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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 성공조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과정에서 생산, 소비, 유통 방식 등이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전환으로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며,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기업규모 제약의 극복 가능성 증대, 거래비용 절감 및 비용요인 감소, 글로벌 시장 접근성 제고 등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전환(DX)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수의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위한 촉진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디지털 전환은 기업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전환하고 동시에 조직, 기업 문화, 풍토도 개혁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문화의 변화를 유도했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모두 디지털 기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디지털 전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대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그러나,대다수의 중소·중견기업들은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한 기술,인력, 투자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대부분 기업들은 어떤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놓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전환하며 동시에 조직 및 기업 문화 풍토를 개혁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를 희망한다.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기업 내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원과 역량 그리고 인식의 부족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의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기업의 전환 활동 및 지원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즉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변화하는 비즈니스 및 시장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기존의 고객 경험을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전환하며 동시에 조직, 기업 문화, 풍토도 개혁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디지털 전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중견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전담 인력과 조직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대효과의 불확실과 비용부담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울러 현재 디지털 전환을 추진중인 기업들도,기업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 보다는 일부 생산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디지털 전환에 선도적인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에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빨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특히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 도입 지연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인해 선도 기업과 격차가 발생하고,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 부족,추진 방법에 대한 정보의 부재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늦춰지는 일들이 발생되는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그렇다면, 성공적인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 것인가.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로 기존 비즈니스의 프로세스 및 인프라를 전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여 사회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업무 활동의 전반에 걸쳐 디지털로 전환함으로써 사회에 미치는 변화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진단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해야 중소기업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턱대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경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매출데이터와 상권 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디지털 기술 도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법이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첫번째 단계는, 그들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가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은 현실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규제개혁 흔들림 없게 법제화해야

미국 트럼트 전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던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분담금의 10배 정도인 6조원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우리 국민의 눈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캐릭터와 결합되면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다. 한번은 택시에서 기사가 트럼프 정부가 저렇게 과도한 요구를 계속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차라리 중국과 더 친해지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해 필자와 약간의 논쟁을 벌인 일도 있다. 반면, 규제개혁 분야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법인세 인하, 기업 활동 관련 규제 개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통령으로 취임 첫해인 2017년 행정명령 제13771호를 제정하여 이른바 ‘two for one rule’ 이라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제도의 주요 내용은 규제비용과 규제 수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규제 수 측면에서는 규제 1개가 만들어지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해야 한다. 동시에 규제비용 측면에서는 최소한 신설·강화 규제로 발생하는 규제비용만큼 기존 규제의 폐지로 상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로 인한 성과는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 우수했다. ‘two for one rule’로 대표되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시행한 2017년부터 2021년 4년간 감축한 규제비용, 즉 신설·강화 규제로 발생한 규제비용에서 규제폐지로 절감한 규제비용을 뺀 순규제비용이 1986억 달러로 당초 목표 793억 달러를 초과하였다. 같은 기간 규제 수에 있어서도 당초 목표 1개 신설·강화 규제당 2개의 규제 폐지였지만 실제는 1개 신설·강화 규제당 5개의 규제를 폐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two for one rule’의 법적인 근거가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해 규제개혁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행정명령(Executive Order) 우리나라의 시행령, 고시와 유사한 것으로 정부가 교체되거나 정책이 변경되면 행정부의 재량으로 언제든지 쉽게 폐지가 가능하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시스템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개혁 시스템 폐지 이후 규제 수와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먼저, 제도가 시행된 4년간 규제로 인해 발생한 총 규제비용은 648억 달러였지만, 제도가 폐지된 직후 2021년 한해에만 총 규제비용이 2015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발생한 규제비용 총액의 3배가 넘는 규제비용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에 발생한 것이다. 규제 수 측면에서도 바이든 정부 1년차에 신설된 경제규제 건수는 69건으로 트럼트 행정부 1년차 22건의 3배가 넘고, 2년차 경제규제 신설 계획도 트럼프 행정부 139개, 바이든 행정부 294개로 바이든 행정부 2년차 경제규제 신설 계획이 트럼프 행정부의 2배가 넘는다. 규제개혁에 있어 정부의 의지와 규제개혁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two for one rule’과 유사한 규제비용관리제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른 점은 신설·강화 규제로 인해 발생한 비용만큼 기존규제의 폐지·개선으로 상쇄해야 한다. 규제 수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공통점도 있는데 법적인 근거가 약하는 것이다. 총리 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에 법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행정규칙인 총리 훈령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부 교체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폐지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정부는 규제비용관리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강화 규제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기존규제를 폐지·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내용적 개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법적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정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규제비용관리제의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이슈&인사이트] 기술혁신의 원천 ‘오픈 이노베이션’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발해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및 판로의 가능성을, 대기업에게는 혁신창출의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 올해 정부가 민간 주도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만큼 앞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 및 상업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으로 근래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이오엔텍과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개발 사례를 들 수 있다. 바이오엔텍은 2008년 터키 출신 독일 이민자인 사힌과 그의 아내 튀레지가 독일에서 설립한 바이오 벤처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화이자는 바이오엔텍과 협력하여 1년도 안 돼 COVID-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2021년 바이오엔텍과 화이자는 3억 도즈 분량의 백신을 생산했으며, 43조3600억원 규모의 코로나 백신 매출액을 달성했다. 바이오엔텍과 화이자는 절반씩 나눠 가진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업 내부의연구개발( R&D) 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폐쇄형 혁신’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개방형 기술혁신’인 것이다.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다. AT&T가 해체된 후 루슨트(Lucent)는 벨 연구소의 가장 큰 지분을 상속받았다. 20세기초에 에디슨이 세운 벨 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였으며, 따라서 루슨트는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해야 했으나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반면 벨 연구소 정도의 내부 R&D 기능이 없는 시스코는 루슨트를 제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루슨트는 최첨단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부 R&D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고, 미래 세대를 선도할 발견을 추구했다. 반면, 시스코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이든 간에 외부에서 인수했다. 일례로 전직 루슨트 전문가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 관계를 맺음으로써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스코는 자체적인 연구를 많이 수행하지 않고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개발 조직의 산출물을 따라 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는 폐쇄적 혁신이 더 이상 대세가 되지 않게 되었다. 지식 노동자의 수와 이동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기업들이 지식노동자들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통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또 다른 요인은 민간 벤처 캐피털이 증가함에 따라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폐쇄적인 기업 연구소 외부로 빠져나온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려는 노력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데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더 이상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묶어 두지 않고, 대신 라이선스 계약, 조인트 벤처 및 기타 약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는 방법을 찾는다. 현재 전 세계는 폐쇄형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첨단 기술을 뛰어넘어 자동차, 의료, 은행, 보험 및 소비자 패키지 상품과 같은 많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통 제약업체인 유한양행이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식품회사인 오뚜기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의 불꽃은 갈수록 활활 타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이슈&인사이트] 자립준비청년들, 당당히 설 수 있게

자립준비청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도 생활고로 고통받던 자립준비청년 두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3년간 최소 2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망했다. 지난 5년간 보호종료된 자립준비청년 가운데 2900여명은 연락이 두절되었다.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돼 퇴소한 청년들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나이가 차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찬바람 몰아치는 사회로 내던져진다. 자립준비청년은 생계유지와 진로, 취업이라는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여기에 외로움과 막막함은 상수로 존재한다. 인간에게 일차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정’이라는 울타리일진대 그나마 가정의 역할을 대신했던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 지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막막해진다. 물론 정부의 지원이 없지는 않다. 자립준비청년은 자립정착금(지자체에 따라 500만~2500만원)을 받고 5년 동안 매달 35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LH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있다. 이자를 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입주 후 20년간 지원이 유지된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정부에서 정한 자립준비청년 기준은 만 18세부터 만 24세까지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부모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자라나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데 이들이 안정된 자립을 할 수 있을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졸업 후 취업 경험이 있는 15∼29세 청년 가운데 첫 취업에 3년 이상이 걸린 사람은 2022년 5월 기준 35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졸 이상 미취업자는 133만명이고 2년 넘게 구직에 실패한 취준생도 35만명이다. 이런 현실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은 모든 청년 세대의 공통된 고민이겠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더욱 고독하고 막막한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인 생계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돈 벌려고 대학 진학 안한다"는 응답이 52%로 진학 대신 구직을 택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고려하는 직업군도 ‘뷰티·미용·애완’이 20.3%로 적성이나 하고 싶은 일보다는 당장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선호했다.자립준비청년들에게 부여된 ‘홀로서기’ 준비기간 5년은 사회에서 온전히 자립하기엔 턱없이 짧다. 7년도 마찬가지다. 대학진학을 한 자립준비청년의 경우는 대학졸업 후 취업전까지로 자립기준을 더 연장해야 한다. 대학진학 대신 바로 사회로 나간 청년들에게도 추후 진로탐색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해줘야 한다. 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금융·경제교육과 근로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직업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사회 첫걸음을 어떻게 내딛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궁박함에 떠밀려 제대로 진로탐색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감을 가지면서 다양한 진로 멘토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대상인원이 1만 2000명이 넘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하고 부족한 자립지원 전담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나라 곳간이 화수분도 아니고 국가가 돈 쓸 일이 어디 한두 곳 뿐이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년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가족이나 부모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찬바람 부는 황량한 사회 속에서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무겁다. 이들이 실수로 넘어질 때 기댈 수 있는 등을 내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줄 부모나 가족이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밥만 먹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정서적 배고픔은 오직 따스한 관심과 사랑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답했다. 힘든 청년들에게 조그만 울타리도 되어주지 못하면서 말로만 요란하게 떠드는 저출산(저출생) 대책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2006년 이후 2021년까지 역대정부가 출생률을 높인다면서 퍼부은 돈이 380조 2000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출생률 0.81로 인구총감소 쇼크상태에 빠져 있다. 더 이상 혈세 낭비하지 말고 이미 태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리 잡으려 노력하는 청년들을 제도적으로 더 지원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 외에도 학교밖, 가정밖, 이주배경 청소년 등 국가와 사회가 관심 갖고 돌봐야 할 아이들도 많다. 정부 지원책이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오롯이 정부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도 없다. 사회라는 든든한 공동체의 울타리가 필요하다.출산을 기피하는 세태를 한탄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부터 잘 돌보는 게 순서다.송문희 정치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이슈&인사이트] 카카오 사태와 국가기간산업 관리

기간산업은 한 국가의 토대가 되는 산업을 뜻한다. 기간(基幹)이라는 용어속에는 국민경제 발전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영어로는 기초 산업(basic industry) 혹은 핵심 산업(Key industry)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그만큼 중요하므로 국가에서 보호 및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해야 하고 , 동시에 산업의 중단이 있어서는 안되므로 갖가지 대책을 준비한다. 해당 사업자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설장치 등의 의무와 기준 사항 등을 법으로 제정하여 행여라도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핵심 사업이다 보니 산업 중단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전체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나라별로 상황이 다르니, 기간산업은 서로 상이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조선, 항공 등을 기간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에 대한 핵심 기능을 하는 사업자들로 구성된 ‘기간통신사업자’의 개념도 존재하는데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관리하며, 이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이나 유선통신 등 통신기기들이 작동하기 위한 유무선의 장비와 선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에게는 중단없는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하는 일련의 조건에 합당한 시설 등 물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함은 물론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할 의무도 부과된다.기간산업 등은 대개 유형의 하드웨어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낙후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불과 10년전만 해도 불법으로 영화와 음악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했던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무형의 자산에 대한 인식변화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지난 15일 전국민 소통 소프트웨어인 카카오톡이 오후 3시 30분경 장애로 중단된 후 무려 10시간이나 지난 16일 오전 2시경에서야 겨우 일부 기능만 복구되었다. 그사이 거의 전국민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원인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서버가 있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기인했고, 장애시에 대한 평소 카카오의 대비가 과연 적절했던가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무엇보다 이번사태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점은 국가가 관리하는 기간산업에 대한 ‘정의’가 과연 시류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과거처럼 몇 가지 단순한 부류만을 기간산업을 지정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해서는 역부족이며, 특히 눈에 보이는 유형의 하드웨어 자산 위주로 형성된 기간산업의 정의가 가진 맹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무려 4700만명을 넘는다고 알려진 말 그대로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사용하고 있는 통신 수단인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어떠한 기간산업자로도 분류돼 있지 않다.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의 방법과 형태가 크게 바뀌어 왔지만, 규정은 여전히 통신망을 이루는 물리적 하드웨어 위주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사실 정부는 그간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법을 제정하여 네이버 등 주요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무 등을 규율하는 등 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된 현실 환경을 반영하기에는 태부족이다. 부가통신사업자들 등은 ‘기간 통신망’이라는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는 ‘기간 소프트웨어’로 성장하였지만, 큰 틀에서 일정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는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등의 기반시설들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작동 기저를 기간산업으로 지정하여 규율할 필요가 있다.이제 서비스는 주로 클라우드 등을 이용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안정적’ 컴퓨터 운영이 가능한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된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각종 장애 위협, 예컨대 지진으로부터의 내진장치부터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시설 그리고 안정적인 통신속도를 제공하는 회선이 갖춰진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사태는 그 시작점인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 된 것이다.소프트웨어는 컴퓨터에서 작동하며, 컴퓨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된다. 기간통신망 시설을 도로에 비유한다면,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그동안 도로관리에 치우쳤던 관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 자동차들의 안전 기준까지 적절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하여야 할 때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이슈&인사이트]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테슬라봇의 미래

운전을 하다 보면 테슬라 자동차를 보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테슬라에서 처음 전기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할 때 실제 실행 가능할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기존 자동차 업계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다툴 강력한 경쟁자의 대두에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라는 우주탐사 기업도 세워 세계 최초로 민간 상업용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궤도 로켓을 100회 재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말 테슬라가 주최한 ‘인공지능(AI) 데이 2022’에서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humonoids)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를 소개했다. 지난 2021년 행사에서 향후 개발될 인공지능 로봇의 개념을 제시했던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데이터로 학습을 한 시제품인 범블C와 발전된 옵티머스라는 로봇을 소개했다. 무대에 선 범블C는 내부의 전선들이 어지럽게 노출되어 있었고, 옵티머스는 아직 혼자 걷기도 힘든 수준이라 더 뛰어난 성능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이런 테슬라봇을 두고, 외관이나 성능이 이미 소개됐던 다른 인공지능 로봇보다도 떨어진다는 혹평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을 고려하면 놀랍다고 두둔하는 견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런 뜨거운 반응 자체가 테슬라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인공지능 데이에 소개된 테슬라봇이 던진 기대와 우려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일론 머스크는 모델3 생산을 위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 100% 자동화 공정을 추진하다 실패하자, 인간을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완전한 자동화를 위해서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휴머노이드는 외형이 인간과 유사해 의인동형화(anthropomorphism)를 통해 인간이 거부감을 덜 느끼고, 상호작용이 용이하다. 그뿐 아니라 기존에 인간이 활동하던 공간 자체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공간 재구성에 필요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또한, 테슬라는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특정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갖춘 로봇을 추구한다. 테슬라는 판매된 차량의 주행정보를 수집해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로봇이 수집한 정보까지 더해 ‘도조(Dojo)’라 불리는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것이다.테슬라의 발표처럼 향후 수백만 대의 로봇을 2만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로봇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생산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점이 바로 테슬라봇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열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마냥 허황된 것만은 아닌 이유다.이런 밝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테슬라봇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관련 보도 후 나온 반응처럼 테슬라가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하더라도 막상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더불어 기존 테슬라 차량처럼 단순히 차량 주행 관련 정보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현장이나 개인의 가정에서 로봇이 정보를 수집한다면 영업비밀 침해나 내밀한 사생활을 포함한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인공지능 로봇의 도입으로 산업 현장의 인간을 대체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도 제기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있었던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거부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 거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분히 내일을 준비하는 리더들이 필요한 이유이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이슈&인사이트] 임금체불 사업주 구속이 능사인가

‘위대한 유산’ 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슨은 1812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존 디킨슨은 한때 빚을 갚지 못해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다. 이때부터 아들 디킨슨의 생활이 매우 곤궁해져 결국 15세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어린 시절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많은 걸작을 남겼다. 대검찰청은 이달초 ‘임금체불 피해회복을 위한 검찰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악의적’(상습적ㆍ고의적)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검찰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임금체불은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일의 대가로 약속한 금전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근로자가 채권자, 사업주가 채무자이다. 채무는 빚이다. 빚을 갚지 못한다고 국가가 구속수사를 한다니, "우리가 지금 찰스 디킨슨이 활동하던 19세기에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채무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하던 관습은 현대 문명국가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다만 한국 노동법이 임금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형벌로 다스리도록 정해 놓았으니 검찰로서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지난해 임금을 체불해 입건된 사업주는 4만 명이고,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도 1조 3500억 원을 넘었으나, 구속된 체불사업주는 0.02%에 그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근로자가 열심히 일했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 되므로 임금체불은 다른 빚을 연체하는 것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임금채권보장법’을 제정해, 사업주의 파산 등으로 퇴직한 근로자가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절차에 따라 사업주 대신 노동부 장관이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금액이 3개월분 봉급 정도여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악의적 사업주 구속수사 원칙’은 우려스럽다. 우선 상습적이라는 것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나, ‘악의’의 존재 여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내심의 의사여서 확인이 어렵다. ‘악의’ 대신 ‘고의성’ 역시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알 수 없는 영역이고, 수사관이나 검사도 알 수가 없다. 사업하는 사람이 임금을 떼먹을 생각으로 사업을 벌이고 일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기죄의 경우도 고발 건수는 많으나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기소율은 높지 않다. 고발 건수가 많은 것은 사기 사건은 민사적 구제가 어려우므로 답답한 피해자로서는 일단 고발부터 하고 보자고 나서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하여 기망행위의 상대방이 처분행위를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까다로운 요건을 고루 충족시켜야만 ‘성립’한다. 그런데 실제로 사기꾼이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릴 고의성을 증명하기 매우 어려워 기소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검찰은 임금체불 사업주를 구속 수사한다는데, 개인사업의 경우에는 개인,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 자체가 사업주다. 그런데 검찰은 ‘사업주’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므로, 일단 개인사업자는 개인 및 그 가족 재산까지 조사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 법인의 경우는 경영담당자(대표이사)도 조사의 대상이 되나, 원칙으로 대표자 개인 및 그 가족의 재산상태까지 조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든 법인의 대표자든 체불임금 사업주가 구속되면 기업은 일시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구속수사는 도주 우려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데, 대표자가 구속되면 자금조달 방법이 막히고 오히려 임금체불이 고착화될 수 있다. 임금체불 가능성이 있는 기업주는 신속히 폐업하고 잠적하는 것이 화를 피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이처럼 기업인의 영업상 채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강하게 대응한다고 해서 과연 체불임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인가. 기업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전과자를 양산하며, 있던 일자리도 없애지 않겠는가. 검찰의 신중한 법 집행을 기대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1기 신도시 개편의 닻이 올랐다.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1기 신도시 지자체장과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지자체별 총괄기획가(MP, Master Planer)도 임명했다.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선도지구를 지정한다.과거 1기 신도시 계획 경험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재개발·재건축 진행과정을 반추해보더라도 그렇다.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예정구역 지정, 정비사업 진행 과정은 수년이 걸린다. 2년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선도지구까지 지정하려면 상당한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지역의 거센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런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긴밀한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1기 신도시는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의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한다. 지자체는 별도의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짧은 기간 내에 내실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은 ‘신도시 정비기본방침’과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을 함께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관련 법안도 내년 2월까지 발의할 계획을 두고 있다.특히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는 2024년경에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도 지정된다. 노후도, 주민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신도시계획을 하면서 추진했던 시범지구와 비슷한 성격이다. 1기 신도시 재구조화 호가 순항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지자체·주민의 소통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지역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지자체장의 간담회, 주민설명회 개최, 총괄기획가 위촉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별 총괄기획가는 정부·지자체·주민 간 소통창구로서 마스터플랜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이 도입되는 기능과 역할이다. 다양한 이해를 가진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조율해 나아가는 것이 1기 신도시 재구조화 과정에서 핵심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위촉된 총괄기획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도시개발 역사 속에서 1기 신도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만성적인 주택부족으로 1990년에 아파트값이 32.3%(서울 38%)까지 치솟았다. 살인적인 집값 폭등은 근로자의 삶 자체를 위협했다. 집값 불안을 안정시키고 서민주택 공급을 서둘러야 했던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 5개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5개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서 약 29만 2천호(수용인구 약 117만 명)의 주택이 공급됐다. 당시 수도권에서 공급하려고 했던 물량(90만호)의 33%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였다.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안정되었다. 그렇게 공급된 1기 신도시가 지어진지 30년이 도래되면서 낡은 주택과 불편해진 주거환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 주차난과 층간소음 등 안전과 주거환경이 취약하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재정비 요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도시를 떠나고 있다.한 때 서울 인구 분산효과도 있었던 1기 신도시는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그 역할이 미약해졌다. 불편해진 생활로 신도시 인구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1기 신도시의 재구조화는 서울 인구 분산과 오래된 노후도시의 개조 선례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30년전 1기 신도시 건설은 역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1기 신도시 재구조화도 역사다. 역사에 걸맞도록 역풍보다 순풍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 초연결사회 위기 빠트린 카카오 사태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직후,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차단됐고,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거의 전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이나 퀵, 택배 기사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지하철, 카카오페이지 등의 카카오 서비스들과 다음포털, 다음뉴스, 다음카페 등의 다음(카카오)서비스들에 문제가 생겼다.초연결사회의 빛을 만끽해 온 국민들은 카카오톡이 끊긴 토요일 오후,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초연결사회의 그림자를 경험하게 됐다. 올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743만 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월 사용자 수(8월 말 기준)는 각각 460만 명, 1290만 명이다.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카카오톡의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전인 2012년 4월 4시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고, 지난 4일에는 18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는데 원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새 총 20건의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결국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24시간 이상 장애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어야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오후 9시30분경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송금),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 호출),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대다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네이버는 6시간 만에 복구를 했는데, 카카오는 복구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두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타다와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금지하면서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택시 부족과 요금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정보통신업계와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장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해 모든 기업과 단체들도 소통 수단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보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일상 대화는 물론이고 회사 업무·쇼핑에 차질을 빚고 택시 호출과 배달 주문도 못 받는 일상 파괴가 이틀 이상 계속됐다. 해당 기업과 기업을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정부 당국이 함께 빚은 국가재난급 참사다. 사고 징후도 여러 번 있었다.카카오톡 장애는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다. 2월에 QR체크인 오류, 7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접속 오류, 10월에는 메시지 전송 장애 등이 발생하더니 급기야 15일에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페이·택시·뱅킹 등 온갖 서비스로 사업을 넓힐 생각만 했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생각은 덜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고, 지금 건설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2013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이번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도 조기에 복구했다. 카카오의 처절한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카카오의 재해 대비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고, 말만 IT 강국이지 인프라 관리나 위기 대응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카오는 사태의 근본 요인을 스스로 잘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 12년 만에 계열사를 136개나 둔, 자산 규모 32조원의 국내 15위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빠뜨린 게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도 대국민 IT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이상호 칼럼] 핵무기 없이 北 핵위협 막을 수 있나

북한은 최근 국가 핵전략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명시하여 위협을 노골화했다. 이후 다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였고 곧 7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북한 핵무기 대응을 위해 미국 전술핵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대북 억제력 강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그동안 핵무기와 핵 억제력 관련 효용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연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가라는 딜레마 문제다. 지난 70여 년간 발전해 온 핵전략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와 논리적 분석 능력을 갖춘 천재급 인물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들이 다년간의 경험과 고뇌를 통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은 핵무기는 무기로서의 효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만든 무기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려고 만든 무기다. 핵보유국 사이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결국 지구 종말 상황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기의 효용은 ‘너 죽고 나 죽는다’라는 핵보유국 간 확증 파괴 능력 기반 상호 억제에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 사이 전쟁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핵무기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게 단 두 차례 사용되었고 이것이 일본의 항복과 2차 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에 매료된 미국이 크고 작은 모든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전략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생각을 접게 된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소련과 중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핵보유국 간 전쟁에서 제한된 지역에 제한적인 군사 목표를 대상으로 사용하여 대규모 핵 보복을 회피하는 대안으로 고려된 꼼수이다. 사용할 수 없는 무기를 그래도 사용해 보겠다고 활용 방안을 고심하던 중 도출된 자가당착적 결과물이다. 전술 핵무기는 적국 대도시 및 수도 등 국가적 목표를 타격하여 인구를 대량 살상하는 전략 핵무기와 다른 것으로 확실한 통제력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핵전쟁의 단계적 확대(escalation)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만약 핵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통제가 가능했다면 이미 여러 번 핵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핵은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다 사용하지 못하는 무기다. 어떻게든 지구 종말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이나 핵전략을 발전시킨 천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핵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이다.문제는 이 구도가 핵보유국에만 유효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핵 미보유국은 핵보유국과 전쟁에서 핵 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북한과 같이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할 정도로 노골화한 경우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핵이 없는 쪽이 아무리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했어도 핵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강력한 무력으로 견제하여 전쟁을 예방한다는 전통적인 억제개념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핵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지만 만약 사용할 경우 핵 미보유국은 국가 붕괴 상황을 맞을 것이다. 핵보유국의 핵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에게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대신 북한에 핵 공격을 한 결과 북한의 보복을 받아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확실한 대책은 한국 자체 핵무기 개발이다. 한국이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함은 물론 한미동맹 파탄과 국제 제재 등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다음 대안으로는 미국 전술핵의 한국 배치와 한미 전술핵 공동 운용이다. 전술핵도 충분히 전략적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 주기 완성을 허용하여 제한적인 핵 개발추진이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신호를 줘 북한의 핵 도발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핵무기는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애물단지이며 영원히 극복하기 힘든 딜레마다. 핵 시대 가장 확실한 억제력은 핵 기반 억제력이다. 한미 양국은 전술핵을 배치하고 북한에 대한 핵 보복 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개하고 한국의 잠재적 핵 보유를 인정하여 북한의 핵 도발을 궁극적으로 억제하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 제한적이나마 현재의 핵 딜레마 해소를 위한 대안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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