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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급변하는 국제정세, 정부·기업 바짝 긴장해야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끌던 홍군은 1934~1935년 ‘대장정’ 당시 2억명이 넘는 민중들을 만났다고 알려졌다. 당시 민심을 얻은 덕분에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마오쩌둥은 병사들에게 "잠자리를 빌렸으면 꼭 이불을 개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전해진다. 품격있는 리더십으로 대륙의 1인자 자리를 꿰찬 셈이다. 그런 그에 대한 평가는 50년대 후반 이후부터 크게 달라진다.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 모두 그를 통해 시작됐다. 그의 한마디에 수천만명이 굶어죽고, 수천 년 유산이 파괴됐다.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한 후기 지도자들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새로운 정치 체제를 구축했다. 1당 독재는 이어가되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권력을 분산한 것이다. 1인 독재가 오래 이어지면 얼마나 위험한지 그들은 알았다.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이 모든 게 무너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3연임을 확정했고 ‘7상 8하’ 등 관례는 모두 깨졌다. 중국 지도부 전체가 시진핑의 사람들이다. 사실상 새로운 장기집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 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사드 보복’을 겪었다. 중국에서 당장 ‘제2의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국과 무역 갈등 국면에서 그들이 어떤 ‘비상식적인 전략’을 구사할지 알기 힘들다.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유럽 주요국도 정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다음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도 눈여겨봐야 한다.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유예 등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한국은 세계화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으며 성장해온 나라다.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 체질을 완성했지만 탈(脫) 세계화와 신(新) 냉전 시대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하다.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yes@ekn.kr

[기자의 눈] 폴란드 원전 수출 신중론

"LOI를 다 된 밥처럼 홍보하는 정부나 언론들도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기 바란다." 지난달 31일 한국과 폴란드 정부, 기업 간 투자의향서(LOI) 체결을 두고 원전업계의 기대가 부풀고 있다. 정부와 언론들은 ‘40조 잭팟’이라며 들뜬 분위기다. 원전 관련주들도 지난 1일 일제히 반등했다. 모처럼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다 된 것도 아닌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 아니냐는 저적도 나온다. 실제 해당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방법, 향후 운영계획 등 수익성이나 구체적인 수주 금액, 공사규모, 기간 등은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번 LOI체결을 토대로 내년까지 양측이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이번 원전 수주 발주를 주도하고 있는 폴란드 민간기업 제팍(ZE PAK)에 대해서도 순자산이 4000억원에 불과한 기업이고, 이번 건은 본 계약이 체결된다 해도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결국 우리 국책은행들이 동원돼 국가적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탈원전 폐기, 원전 10기 수출 등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성과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지난 주 폴란드 정부가 발주한 원전 6기 프로젝트는 경쟁상대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에 원전 핵심기술 관련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창양 장관을 비롯한 원전 담당 공무원들의 교체설이 돌기도 했다.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에서는 "한수원이 폴란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단가는 2009년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덤핑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출할 때의 메가와트(㎿)당 건설단가(332만달러)보다 20% 적고, 당시 건설단가의 현재가치(452만달러)와 비교하면 41%나 적은 엄청난 ‘출혈 입찰’"이라며 "향후 막대한 손실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연구개발하고 일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폄하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거기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나.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LOI를 다 된 밥처럼 홍보하는 정부나 언론들도 문제지만, 그럼에도 지금처럼 불경기에 이런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잘 되기 바라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에너지환경부 전지성 기자

[기자의 눈] 이자로 돈 버는 은행들,

은행권이 3분기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에는 예대금리차 축소 등에 따라 순이익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기우였던 셈이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3분기 누적 9조760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8.1% 성장한 규모다. 3분기에만 총 3조42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한 실적 상승이 지속됐다. 4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23조776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3.3%나 늘었다. 3분기에만 8조4396억원의 이자이익을 내며 한 분기 동안 8조원 이상을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전분기의 7조9761억원에 비해서도 5.8% 증가해 3분기에 더 많은 이자이익을 거뒀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상승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고, 은행에서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만큼 시선이 곱지 않다. 은행들이 이자로 돈을 벌어들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권의 이자장사 비판에 힘을 더한다. 은행권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이 대출 이자에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등을 넣어 대출 차주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은 가산금리에서 빼서 산정하는 것을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은행의 대출 이자 산정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가산금리 체계를 수정해 금리 수준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가산금리 산정 방식이 다르기는 한데, 금융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일부 수정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은행권이 공공기관이 아닌 만큼 과도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고객 돈으로 수익을 내는 업의 특성상 은행들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이 존재한다. 정부의 정책 금융 참여 등의 공통된 노력뿐 아니라 취약차주 지원, 일자리 창출, 환경보호 등 개별 은행들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지금의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이 은행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그대로 환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더라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면서 지금의 수익을 은행들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dsk@ekn.kr

[기자의 눈] 시중은행, ‘이자장사 무조건적 비판’ 의미있나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호통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시중은행이 고금리 시대에 서민들의 이자장사로 수익을 챙기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횡령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게 국회의원들 비판의 요지였다. 은행권에 내부통제 강화, 횡령 사고 방지 등은 끝없는 숙제와도 같다. 아무리 직원들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두 번, 세 번 손질한다고 해도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100%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난은 무리한 부분도 없지 않다. 예대마진이 커지고, 이자수익이 증가한 것은 은행권이 ‘이자수익’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 아니다. 은행권의 이자수익 증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당국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은행권 간에 자율 경쟁을 촉진해 금리 운용의 투명성,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공시 등의 제도를 구축한 상태다.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과거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순이자마진(NIM)을 거둘 수 있는 소지가 다소 차단된 셈이다.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는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성장한다는 공식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특히나 최근과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융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금융위원회가 27일 금융지주사와 시장안정 점검회의를 개최한 것도 금융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지주사의 책임을 당부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날 회의에서 각 금융지주사는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고,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계열사 발행 자본증권 인수 등 지주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당국은 하루가 다르게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비상인 이런 시국에서는 금융사에 해묵은 이자장사 비판을 꺼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당국의 시장안정조치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낡고, 오래된 이슈가 아닌 건전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 시기다. ys106@ekn.kr

[기자의 눈] 외양간 못 고치는 정치·금융계, 등터지는 국민

"좀 미안하죠"지난 27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베트남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직후 나온, ‘채무 이행을 거부한다’는 말로 레고랜드 발 어음 부도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김 지사는 줄곧 ‘자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전임 지사와 채권단의 과민반응’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이번 사태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이라면 강원도와 정부의 신속한 ‘뒷수습’이다. 강원도는 지난 21일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에 대해 내년 1월 전액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7일에는 상환 시기를 올해 12월 15일로 앞당겼다. 중앙 정부에서도 50조 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그러나 전망은 아직 비관적이다. 여전히 채권 시장은 경직됐고, 채권시장 현업의 반응도 향후 닥쳐올 유동성 경색 국면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 편이다. 안 그래도 어려웠던 올해 금융시장에 굳이 닥쳐오지 않았어도 될 위기가 ‘비전문가’인 어느 한 정치인의 실언으로 초래된 것이다.증권사를 비롯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자들도 피해자인 양 한발 뒤로 물러나 있으나, 결국 사태의 근간을 따져보자면 이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제대로 된 사업성·재무건전성 평가를 거치지 않고, PF 호황기에 거둔 성과에 눈이 멀어 부실한 운용을 한 결과다. 그간 성과급 잔치를 벌일 정도로 거뒀던 막대한 PF 수익은 리스크 관리에 쓰이지 않고 어디를 갔나 의구심이 든다.정작 피해자는 따로 있다. 강원도 재정 2050억원으로 끝났을 이 사태가 ‘50조원+@’라는 국세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결국 피해자는 전 국민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이슈가 초거대 규모의 국민 혈세로 막아야 할 담론까지 번진 대참사다.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과연 ‘좀 미안’이라는, 사과의 객체마저 불분명한 발언으로 책임이 가벼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그간 수많은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정부와 금융계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97년 IMF 사태부터 2020년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사태까지, 책임 있는 당사자는 피해자로 돌변하고 정부가 매번 국세로 밑 빠진 독을 막아야 하는 굴레를 벗어난 적이 없다. 언젠가 또다시 나타날 시스템 위기 앞에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칠 날은 올 것인가.suc@ekn.kr

[기자의 눈] 청년 공공분양이 로또분양이 되지 않기를

윤석열 정부의 청년원가주택 및 역세권 첫 집을 통합한 ‘청년·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50만가구 공급계획’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2030세대에 5년간 공공주택 34만가구가 공급된다. 사실상 청년을 위한 공공분양임이 명확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지원과는 확실히 상반된 정책이다. 이번 대책은 청년층의 소득수준을 고려한 3가지 모델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정부는 △나눔형 25만가구(시세 70% 이하 분양·청년비중 80%) △선택형 10만가구(6년 임대 후 분양여부 선택·청년비중 60%) △일반형 15만가구(시세 80% 이하 분양·청년비중 40%)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금리인상 및 집값 고점인식으로 인해 거래절벽과 미분양이 급증하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는 가운데, 낮은 분양가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발표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게다가 이제는 내 집 마련 인식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래 과거의 내 집 마련은 집안 가장 역할의 상징이었다. 이젠 내 집 마련이란 최소한의 생애설계 기반이자 삶의 의욕 고취를 위한 핵심 요인이고, 주거상향이전의 초기단계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공공분양은 그런 면에서 내 집 마련 욕구를 가지면서도 큰 시세차익을 보지 않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확실한 주거사다리 역할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사회 취약계층과 중·장년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분양 중소형 평형(85㎡ 이하)에도 추첨제를 도입해 청년층의 당첨 확률을 높이도록 했는데 청약의 본질인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반분양 20% 청년층 추첨제는 로또분양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것. 욕망을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이고, 제 멋대로 날뛰게 하는 것은 방임이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정부는 이번 공공분양 공급정책이 청년의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당첨 후 제3자 전매 가능성 차단과 부모-자녀간 분양권 편법증여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모의 자산규모 소득증빙을 면밀히 살펴 한탕주의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김준현

[기자의 눈]K-방산, 글로벌 러브콜…정부 지원 강화는 필수

K-방산의 위상이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70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올해는 수출액 200억달러 달성이라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치열한 군비 경쟁이 K-방산의 도약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어서다.현재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의 요인으로 군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자주국방’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국방비는 최초로 2조달러를 돌파했다. 불과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방비 지출액을 점차 줄이던 상황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그간 세계 방산시장은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독일 등 무기 수출 강국이 선점해 왔다. 한국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2020년 기준 5대 방산 수출국의 비중은 78.1%에 육박한데, 한국의 점유율은 2.8%에 불과했다.그런데 최근 K-방산이 가성비·철저한 A/S·적기 납품 역량을 인정받으며 세계인의 마음을 잡고 있다. 이를테면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비교해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의 ‘K-9 자주포’와 ‘K-2 전차’는 폴란드 정부와 계약 시행 2달 만인 이달 19일 출고식을 가지고 첫 납품을 완료했다.결과적으로 한국의 무기체계 수출 규모는 지난 2017년 이후 5년간 177%나 늘었다. 70여 년 전 전쟁을 치르며 지원을 받았던 한국이 오히려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지위를 넘보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란 말이 있다. 우리 방산의 성장에 가속을 붙이기 위해선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수출 진행 시 각국 맞춤형 제품 개발에만 수십억 규모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전 세계 대부분 무기 거래는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등 조건이 포함된 절충교역 형태인 만큼, 앞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민간 기업은 정부의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계약 조건을 감당할 수 없다. 지난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계약도 정부의 ‘세일즈외교’가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방산에 물은 들어왔다. 이젠 정부가 노를 저어줄 차례다.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올해도 카카오 국감…‘기업 때리기’ 이제 그만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에 일제히 장애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이 멈췄다. 재난에 가까운 먹통 사태가 장장 6일간 이어지면서 늦어진 복구와 피해보상 문제로 한반도 전체가 떠들썩했다.사상 초유의 사태에 올해 국회 국정감사 피날레는 카카오가 장식하게 됐다. 지난 24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박성하 SK C&C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와 머리를 숙였다. 특히 카카오를 향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피해 보상 방안 규모와 같은 생산적인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그 결과 정작 업계 주요 현안인 ‘망 이용대가’ 법안이나 ‘인앱 결제’ 관련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21일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무임승차 관련 질의가 이어졌으나 큰 소득 없는 ‘맹탕’으로 마무리됐다. 그나마 과방위 위원들이 구글, 넷플릭스 등 일부 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발을 결정하기도 했으나,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게다가 종합감사에서 구글은 ‘망 이용대가’ 법안 도입 시 사업 모델의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튜버들에 대한 광고 수익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최대 영상 화질을 낮춘 것처럼 ISP(인터넷사업자) 해외 CP(콘텐츠사업자)들의 줄다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지게 된다. 국감은 입법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며, 행정부를 견제하고 각 상임위가 맡은 분야의 주요 이슈를 명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그런데 매년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 때마다 증인·참고인 제도를 통해 기업인들을 대거 소환한다.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기업 총수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이번 국감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총수들의 고개 숙인 사과로 마무리됐다. 다시 한번 여야 의원들의 ‘힘 자랑’, 국감에서 ‘기업 때리기’가 아닌 재난 관리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논의가 이어졌으면 한다. 또 과방위는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카카오 사태는

"저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경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습니다."지난 19일 ‘카카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발방지 소위원회를 맡아 사태 수습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는 멜론·카카오웹툰 등 유료결제 서비스들의 보상안을 발표하고, 별도의 피해신고 접수 채널을 열고 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했다. 신고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지난 15일 오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촉발된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다음메일 서비스가 멈춰 채용면접을 놓쳤다는 안타까운 사연부터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프티콘 결제가 안돼 곤란한 상황을 치렀다는 불만도 들렸다.이 정도 불편에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카카오와 관련해 생업을 운영하던 소상공인의 피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지난 17∼21일 오후까지 접수받은 소상공인 피해접수 현황은 1254건으로 집계됐다.소공연이 20일까지 접수한 1108명의 서비스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T·카카오맵 관련 피해가 50.54%로 가장 많았고, △톡채널 서비스 관련 피해(45.58%) △카카오페이·기프티콘 결제 관련 피해(42.06%) 순으로 나타났다.업종별로는 운수업(택시·용달 등)이 33.57%로 가장 많았고, △외식업(24.19%) △도소매업(13.99%) △서비스업(16.52%) 순으로 뒤이었다.이번 카카오 사태 이후로 국민들은 카카오가 얼마나 국민생활에 많이 녹아들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화재사건 하나로 수많은 국민의 일상생활이 올스톱된다면 천재지변 재난 못지 않는 ‘국민생활 재난’이라고 본다. 단순히 피해보상을 넘어서 국민생활 인프라가 또다시 멈춰서 대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카카오와 정부가 철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중대재해법, 생명보호가 우선이다

지난 15일 SPC 계열사 SPL의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사건에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안일한 사후 대처로 온라인에선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SPL 사업장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란 점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망원인이 질식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와 유족들은 ‘2인 1조 근무’였다면 살릴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인1조 근무는 현행법에서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회사 지침으로 규정돼 있은 것으로 알려져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도 농후하다는 게 노동계의 견해다.실제로 유족 측은 SPL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모기업인 SPC그룹은 사고 이틀 뒤인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 무마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사고 현장만 천막으로 가린 채 일부 배합기를 가동한 데다, 같은 날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영국 런던 진출 보도자료만 언론에 배포하는 등 여론의 눈 돌리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결국 사고 6일만에 허영인 회장과 황재복 총괄사장을 필두로 SPC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대책도 밝혔지만, 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 등 사과와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SPL 제빵공장 사망사건을 포함해 최근 산업현장 인명피해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조항 중 ‘기업인 처벌 조항’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정신은 ‘기업인 처벌’이 아니라 ‘노동자 죽음 예방’이다. 기업인 처벌은 차후이며, 기업(인)이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법대로 지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을 두자는 취지다. 하루가 멀다않고 사업장에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갈라치기하려는 정부여당 등의 움직임은 고인들을 모독하는 행위이자 자유 세계시민의 규범에도 반하는 행동이다.inahohc@ekn.kr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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