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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점차 커지는 금투업계

금융권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지만, 최근 또 중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사이버 보안’ 문제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에서 외부의 해킹 공격으로 인해 18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사실 ‘디지털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보안 문제가 예전부터 계속 대두돼왔다. 약 10년 전 본 기자의 대학교 재학 시절, 수사관 출신으로 디지털 범죄 및 보안 분야 과목을 담당하셨던 한 교수님께서는 당시 각 정부 기관 및 금융사들의 보안 상황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다’고 평한 바 있었다.모 회사의 경우 보안 체계를 실험하기 위해 한 화이트해커에게 공격을 의뢰했으나, 쉽게 뚫려버린 보안망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한 해커에게 오히려 "입조심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촌극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은 사이버 보안을 귀찮고 비용만 나가는 ‘짐’으로 취급했을 뿐, 기업에 뭔가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전혀 가지고 있질 않았다.그래도 이후 많은 세월이 흐르고, 국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진 덕분에 현재는 예전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보안을 갖춘 듯하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지닥의 사례뿐 아니라 작년에도 십 수명에 불과한 인원이 증권사를 해킹, 수십만명의 개인정보를 빼간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다른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사이버 피해 관련 사례는 비일비재해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다행히 최근 정부도 사이버 보안 위협 대응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차세대 기술 발전이 확산하며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정부가 직접 인식하고, 그에 맞게 정부의 전산 시스템을 혁신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각 회사에 어떤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 선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일선 기업에도 일종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다.이제 증권사들은 토큰증권(STO)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같은 블록체인망의 특성을 공유하는 지닥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이 이상 떨어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suc@ekn.kr

[기자의 눈] 인명사고 터져야 움직이는 나라

‘골병라인’, ‘지옥철’ 등 악명을 떨치고 있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 실신 사태가 벌어지자 당국이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버스전용차로 연장, 셔틀버스 지원, 혼잡 시간대 이동 동선 분리하는 ‘커팅맨’ 배치 등 방안을 내놨다. 수륙양용버스를 한강 위 띄운다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실신한 승객이 나오니 온갖 긴급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골드라인은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직접 체험해본 지옥철이다. 또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와 한강2신도시 콤팩트시티 조성 발표 때 골드라인 혼잡도 문제를 재차 부각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제야 정부와 지자체가 움직이자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경기 성남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행로(캔틸레버)가 무너져 내리면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다리는 지난해 정기점검에서 2번째로 높은 등급인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아 점검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교량의 캔틸레버 붕괴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4월 서울 올림픽공원 청룡교 캔틸레버 붕괴사고로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7월 성남 야탑10교 캔틸레버 파손 사고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유사사고가 나왔음에도 불과 5년 만에 이같은 사고가 또 이어진 것이다.모든 사고를 예측할 순 없다. 사고가 터진 뒤 수습하는 ‘땜질식’ 정책도 어쨌든 일은 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고가 나왔는데 유사사고가 연속으로 터지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다.또 하나의 경고가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금광건설이 시공하는 ‘법무법인 산하 사옥 신축’ 공사장에서 가설기자재인 파이프 서포트들이 8층 정도 높이에서 현장 밖으로 우수수 떨어진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제보자에 따르면 그 길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자주 이용하는 길이었다. 만일 자재들이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졌으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현장에 설치된 추락 방호망(혹은 낙하물 방지망)을 뚫고 자재들이 떨어져 전선들마저 주저앉게 만들었다는 것은 시공사가 변명할 길이 없다. 지나다니는 시민들 안전을 생각했다면 응당 가설 보행자이동통로를 설치해야 했다. 자재들이 현장 밖으로 추락해 인명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땜질 대책을 세우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예방 대책 방안을 미리 살펴야 할 것이다.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건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자재 추락 사진. 제보자

[기자의 눈] 전기료 인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방산업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기료까지 인상되면 비용 부담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국가 기반이 흔들릴까 걱정된다.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두고 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 제조원가 부담도 커진다. 특히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공정을 갖춘 철강사들은 전기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간 약 1만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kWh(키로와트시)당 13원 인상됐는데, 1원이 올랐을 때 100억원 정도 비용 상승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기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 공정 대비 탄소배출량이 약 75% 적어 글로벌 탄소 규제의 ‘유일한 해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철강 제품에 대한 탄소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 이어 영국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채택했다. CBAM은 철강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광양제철소에 250만t 규모의 전기로 신설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시설은 CBAM 법안이 본격시행되는 2026년 가동을 시작한다. 또한 포스코는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도 전기로 1기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제품에 전가할 경우 타국 철강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철강사들이 전기료 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공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전기 요금을 올리자니 산업계와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동결할 시에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해지는 탓이다. 전기 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산업계·국민의 의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묘수’를 제시해야 할 때다. 산업계와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기자의 눈] 반갑지 않은 알뜰폰 ‘공짜’ 요금제의 등장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최대 1년까지 ‘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가 등장했다. 알뜰폰 요금제 비교사이트에서 ‘0원’ 요금제를 검색하면 수십 개가 나온다. 지난 7일 큰사람커넥트의 알뜰폰 통신 브랜드 이야기모바일은 월 0원에 데이터·통화·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놓았다. 알뜰폰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격화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은 오히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여 당장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알뜰폰 업체들은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알뜰폰 업체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의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금융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3년 만에 4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은 이달 중 정식 서비스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있던 리브엠의 특례기간은 오는 16일 만료돼 금융위가 그 전에 알뜰폰 업무를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해야 사업 지속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리브엠의 정식 승인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리브엠 정식 승인 이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이에 이동통신3사도 알뜰폰 업체들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간 알뜰폰 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SKT도 전담 사업팀을 신설하고 자사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기존 사업자와 협력해 금융권이라는 신규 사업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뜰폰 시장은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원가(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금지, 점유율 제한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장을 무작정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입자 규모만 늘어난다고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신규 사업자도, 중소알뜰폰 사업자도,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도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통신 시장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jin@ekn.kr증명사진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파격적인 디자인 리뉴얼을 이어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지속된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화장품 대표 브랜드의 대대적인 리브랜딩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번 디자인 리뉴얼에서 눈에 띄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들이 온통 ‘영어 일색’인 탓에 K-뷰티 정체성이 실종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설화수 스테디셀러 제품 윤조에센스 6세대만 봐도 그렇다. 특유의 한자와 붓칠로 그린 듯한 로고가 사라지고 주황색 영문 로고 Sulwhasoo가 새로 자리잡았다. 한방화장품으로 알려진 설화수는 고급미와 고풍미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임에도 부모나 어르신에게 선물하는 효도 화장품으로 꼽힌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이미지를 강조하고, 중장년 중심의 고객 타깃층을 젊은층까지 넓히겠다는 취지에서 리뉴얼과 함께 젊은 감각을 입혔다지만 설화수라는 한국적인 이름과 달리 제품 어디에도 한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로고 변경을 단행한 이니스프리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제주도 비자림에서 착안한 초록색 폰트를 버리고 알파벳 대문자·소문자를 섞은 그래피티 스타일로 새로 입힌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세련된 이미지는 살렸을지 몰라도 이니스프리 하면 떠올리는 ‘자연친화’의 브랜드 정체성이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제품 디자인이 통째로 바뀌면서 패키지 겉면마저 전부 ‘영어 범벅’이다. 이달 초 출시한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 제품만 살펴봐도 한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색색깔 용기에 화사한 꽃 그림으로 유명했던 바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의 바디워시도 로고와 패키지 모두 갈색 계열 투명한 용기에 영문 로고와 제품명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 리뉴얼 결과, 최소한의 한글 표기가 사라져버려 영어를 잘 읽지 못하는 고객이 구매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리뉴얼 이전에는 아모레퍼시픽 대표 제품의 향과 성분에 따라 형형색색의 패키지와 관련 그림과 이미지를 적용해 고객에게 제품 디자인의 직관성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심미성 제고와 해외마케팅 확대를 위한 외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품 정보를 잘 알려주는 가독성과 같은 요소도 배려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줄곧 애용해 오던 제품에 한글 표기를 지워냄으로써 디자인 효과를 거둘 지 모르지만, 아모레퍼시픽이 가진 K-뷰티 정체성을 포기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의 표류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무’ 방안 발표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발과 재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추가 개선안 발표도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 유연근로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정부의 취지가 노동현장에서 가능한가에 고용주와 근로자간의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근로자측은 몰아서 일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휴식은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심하는 반면, 고용주측은 강제 추가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입장 충돌은 지극히 소모적인 논란이다. 양측 모두 현실을 간과하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측면이 있어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근로자는 제도 도입 자체를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 현 정부안은 노조대표가 합의하면 개별 근로자가 원치 않아도 유연근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근로자가 각각 사측과 서면 합의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돼 있다. 즉, 정부가 제도를 도입하든, 개별 회사의 노사가 합의하든, 근로자 본인이 원치 않으면 현행 주 52시간제로 근무하면 된다. 사용자의 주장도 억지스런 점이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자에게 "요즘 MZ세대 직원은 연차휴가 등을 철저하게 챙긴다. 추가 근로를 강제하면 사장이 범법자가 된다"며 제도 도입을 걱정할 필요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기업은 대체인력이 부족한데 몰아서 일한 근로자가 장기휴가를 온전히 쓰는 것이 현실에서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묻자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인력확충) 문제는 유연근로제와 별개의 문제로 외국인근로자 허용 등 별개의 논의의 장에서 따로 검토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몰아서 일하고도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라는 근로자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고용주도 익히 예상하고 있음을 짐작케 할 만한 반응이었다. 결국 정부가 근로자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휴식 보장장치와 중소기업 인력 확충 방안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ch0054@ekn.kr기자의 눈 김철훈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韓 시장 공들이는 애플, 책임의식도 갖춰야

지난달 우리나라에 상륙한 애플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보여주는 초반 기세가 놀랍다. 출시 첫날에만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수치는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단말기 보급이 확대되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여지가 크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애플페이를 들여온 현대카드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애플과 협력설이 흘러나오던 시점부터 신규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만 새로운 회원으로 86만6000여명 확보하면서 국내 전업 카드사 중 증가세 기준 선두를 기록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는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았다. 또 삼성전자가 애플과 마찬가지로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애플은 과거부터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펼쳐 왔다. 지난달 출시된 애플페이가 벌써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는 이유다. 애플이 출시하는 신제품이 침투하는 속도도 빠르다. 무선이어폰 ‘에어팟’과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밖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애플이 한국 시장을 흔드는 만큼 책임에는 미흡했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달렸다. 세금 회피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애플 한국지사는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정작 납부한 법인세는 628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에 비해 이익이 크게 낮았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매출 대부분을 수입대금으로 지급해 의도적으로 영업이익률을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플이 자체 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저질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이동통신사에 신제품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과 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전가하는 관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선지 애플을 고객사로 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유독 애플에 관한 질문을 곤란해한다. 애플에 불리한 정보를 흘렸다가는 어떤 불이익이 가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국내 다섯번째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 강남’을 열며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협력업체와 일반 시민을 위한 기업윤리에도 공을 들여야할 시점이다. 국내에서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높아진 책임의식을 기대한다.이진솔 이진솔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尹 대통령 지지율 추락 부채질 與 최고위원 리스크

"불을 끄려고 불을 더하고 물을 막으려고 물을 붓는 일과 같다."공자의 제자인 안회는 어지러운 형국인 위나라로 가서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한다. 공자는 하직 인사를 하러 온 안회에게 "네가 아무리 독실한 말을 할지언정 위나라 왕은 권세로 너의 말솜씨를 이기려 덤벼들 것이니 ‘이화구화’와 같다"며 만류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촛불 탄핵’을 기점으로 보수정당의 입지는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정부 등 모든 곳에서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그럼에도 5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기쁨은 잠시. 대선 이후 지난해 말 이준석 전 대표의 낙마로 지도부가 공석이 되면서 8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왔다. 마침내 김기현호로 새 지도부가 꾸려졌지만 출범 한 달만에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고위원 리스크 늪’에까지 빠졌다.이번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윤(친윤석열)일색’이다. 당 대표부터 최고위원, 당직 모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구심점이다. 전당대회 준비단계부터 당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윤심으로 모아야 한다", "내년이 총선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겨를이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새롭게 탄생한 당 지도부 역시 22대 총선 압승이 숙원 과제다. 당정이 민생을 챙기겠다고 나선 이유도, 야당을 향한 ‘사법리스크’ 저격의 명분을 위해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로 이끌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야당의 입법을 저지하는 이유도 모두 집권당 그들이 생각하는 ‘민심’과 지지율을 챙기겠다는 이유에서다.이런 상황에서 ‘당원 1호’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은 여당의 골칫거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한 달동안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겨우 벗어났다. 일제 강제징용해법과 근로시간 개편안 등 결정하는 현안마다 여론은 부정적으로 들끓는다. 당 지도부가 대학교 학식을 먹고 청년세대 리더들을 만나면서 상황을 모면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심각한 건 여당 최고위원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나름대로 수습하고 있지만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전광훈 목사 우파 진영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으로도 뭇매를 맞았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사과까지 거부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조수진 최고위원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 운동을 언급해 도마에 올랐다.최고위원들이 윤 대통령의 결정과 언행에 부가 설명을 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4·3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아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를 수습하고자 ‘4·3 기념식은 3·1절이나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니 대통령 불참에 무조건 공격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수진 위원 역시 윤 대통령이 양곡법 개정안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지나친 충성으로 ‘이화구화’가 돼 버렸다. 부정적인 여론의 불씨를 끄려고 나섰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버렸으니 말이다. 집권당의 임무인 정부 지지율 견인과 총선 압승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겠지만 민심이나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만 격화시켰다. 한 마음으로 모인다는 집결력도 중요하지만 진심으로 민심을 살피고 통치자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간언을 할 줄 아는 용기 또한 여당의 책무다.claudia@ekn.kr

[기자의 눈] MZ세대에게 닥친 탄소중립 과업도 생각해주길

요즘 TV 예능프로그램 등을 보면 귀에 에어팟을 끼고 업무를 보는 MZ세대 직장인에 대해 ‘눈을 부라리는 세대’ 등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MZ세대를 이같이 풍자하는 것은 웃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MZ세대에 닥친 탄소중립 과업에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MZ세대는 신입사원부터 정년퇴직에 가까울 때인 2050년 무렵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향한 모든 길을 뚫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MZ 아버지 세대가 이룬 경제성장·민주주의 달성 못지 않거나 그 보다 더 어려운 과제다. 탄소중립은 지금까지 인류역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현장에서도 예전 사례를 찾기 힘드니 막막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탄소중립만 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했던 탄소배출산업을 뒤집으면서 경제성장도 해야 하는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왼쪽을 보면서 오른쪽을 동시에 보라는 것과 같다. MZ세대에 탄소중립 모순 극복의 능력과 ‘깡’이 없지 않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안에 반발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앞에서 문서를 집어 던질 수 있는 게 MZ세대다 에너지 분야에는 무탄소 에너지를 보급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전력시스템을 만들 인재들이 많다. 산업계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능력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MZ세대의 윗 세대인 586세대가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한다. 지금부터 탄소중립 정책의 기초를 잘 짜줘야 MZ세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문재인 정부보다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 중이다. 아직 산업계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지금부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계에서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미래에 줄여야 할 감축량은 늘어난다. MZ세대가 미래에 늘어난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감당하려면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놔야 한다. 국민이 탄소중립에 관심을 가져줘야 그만큼 정부도 힘을 얻고 MZ세대를 위한 투자 규모를 늘려주지 않겠는가.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한화-대우조선 결합, 공정위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며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 결합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3일 유럽연합(EU)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는 안팎으로 EU 승인이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졌다며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한국 방산업과 조선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문제는 공정위가 심사 지연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점이다. 방위사업청마저 지난달 15일 방산업체 매매 ‘승인’ 의견을 보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특별한 반대 입장도 내놓지 않았는데 공정위만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정위 측은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한화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경쟁제한을 해소할 수 있는 자진 시정방안을 당사자들과 마련 중"이라며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화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 협의 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공정위의 해명에도 의혹만 남게 됐다. 항간에서 ‘안방에서 발목 잡는다’라는 비판에 공정위가 급하게 면피용 입장을 낸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업계는 물론,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전 세계가 안보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상황에 우리나라 역시 방산력을 제고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은 현 시점에 양사간 결합이 빠르게 이뤄져야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도 지킬 수 있게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 방산과 조선업의 위상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방산, K조선의 경쟁력이 공정위의 늑장으로 약화됐다’는 책망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위의 빠른 결정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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