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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AI 시대에 걸맞은 새 제도 설계해야

인공지능 열풍의 진원지가 된 챗GPT- 3.5는 무려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실제 정보와 일치하는 정보를 출력하는 과정을 거치는 초거대 AI다. 챗GPT-4는 이 보다 더 많은 매개변수에, 텍스트는 물론 영상과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복합 정보처리) 모델로 그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미세 조정(Fine-tuning)만 하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 전이 학습이 가능하다. 이른바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이 본격 출현했다. 최근 인터넷에 챗GPT-4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제시한 내용을 알아서 정리해 발표 자료를 작성해준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발표 자료 준비가 한결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 며칠 후에는 챗GPT 이용자들이 입력한 내용에 회사 기밀이나 민감한 개인정보도 많은 데, 이런 내용을 운영사인 오픈AI가 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이 유럽연합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위반 조사를 위해 챗GPT 접속을 일시 차단한다고 발표해 챗GPT 이용 관련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와 충돌하는 면이 있다. 국가별로 개인정보로 보호하는 데이터의 범위나 규제 정도는 다르지만,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수집·활용하는 많은 데이터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2020년 개인정보의 식별이 어려운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됐지만, 실무에서는 가명 처리 비용이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재식별 위험성으로 인해 애초 기대보다 활용도가 낮다. 정보주체의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역시 강화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활용한 사회적 편익과 비례성도 유지돼야 한다. 허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라면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피하고자 원본 데이터의 통계적 변수 분포와 상관관계만 모방한 재현 데이터(합성 데이터)를 만들어 새롭게 생성된 가상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재현 데이터를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해 제공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여러 데이터 항목이 조합되거나 원본 데이터 자체 분포가 편중된 경우에는 아직 정보 주체의 재식별률이 높은 편이라 재현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학습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데이터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GPT 개발사인 오픈AI에서 내놓은 DALL-E 2나 스태빌리티AI사의 스테이블 디퓨전은 이용자가 텍스트로 지시하면 그 내용에 따라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이미지를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학습한 데이터 세트에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이미지 중에는 저작권이 인정되는 이미지가 있고, 심지어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미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이미지 제공업체인 게티이미지는 스테이블 디퓨전이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런 법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국회에서도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해 창작성을 향유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에 있는 개인정보의 침해 문제나 저작권 위반 문제는 그런 법 제도가 현재처럼 인공지능이 발달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출판업자들이 독점 출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장했던 저작권의 기원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규범이 만들어진 취지를 감안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이슈&인사이트] 한·EU 외교 60년, 향후 과제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시작된 지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EU는 유럽의 평화와 경제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국가 통합기구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시작된 이 통합체는 냉전 시대와 경제위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했다. 한국전쟁 이후 유럽의 중립국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관여하고 있으며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있다. 한국과 EU는 1963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며 정치·경제·안보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전략적동반자관계’로 발전했다. 양측은 2011년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주요 무역파트너가 됐고 이제는 공동 군사작전을 실시하며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개발도상국을 돕는 일에 협조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U는 한-EU FTA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 특혜를 제공하는 통상 규범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9년에 싱가포르, 2020년에는 베트남과 각각 FTA를 발효한 것이 대표적이다. EU는 중국과 일본 등과 투자협정 또는 경제적동반자관계협정(EPA) 등을 체결해 특혜를 제공하는 통상법 인프라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12월 한국이 한-EU FTA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13장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조항에 근거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규정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EU FTA 제13장에 반영됐다. 이후 EU는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등과의 통상조약에서도 유사한 규정들을 반영했다. 한국에 대한 EU의 조치는 이 규정을 근거로 한 첫 번째 사례다. 이후 한국은 2021년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에 가입했고 결과적으로 양측에 관련된 국제법과 국내법 질서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EU와 영국은 ‘영국의 회원국 탈퇴’(브렉시트)로 유럽 단일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려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EU와 제3국 및 영국과 제3국의 특혜무역 관계도 새롭게 설정돼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한국과 영국 정부는 한-EU FTA에 기반한 특혜를 지속하고 안정적인 무역환경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빠르게 한-영 FTA를 체결했다. EU가 한-EU FTA 체결이후 아시아 국가들과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영 FTA도 영국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비슷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 60년간 한국과 EU의 관계가 확대되는 동안 국제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졌고, EU도 냉전 종식으로 인한 동유럽 회원국의 참여나 브렉시트와 같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COVID-19 확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한국과 EU의 관계 및 국제사회에 주요한 도전이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U가 FTA와 같은 특혜협정을 체결하면서 ‘유럽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강조하고 많은 특혜 협정들이 한-EU FTA의 기준들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EU FTA 개정 논의와 같은 미래의 과제들은 양측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수교 60주년이 흐르는 동안 국제사회에 새로운 지형이 형성됐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사회의 지형에서 양측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EU의 관계는 둘 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협력해야 한다. 양측은 새로운 6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법학박사 EU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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