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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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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원전 계속운전이 필요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5 08:00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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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지난 4월8일 설계수명 40년이 다 된 고리 2호기 원전(설비용량 650MW)의 가동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가 탈 원전정책 폐기를 선언하면서 그 일환으로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 운전 방침을 밝혔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계속운전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계속 돌리기 위해서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 등의 절차를 운영 허가기간 만료 3~4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의 경우 2019~2020년부터는 이 절차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 원전을 밀어붙인 문재인정부에서 한수원은 법령상 기한이 지나도록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며 가동을 멈췄다.

윤석열 정부는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작년 3월 인수위 때부터 관련 절차에 착수했고 한수원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한수원은 심사와 안전투자 등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2025년 6월에 재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설사 고리 2호기가 목표대로 재가동되더라고 재가동 절차에 소요되는 2년 2개월을 빼면 7년 10개월에 그친다. 재가동이 지연되고 재가동 기간이 짧아지면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올해 초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을 32.7%로, 문재인 정부 때의 9차 전기본(25.0%)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23.9%)보다 높였다.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24기(24.05GW)다. 2030년에는 새로 준공되는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재가동되는 원전 10기(고리 2호기 포함)를 합쳐서 총 28기(28.9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 발전량은 202TWh에 이른다. 물론 이는 재가동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다.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설비용량이나 발전량은 계획에 미달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계속 운전 대상인 월성 2~4호기는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배출되는 중수로여서 재가동 절차가 다른 원전보다 까다롭다. 원전이 계획대로 재가동되지 못하면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 원전의 공백을 메울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고리2호기 1기가 계속운전을 통해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kWh당 평균 0.67원의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7000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원전 재가동 차질은 다른 한편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용률 80%인 1.4GW급 원전 1기가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연간 355만톤,석탄발전을 대체할 경우에는 81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30년까지 8.5GW 용량의 원전이 계속 운전되면 온실가스는 2155만∼4918만톤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운전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기의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진다.

경제성이나 환경성 측면에서 원전 계속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가운데 92%인 233기가 계속운전 하고 있다. 원전이 차질없이 계속운전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안전성 확인 및 심사 절차를 합리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30년까지 거의 해마다 1기 이상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현재 한 절차가 끝나야 다른 절차가 진행되고, 안전성 평가 인력도 제한적이어서 복수의 계속운전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권 리스크도 존재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계속운전 절차를 거쳐 2015년부터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문재인가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재가동 연한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됐고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불렀다. 이런 잘못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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