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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시행(2024년 6월14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7월 입법발의 된 이후 수년간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의 유관기관과 학계의 논의가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관련 전문가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견 조과 수정을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결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발전, 송전, 배전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해 전기사업법에서 규율해왔다. 전기사업법은 수차례 개정을 통해 ‘전기자동차충전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등의 전기 신사업을 도입하는 등 변화하는 전력시장 흐름을 반영했다. 그러나 대형발전소, 송전탑, 송전망 건설에 대한 사회적 갈등 발생과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현행 법령으로는 한계에 있다. 이번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배경에서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제철,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근간이 됐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시기에 해안가 중심의 대형발전소가 건설됐고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송전탑과 송전망을 신속히 건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아래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GDP는 1953년 67달러에서 현재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넘보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다만 이같은 전력시스템의 특징으로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과 같이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한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높지만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하지 못한 서울, 대구,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전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돼 가전제품, 냉난방의 증가 등으로 1인당 전기소비는 세계적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후변화 협약의 대응관점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한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전환 되는 등 전기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전기수요의 증가 추세에 맞춰 전기의 생산 및 공급시설도 더욱 증설해야 한다. 그런데 2013년 밀양 송전탑 갈등을 시작으로 당진 송전망, 동해안 송전망, 새만금 송전망, 수도권 송전망 등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갈등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최근에는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와 선탁화력발전소들이 완공돼 가동 중인 가운데 송전 제약 탓에 전기를 생산해도 보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동해안의 송전선로 용량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 기반의 집중형 발전 및 해안가에서 발전한 후 수도권 등으로 원거리를 송전해 소비하고, 송전망 기반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규모의 경제 중심의 전력시장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비해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지역 중심의 분산형 발전을 하고, 지역 단위 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역중심의 배전 네트워크 및 자가소비와 수요지 인근 거래를 그 특징으로 한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을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 시설 설치가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발전시설 및 송전망 구축이 필요없게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와 전력공급 안정화라는 ‘세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됐다.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EE칼럼]전력산업,선도형 산업으로 전면 재편해야

요즘 매일같이 전력 관련된 뉴스가 등장한다. 대부분이 전기요금,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관련이다. 이들 이슈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특정 전원의 발전량이 적거나 많아지면 당연히 다른 전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어진 수요에 맞춰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많아지면 강제로 차단하거나 다른 발전기의 출력을 줄여야 한다. 제도를 설계할 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라면 서둘러 경제적, 기술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편중된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설비보완 뿐 아니라 획일적인 보조금이나 요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전원믹스, 공급비용, 공급신뢰도, 보조금 문제, 환경문제 등과 얽히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들도 있지만,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들도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매듭을 풀기 어렵다면 매듭을 끊어내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 전력산업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먼저 전력산업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전력산업이 언제까지 산업에 필요한 동력을 싸고 안정되게 공급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경쟁력과 값싼 에너지 공급이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긴다. 전력이 생산요소이자 산업인프라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에너지가 필요할 때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반드시 낮은 가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기 다소비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전기요금이 제조업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기 재화는 국가가 국민에게 값싸게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공공재인가의 문제다. 전기가 일정한 범위에서 필수재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시장재화의 기능도 한다. 갈수록 많은 전기제품이 보급되며 전력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냉난방도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 요금이 낮다고 무턱대고 쓰지는 않겠지만 가격효과는 있다. 주택용 전력수요는 주택 유형, 가구원수, 기후와 같은 외적 요인과 소득수준, 요금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낮은 전기요금이 국민의 후생에 크게 이바지한다면 원가보다 낮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다다익선은 아니다. 낮은 요금이나 불합리한 요금체계로 인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갖고있는 가격신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정책결정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전력산업은 내일도 여전히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며 허망한 담론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자주 얘기되는 전원 문제나 송전망 확충 그리고 전기요금 문제는 발등의 불을 끄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여태껏 보아왔듯이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스템 변화와 함께 전력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전력산업 환경은 지난 10년을 보더라도 크게 변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국제적 협약과 국가적 체면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 기술규제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지적 전쟁만으로도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현상도 상존하는 불확실성의 하나다. 나아가 기술적 변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방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는 물론 반도체,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수요는 얼마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것 들이다. 원거리 전력망으로 유지되던 전력네트워크도 이제는 보다 정교하고 지역화된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도 전력산업이 송전망을 확충하고 대형 발전소 몇 개를 더 지어서 공급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력산업은 이제 단순히 규모의 경제나 공급안정이라는 지표로 보던 관점에서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전력산업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앞으로 더 이상 답을 찾기 어렵다. 전력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IT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국방, 안전, 금융과 같이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야와의 접합점도 생겨나고 있다. 전력은 새롭게 전개되는 사회경제시스템의 핵심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파이를 놓고 치고 받는 치킨게임에 더 이상 매달릴 때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력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때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탈진실(post-truth)’은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개인의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가 오늘날에 비해 더 진실에 가까운 시대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거에 비해 거짓말이 심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게 옳겠다. 정도의 문제지 인류의 역사는 거짓말의 역사다. 거짓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성공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성경의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회개하고 복음 전파에 힘써 초대 교황이 됐다. 유명한 ‘베드로의 부인’이다. 망한 사례도 있다. 닉슨은 재선을 위해 벌인 민주당 전국위를 도청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톰 필립스는 그의 저서 ‘진실의 흑역사(TRUTH)’에서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썼다. 그는 저서에서 거짓말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대중은 왜 거짓말에 현혹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지만(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음) 흥미로운 주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스컴은 거짓말의 생산과 확산의 주인공이다. 1833년 창간된 뉴욕의 ‘선’지는 1835년 ‘달나라 이야기’를 일주일 동안 연작으로 싣는다. "천문학자 존 허셜(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 달에서 날개가 달린 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했다. 달에는 숲과 호수, 사파이어로 쌓아 올린 신전이 있다….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박쥐인간이 살고 있다"는 상상으로 쓰여진 이 연작기사는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기사 내용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창간 2년에 불과한 ‘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 됐다. 옛날 얘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도 언론을 포함한 이해집단의 ‘꾸며내기’, ‘과장 보도’는 계속 진행 중이며 정보 통신망의 발달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을 갖게됐다. 정보의 빠른 유통이 거짓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거짓말이 지구 반 바퀴를 돌 동안 진실은 신발 끈을 매고 있다’는 말로 비유된다. 거짓말이 늘다 보니 요즘에는 팩트 체크라며 거짓말을 기사로 내보내는 매스컴도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어떤 일이 거짓으로 밝혀질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유머가 되었다. 후쿠시마 오염물 처리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해 해저터널 굴착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7월 초 IAEA의 최종 평가보고서가 전달되면 방류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원자력학회가 모처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학회는 처리된 오염수가 무해하다며 주장이 다른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어민과 수산업 보호 그리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다.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수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하니 점잔은 과학자들도 수수방관하기 어려웠을 거다. 방류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사실 오염 처리수 방류 반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들 내부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 몇 번 외치고 끝날 줄 알았다. 무리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직후 처리되지 않은 고농도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우리나라 바닷물과 수산물의 방사성 농도를 12년 동안 측정했는데도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국내산 생선을 잘 먹었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팩트다. 이른바 ‘내먹내확’(내가 먹고 내가 확인했다)이다. 거짓말의 성공 여부는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생명을 유지함으로써, 달나라 이야기를 보도한 ‘선’지는 판매부수를 늘림으로써 성공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의 목표가 시선 돌리기였다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유무해 판단이 언제,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는 알 수 없다. 그 시기는 방류가 시작된 직후가 될 수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앞의 거짓기사를 썼던 ‘선’지의 로크는 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음을 일삼다가 언론계를 떠났다. 진실이 밝혀진 뒤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의심부터 했기 때문이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ESG,나부터 실천하자

우리 사회에서 ‘ESG’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나 하는 활동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와 투명경영, 공익활동 측면에서 ESG를 운운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그들만의 활동’으로만 오인하는 듯 하다. 이는 ESG가 왜,지금 대두됐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 듯 싶다. 사실 ESG는 기후위기 극복과 배려·화합·정직·투명한 사회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인에게 해당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활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의 3요소 중에서 개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빼놓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몇 십 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증가로 이어지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및 폐기물 증가의 주된 요인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포장비닐,포장용기 등의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택배건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40%가량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활용률은 62%에 불과하다. 그마저 민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통계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률은 27%에 그치고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Reduce(감축), Reuse, Recycle’ 이라고 하는 ‘3R 지침’과 재활용이라는 구호에 의지하기에는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플라스틱 생활을 너무 친숙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물질과 천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우리는 이를 동일시한다. 유럽인들은 의식주에서 값싸게 인식되는 인공재료는 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천연재료를 쓰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무거나 가격만 싸면 된다’는 식이다. 먹거리도 각종 인공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즐기고, 화학물질 덩어리인 집에서 매일 거주하면서 국민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신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대에 걸친 6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필자는 과거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하고 자연적인 생활행태와 MZ세대의 풍족하고 인공적인 문화를 즐기는 이질적인 두 문화와 매일 접하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지구위기를 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재활용해서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방식이 더 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자손들은 3R 교육을 받았음에도 모든 포장지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버린다.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도 요즘 세태는 에너지를 함부로 팡팡 쓴다. 가계에서는 정책은 물론이고 가격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보니 절약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여름과 겨울에 난방과 냉방기기를 팡팡 돌린다. 이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조명, 가전제품, 냉난방 등 가정용전기 사용비율은 2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기차를 충전해야 하고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 크게 늘어나 전기사용량은 급증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ESG를 잘 실행하는 길은 국가, 기업, 가계의 각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리더십과 정책 결정 아래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국민 교육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계몽할동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 인식 아래 생활습관으로 무장해야 기업들의 ESG 활동이 비로소 조기에 빛을 보게될 것이다.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김성우 칼럼]그린워싱 방지, 선택 아닌 필수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ESG 중요성이 부각되며 환경친화적 기업과 관련 제품에 관한 표방이 늘어나면서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이 증가하며 그린워싱 대상이 늘어난 배경도 있고,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영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정한 허위·과장 정보 기준과는 별도로 친환경을 주장할 때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2021년에 발표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는 이 달에만 3개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을 담은 친환경 광고가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 중 일부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회사 전체가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 3월에도 항공사의 미래 보호 및 친환경 항공 광고가 비행이 전반적으로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경고 조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은행의 기후변화대응 투자 광고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지적 건수는 4940건이다. 주목할 점은 지적 건수가 2022년 4558건으로 2021년 272건에 비해 16.7배나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인데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2016년 이후로 개정되지 않았던 심사지침을 환경부 고시와 해외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등 국내외 입법례를 반영하고, 최근에 사용되는 표시·광고 용어 등으로 대체하는 등 현행화를 이뤘다. 또 환경관련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부당성 심사의 일반원칙에 명확성, 구체성, 완전성이 보강됐고 전과정성의 원칙도 명확히 했다. 예컨대 동종의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함에도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감소된 사실만 광고한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예시를 신설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상품의 생애주기를 원재료나 자원의 구성, 생산 및 사용, 폐기 및 재활용 등 3단계로 구분해 구체화했다. 한편으로 사업자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 기준도 포함됐는 데, 환경 목표나 계획을 표시·광고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자원 등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기한 등도 밝히도록 했다. 기업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고 향후 시행되는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기업이 하고 있는 표시·광고에서 개정안이 예시로 들고 있는 위반행위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그린워싱에 대한 법 집행 동향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이 실증할 수 있는 것인지, 입증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오인할 우려는 없는지, 제품의 전과정에서 볼 때 과장은 없는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평판리스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ESG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외 규정이 구체화·명확화되는 방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평판리스크는 규정 위반 위험이 더해지면서 차원이 다른 리스크로 변할 수 있다. 그린워싱 방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이유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희망고문 아닌 비전을 주는 전기요금 정책이 필요하다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당국은 상반기에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이 떨어져 이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계속 이런 추세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TTF 가격은 이달 초부터 2주 사이에 MWh당 23유로에서 46유로로 두 배 올랐다. 천연가스 비축 시즌과 하절기 무더위에 따른 수요 증가가 한 몫 했다. 여기에 유럽 최대 규모의 그로닝겐 가스전이 오는 10월부터 영구 폐쇄되면 TTF의 상승 압력은 더해질 것이다. 미국의 헨리 허브 가격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mmBtu당 2달러 초반의 저점대 지지 구간을 확인한 후 상승추세다. 천연가스 채굴장비 리그 수도 상반기에 꾸준히 줄어들었고 프리포트 기지도 정상 가동되면서 미국 천연가스 수급이 빡빡해 지고 있다. 그리고 엘니뇨 현상이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를 더 한층 끌어올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이미 경험했듯이 유럽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스프레드 확대는 아시아 천연시장에도 충격을 분다. 유가는 현재 배럴 당 70달러대로 지난해의 11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하향 안정화돼 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금리와 경기부양 정책이 변수다. 촘촘하게 연결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하나의 이벤트로 인한 연쇄효과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프리포트 화재가 발생하자 헨리허브 가격이 뛰었고, 비료값과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가격이 저점이나 고점 구간대에 있을 때는 국지적으로 작은 이벤트에도 국제 시장에서는 큰 폭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게 에너지시장의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한국의 전력시장 상황을 따로 봐주지 않는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가격의 급등 이유가 다양할 수 있겠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가격 변동 이후 사후약방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그동안 거래 규모가 확대된 소매투자 역시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이나믹한 시장에서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하향 내지 안정화될 것이라 데 희망을 걸고 국내 전기요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플랜B’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 불리한 여건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완충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대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지 않고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게 되면 그나마 남은 카드조차도 다 소진한 우리 전력시장 상황은 더욱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올 상반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을지라도 한전은 역마진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한전은 누적적자 45조 원에 하루 100억 원의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반기나 내년에 국제 에너지 시장이 들썩인다면 한전 부채만 해도 정부 예산의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고, 여기에 가스공사 등 여타 에너지 공기업 부채뿐만 아니라 이들 공기업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단행하는 여러 조치로 인한 민간기업의 적자와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꾸준히 단행했다. 아직 인플레 우려를 완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률 증가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승한 전기요금으로 단기간에 고통은 있었지만 에너지 신산업의 장기전략 토대 구축의 계기가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전력시장 상황은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화에 베팅한 희망고문을 받고 있고 유사 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도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자칫하면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한 가구당 앞주머니로 4000원 정도 전기요금을 덜 낼지라도 뒷주머니로 수십 만원의 금리상승 비용 부담을 더 질지도 모른다. 희망이 아니라 비전을 주는 에너지요금 정책이 절실하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후쿠시마 방류 우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정화된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DNA 돌연변이나 오염된 바다와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늘어 놓지만 이는 현실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후쿠시마 처리수는 사람은 물론 환경과 해양생물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수치만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 방사능의 99.98%는 수소의 일종인 삼중수소로 이뤄졌다. 원전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는 대략 삼중수소 1PBq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중수소 2.8g에 해당한다. 태평양에는 삼중수소 8400g이 존재하고,매년 170g의 삼중수소가 우주선(宇宙線)에 의해 대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의 총량은 일주일 간 대기에 생성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원전 처리수를 4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0.06g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태평양 삼중수소 농도는 해마다 0.001% 늘어나면서 매우 미미한 변화만 보이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사능의 나머지 0.02%는 ‘탄소-14’(C-14)로 이뤄졌다. 삼중수소와 마찬가지로 C-14 또한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태평양에는 1800만g의 C-14가 존재하는 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에는 1g에 불과하다. 따라서 1g불과한 후쿠시마 원전의 C-14가 바다에 추가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차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를 0.5mm 높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핵단체들은 공기, 물, 돌은 물론 식물이나 인체까지 거의 모든 것에는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사는 지역에 따라 자연적으로 매년 75회에서 175회 정도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양에 노출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연 방사능 농도가 1000번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건강에 대한 영향이 발견된 적이 없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처리수 방류 지점으로부터 수 ㎞ 떨어진 곳에서 포획된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살펴봤다. 원래 어류는 다양한 지역에 헤엄쳐 다니지만 해당 연구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해 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 1명이 50년 동안 매년 37.5kg의 후쿠시마 수산물을 섭취했을 때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의 4분의 1 정도에 노출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한 방사능의 양은 약 흉부 엑스레이를 6000번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리수 방류 시설 인근 해양 생물의 방사능 양은 최대 7μGy(마이크로 그레이)로,이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1만분의 1보다 적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는 사람은 물론이고 해양 생물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후쿠시마 처리수의 삼중수소는 한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더욱 명확히 밝혀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류를 예측해본 결과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6ppm 미만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한 정도다. 후쿠시마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이의 제기를 한다. 일례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보고서를 통해 처리수 방류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생물학적 정화, 장기적인 탱크 보관, 콘크리트화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지만 이런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 더러 필요성이 떨어진다. 특히 생물학적 정화의 경우 동식물이나 곰팡이류 등을 통해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전문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을 점검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리뷰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IAEA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후쿠시마 현지 기관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기구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또한 검증에 나서 이중으로 확인 작업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며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탄탄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Nigel Marks 커틴대학교 이공학부 부교수

[EE칼럼] 원전 정책, 대형 vs. SMR 방향 명확히 해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전력공급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그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원전의 발전량 비중을 2021년 26%에서 2036년에 34.6%로 높이고 이를 위해 15년간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2기 계속운전과 함께 원전 6기(신한울 1~4호기 및 신고리 5·6호기)를 신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여러 불확실한 요인들이 존재해 실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다. 10차 전기본 기간 중 79.7%로 잡았던 원전 평균 이용률을 우리의 2004~2011년이나 현재의 미국처럼 90%대로 끌어 올릴 경우 원전 발전량을 13% 정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연중 330일 이상 원전이 가동돼야 가능하다. 현재처럼 원전의 연간 계획예방정비(overhaul) 기간이 40일 이상으로 길고, 규제기관의 규제가 까다로운 상황에서는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10차 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은 산업, 수송, 건물 등 비전력 분야의 전기화나 데이터센터 증가 등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과소예측된 측면이 있다. 2022년 전력 수요 예측치도 실제 전력수요(594Twh)보다 41Twh 적었다. 오차율이 7.5%에 달했다. 향후 전력수요가 예측치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 탄소중립 목표까지 감안하면 원전 이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2033년 신한울 4호기가 준공된 이후의 원전 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30년대 후반 이후 계속운전 10년이 만료되는 원전이 속속 등장할텐데 그 후 어떻게 할지 구체화돼 있지 않다. 원전을 더 짓겠다면 이미 준비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대형 원전 건설에는 예정구역 지정, 건설기본계획수립, 환경영향평가, 발전사업허가,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등 제반 절차에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지금 논의를 본격화 한다고 해도 신규원전은 2037년 이후에나 투입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천지(영덕) 1·2호기와 대진(삼척) 1·2호기 등 문재인 정부가 백지화한 신규원전 건설 논의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논의는 대형원전과 SMR(소형 모듈 원자로)과의 비교 검토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대형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망을 통해 수요지로 보내는 중앙집중형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송전의 어려움이나 유연성 부족 등을 고려하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SMR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SMR의 특징은 ‘소형’, ‘모듈’, ‘다목적’이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대형 원자로에 비해 냉각이 쉽다. 원자로에 물을 펌핑하는 대신 자연순환 등 피동노심냉각을 통해 냉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 향상은 물론 원자로 전체를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어 유지·보수도 쉬워진다. 수요지 인근에 설치해 송전 부담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SMR은 공사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원전 설비 하나하나를 모두 현지에서 주문,제작해 건설하기 때문에 공기가 길다. 더구나 여러 단계의 확인과 인·허가 시험 등 품질보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비해 모듈은 ‘형식인증’이라는 방식으로 먼저 설계 인가를 받아놓고 ‘공장 생산,조립,운송,설치’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복수의 모듈로 이루어진 소형 원전의 특성 상 부하추종 운전도 가능하다. SMR은 발전 외에도 수소 제조, 열에너지 공급, 의료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온 수증기를 이용한 수소 생산과 지역난방,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암 검사나 치료 등 용도가 다양하다. SMR은 단점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SMR 운영 인력을 설비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비례적으로 줄일 수 없다. APR1400의 경우 원전 1기당 운영인력의 인건비가 총매출의 6% 정도를 차지하는데 비해 SMR은 비중이 83%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대형 원전의 경우 발전만이 아니라 송전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원전 증설 방향을 구체화 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혁신형 SMR(i-SMR)의 연구개발을 시작해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조류를 감안하고 우리의 대형 원전 경쟁력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남북관계, 광물협력부터 풀어보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지만 유독 북한과는 좀처럼 실질적 관계 개선 방향을 못 잡고 있다. 통일부는 올해 역점 정책으로 ‘올바른 남북관계 구현’과 ‘통일 미래 준비’를 제시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22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할 말은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권 장관은 "지속가능한 통일 대북정책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구체적 아이템이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 군주가 된지 11년이 됐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은 1948년 정권 수립 후 최악의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을 지킨 외국 대사관 대부분이 철수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은 김정은 시기에 0.84%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 세계 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월31일 밝힌 내용을 보면 현재 북한의 옥수수와 쌀값이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60%, 30% 가까이 오르며 김정은 정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식량난은 무리한 군비 증강과 코로나 봉쇄, 사적 식량 거래금지 등 반시장적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김정은은 오로지 핵무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이 해마다 반복해 강조하는 ‘자력갱생만’을 고집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을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여러 조치를 더 촘촘히 강구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담대한 대북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우선 남북관계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 경색된 상호 불신을 푸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의 흐름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등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때 일수록 남북 협력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지자체 별로 남북간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 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작은 협력을 하나의 마중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주고 받음으로써 양측 간 경제,산업이 보완돼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 아래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간 광물자원 개발사업에서 경험했듯이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UN 대북 제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다. 2006년 4월 27일 남북은 최초로 합작 개발한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을 가졌다. 우리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북한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정촌 흑연광산의 사업 기간은 오는 7월까지 20년간이다. 현재는 남북 간 정치적 벽이 너무 높아 상호 접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기술협력을 동반한 광물 교역이라면 남북 모두 공감할 수 있다. 특히 UN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 몰리브덴 등 일부 광물부터 교역을 시작하는 것이다. 차츰 협력이 연동돼 신뢰가 축적되면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 정식 경제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향후 남북 경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006∼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자원 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 광물을 받았는 등 협력이 잘 되던 시기도 있었다. 작은 경제협력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 UN제재 이외 품목에 대한 무역을 하고 있다. 대북 제재 해결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 내 주요 광물자원은 남북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 전지역에는 950개 광산이 고루 분포돼 있다. 유망 광종 중 남한이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할 경우 최소 28년은 쓸 수 있고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 남북관계가 어떠한 상황으로 전개되더라도 북한내 광물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이념이나 총론적인 전략보다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남북 간 교류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문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다. 그 때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바닷물이든, 수산물이든 아무런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있고 그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고 하는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것으로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03 ~ 0.0005배 정도로 추산돼 문제가 될 턱이 없다. 다핵종제거설비 이른바 ‘알프스(ALPS)’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배출기준인 6만Bq/L보다 훨씬 낮은 1500 Bq/L로 방류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인 1만Bq/L보다도 낮다. 방류지점으로부터 2∼3km 떨어지면 바닷물에 희석돼 삼중수소의 농도는 1 Bq/L로 낮아진다. 이는 빗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수준이다. 평형수 형태로 퍼온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과도하지 않은 배출기준 아래로 배출하는 폐기물에 대해 옆 나라에서 뭐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공장폐수의 배출기준 이내의 배출에 대해서 옆 나라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야당 등 일각에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위험하다고 선동한다. 그 선동 기법(?) 가운데 하나가 ‘좁은 틈으로 제한된 정보만 보게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ALPS 필터의 성능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처리해야 하는 오염수가 많다.필터를 교환하기 어렵다. 필터가 이물질 등으로 막히는 사례가 있다. 한 번에 다 걸러지지 않아서, 한 번 거르고도 배출기준을 넘을 수 있다’ 등등이다. 각각에 대해서도 충분히 답할 수 있다. 그러나 답을 하다 보면 선동가의 수단에 말려 들어간다. 세계적으로 방사성 액체폐기물 처리시스템은 유사하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 뒤 처리계통을 통해 정화한다. 그리고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히 방사성 농도가 낮아지지 않았으면 낮아질 때까지 재차 정화한다. 마지막으로 배출할 때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해 농도가 높으면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액체폐기물 처리시스템의 한 부분이 ALPS 필터다. ALPS 필터가 고장이 났건, 교환되지 않았건, 한 번에 다 거르지 못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건,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상태에서만 배출한다. 선동가들이 필터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대중이 문제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방사성 농도가 기준치의 180배인 우럭이 잡혔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 이 우럭이 일반적인 어로 활동을 통해서 잡힌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우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오염을 우려해 그물로 입구를 막아 놓은 발전소 내항에서 잡은 것이다. 즉 식탁에 올릴 상업 어로가 아닌 도쿄전력의 모니터링용 포획이라는 게 팩트다. 또 기준치가 피폭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문턱 값의 1/100로 산정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방사성 농도에 우럭 무게를 곱해야 방사성물질의 절대량이 산출되는데 무게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나아가 세슘이 그만큼 있을 때의 우럭에 의한 방사선 피폭량이 전복의 폴로늄에 의한 방사성 피폭보다 낮다는 얘기도 안했다. 그냥 ‘180배’만 보여줬다. 전복도 우럭도 위험하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속기에 딱 좋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물에 그 우럭을 풀어 기르면 세슘 농도는 감소할 것이다. 방류수의 세슘 농도는 L당 1/100 Bq 수준이기 때문이다. 농축계수 100을 곱하더라도 1 Bq/kg이 평균 농도가 될 것이다. 우럭의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이런 선동가들의 문제 제기에 매몰되다 보면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것이 일본 국민이고, 우리나라는 그것보다 훨씬 희석된 극미량의 영향만이 올 텐데 우리가 왜 이리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 보호도 안하는 나라인가? 이 역시 좁은 틈으로 보여진 세상만 보고 세상을 오해한 것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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