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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수요 분산 정책, 효과 높이려면

미국에서 전기를 생산시설의 동력과 조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는 기술적 제약 때문에 수요 지역에 가깝게 발전기를 설치해야 했다. 또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전압과 주파수 등 전기적 특성이 서로 달라 다양한 종류의 전기들이 생산 및 공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산형 소량생산의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익이 보장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아 수요가 보장되는 지역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런 전기산업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은 대공황 시기 정부의 개입이었다. 그 결과 철저하게 자본주의 중심으로 형성됐던 전력 네트워크가 인구 밀도가 적은 지역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력회사에 이익을 보장하는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유연하거나 역동적인 산업적 색채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누적돼온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기 산업이 늦게 형성된 것이 오히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와 디지털 중심의 산업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력망을 구성할 때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발전량 예측이 어려운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관리적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변동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등장했다.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공급 부문과 수요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급 부문에서는 변동성을 예측해서 사전 대응하는 것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대응 및 조정이 가능한 전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을 활용한다. 그런데 이 역시 전량 수입하는 LNG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수요 부문에서 변동성을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분산시킬 수 있는 축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시간적 분산은 부하 감축 및 이동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간적 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전력망의 확충에 따른 복잡성 증대라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간적 분산을 추구하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공간적 분산은 기존 수요를 이전시키거나 신규 수요를 창출할 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곳으로 유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전력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용이기 때문에 전력 다 소비 업종을 발전원 인근 지역 중심으로 형성하는 것이 요즘 회자 되는 하나의 솔루션이다. 이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고 설비 구축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등 에너지 측면의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 소멸위기 대응 및 국토균형 발전의 추진과도 상호 보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해당 산업 생태계 및 가치사슬 측면까지 고려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수도권이나 지방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산업이 형성된 데에는 초기에는 정책적인 측면이 컸겠지만 그 이후 자연적으로 증가한 매력이 기업의 입지 선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산업 수요와 더불어 가정 및 상업적 수요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이는 에너지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교통 등 다양한 삶의 요소들의 측면까지 모두 고려해 지역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슈&인사이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자국의 제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된 미국은 자국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 강화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반도체와 전기차를 양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법을 잇달아 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9일 ‘반도체과학법’( CHIPS Act)에 서명한 데 이어 1주일 뒤인 같은 달 16일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입법으로 한국 기업들이 곤경에 처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 등 비우호국으로의 투자를 차단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기금(보조금 지원) 협정을 맺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미국의 동의없이 반도체 제조역량의 ‘실질적 확장’과 관련된 주요 거래를 할 수 없다. 이어 나온 세부지침은 특정 첨단 컴퓨팅 반도체 및 수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등에 대한 제한적 수출 통제와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multinationals)이 소유한 경우는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기로 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현지 한국기업 반도체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1년 동안 수출 통제 유예를 뒀다. 그런데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어서 미 상무부가 공고한 미국 반도체지원법상의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도 독소 조항이 많다. 이것은 초과이익 환수와 예상 현금(기대수익)흐름 제공, 국방·안보용으로 쓰이는 첨단 반도체 시설 접근권 등으로 과도한 경영 간섭이며 기술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보조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뉴욕· 실리콘밸리 등에 반도체 관련 최첨단 기술과 관련된 고급인력들이 상주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더 벌릴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내수시장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 소규모 내수시장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이한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에 일방적인 순응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현실적으로 중국에 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고, 외국 정부를 상대로 조율하기에는 벅차다. 더구나 반도체라는 우리 핵심 산업의 운명을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기업의 생존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생존과 발전이 걸린 문제다. 수출 통제 유예기간이 오는 10월로 도래하는 중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발등의 불’이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이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비반입기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경쟁으로 다방면의 영역에서의 대결과 디커플링이 혼재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더구나 통상이 안보와 밀접하게 연계된 복합적인 국제 통상환경 아래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의 다양한 입법과 행정 조치 동향을 적시에 파악하고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험난한 국제 통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E칼럼]미세먼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기우다

요즘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국가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 줄곧 강조되어 왔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1일당 관련 손실비용이 1586억원에 달하고,지난 2018년 기준 전국 평균 연간 25.4일의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감안할 때 약 4조23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의료 관련 비용의 지출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80억명 중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650만명이며 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2019년 45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세계 사망자의 수가 6710만명이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687만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같은 미세먼지 관련 조기 사망자수는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 보다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줘서 조기에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숫자라는 점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세계 연간 평균 신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약 27명 수준으로 30년전의 67명에 비해 현격히 개선됐다. 평균 수명도 2019년 72.6세로 같은 기간(64.2세)에비해 8.4년이나 길어졌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조기사망자가 늘었는데도 보건 위생의 개선, 영양 환경의 개선 등으로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과 신생아 생존율은 길어졌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는 주로 영유아나 노년층과 같은 건강 취약자들과 기초 의료 시설 부족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국제 연구에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아동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헌상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확한 인과를 나타내기 보다는 인과의 여러 경로 중 하나로서 미세먼지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 같다. 대기 오염 이슈는 분명히 주요한 공중 보건 위험이고, 악성 대기질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동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보건 위생 분야의 미세먼지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얼마 전의 연구는 미세먼지가 알츠하이머나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인과의 경로를 설명하지만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연관성의 확률을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나라에서 미세먼지와 의료·보건위생 분야의 연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질적이고 정확한 자료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우리나라는 2019년 영아 사망률이 1000명당 2.7명 수준으로 유럽의 평균보다 낮으며 전세계 10위권인 싱가포르(2.1명)와 비슷하다. 평균 수명도 83.3세로 세계 평균보다 10.7세가 길다. 그동안 외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의 환경 수준을 빠른 속도로 개선한 것이 일부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내용보다는 결과적인 숫자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따라서 주로 현실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제는 이런 대기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시민의 생활과 위해성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려는 소통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 정부차원의 보건 위생 차원 정책 발굴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와 학계,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는 장기간의 대기 중 PM2.5 오염 노출로 인한 건강 취약 계층 사망의 상대적 위험성과 노약층의 보건 위해에 대한 상관성을 정확히 분석해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염원을 중심으로 한 배출 총량의 감소 노력을 넘어서 환경 보건 연구를 통하여 더 많은 역학적 증거를 확보하여 현재 미세먼지와 인체 위해성 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인구 역학 및 개선된 의료 시설과 대기 오염 통제 조치와 같은 개입이 사망률 부담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미세먼지는 근로 등의 생산과 경제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다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넘어선 지나친 시민들의 우려가 가끔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원자력 표퓰리즘 그만

원자력 표퓰리즘.오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에 원자력을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아 투표와 포퓰리즘을 합성해서 만들어 본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요금 동결과 현금 살포 정책을 추진했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돈도 마구 찍어냈다. 부작용으로 나타난 살인적인 물가에 다급해진 정부는 기준금리를 100% 가까이 끌어 올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결과다. 이른바 ‘페론주의’로 불리는 중남미의 포퓰리즘은 유명하다.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는 슬로건 아래 무상복지를 확대하고 임금은 대폭 인상한다.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의료 등 무상정책을 대대적으로 폈다. 2008년 유가급락에도 무상정책을 유지했고 그 결과로 대통령을 네 번이나 연임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표퓰리즘이다. 무상정책은 차베스 후에도 계승되었는데 그 결과 경제는 급격히 나빠졌고 지금도 엉망이다. 2018년에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진이 외신에 올라왔다. 현금살포 정책은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 money illusion)는 있겠지만, 지나치면 재정이 파탄 나고 경제는 망가진다. 적어도 정치인에게 현금살포 정책은 매력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생계지원’ 명목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다. 바로 이어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3분의 2인 180석을 얻었다. 대법원은 지원금 지급이 금권선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코로나 지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민주당은 야당이 된 지금도 ‘돈 뿌리기 입법’에 안달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은 에너지분야에서 대표적인 표퓰리즘 정책이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일부 대선 후보들 ‘원전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위한 대선후보 공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에 아마도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탈 원전이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시 기자회견문에서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비싸고 위험하다. 천문학적인 해체비용과 수십만년이 넘는 반감기로 후손들의 삶까지 위협하는 원전은 새로운 대한민국과 병행할 수 없는 청산목록 중 하나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 공약은 충실하게 이행됐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취소됐고 계속 운전 중이던 월성1호기는 조기폐쇄됐다. 그 자리는 비싼 태양광 발전이 채웠다. 그렇게 하고는 원자력이 싸지 않다고 한 말이 거짓이 될 것 같으니 올리지 않았다. 오늘날의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요인의 상당 부분은 탈 원전 탓이라고 알려진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들은 공천 룰을 논의하는 등 선거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폭과 내년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재다가 몇 일전 이도저도 아닌 8원/kWh을 올렸다. 한전 적자 보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이다. 어차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인데도 자꾸 뒤로 미룬다. 표 계산만 하다 보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이어진다. 지난 1월 여당 대표는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어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막을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계는 경악했고 탈 원전 세력은 환영했다. 건식저장이 안되면 원전은 수조가 차는 2030년께 가동을 멈춰야 한다. 그는 며칠 전 여당의원이 주최한 원자력안전교부세 국회토론회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이다. 당대표로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이거 빨리해야 됩니다"라고 하는 등 지역구와 관련된 인기영합적인 발언에 열중했다. 탈 원전 폐기를 공약하고 출범 1년이 지난 정부와 국정을 함께 책임져야 할 여당대표는 어디있나? 모든 에너지원이 다 그렇지만 원자력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정치인들은 원전 운영사가 공기업이라고 원자력 발전을 표퓰리즘 수단으로 더 이상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오는 29일부터 6월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2월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 175개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협약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0월로 예정된 5차 회의 개최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 톤으로 각각 두배 가량 늘었다. 국가별 플라스틱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21%로 가장 많다. 그 뒤로 EU(15%), 미국(14.5%), 독일( 5.5%). 인도 ( 4.2%), 한국(4.1%), 일본 (2.6%) 순이다. 특히 의료부문이나 개인위생용, 전자상거래 등에서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고작 9%에 그친다. 나머지는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각종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 플라스틱 첨가제로 인한 호르몬 및 신진대사 교란 등 인류 건강도 해친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2019년 기준 약 18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90%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거버넌스는 런던협약, 스톡홀름 협약, 바젤협약 등 해양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보호, 화학물질, 폐기물 교역 등 관련으로 부분적으로 다뤄져 왔다. 그래서 INC에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오염방지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잉거 안데르센 UNEP사무총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디자인 및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수거, 재활용, 매립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별 관리방안을 마련한다. 협약의 쟁점은 규제의 방법과 생 분해성 플라스틱의 인정범위 등 크게 2가지다.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은 협약 체제 아래서도 국가별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입장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EU회원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협약이 발효되기 전 과도기에는 국가별 자율적 규제를 인정하고 발효 이후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규범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해서도 국가별 이해에 따라 견해차이를 보인다. 몬트리올의정서는 환경분야 다자간 협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전 지구적으로 노력해서 막은 결과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지만 플라스틱의 복잡성을 따져볼 때 간단치가 않다. 그렇더라도 협 약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응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고 일회용품 품목은 1만개(유럽은 400여종)가 넘는 데다 석유화학 산업이 주력업종이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 실천활동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과 연계해 불필요한 일회용품 제조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동시에 영세한 플라스틱 제조사들의 업종전환에 대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과 ESG경영 차원에서 플라스틱 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오염된 폐플라스틱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한 국민인식 강화와 지원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수소경제도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소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많고, 매우 가볍고,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우주는 약 68%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약 27%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아는 물질은 5%도 채 되지 않는데 75%가 수소이고, 25%는 헬륨이다. 나머지 물질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수소는 알려진 물질 중에서는 가장 많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3분 만에 만들어진 원소가 수소와 헬륨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한참 뒤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주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지구는 철이 가장 많다. 철은 지구 중량의 35%를 차지하고, 5.2%가 지표면에 존재한다. 지구를 철의 행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의 철이 존재한다. 철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별은 우주의 철공장인 셈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만 구성된 가장 가벼운 물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벼운 수소 원자를 잡아둘 만큼 지구의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구 대기에 수소는 0.00001%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물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그마저도 수소가 없을 것이다. ‘해저 2만리’의 작가 쥘 베른이 1874년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서 석탄이 고갈될 경우 석탄 대신 물을 때면 된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로 바뀐다. 수소를 파이프라인이 아닌 배로 운반할 때는 액화해 탱크에 보관한다. 운반 과정에서 탱크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자연 증발되거나 기화되는 수소 가스가 상당하다. 미국에서 액체수소를 싣고 한 달을 걸려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30% 정도가 기체로 날아가고 70% 정도만 남는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로 영하 53도까지만 내려가도 액체로 바뀌어 보관이 쉽고 기화가 덜 된다. 그래서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체로 활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하려면 액체수소에 비해 3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가연성 물질이다. 발열량이 원유에 비해 3배가 넘는다. 1980년대 미국 우주왕복선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은 발사할 때 주로 등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석연료인 등유를 사용하다 보니 팰컨9은 발사 후 3분도 안 되는 165초 동안 약 116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동차 1대가 69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유 대신 액체수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와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쓴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000만톤이며 이 가운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14.3%로 전 산업부문에서 1위다.그래서 ‘제철소 몇 개만 해외로 옮기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수소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철이 만나면 어쩌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 공정은 산화철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동시에 순수한 철을 얻는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킬 때 수소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800도 이상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무한루프처럼 에너지 문제로 돌아왔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그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 석탄, 가스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1년 기준 에너지 수입의존도 92.8%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구시대 유물 지주회사 규제 없애야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와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에 대해 지주회사 그룹내 자회사간 또는 손자회사간 공동출자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간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 → 증손회사라는 단일ㆍ수직적 출자만 허용했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비지주회사 그룹들은 여러 계열사가 공동출자해 하나의 대규모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집단은 출자지분 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장애인표준사업장에 고용된 장애인이 100명이고 A계열사의 출자지분이 50%라면 50명을 고용한 것으로, B계열사가 30% 지분을 출자했다면 30명을 고용한 것으로 본다. 이 제도는 규모가 큰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체계적으로 유지ㆍ관리할 수 있어 영세 사업장에 비해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좋다는 게 장점이다. 이 같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128개로 6117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SK그룹과 같은 지주회사 그룹은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하나의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은 불가능해 계열사별로 사업장을 따로 둬야 했다. 비지주회사 그룹이 지주회사 그룹으로 전환하는 경우 계열사 공동출자로 운영하던 기존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은 계열사별로 쪼개야 한다. 기업입장에서 기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다수의 사업장으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운영이 복잡해지고 관리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장애인들도 갑자기 소속이 바뀌면서 동료와 이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공정위도 문제를 인식하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규제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설립 자체를 금지한 데서 시작됐다. 지주회사를 금지한 데는 일본의 영향이 컸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육본과 재벌 간 관계가 긴밀했고 패전 이후 재벌 해체의 역사를 경험했다. 1945년 11월 점령군 사령부(GHQ)는 최고사령관 각서 ‘지주회사 해체에 관한 건’에서 일본의 지주회사 기업집단을 강제로 해체했고, 1947년 원시독점금지법을 도입해 지주회사의 설립 금지를 법제화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가 허용된 것은 IMF 외환위기 때다. 당시 기업집단의 복잡하게 얽힌 출자구조로 계열사 매각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한 출자구조로 기업 구조조정이 쉬운 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허용됐다. 물론 이런 정책 변화에는 일본의 영향도 있었다. 일본은 이미 지주회사 금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입법 당시부터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제도는 이후 일본의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본은 지주회사 금지 관련 조항을 삭제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주회사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뒀다는 게 일본과의 차이점이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 금융사 보유 금지, 자회사ㆍ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손자회사 원칙 보유 금지 등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볼 수 없는 규제가 도입됐다. 우리나라 지주회사 규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미 군정이 일본 전범기업에게 적용했던 규제를 우리기업에게 적용했고 지금은 일본도 폐지한 지주회사 규제를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지,더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지주회사 규제는 당초에 적용 대상도 부적절 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경제는 6·25 전쟁 직후 세계 최 빈국에서 지금은 글로벌 10위권 경재대국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아직도 제도나 규제는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있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는 전면 폐기해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EE칼럼]밀려드는 탄소사용 청구서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탈 탄소를 목표로 하는 애플이 지구의 날을 앞둔 지난 4월 19일 그간의 진행 상황을 담은 ‘2023 환경 진행 보고서’를 내놨다.여기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저탄소 설계, 에너지 효율, 자원 재활용, 탄소 제거에 대한 투자 등 지난해 사용한 그린본드에 대한 세부 사항이 들어있다. 애플은 이달 12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7329억달러(약 365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기업이다. 세계 28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250개가 넘는 공급업체가 2030년까지 애플에 납품하는 제품을 100%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중국에 있는 70개 공급업체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30개와 일본 34개 공급업체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상태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13개 국내기업과 18개 외자기업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추이와 정부 정책을 감안할 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공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현재 애플과 공급업체가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은 13.7GW에 달하며 2030년에는 20GW가 넘을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2018년에 RE100을 달성한 상태로 2015년 이후 수익을 68% 이상 성장시키면서도 전체 탄소 배출은 45% 이상 줄였다. 이번 발표는 ‘Apple 2030의 비전’ 실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으며 향후 가속화할 계획과 탄소 배출 기업의 공급망 퇴출 경고가 함께 포함된 셈이다. 시가총액 세계 8위로 전기차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는 지난 3월 1일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를 개최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반값 전기차 발표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주로 보도했고 주가도 떨어졌지만 테슬라 사명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적 전환 가속화’에 대해서는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테슬라는 특히 ‘마스터 플랜 3.0’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100% 감축하기 위해 크게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기존의 전력망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ESS와 같은 전력저장시스템 확충을 통해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 세 번째는 주거·상업·산업 분야의 히트 펌프 전환, 네 번째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수소 활용, 다섯 번째는 선박 및 항공기의 전기화다. 주요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와 함께 자율주행 전기차 회사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본크레딧닷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익만 17억8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4.2배에 달하고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두 회사의 사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RE100, IRA, REPowerEU, CBAM, SBTi, IPEF, SEC 공시, ISSB 공시, IFRS 공시 등은 탄소 사용 청구서로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전환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신규 태양광을 33.66GW 추가 설치해 설비용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5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34GW를 넘어서 2022년 전체 설치량(86GW)의 156%에 달할 전망이다. 독일도 올 1분기에 2.6GW 이상의 태양광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10GW를 초과해 작년 전체 설치량의 1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국제 기후변화 대응기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으로부터 우리나라와 함께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됐던 호주는 올해 1분기 사용 전력량의 66%를 재생 발전을 활용하며 지난해(34.7%)에 비해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4월 발표된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연례보고서(Global Electricity Review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5.4%(태양광·풍력 포함)로 아프리카(4.6%)와 함께 OECD 꼴찌 수준이다. 점유율 1위인 1위 덴마크(60.8)의 10%에도 못 미치고 OECD평균(15.8%)에 비해서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이쯤 되면 밀린 숙제를 서둘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아리를 걷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은 전기 음성도가 높아 이온화가 쉽고 가벼워 전기차 배터리로 적합하다.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 낸다. 양극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들어가며 에너지를 방출·방전하는 원리다. 양극재와 음극재,전해질과 분리막은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다. 전해질은 양극 음극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고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양극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72.5%로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10.5% 정도다.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엘앤에프 양극재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이 가세했다.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쌓은 제련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해외 광물 확보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이 적은 니켈 제련 기술을 개발한 상태로,이 기술로 2026년까지 4만t의 고순도 니켈을 생산해 배터리 양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은 물론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전구체 및 동박 제조까지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갖췄다. 고려아연은 2017년 설립된 자회사 켐코를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연간 8만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올해말부터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연간 1만3000t의 전해 동박 생산에도 나선다. 지난해에는 켐코와 LG화학간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 내년부터 연간 2만t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에서 니켈과 전구체의 약 85%를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광물 공급부터 제련, 소재, 생산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21년 173억달러(약 22조 8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783억달러(103조 3000억)로 10년 새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도 중국이 가격 경쟁력 우위로 2021년 기준 글로벌 전체 시장 점유율이 83.3%에 달한다.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포스코케미칼과 애경케미칼이 음극재를 주로 생산한다. 음극재의 핵심연료는 인조흑연인데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인조흑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8.0%씩 성장해 전체 음극재 중 약 70%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분리막도 중국이 2021년 기준 47.8%의 점유율로 2019년까지 1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9.3% 정도다. 국내에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단일 기업으로는 4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해액도 중국이 2021년 기준 점유율이 76.6%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6.7% 정도다. 국내에선 엔켐, 동화일렉트로라이트(옛 파닉스이텍), 솔브레인 등 전해질을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에 따라 향후 또 다른 배터리 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고체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리튬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며, 분리막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배터리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배터리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배터리 기업은 중국 및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인산철(LFP) 배터리의 기술 혁신 및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모빌리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야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잘 대응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갖춘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망부터 구축하고,기술개발을 통한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 칠레, 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과 긴밀한 자원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튬·코발트·망간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소재 기업을 외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한·중 합작기업도 생산 단계에서의 광물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 미국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원전 계속운전이 필요한 이유

지난 4월8일 설계수명 40년이 다 된 고리 2호기 원전(설비용량 650MW)의 가동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가 탈 원전정책 폐기를 선언하면서 그 일환으로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 운전 방침을 밝혔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계속운전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계속 돌리기 위해서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 등의 절차를 운영 허가기간 만료 3~4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의 경우 2019~2020년부터는 이 절차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 원전을 밀어붙인 문재인정부에서 한수원은 법령상 기한이 지나도록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며 가동을 멈췄다. 윤석열 정부는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작년 3월 인수위 때부터 관련 절차에 착수했고 한수원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한수원은 심사와 안전투자 등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2025년 6월에 재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설사 고리 2호기가 목표대로 재가동되더라고 재가동 절차에 소요되는 2년 2개월을 빼면 7년 10개월에 그친다. 재가동이 지연되고 재가동 기간이 짧아지면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올해 초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을 32.7%로, 문재인 정부 때의 9차 전기본(25.0%)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23.9%)보다 높였다.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24기(24.05GW)다. 2030년에는 새로 준공되는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재가동되는 원전 10기(고리 2호기 포함)를 합쳐서 총 28기(28.9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 발전량은 202TWh에 이른다. 물론 이는 재가동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다.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설비용량이나 발전량은 계획에 미달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계속 운전 대상인 월성 2~4호기는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배출되는 중수로여서 재가동 절차가 다른 원전보다 까다롭다. 원전이 계획대로 재가동되지 못하면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 원전의 공백을 메울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고리2호기 1기가 계속운전을 통해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kWh당 평균 0.67원의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7000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원전 재가동 차질은 다른 한편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용률 80%인 1.4GW급 원전 1기가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연간 355만톤,석탄발전을 대체할 경우에는 81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30년까지 8.5GW 용량의 원전이 계속 운전되면 온실가스는 2155만∼4918만톤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운전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기의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진다. 경제성이나 환경성 측면에서 원전 계속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가운데 92%인 233기가 계속운전 하고 있다. 원전이 차질없이 계속운전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안전성 확인 및 심사 절차를 합리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30년까지 거의 해마다 1기 이상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현재 한 절차가 끝나야 다른 절차가 진행되고, 안전성 평가 인력도 제한적이어서 복수의 계속운전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권 리스크도 존재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계속운전 절차를 거쳐 2015년부터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문재인가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재가동 연한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됐고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불렀다. 이런 잘못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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