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령 자본시장부 기자
“왜 일반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못 믿는 걸까요?"
금융업계에 오래 발을 담았던 한 관계자와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주가 때문이라고 결론 냈다. 기업의 실적이 아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호재, 테마 등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동해 심해 가스전' 테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성공률 20%, 다시 말해 실패 확률이 80%임에도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석유, 가스, 유전, 철강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동양철관 등이 상한가를 찍었다.
특히 철강 테마주로 떠오른 동양철관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풍경을 낳았다. 3일 평균 거래량이 5409만7796주에 달했고 상한가를 3거래일째 기록한 지난 5일에는 무려 1억4688만주가 거래됐다. 삼성전자의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평균 거래량이 1766만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심이 어느 정도로 쏠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종목이 테마주로 급부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호재로 인식되면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묻지마 투자'로 흘러가면서 이슈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한다는 점이다. 실제 사업 연관성이 없는 종목들이 테마주로 묶이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에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과 연관 없지만 기업명에 석유, 가스, 유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의 주가가 20%씩 치솟았다가 다음날 바로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테마주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테마주는 거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올라가는 주식을 보면 올라타고 싶은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다. 투자자들에게 테마주 투자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인 셈이다. 금융당국에서도 테마주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테마주 가운데 사업 연관성이 낮은 종목들은 해명 공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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