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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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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재계 팀코리아, 성공개최 ‘민간외교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28 17:16

국격 향상·기업 이미지 제고 ‘일석이조 효과’ 기대
현대차 공식 의전차량 제공, 모빌리티·로봇 전시도
LG 국내외 도시 대형전광판 운영 홍보전도사 역할
HD현대, 글로벌포럼서 K-조선 MASGA 비전 제시
롯데 K-푸드, 한화 불꽃쇼, 삼성 트라이폴드폰 주목

SK이노베이션이 APEC 정상회의 기간 셔틀버스로 활용하기 위해 제공한 수소버스 이미지.

▲SK이노베이션이 APEC 정상회의 기간 셔틀버스로 활용하기 위해 제공한 수소버스 이미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라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은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대형 쇼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위해 '팀 코리아'로 뭉쳤다.


개최지 경주의 주요 거점에서 행사를 홍보하는 활동뿐 아니라 국내외 방문객들의 이동 지원, 축하 불꽃·드론쇼 개최 등 '경주 APEC 성공'을 위한 전반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 21개국에서 정상 및 글로벌 CEO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인 만큼 국격을 높이는 동시에 자기 기업의 이미지를 적극 알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것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APEC CEO 서밋 행사 호스트(주최자)인 대한상의의 최태원 회장이 속한 SK그룹의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행사 성공적 개최를 돕기 위해 친환경 미래 교통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수소버스 20대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머무를 부산, 포항, 경주 등 경상권 지역과 경주 예술의 전당을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한다. 각국 정상과 배우자 의전에는 G90(113대), 장관급에게는 G80(74대)를 쓸 계획이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3대와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2대 등도 제공한다.


현대차는 한국의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알리기에도 나섰다. 경주시 일원에서 수소를 비롯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와 로보틱스 사업의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한다.


APEC 행사가 열리는 경주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가 전시돼 있다.

▲APEC 행사가 열리는 경주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가 전시돼 있다.

LG그룹은 '행사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월 말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과 '홍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경주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중 절반 가량(70대)을 활용해 APEC을 알리는 래핑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광화문, 시청, 명동, 홍대입구역, 강남 코엑스, 파르나스호텔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지역의 7개 대형 전광판에서 APEC 공식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광장 등 세계적 명소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에서도 같은 영상을 내보냈다.


LG그룹은 APEC 정상회의 홍보를 돕기 위해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관련 영상을 상영해왔다.

▲LG그룹은 APEC 정상회의 홍보를 돕기 위해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관련 영상을 상영해왔다.

롯데그룹은 유통·식품·관광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롯데호텔은 APEC 주요 공식 행사에서 케이터링 전반을 담당하고 롯데호텔서울은 세계적인 셰프 에드워드 리와 협업해 정상회의 오찬과 만찬을 준비하는 식이다.


이밖에 롯데제이티비는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 총 1100개 객실 규모 숙소용 크루즈 2대를 임시 숙소로 운영한다. 롯데웰푸드, 롯데GRS,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들은 홍보 부스를 마련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K-푸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오는 31일 APEC 정상회의 개막일 갈라 만찬에서 경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불꽃쇼와 드론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인 갈라 만찬에서 5만발의 불꽃과 2000여대의 드론으로 경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 놓는다는 구상이다.


APEC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한화그룹 자체 광고 영상에 APEC 파트너십 로고를 반영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APEC 관문인 서울역, 경주역, 김해공항 디지털 옥외광고, KTX 객실 스크린, CEO 서밋 및 퓨처테크포럼 행사장 액정표시장치(LED) 등을 통해 지속 송출된다.


한국 경제·기업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SK그룹은 28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인 '퓨처테크포럼 인공지능(AI)'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의 AI 생태계 육성 경험을 전세계와 공유했다.


또한, 최 회장은 APEC 관련 최대 기업인행사인 CEO 서밋을 주관하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행사 의장을 맡아 APEC 행사 성공 개최를 측면 지원해 왔다. 지난 10~12일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양국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을 방문해 APEC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APEC 행사장 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두 번 접히는 신형 폼팩터 스마트폰 '트라이폴드'를 28일 최초로 공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약한 신모델을 공개하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동시에 현장을 찾는 글로벌 IT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7일 진행된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7일 진행된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주요한 협상 프로젝트인 MASGA(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의 핵심축을 맡을 HD현대는 경주 APEC에서 글로벌 1위 조선 기술을 소개하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지난 27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마련해 한국과 HD현대의 조선 산업 경쟁력을 과시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은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 혁신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인들이 미국과 관세협상 등 굵직한 외교 현안 관련해서도 '지원 사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등을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기선 회장이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과 전략적 협업'을 강조한 것도 외교적 측면에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찾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만날 지도 경주 APEC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회동을 가진 바 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번 경주 APEC 개최의 경제효과를 약 7조4000억원으로, 고용 창출도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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