동을 일삼은 것도 파업 인력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노조가 '성과급'의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회사가 이익을 냈을 때 임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를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하는 '임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삼노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확하게 못 박으라는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고 있다. 전삼노는 당초 파업으로 못 받은 임금을 사측이 보장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노동 없이 임금을 받겠다는 뜻이라 여론의 강력한 질타를 받았다. 전삼노는 재개될 교섭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전국사업장 조합원 1200여명이 참여했다.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 5월29일에는 사상 처음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특히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사업장에서 쟁의활동을 벌여왔다. 전삼노가 작년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다음달 없어진다는 점은 변수다. 만일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어느 노조든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삼노 포함 5개 노조가 각자 교섭 체제에 돌입하면 파업 동력은 더욱 약해질 전망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이날 기준 3만4800여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여명)의 27.8%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노사가 일정 수준 양보를 통해 올해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복합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내부 단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성서초사옥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를 포함한 삼성의 여러가지 준법경영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회장 ‘뚝심’ 이어간다···롯데그룹 베트남 공략 ‘박차’

롯데그룹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유통, 모빌리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출범 1년이 채 안된 '롯데몰 하노이'가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도 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하반기 중 베트남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에 진출한다. 2007년 법인 설립 이후 한국 및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펼쳐왔지만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롯데렌탈은 우선 자동차 판매 딜러등과 협업하기로 했다. 차종 공급과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이달 미쯔비시(Mitsubishi) 등 17개 쇼룸을 운영 중인 킴 리엔 그룹을 시작으로 △현대 탄꽁(THANH CONG) △도요타 △기아 타코(KIA THACO) △마쯔다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렌탈 베트남 법인은 그간 B2B 장기렌터카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B2B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내 독자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를 활용해 B2C 장기렌터카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현지에서 장·단기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량을 약 1300대 가량 운영 중이다. 이번 B2C 장기렌터카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1만대 수준으로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자동차 렌탈 시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3.8%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규무는 8억8471만달러(약 1조2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달러(약 937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했다. 이는 사업구조 개편 기반 마련,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 안정적인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증자는 회사가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 규모 증자다. 베트남 사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평가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롯데카드는 설명했다.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의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베트남 호찌민시 연면적 약 68만㎡ 부지에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하 5층, 지상 60층 규모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함께 오피스·호텔·서비스레지던스와 아파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총 사업비 약 9억달러 규모다. 롯데마트는 지난 4일 베트남 하노이센터점을 그로서리(식품) 전문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2014년 9월에 문 연 하노이센터점은 베트남 하노이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바딘 지역에 있다. 이번 재단장으로 식료품 매장 면적을 1.2배로 늘리면서 전체 점포 면적의 90%를 먹거리로 채웠다. 롯데 내 식품 기업들도 베트남으로 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초 베트남 호찌민에 제로 슈거 소주 '새로'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베트남 젊은 층은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 제조 체험 등에 열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팝업스토어는 새로 소주의 구미호 캐릭터인 '새로구미'가 사는 동굴 형태의 외관으로 꾸며졌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제품 시음, 사진 촬영, 게임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롯데GRS는 1998년 베트남 진출 이후 약 38개 이상 지역에 250여개 롯데리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패스트푸드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호텔롯데는 2013년 호찌민 레전드 호텔 인수(현 롯데호텔 사이공), 2014년 롯데호텔 하노이 오픈에 이어 지난해에는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바이 롯데'를 선보였다.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활로를 찾는 것은 신동빈 회장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꾸준히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삼고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왔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상반기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사업을 소개하며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신 회장이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모델로 칭찬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승승장구하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베트남 하노이에 지난해 9월22일 전면 개장한 초대형 상업복합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누적 매출이 지난달 200억원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1월 초단기로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여만에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누적 방문객은 800만명을 넘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혁신 상품기획(MD'과 '한국식 팝업스토어'가 인기몰이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이달 초 방한한 베트남 '권력 서열 3위' 팜 민 찡 총리를 만나 추가 투자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접견에는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 등도 동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법 개정 전에···” 재계 ‘지배구조 개편’ 열풍 더 거세지나

재계 주요 기업들이 다양한 이유로 계열사간 분할·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그룹사들도 서둘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이 같은 작업에 큰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두산 “체질개선 과정서 소액주주 무시"···삼성·SK·동원 사례 재조명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고 발표해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이자 알짜회사인 두산밥캣에 대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무리한 합병 비율을 채택했다는 이유에서다. 두산그룹 변화의 핵심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다. 양사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보니 그룹은 이들은 인적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교환 비율을 1대 0.63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두산밥캣은 작년 기준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기간 매출 530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을 냈다. 시가를 기준으로 기업간 합병을 추진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 다만 내실이 탄탄하지만 주가가 눌려있는 회사와 실체 없이 주가만 뛰어있는 회사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게 적합하냐는 지적은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내리거나 올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사례도 많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당시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당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산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컸다.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우 이 사건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SK 역시 SK C&C와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비율을 대주주에 유리하게 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2017년 현대모비스 사업부를 분할해 일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려 했지만 소액주주들이 반대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동원그룹의 경우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추진하다 합병 비율을 변경해야 했다. 노골적으로 상장사인 동원산업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동원인터프라이즈에 유리하게 움직여서다. SK그룹이 지난 18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기로 한 결정도 주목받는다. 시장 예상보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주사 SK(주)의 영향력을 일부 양보했다는 점에서 두산 사태와는 정반대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 등을 고려해 SK그룹이 소액주주들을 최대한 배려한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상법 개정' 물밑 논의 활발한데···재계 '눈치싸움' 치열해질 듯 재계에서는 이번 두산그룹 사태를 계기로 '상법 개정' 논의 방향성이 경영계에 불리하게 흘러가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상법 개정의 핵심은 '회사'로 한정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할지 여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 민생지원금 지급 등 쟁점 법안을 처리 또는 폐기하고 나면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두산 사업구조 재편이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이 아닌 두산밥캣 지분 직접 매각 방식이 더 유리하고, 두산밥캣 주주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 아닌 공개매수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산의 사례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도록 할 경우 회사가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 일반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지 신중히 검토한 후에 추진하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사전·사후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온 그룹사들은 속내가 복잡하다. 이사 충실 의무 범위가 확대된다 해서 당장 기업 분할·합병에 제동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이들이 소송을 남발하는 등 진행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력사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증여받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등을 통해 일본 롯데와 관계를 재정립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 등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들도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엔비디아 적수 없어···3년안에 무너지지 않을 것”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엔비디아에 대해 “아주 짧은 미래, 2∼3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열풍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이 회사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 회장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토크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저희도 연구를 많이 하는데, 3년 안에는 솔직히 적수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여기에 많은 요인이 있는데 GPU로 그래픽을 다루는 것이 AI 연산과 거의 똑같은 얘기가 되고, 엔비디아가 이를 더 쉽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상당히 많이 발전시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누군가 칩을 비슷하게 만들어도 그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한순간에 만들 방법이 없다"며 “2∼3년간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좋기 때문에 무너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반대로 엔비디아가 2∼3년 후에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AI로 돈을 벌어내는 모델이 뭔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엔비디아 세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 칩이 필요해서 현재 엔비디아가 가진 장점이 무너질 공산이 그다음부터는 깔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를) 누가 깰 수 있느냐 하면 누구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엔비디아 칩을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쓰기보다 자기 칩을 쓰고 싶어 하는 요구가 많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그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부서질 수 있고, 엔비디아 경쟁자인 AMD, Arm 등이 칩을 잘 만들뿐 아니라 싸게 만들면 엔비디아 모델도 부서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초격차 스타트업’ 품는 삼성전자···기술 리더십 확보 ‘총력전’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을 미리 점찍으며 역량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xford Semantic Technologies)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2017년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3인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데이터를 사람의 지식 기억 및 회상 방식과 유사하게 저장·처리하는 '지식 그래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식 그래프'는 관련 있는 정보들을 서로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해 주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빠른 정보 검색과 추론을 지원해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된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기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지식 그래프로 변환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연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가 데이터 처리 최적화 및 고도의 추론이 가능한 지식 그래프 기술을 개발해 이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유럽 및 북미 지역의 금융, 제조,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 회사들과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여러 프로젝트를 협업하며 다각도로 기술력을 검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더욱 진화된 '개인화 지식 그래프' 핵심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인화 지식 그래프 기술은 서비스와 앱별로 분산돼 있던 정보와 맥락을 연결해 나만을 위한 기기를 사용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하면 할수록 나를 더욱 잘 이해하는 기기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부터 강조한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모바일 뿐만 아니라 TV,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겸 삼성리서치장(사장)은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데이터 지식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이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전 제품에 걸쳐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개인화 AI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AI 기술 혁신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품에 안았다.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곳이다. 소니오는 의학 발전을 통한 전세계 임산부와 태아 건강 증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설립됐다.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이력 및 내역을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IT솔루션 및 AI 진단 보조 기능을 개발해 왔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인수를 통해 유럽의 우수 AI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자사 의료용 AI 솔루션에 소니오의 진단 보조기능 및 리포팅 기술력을 더한다는 생각이다. 양사 기술 협업을 통해 향후 의료진의 진단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 또한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외에 'C랩'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사내 397개, 사외475개 등 총 872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 중 537개 기업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스타트업 전시관에 'C랩 전시관'을 마련해 15개 과제와 스타트업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윤곽 나온 최태원표 ‘혁신 SK’ 내실 다지고 미래 도모한다

쪼개고·합치고·팔고·붙이고. SK그룹이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성장성은 있지만 재무구조가 불안한 회사에 알짜 계열사를 합병해 체질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인공지능(AI) 등 그룹 차원에서 새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는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주),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은 18일까지 각각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 합병 관련 안건을 논의한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 등에 알짜 회사를 붙이는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중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어가는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노리는 포인트는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 E&S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다. 업황이 주춤한 탓에 최근 10개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기도 하다. 양사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합병할 예쩡이다. 양사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인 SK㈜도 18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에 대해 논의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 지분 36.22%와 SK E&S 지분 90.0%를 보유하고 있다. SK㈜의 반도체 가공·유통업체인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에코플랜트로 편입될 전망이다. 사업 재편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를 순조롭게 추진하도록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SK㈜ 손자회사인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D카드와 USB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회사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불황 속에도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회사다.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SK그룹은 200개가 넘는 계열사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회사간 합병 뿐 아니라 비주력사업은 매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 등을 매물로 내놨고, SK이노베이션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일부를 매각할 방침이다. SK㈜는 베트남 빈그룹·마산그룹 등에 투자한 지분 9%를 처분하기 위해 상대를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어스온은 지난 2월 페루 광구 지분을 3400억원에 매각했다.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추가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이차전지 등 주력사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들이 있는 만큼 조직 슬림화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몸집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준비와 질적 성장을 위해 선제적·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며 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달 말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이를 AI·반도체 등에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비서(PAA)를 포함한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전세계인 시선 파리로···재계 ‘올림픽 특수’ 노린다

재계가 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제33회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세계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축제인 만큼 제품을 홍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유통가도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하며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특별 제작한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공개했다. '갤럭시 Z 플립6' 옐로우 색상에 금빛 올림픽·패럴림픽 엠블럼과 삼성 로고가 새겨진 게 특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1만7000여명의 선수 전원에게 제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노리는 점은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이 언어의 장벽없이 소통하고, 전세계 팬들에게 올림픽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에는 '갤럭시 인공지능(AI)'이 탑재됐다. 듀얼 스크린을 활용하면 '통역(Interpreter)'이나 통화 중 '실시간 음성 통역'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IOC와 협력해 올림픽 최초로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간 올림픽 시상식에는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됐다. '빅토리 셀피'를 통해 선수들은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으로 승리의 감동을 직접 담아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 말부터 '2024 파리 올림픽 아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와 협업해 '갤럭시 S24 울트라'로 촬영한 올림픽 사진을 소개하는 게 골자다.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레이몽 드파르동'의 과거 올림픽 흑백 사진과, 그의 아들 '사이먼 드파르동'이 갤럭시 S24 울트라로 촬영한 컬러 사진을 옥외 광고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파리 샹젤리제 125번가에는 '삼성 올림픽 체험관'이 준비됐다. 특정 종목을 후원하며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리는 곳들도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펜싱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를 지원하며 각종 국제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국가대표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도 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양궁 후원에 진심이다. 올해 대회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양궁 선수단 지원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회장까지 이어지는 40여년 '최장 양궁후원' 덕분에 각종 대회에서 양궁 대표팀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대표팀을 응원하고 유럽 현장경영을 펼치는 차원에서 파리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유통가 표정도 밝다. 오비맥주 카스는 국내 주류업계 최초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카스는 논알코올 맥주 '카스 0.0(제로)'을 앞세워 국내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카스는 TV 광고와 인플루언서 협업 제작물로 올림픽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행사 기간에는 파리 에펠탑 근처에 문을 연 '코리아 하우스'에서 한국 주류 문화를 테마로 '카스 포차'를 운영한다. 백화점·마트도 스포츠 웨어 기획전과 프랑스 관련 행사를 여는 등 분위기를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션 업계의 경우 선수들이 입는 운동복 등을 지원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맞춤 전략’ 앞세워 인도 시장 영향력 높인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현지 문화 특성이 뚜렷한 만큼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맞춤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인도는 작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더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1995년 진출했다. 현재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 △리테일스토어 20만곳 △A/S센터 3000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한다.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커드(수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냉장고, 힌디어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세탁기, 난(인도 전통 빵)과 피클을 만들 수 있는 전자레인지 등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TV 판매 시장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2017년 이후 6년만인 지난해 1위를 탈환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키워드로 잡고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말에는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크레타' 등 전략 차종의 흥행에 힘입어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대 수준이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LG그룹은 현지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4년 전 발생한 인도 공장 유증기 누출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최근 찾아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신 부회장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사고 인근 마을 5000여 가구에 12억루피(약 200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노이다 등에서 운영 중인 생산공장에서 다양한 현지 맞춤형 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 사업 거점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만들기도 했다. 현지인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며 LG 에어컨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재계 총수들도 인도를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박4일간 뭄바이 출장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했다. 그는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후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에서 “치열한 승부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4월 인도를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계는 인도가 소비 시장 뿐 아니라 생산 거점으로서 매력도 충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0일 발간한 '모디 총리 3연임과 對인도 투자진출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탈중국 현상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 내 중국의 후방참여율 확대가 더딘 가운데 인도가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방참여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해외 중간재 수입 후 수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무협 설문조사에서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 10곳 중 7곳(68.1%)은 향후 5년 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기업의 74.5%는 모디 총리 3연임이 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것이라 답했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인도는 외국인 투자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반덤핑, 인도표준기구(BIS) 강제인증제도와 같은 무역기술장벽(TBT) 등 보호무역조치도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도시장 선점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개선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인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영계 “최저임금 인상 유감···제도개선 방안 마련하길”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경영계가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7%(170원) 인상된 시급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공익위원이 요구한 심의촉진구간(1만~1만290원)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최종안"이라며 “한계상황에 직면한 우리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다만 이번 결정은 우리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부작용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고자 노력한 사용자위원들의 고심 끝 결과였다"며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부담 완화 및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지원 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을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코멘트를 통해 “성장동력 둔화로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금리·고환율, 소비부진 등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과 자금사정 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동결 또는 인하를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최저임금이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경협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라도 사용자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코멘트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인상수준으로 평가하지만 그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절대금액이 높아진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한상의는 “최저임금은 사회보장급여, 세액공제 등 26개 법령에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며 “현행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TSMC·인텔 질주하는데···삼성전자 ‘노조 리스크’에 발목

525조원 vs 9909억달러(약 1370조원).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다. TSMC 몸값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급성장해 삼성전자와 비슷해졌다. 4년여가 지나 이제는 2배가 넘는 격차가 나고 있다. TSMC,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특수'를 등에 업고 질주하고 있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나홀로 '노조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간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흔들리는 모양새다. 메모리에서는 이익을 내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성장 분야에서는 경쟁사를 추격하는 입장이라 상황이 긴박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2661억5400만대만달러(약 53조7736억원)로 집계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매출이 2078억6900만대만달러(약8조8000억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9% 뛰었다.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을 확실한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AI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비디아 최첨단 칩의 경우 TSMC가 사실상 전량 생산하고 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TSMC가 이르면 다음주 중 바오산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첫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험 생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내년부터 양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 역시 엔비디아에 이어 TSMC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TSMC 기자총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1조달러를 터치했다. 인텔의 행보도 발 빠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최대 195억달러(약 26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인텔은 해당 자금을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설비 건설·확충에 쓸 계획이다.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는 노조가 없다. 공장이 24시간 내내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상황은 전혀 다르다. TSMC와 인텔이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1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HBM쪽은 아직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는 '승부수'까지 띄운 와중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전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지난 8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수정했다. 특히 이들은 '공장을 멈추겠다'는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며 해사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전날 총파업 선언문에서도 “우리는 분명한 라인의 생산 차질을 확인했다"며 조합원들에게 집행부 지침 전까지 출근 금지, 파업 근태 사전 상신 금지 등 지침을 공지했다. 전삼노가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내걸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전삼노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삼성 근로자들의 무기한 파업은 글로벌 테크에 위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BBC는 “전삼노는 이번 파업으로 회사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지만 삼성전자는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외신들도 반도체 부문 파업 여파에 주목하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론은 이미 전삼노에 등을 돌린 상태다. 이들이 지난달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호화 파티'를 연 것이 분기점으로 꼽힌다. 평균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가 명분 없이 '파업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삼노는 이번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내걸고 있다. 전삼노가 작년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다음달이면 없어진다. 이때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어느 노조든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5개 노조가 각자 교섭 체제에 돌입하면 전삼노의 파업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최대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3만1000여명이다. 이는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8%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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