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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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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5 13:33
[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은 전기 음성도가 높아 이온화가 쉽고 가벼워 전기차 배터리로 적합하다.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 낸다. 양극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들어가며 에너지를 방출·방전하는 원리다. 양극재와 음극재,전해질과 분리막은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다. 전해질은 양극 음극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고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양극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72.5%로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10.5% 정도다.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엘앤에프 양극재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이 가세했다.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쌓은 제련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해외 광물 확보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이 적은 니켈 제련 기술을 개발한 상태로,이 기술로 2026년까지 4만t의 고순도 니켈을 생산해 배터리 양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은 물론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전구체 및 동박 제조까지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갖췄다. 고려아연은 2017년 설립된 자회사 켐코를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연간 8만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올해말부터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연간 1만3000t의 전해 동박 생산에도 나선다. 지난해에는 켐코와 LG화학간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 내년부터 연간 2만t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에서 니켈과 전구체의 약 85%를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광물 공급부터 제련, 소재, 생산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21년 173억달러(약 22조 8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783억달러(103조 3000억)로 10년 새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도 중국이 가격 경쟁력 우위로 2021년 기준 글로벌 전체 시장 점유율이 83.3%에 달한다.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포스코케미칼과 애경케미칼이 음극재를 주로 생산한다. 음극재의 핵심연료는 인조흑연인데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인조흑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8.0%씩 성장해 전체 음극재 중 약 70%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분리막도 중국이 2021년 기준 47.8%의 점유율로 2019년까지 1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9.3% 정도다. 국내에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단일 기업으로는 4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해액도 중국이 2021년 기준 점유율이 76.6%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6.7% 정도다. 국내에선 엔켐, 동화일렉트로라이트(옛 파닉스이텍), 솔브레인 등 전해질을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에 따라 향후 또 다른 배터리 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고체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리튬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며, 분리막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배터리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배터리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배터리 기업은 중국 및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인산철(LFP) 배터리의 기술 혁신 및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모빌리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야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잘 대응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갖춘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망부터 구축하고,기술개발을 통한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 칠레, 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과 긴밀한 자원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튬·코발트·망간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소재 기업을 외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한·중 합작기업도 생산 단계에서의 광물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 미국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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