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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에너지 유레카’ 정부 투자 절실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30 16:01

여헌우 산업부 기자

산업부 여헌우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인류 발전사는 에너지의 ‘발견’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수십년 전만 해도 전세계인들은 화석연료가 조만간 고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원자력 기술이 수천만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게 될지도 몰랐다.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움직였던 일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른다.

사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다. 이를 찾고 활용하는 기술력이 없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줬다"며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無知)뿐"이라고 적었다.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자동차·항공기가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일 것이라 믿고 있다. 그 전기는 태양·바람 등에서 얻기를 바란다. ‘탄소중립’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을 찾아 심해를 헤매고 있는 탐사선도 여전히 많다. 미래에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다. 예로부터 그랬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지나 리튬 같은 차세대 원자재까지 우리는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 패권’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최근 막대한 양의 백색 수소가 발견된 사실은 한국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하에 순도 높은 수소가 저장돼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천문학적인’ 양의 수소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은 과학이다. 동해 깊은 곳에서 유전을 찾는 것도, 우리 땅속에서 백색 수소를 찾아 나서는 것도, 우리 주변에 널린 또 다른 원소를 발전소 원료로 삼는 것도 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의 힘을 믿기에 땅 파면 기름이 줄줄 나오는 나라들도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자 말자 다투고 있다니 유감이다. 반도체·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에너지 분야에서 자립하지 못하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길 기대한다. ‘에너지 유레카’를 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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