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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주의 급등,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한동안 급등하다 최근 미끄러지던 은행주가 지난 22일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주를 주도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루에만 9.11% 올랐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8.78%, 신한금융지주 6.11%, 우리금융지주 4.51%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국내 은행주 10개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이날 778.63으로 6.47% 급등했다. 직전 한 달간 약 13%가 떨어졌지만 하루 만에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오랜만에 은행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이를 좋게 보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국내 은행주가 그만큼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은행주 주가가 오른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재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은행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언급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바통을 이어받은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공식화하자 은행주는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은행주가 코인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급경사를 타던 은행주의 상승 분위기는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바뀌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주가 보인 주가의 롤러코스터 변화는 사실상 은행주가 외부 요인에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행 업종이나 개별 회사의 가치에 따른 주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주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워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은 주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라, 총선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보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들의 푸념섞인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국민은행 리브엠이 남긴 교훈...금융당국도 상상하라

KB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인 KB Liiv M(KB리브엠·KB리브모바일)이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수업무로 지정받았다. 2019년 알뜰폰 사업을 개시한 이후 4년여 만이다.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고객 수가 40만명을 넘어서며 양적, 질적 측면에서 은행권 비금융사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큰 산을 넘은 만큼 이제는 통신데이터와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당초 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과 달리 대다수의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을 키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한 배달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땡겨요는 고객과 가맹점인 소상공인,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배달앱'이라는 취지로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요기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음식배달업체들이 음식을 무료로 배송하거나 각종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 전쟁에 나서면서, '땡겨요'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의 비금융 사업이 아예 시작도 못하거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거론된다. 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금융사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본업을 넘어선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 중이지만, 금융당국의 허들을 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다. 금융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이것마저도 금융사들의 핑계라고 평가 절하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노력과 관계없이 아직도 금융당국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은행을 향해 '이자장사에만 혈안이 된' 회사라고 손쉽게 손가락질 하곤 한다. 본업을 하면 한다고 비난받고, 본업이 아닌 알뜰폰, 배달앱 같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손쉽게 욕을 먹는 게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현주소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쉽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은행의 비금융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6년 이후 은행과 은행 자회사, 계열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본 시중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국가 및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 등 사회공헌 비중이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방 소재 기업들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 인력소개업을 부수업무로 영위하고, 민관의 지방 소재 기업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사를 향해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본의 사례는 금리 인하,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은행들에게 비금융 사업을 열어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상생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금융권을 둘러싼 시장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기존의 정책만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올 것이다. 금융사, 금융당국 모두 기존의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한국 금융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 검토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곧 은행들의 독과점을 막고 금융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아시아나항공 경영진과 조종사 노조, 당신들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WHOOP! WHOOP! PULL UP! WHOOP! WHOOP! PULL UP!" 항공기가 조종사에게 지상 충돌 경고 차원에서 울리는 지상 접근 경보 장치(GPWS, 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경고음들 중 하나다. 비행 고도가 낮아 기체가 땅에 처박혀 모두 죽기 싫으면 즉시 조종간을 당겨 상승하라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 듣기만 해도 섬뜩하고 불쾌한 이 소리가 귀에 들릴 상황이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시아나항공 경영진과 조종사 노동조합(APU)은 이 상태에 익숙하다 못해 타성에 젖은 탓인지 6년째 이 경고음을 듣고 있으면서도 별 생각이 없어보인다. 시작은 조종사 노조가 먼저 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 이하 조합원들은 지난해 2022년 임금 인상률을 두고 사측과 대립 끝에 18년 만에 파업 직전의 국면까지 끌고갔다. 사측은 조종사 노조와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기본급과 비행 수당 2.5% 인상에 합의해 노사 갈등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올해 3월 1일자로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원유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10명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이 같은 인사의 배경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이해 할 수도 없고, 망해가는 회사에서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원 사장은 3년 연속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이후 현 직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셀프 진급'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코로나19를 이겨내며 나름대로 호실적을 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대표이사들도 갈아치웠다. 이런 판국이니 조종사 노조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는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어도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 경영진의 면도 서지 않게 됐다. 조종사 노조는 기본급 5%와 기타 수당을 합쳐 8.5%를, 사측은 기본급 인상과 비행 수당 인상까지 총합 7.5%를 제시하며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사실상 망한 회사에서 억대 연봉자들끼리 뭐하는 짓들이란 말인가. 실로 난파선에서 보물 나눠먹기를 하는 꼴로 심각한 모럴 해저드에 빠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영진과 조종사 노조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행위를 이어갈 때 이들을 제외한 사무직·객실 승무원·정비사 등 타 직군 구성원들은 아무런 과실도 누리지 못한 채 줄퇴사를 하고 있다. 2019년 8815명이던 직원은 2023년 7951명으로 급감했다. 2019년 3월 22일,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 회계에 대해 '한정' 감사 의견을 내놨다. 리스 항공기 정비 의무 충당 부채가 이유였다. 이후 4월 15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선언하며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수정 자구 계획안을 냈다. 이 때부터 아시아나항공은 돈을 벌어도 번 게 아니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한계 기업'으로 전락했고, 산업은행의 '하드 캐리' 덕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좀비 공기업인 상태로 연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2년 대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2023년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 총계와 비율은 각각 12조2064억원, 1506.32%이다. 항공기 리스 비용을 감안해도 고도 비만인 상태인데, 보통의 회사 같았으면 애저녁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9일 아시아나항공의 시가 총액은 783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의 시가 총액은 7조4565억원으로 9.51배나 차이난다. 그런 대한항공의 부채 총계는 20조5765억원, 부채 비율은 209.63%로 각종 자산·사업부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당신들의 구세주로 나선 대한항공도 매년 재무 다이어트에 도전해 성공을 이루고 있을진대, 아시아나 경영진과 조종사 노조는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밥그릇 투쟁을 벌이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눈치 좀 챙기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대파 총선’이 남긴 물가잡기 과제

지난주 4·10총선 기간 '대파 논란'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좌파·우파도 아닌 대파가 대세'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 정도였다. 민생과 직결된 먹거리 물가 인상은 선거철 단골소재지만 이만큼 표심을 흔드는 키워드로 주목받은 적이 있나 싶다. 지난달 18일 물가 점검을 위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들른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대파 논쟁의 불씨를 당겼다. 대파 한 단(1㎏) 가격을 보고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같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 당시 정부 지원금과 유통업체 자체 할인이 더해진 일시적 가격으로 밝혀져 비판이 뒤따른 것이었다. 되짚어 보면 대파 하나에 나라가 뒤흔들린 것은 그만큼 고물가 속 민생고가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농산물 수급을 책임지는 산지 농가도 속이 상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파 가격 안정을 이유로 신선대파 무관세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1~2월 신선대파 총 3000톤을 무관세 수입한 데 이어, 4월 한 달 간 신선대파 3000톤에 0% 할당 관세를 적용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2 월 국내 반입된 수입산 대파 물량은 7030톤으로 전년 동기 물량(630톤) 대비 11배 이상 급증했다. 추가 반입량까지 반영되면 수입 폭증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파는 관세가 27%로 관세가 낮은 편에 속한다. 농민들은 무관세 수입확대에 따른 대파 가격 폭락, 판매 활로 축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27일 성명문을 통해 “(올 1~3월) 평년 대비 50% 이상 많은 양이 수입됐으나 대파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다"면서 “저가에 수입농산물을 확보한 대형마트 등 유통자본만이 막대한 이윤으로 배를 불렸고, 윤석열 정권의 수입개방농정만 더욱 공고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수입 중심의 물가잡기는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농가 고령화로 가격이 치솟은 과일 관련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이 폭등한 사과 등을 대체하고자 정부는 수입과일 반입량 증량 외에도 수입 금지 품목인 사과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농가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는 근시안적 접근이 아닌 현실적인 시각으로 먹거리 물가를 다스려야 한다. 먹거리 물가에 따른 민생난은 생산·공급 기반 안정을 포함한 종합대책 없이 가격 통제와 수입에 기댄 정부의 농정실패에서 비롯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산지 농가가 제대로 대응하는지 살펴보고, 중간유통단계에서 가격 거품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를 좁혀 제값에 팔고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눈] 소액주주 지분이 두 배더라도 이길 수 없는 K-주총

주주총회는 지분이 많으면 이긴다. 하지만 K-주총에서는 절대적이지 않다. 지분 위에 '의장의 권한과 대표이사 인감'이 있을 수 있다. 지난 달 셀리버리 주주총회는 K-주총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주 연대는 오너 지분보다 2배가량 지분을 더 보유했으나 주총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임시주총과 정기주총 두 번 모두 패배했다. 첫 번째 주총에서는 물리적 시간이 이유였다. 의결권 위임 서류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대관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는 것이다. 의장은 임시주총의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두 번째 주총에서는 의결권 위임 서류가 문제가 있거나 적법한 위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사측의 안건은 통과되고 주주연대의 주주제안 안건은 부결됐다. 두 번의 주총 모두 '선명한' 문제가 있다. 우선 대관 시간이 지나면 상법 372조에 의거해 총회를 연기해야지, 안건을 부결시켜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의결권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한 소액주주 지분 위임은 30곳 이상의 다른 종목 주주총회에서는 대부분 인정됐는데 셀리버리는 의결권을 '완전'히 부정했다. 이 같은 사례는 아미코젠과 셀리버리가 유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대웅 대표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가만히 있었다가는 회사를 눈 앞에서 빼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눈 앞에서 당장 본인의 경영권이 빼았기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조대웅 사태'를 사전적으로 막을 국내 주총의 관행과 구체적인 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주주들은 두 차례 주주총회가 부당하다고, 법원에 주총 결의 취소·무효·부존재와 같은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사후적 해결책이지, 사전적 예방책은 아니다. 그간 국내 주총은 주요 이해관계자가 제한적이었기에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더라도 공론화되지 않았다. 위임장이 경우,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이라는 상법 문구를 바탕으로 나머지를 판례로 해결하더라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달라졌다. 소액주주는 500만명에서 1400만명까지 훌쩍 늘어났다. 다양한 개인들이 주주연대를 결성해, 다양한 종목에서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내고 있다. 당연히 논쟁의 양태도 다양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주총을 위해서는 주총 절차와 관련한 강행규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프로야구에서 로봇심판이 도입된 이후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시비가 없어진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그간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이사회 관련 논의가 활발했다. LG화학과 LG엔솔의 물적 분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련 공략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젠 주주총회에 주목할 때다. 정치권과 학계의 관심을 촉구한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기름값 안정화, 유류세 ‘정상화’가 먼저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정부가 나타난다. 정유사 관계자들을 만나 가격 안정을 당부하고 주유소들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했는지 알아본다. 최근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농협경제지주가 참석한 가운데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을 재점화된 중동 지역 분쟁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최남호 2차관은 업계에 '상생의 정신' 발휘를 당부했다. 기름값이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다. 정유사들의 연간 매출이 많게는 수십조원까지 잡히는 것도 이같은 행보에 힘을 싣는다. 국제유가 인상분 보다 가격을 더 올린 주유소가 없는지 조사도 했다.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는 기름값이 초고속으로 뛰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느릿느릿 걷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유류세 인하 종료와도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월까지 연장했으나, 결국은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ℓ당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을 인하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세수 손실은 5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류세 인하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정유사 담합을 의심하면서까지 가격을 점검한다. 이같은 문제는 유류세를 개편하기 전까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 기준 ℓ당 396.7원이다. 교육세도 59.5원(교통세의 15%) 붙는다. 가격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석유수입부과금 16원도 추가된다. 민간 섹터에서 꾸준히 촉구하고 있는 석유수입 관세(수입가격의 3%) 폐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은 가격 연동이 제대로 되야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해군력 증강 등으로 석유 도입선을 안전하게 지키고 다변화하는 등 특정 지역의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높인다면 유류세 인하라는 '필요악'의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눈] ‘액트’의 돌풍…내년에도 이어지려면

소액주주들의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주총 시즌이 끝났다. 돌풍의 중심에는 소액주주를 위한 플랫폼 '액트'가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액트 등에 따르면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상장사는 총 41개다. 그중 액트를 통해 주주제안이 이뤄진 종목은 총 13개다. 또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위임을 요청(대리 행사 권유)한 종목은 총 52개로 이 중 30곳이 액트를 통해 의결권 위임이 이뤄졌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OCI와 통합을 추진하던 한미사이언스다. 주총장에서 펼쳐진 표 대결로 결국 통합이 무산됐고, 그 과정에서 액트를 통한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에 올라왔던 인물들이 대거 선임됐다. 이 밖에도 베뉴지와 삼목에스폼, 캐스텍코리아 등에서 액트를 통한 주주제안 이사 후보들이 선임에 성공했다. 또 DB하이텍, 대유 등에서는 최대주주 측의 안건이 액트로 의결권을 모은 소액주주들에 의해 저지되는 사례를 만들었다. 한편 액트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남았다. 셀리버리의 경우 임시주총과 정기주총 모두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실제 주총장에서는 표 대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액트를 통해 모은 의결권을 검수한다며 시간을 끌다가 대표의 도주로 주총을 마무리했다. 정기주총에서는 아예 액트를 통해 모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안건을 날림으로 처리한 뒤 대표가 또 도주했다. 휴마시스의 경우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액트를 통해 선임된 주주 대표가 의결권을 모아 주총장에서 행사했어야 하는데, 주주 대표가 의결권을 모은 뒤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활발한 소액주주들의 활동을 본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제도개선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공시하는 정기 보고서에는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 제기 사실 및 처리경과를 상세히 기재하라고 공시서식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번에 드러난 아쉬움을 달래기는 부족해보인다. 액트를 통해 의결권을 모을 수는 있지만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총장을 찾아야 하고, 회사가 마음먹는다면 행사를 저지할 수도 있다. 활발해진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움직임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전자투표제와 전자 위임장 제도 등을 의무화하고, 주주총회 관련 제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비해 회사 입맛대로 규정을 적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더 탄탄한 토대 위에서 펼쳐진 소액주주들의 반란을 기대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전세불안 잠재울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곧 전세계약이 끝나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최근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걱정이다. 서울살이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의 한탄이다. 그의 말대로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을 기록해 전주 상승 폭을 유지했다.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46주째 상승세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59㎡는 작년 12월 7억8000만원(1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달 2일에는 8억5000만원(12층)에 나갔다. 성동구 금호동 4가에 위치한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8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는 1년 전 계약된 7억1000만원 대비 67%(4억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보이고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시적으로 세들어 살면서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년째 수도권 일대를 휩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 기피 현상이 맞물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세불안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공공이 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빌라·오피스텔·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10만가구를 매입해 시세보다 싼 전월세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공의 제한적인 공급만으로 전세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든든전세주택으로 수요층을 외면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에서 매입하는 주택 중 상당수가 입지와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의 전세불안이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도시경제 구조가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수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세불안이 이어지면서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경기도나 인천으로 집을 옮기는 전세난민이 늘고 무자본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불안을 잠재울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정부는 전세불안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공급 촉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기자의 눈] 마무리 된 총선… 자본시장 선진화는 본격화돼야

22대 총선이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자본시장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과 실행여부에 대한 불신,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무수한 말들이 나왔지만 총선은 예정대로 끝이 났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 및 상장을,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내세우며 개미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열린 상장사 주주총회 취재 결과 주주들이 가장 원했던 안건은 회사가 보유중인 자사주의 소각이었다. 하지만 거대양당 모두 자사주와 관련된 유인책을 내놓지 않았다. 또 전자투표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도 두 양당은 언급이 없었다. 총선과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내놓는 공약이 대부분 인기영합적인 게 많았다며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게 죄악시 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다. 생존에 필요한 환경만 제공된다고 해서 제대로 성장할리 만무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정책의 지속성은 떨어지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규제와 완화가 반복된다. 이런 시장을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다. '저축의 시대는 가고 투자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게 2009년 첫 증권부 출입 당시 읽었던 기사다. 이미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코스피는 2000포인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통칭하는 '국장'에 대한 비판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개인의 호주머니를 외국인과 기관이 털어가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거다. 한 전업 투자자는 국내 증시보다 코인 투자가 더 낫다고 말할 정도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K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총선이 끝났다. 승자와 패자 모두 기쁨과 슬픔을 빠르게 잊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만전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기자의 눈] 단기납 종신보험에 여전히 쥔 고삐…당국 제재가 남긴 것은

금융당국의 '자율 시정' 지시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둘러싼 업계 긴장감이 잠잠해졌지만 보험업계는 여파에 시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경계하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어왔다. 생보업계는 환급률을 조정해가며 판매를 이어왔지만 결국 '고(高) 환급률'에 대해선 현재 백기를 든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단기납종신보험에 대해 최종적으로 '생보업계에 자율시정을 권고한다'고 매듭지었지만 동시에 환급률과 시책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단기납종신 환급률과 시책 변동 현황을 금융사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보고받고 있다. 겉으로는 자율성을 부여한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재 상황에서 환급률을 높이거나 경쟁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면 언제든 칼자루를 쥐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생보업계는 단기납 종신 상품의 사실상 시장퇴출 단계에 직면하면서 소위 '돈이 될 만한' 장사에 대비해 왔다. 최근에는 수익성을 위해 경영인정기보험이나 건강보험 등에 시선을 돌리면서 종신보험을 대표로 판매하는 생보업계가 종신보험 판매에 관심이 없어진 '웃픈'(웃기면서도 슬프다를 의미하는 신조어)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열기를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최근 업계에서 연단리 7~8%의 변액연금보험 출시를 준비하면서 제2의 단기납종신보험 전쟁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도 이어지고 있다. 변액보험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종신보험도 팔기가 어려워지자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생보업계는 손보업계 판매 영역으로까지 눈을 돌리면서 업계간 새로운 갈등도 에상되고 있다. 생보업계는 건강보험 판매로 전장을 옮긴 뒤에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까지 팔겠다며 최근 금융당국에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지난 2003년 손보사에 장기보험을 허용한 것처럼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예선 시장에 자율성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불완전판매와 건전성을 이유로 업계를 보호하겠다며 나타난 제재가 결국 상품 경쟁력이나 창조성면에서 보험사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단 입장이다. 단기납 종신을 두고선 특정 상품에 대해 일일보고를 받는 것이 흔치 않은 만큼 보험사로선 여전히 긴장감도 가져가야 한다. 경쟁이 심화된 제3보험 시장에서도 과열현상이 나타난다면 또 다시 당국 제재와 절판마케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을 정상적으로 완화시킬 근본적인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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