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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계약 자유’ 침해하는 납품단가연동제

근대 민법의 3대 원칙은 사유재산권 존중 원칙·사적(私的) 자치(自治) 원칙·과실책임 원칙이다. 사적 자치 원칙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핵심적 요소로 한다. 헌법재판소는 "사적 자치는 계약의 자유ㆍ소유권의 자유ㆍ결사의 자유ㆍ유언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그 중 계약의 자유는 사적 자치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계약 자유의 원칙은 보통 계약 체결 여부의 자유·상대방 선택의 자유·계약 내용의 자유·계약 방식의 자유를 포함한다. 국회는 바야흐로 계약자유의 원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계약 내용의 자유’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도가 그것이다. 이 제도는 하도급 계약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를 올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법안에는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납품대금에 연동해 단가를 올리거나 내리는 내용을 약정서(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제품 제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납품 단가가 그대로면 수익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꾸준히 요구해 온 제도다.그러나 사인(私人) 간의 계약서 내용 중에 반드시 어떤 내용을 포함하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계약 내용의 자유’를 침해하여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한다. 나아가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우려에 따라 입법화되지 못한 것도 이 제도가 민법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 제도가 입법화되면 입법 만능의 한국 국회가 나서서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나쁜 제도를 또다시 만들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될 전망이다. 원사업자는 이와 같은 의무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 업체와 수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국내 수급업체인 중소기업은 해외 업체에 밀려 일감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이미 원유가격 연동제에서 경험했다. 원유가격을 원유 생산비에 연동시키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시행 결과 원유가격 상승률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72.2% 폭등했다. 우유는 남아돌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사 먹을 수밖에 없었으며, 같은 기간 유제품 수입은 급증했으며, 정부는 내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전경련이 지난 10일 개최한 ‘납품단가연동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제도 도입은 국내 산업생태계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고용감소, 정부지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로 GDP가 감소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 중점적으로 지적됐다.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계약 후 사정변경으로 그 계약 이행이 일방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계약서상의 ‘하드십조항’(Hardship clause)를 이용하면 된다. 이 조항은 국내 계약서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지만 영미 계약서에는 널리 이용되는데, ‘사정변경조항’ 또는 ‘이행곤란조항’이라고 한다. 이는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양 당사자에게 어떤 정치적 또는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 계약 이행이 곤란할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 내용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서 조항이다. 정부로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에게 ‘하드십 조항’의 활용을 권고하면 충분하다. 이미 자율적인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포스코가 모범사례다. 누구보다도 법률을 존중하고 법 원칙을 지켜야 할 국회가 도리어 법의 기본 원칙을 무지막지 파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가상자산 회의감 키운 FTX 사태

하루 거래량이 11조에 달해 세계 3위를 넘보던 가상자산 중개소 FTX가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의 샘 뱅크만 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갓 서른이 된 청년으로서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20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최연소 억만장자로 포보스에 소개되기도 했지만,이 사태를 계기로 그의 잔고 또한 텅 비게 되었다. 이 회사의 파산은 마치 지난 5월의 루나 사태를 연상시킬 만큼 매우 급작스럽게 그리고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FTX중개소는 자체 발행한 코인 FTT를 유통시키고 있었는데 FTT는 한때 60달러 가까이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9일 FTT의 최고가는 19.33달러에 육박했는데,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하여 그날 하루만에 84% 폭락한 3.14달러까지 떨어졌다. 폭락은 루나사태 때처럼 서로 경쟁적으로 투매하는 뱅크런이 원인이었고, 그 시작은 며칠전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이 자신이 소유한 FTT 5억 달러를 시장에 투매한 것이었다. FTX의 추정 부채는 무려 66조원에 이른다.FTX는 소프트 뱅크의 비전펀드가 1억 달러, 즉 한화로 약 1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밖에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교사 연금도 99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약 2800억원을 투자한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전액을 대손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FTX에는 삼성 계열 투자사인 삼성넥스트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들의 총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 무엇보다도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던 중개소들이 몇 개 더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와중에 10위권 정도의 중개소인 크립토닷컴에서 무려 32만개의 이더리움이 정체 불명의 지갑으로 이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크립토닷컴 보유 이더리움의 80%에 육박하는 수량인데, 중개소는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실수로 이체되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보통 중개소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서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를 강하게 반증해 주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읽었다. 돌려막기는 심각한 문제인데, 돌려막기에 사용된 자금은 중개소 자신의 자산이 아니라 다름아닌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빼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크립토닷컴이 자체발행한 크로노스라는 코인은 1주일간 시세가 40%나 폭락했으며,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FTX가 설립초기에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트론이라는 업체도 위기설이 솔솔 흐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발행과 유통 그리고 고객 자산의 수탁과 보관까지 모두 중개소가 맡아 하는 금융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능 집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한국 주식거래소는 고객의 주식 거래만 중개할 뿐, 실제 명의개서와 보관은 예탁결제원에서 하도록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한국주식거래소가 고객 주식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인 중개소가 고객들 코인에 손을 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더욱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뻔하다. 특히 월가의 여러 기관들은 이미 루나 사태를 겪으면서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며,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이번사태로 인해 이제 더 많은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을 제외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결과 가상자산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투자 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국에서는 또 다시 가상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겠지만, 그 전에 깊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도대체 이 시장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FTX 사태는 가상자산은 사회적 이익이 전혀 없이 오로지 투기라는 사익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회의감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게 각인시켰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이슈&인사이트] 시장질서 해치는 집값담합 못 막나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의 낙폭이 깊어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격하락을 저지하려 집값담합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말자" 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매매하는 물건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를 퇴출시키자"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허위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되었다고 표기하자"고 선동하기도 한다.타인의 주택을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왜 벌어질까. 주택의 실거래 가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낮은 가격에 주택이 매매가 이루어지면, 덩달아 인근의 다른 주택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이나,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인근의 주택소유자들과 공인중개사들에게 집값의 담합을 강요하는 것이다.좁은 땅덩이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크고,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침체기에 집 소유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부동산도 매도자와 매수자의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 3자가 억지로 가격을 묶어 두기 위해 인위적으로 매매에 개입하는 행위는 누군가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다. 자금 사정이 급한 소유자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내놓을 수 있고, 특히 장기간 팔리지 않는 주택의 경우에는 처음 제시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판매를 제안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집값을 억지로 높이는 행위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집값 담합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이런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가격 이상으로 매물을 광고하는 특정 공인중개사에게만 중개 의뢰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금액 이하의 매물을 올리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 의뢰를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표시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안된다. 이런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국토교통부도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막기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하여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국세청, 금융위, 경찰청 등 관련 전문 파견인력을 구성하여 기획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고, 신고자에게 일정 요건에 따라 1건당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여,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근절을 시도하고있다.그럼에도 집값 담합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가격 담합을 방지할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국회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2월21일부터 2022년 8월31일까지 집값담합 의심 행위로 신고된 건수는 2149건이고, 그중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381건이며, 조사가 이루어진 사건중 1217건(약 88.1%)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은 사건들도 실제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은 13건에 불과하고,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은 11건에 불과하다.관계당국은 이제라도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거래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섬으로써 흐트러진 시장질서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슈&인사이트] 알맹이 없는 수출동력 확보대책

세계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달 수출 실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동력인 수출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철강, 석유화학 등이 동반 부진에 빠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도 수출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5대 신산업 분야에서 수출동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들어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는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기업’,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1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3000억원 규모의 민관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초격차를 확보하고, 연간 500억달러 ‘해외건설’ 수주 및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으로 도약하고, ‘디지털·바이오·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정부는 위 5대 분야는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거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신산업으로서 우리 수출 재도약의 기반이 될 핵심 분야라고 설명했다. 대표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인력 양성 규모를 당초 계획한 1만 5000명에서 2만 6000명으로 늘린다. 차세대 반도체는 물론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중소·벤처 분야의 경우 이달 중 세제지원 내용 등을 담은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다. 또 외국인 관광객 숙박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조치를 3년간 연장하고, 인공지능(AI) 초일류 전략과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을 수립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번 계획 추진을 위해서는 이달 중 부문별 주관부처가 각각 민관합동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수출동력확보를 위한 분야별 과제 추진 및 신규과제발굴을 하게 된다. 주력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건설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광·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바이오·우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게 된다.이번에 발표된 37쪽 분량의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준비가 부족하고 급조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계획이 여러 번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런 계획을 발표할 때는 투자액에 대해서는 재원 조달 계획이 있어야 하고, 투자에 대한 기대 효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각 부분에 얼마를 투자하면 이로 인해 수출액이 얼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수치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자와 기대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거의 없다. 추후에 더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엉성한 그림을 제시하여 뭘 달성할지 의구심이 든다.5대 신산업 분야에 각각 얼마씩 총 얼마를 투자하면, 각 부문 그리고 전체적인 수출 증가 효과가 얼마 기대된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을 들여다봐도 그러한 내용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5개 부처에 요구해서 받은 미완성의 계획서를 그대로 모아서 발표한 듯하다. 이번 계획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주력산업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쟁력 초격차 확보, 해외건설은 연 500억달러 수주하여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는 중소·벤처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관광·콘텐츠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 도약, 디지털·바이오·우주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 부문에만 수출(수주) 목표가 있고, 다른 부분에는 전혀 없다.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인가? 수치화되지 않은 계획(목표)은 의미가 없다.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려고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체적인 종합계획이 없어서 지적할 수가 없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5대 분야를 선정해서 발표한 것에 만족해야겠다. 정부는 반드시 연내에 5대 분야 각각에 대한 투자 규모, 재원 조달 계획, 이로 인한 수출 증가 기대 효과 등을 반드시 수치로 계산하고 합산해서 발표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최선인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고, 여당은 관계자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로 수세적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모면하려는 것 같다. 진정성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것은 그간의 많은 참사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야당은 국정 ‘조사’라는 외피를 썼지만 사실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여당은 처벌을 통해 물타기를 하면서 야당의 공격을 수세적으로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지 대응의 진정성은 통 보이지 않는다. 사고수사는 책임추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참사의 심층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춘 사고조사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국정조사도 조사의 일종이긴 하지만 그 성격상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당파성을 떠나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특별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고조사를 할 경우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원칙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첫째, 독립성의 원칙이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착종하게 된다. 어떤 이해관계자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하고 중립적인 사고조사가 수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공평하다고 인정된 사고조사이면, 그 조사결과도 설득력을 가진다. 이것은 사고에 의해 실추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이를 위해선 사고조사 담당기관이 행정기관, 정치권 등으로부터 고도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전문성의 원칙이다. 설령 조사가 공평하고 중립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전문적이고 숙련된 자가 조사를 담당하지 않으면, 공연히 조사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조사결과도 정확성,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조사는 사고조사에 숙련된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공개의 원칙이다. 조사에서의 객관성,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그리고 조사의 결과를 관계자가 활용하여 안전의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선 조사과정과 결과가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조사과정의 공개는 유족의 "사고의 전체 모습과 원인을 알고 싶다"는 강한 바램에 응하는 것이기도 하다.넷째, 교훈화의 원칙이다. 조사에 의해 얻어지는 사실과 지식은 사회적 자산이 되어 교훈화돼야 한다. 즉, 사고원인이 된 여러 요인에 대한 개선대책이 마련돼 실시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사고 예측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엄벌을 통한 공포감 조성보다 예방의 사각지대를 찾고 예방기준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정의로운 일이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처벌은 적정 수준이면 된다. 예측능력을 높이는 일은 대중적 인기도 별로 없고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 한 사회의 안전수준은 예측능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은 그간 사회의 위험감수성을 높이는 일은 소홀히 하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인 엄벌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그 화룡점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그 점에서 여야 모두 이번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엄벌에 몰빵할 시간의 일부를 예방 사각지대를 찾는 데 할애했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확한 사고조사는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 치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족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원인은 무엇인지 등 몹시 괴로운 생각을 계속해서 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분노는 간단히 치유될 건 아니다. 사고원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피재자와 유족들을 치유하는 출발점이다.그간 우리 사회는 사회적 참사로부터 참된 교훈을 이끌어내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급급하고 희생양 만들기로 면피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당장 여론을 잠재우고 표에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이는 고인들을 두 번 죽이고 유족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의 심판에서도 자유로울 리 없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상호 칼럼] 北 도발 대응서 드러난 한국군의 무능

북한은 지난 4일 한미 연합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서 한국과 미국이 최신예 F-35 스텔스기를 포함한 240대의 전폭기를 동원해 훈련하는 것에 반발하여 180여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켜 이에 대응했다. 지난 10월 북한이 전투기 150대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한 것보다 많은 전력을 동원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대규모 무력시위를 한 이유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공군의 이런 행동은 무모했다. 10월 훈련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에서 사용했던 골동품인 미그-15 전투기까지 동원했고 일부 전투기들은 고장으로 이륙 포기를 하거나 비행 중 추락했다. 더군다나 포토샵 등 컴퓨터 사진 조작으로 출격한 전투기 숫자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비행 가능한 거의 모든 전투기를 동원하였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사실 이번 무력시위에 북한이 180대의 군용기가 동원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이전같이 조작된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군 레이더에 이들 항공기가 비행하는 항적이 감지되었다지만 실제 북한이 이 많은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북한은 각종 중장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탄(ICBM)인 화성-17호는 발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북한은 한국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착탄시켰다는 거짓 주장도 했다. 미사일 재고 부족 때문에 스커드 등 구형 탄도미사일과 개발된 지 60년이 지난 SA-5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 타격용으로 전용하여 발사하는 무리한 시도도 있었다. 군사적으로 큰 효용이 없는 무기체계까지 동원한 것은 뭔가 억지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만용을 부린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이 출격시켰다는 전투기 숫자는 허구라며 "종이비행기를 띄웠나"라는 조롱도 있었다. 한국 공군은 북한을 압도하는 첨단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미 연합 공군은 북한 공군을 개전 초기에 괴멸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북한의 무리한 도발에 대응해 한국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보복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한국이 자랑하는 고가의 정밀유도·타격무기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한국군이 동원한 첨단 미사일 11발 중 6발이 불발하거나 발사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대표적인 대북 보복 무기인 현무-2 지대지 미사일, 북한 공군력 견제에 필수인 천궁 지대공 미사일은 물론 북한 주석궁 등 전략 목표 타격을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수입한 스파이스-2000, 슬램-ER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이외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과 유명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까지 거의 모든 정밀유도·타격무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사용된 무기의 반 이상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전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한 각종 군사훈련을 제한하여 군 전력이 약화하고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해석이 있다.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확산하였고 그 결과 군의 미사일 등 첨단 무기와 장비의 관리와 운용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전 세계 4대 군수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군은 첨단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정예 전력으로 성장했다. 사실 핵무기만 없다면 북한을 군사력으로 압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보면 한국군을 안심하고 의지할 만한 정예 군대라고 믿기 어렵다. 한두 발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11발 중 6발이 정상 발사에 실패한 원인은 한국군 시스템 어딘가 고장이 났거나 무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이 보여준 만용과 허장성세는 자신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이런 북한에 비해 부족할 게 없는 한국군의 문제는 무엇인가. 만약 군의 무능과 무기력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면 이를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와 개인정보보호

현재의 자동차는 이전과 달리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각 분야에서 경착륙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미래의 모빌리티로의 변화다. 최근 현대차도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차로 변모하여 실시간 업데이트 등을 기준으로 리콜 등 모든 소프트웨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는 기계 플랫폼을 기준으로 전기전자 플랫폼을 입히고 그 위에 알고리즘으로 무장하면서 이른바 ‘모빌리티 파운드리’로 가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가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바와 같이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같은 기반 자동차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주관 회사의 로고와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이동수단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앞으로 출시될 ‘애플카’의 경우가 이러한 ‘모빌리티 파운드리’의 시작점이라 판단된다. 테슬라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미 OTA라고 하여 자동차의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를 수시로 진행하면서 리콜은 물론 다양한 빅 데이터를 다시 무선 업데이트하면서 더욱 똑똑한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존 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로 진보하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별화와 특화 요소가 생존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즉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주도하면서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어두운 부분도 등장하고 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테슬라가 국내 정기검사를 위하여 제출해야 하는 자동차 기본 정보인 OBD 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서 교통안전공단에서 겉핥기 식의 검사만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물론 5만대 미만 수입은 한미FTA를 이유로 제외할 수 있으나 그 만큼 자동차 자체의 정보를 회사만이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우려사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불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미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테슬라 차량의 각종 정보를 인공위성으로 보내고 다시 미국 본사에 보내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어떠한 보안 하에 미국 본사에서 관리하고 있는지 개인정보는 어떠한 수준까지 관리하고 있는 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 이미 중국은 관공서에 테슬라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고 공무원들이 테슬라 차량을 운행하지 말 것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국방부에서도 관용 차량으로 테슬라를 제외한 상황이다. 수년전 발생한 서울 한남동 테슬라 모델X의 화재 사고로 탑승자가 사망하자, 이미 소실된 자동차 사고기록 장치를 대신하여 테슬라 본사에서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여 발표한 사례도 있다. 테슬라 정보를 해당 회사에서 제공받아서 사건의 개요부터 전체를 결정지은 사례는 신뢰성 측면 및 객관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결격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관련 사고를 발표하면서 어느 누구도 이 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어느 언론도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상당한 한계점이 된다. 주는 정보만을 받고 아무 문제점 제시도 하지 않는 무분별한 판단은 더욱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이 속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부분은 아예 도외시됐다. 테슬라가 어떠한 정보를 글로벌 시장에서 받고 처리하는지 어느 누구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면서 각 운행 차량이 입수하는 정보가 어떠한지 파악조차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차량 전체의 70% 이상 영상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고 전국적으로 CCTV도 이면골목까지 설치되어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범죄 예방은 의미가 크나, 개인의 정보 보호는 한계가 큰 상황인 것이다.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개인정보 보호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이러한 사례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모든 국가가 어려움을 직면한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는 선제적 조치로 코로나 전파경로를 파악하여 관련자를 별도 격리하는 등 선제적 조치로 눈길을 끌었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반대로 개인 정보 보호라는 측면은 한계가 커서 향후 고민이 되는 사항이다. 독일 등 상당수의 유럽은 우리와 같이 영상 블랙박스 장착이 불법일 정도로 개인정보를 중시하고 있다. 물론 예전 우리와 같이 피해자, 가해자 구별이 안 되어 현수막 등으로 가해자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와 같은 영상 블랙박스는 개인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는 이 정도가 아니라 더욱 심각한 정보를 입수하는 만큼 합법적인 수순과 개인정보는 엄격히 구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 대비 분명히 낮은 개인정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와 같이 빅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제시되어 확인된 정보만을 합법적으로 모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보안 장치의 경우도 당연히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미래 모빌리티에서 거둬 들이는 무분별한 정보는 더욱 위협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개인 정보 보호의 기준과 대상, 방법 등 모든 처리 절차가 신속하게 정확하고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상에 우선적으로 자동차에의 접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20차 당대회이후 중국 행로와 한국

중국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20차 공산당대회가 있었다. 당초 예상대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확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시진핑과 그의 지지자로 채워졌다.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7인의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는 ‘중국식 현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인민의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 등의 현대화를 실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과연 중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더 나아가 미중 관계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20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경제정책에서 분배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차 당대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동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서부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였으나 20차 당대회에서는 지역간 격차보다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은 정부가 기업에 더 깊이 개입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9차 당대회에서 혼합소유제 실현을 위해 국유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정책을 제시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민영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인수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를 확대한 주범에 해당하는 부동산시장과 ICT(전자상거래, 게임산업, 전자금융 등) 관련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 결국 20차 당대회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상적, 이념적,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 공산당은 분배를 위해 성장을 포기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공동부유에서 ‘공동’이라는 표현 이외에 ‘부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가난한 사회주의가 아닌 부유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소위 ‘국내와 국제 쌍순환’을 강화할 것을 밝히고 있다. 즉 국내대순환으로 내수확대와 공급측 개혁(공급과잉 해소)를 강화하고 국제대순환으로 대외개방을 심화할 것을 밝히고 있다. 국내대순환과 관련하여 내수확대를 위해서는 부동산 중심의 투자수요보다는 소비수요를 확대하고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구조 조정을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에너지 자동차 등 녹색발전을 강화하고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전망이다. 또한 대외개방 부문으로는 금융 등 서비스업 이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분야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중국의 분배정책 강화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늦출 경우, 미·중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20차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천명함에 따라 미·중 군사적 갈등은 더 첨예화할 전망이며,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굴기(부상)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반도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일본·타이완 등과 협력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정책 이외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장비 및 반도체 칩의 수출 제한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데 기여하지만, 오히려 범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래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로 재편되어 감에 따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로컬 자동차회사들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개도국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은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통해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겠지만 제3국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에게 범용 전기차 시장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신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려하기보다는 중국의 새로운 경제발전 방향에 맞추어 대중국 경제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목 중 원자재, 부품 등 중간재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대중국 수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향후 중국에 수출할 새로운 첨단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창업)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수정하여, 향후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지원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기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전략도 요구된다. 국내 기업들은 가성비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던 방식을 버리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한류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한중 관계의 악화 여부에 관계없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 교수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카카오사태, 혁신 막는 명분 삼아선 안돼

지난달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가 먹통이 되면서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카카오는 한국에서 국민메신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심지어 카카오톡으로 정부의 각종 주요 공공문서를 신청하고 발급받고 있을 정도다. 이런 카카오톡이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사태가 발생했으니 전 국민적 재난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디지털 시대에 민간 플랫폼이지만 디지털정전이 국민안전에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항상 사고만 나면 우후죽순식으로 대책들이 남발되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정부와 국회는 온갖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주전산센터 화재 후 백업센터(재해복구센터)가 즉각 가동되지 않은 것은 데이터 이중화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방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90개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의 재난 안전 관리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일반 기업들의 M&A(인수·합병)와는 별개로,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따로 적용하는 ‘플랫폼 결합 기준’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대부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 대상에 부가통신사업자 등을 포함하고 주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화·이원화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디지털 정전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정전방지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카카오먹통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의당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해당 법안이 기존에 존재하던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재난 및 안전관리법과 중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의 정보통신기반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재난 및 안전관리법도 데이터센터 등 주요 정보통신시설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 등 서로 중복된 규제를 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되면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매년 재난 예방 및 대비, 재난대책을 점검하게 된다. 이들 법안은 법 이름만 다를 뿐 데이터센터를 주요 정보통신시설로 지정해 보호하고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대책을 세워 점검한다는 점에서 이미 중복이다.데이터센터 이중화 등 재난 대응 조치를 강화해 서비스 단절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데이터 쇄국정책과 다를 바 없다. IT 인프라는 초고속 연결망과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빠르게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선도 전략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현대의 IT 기술력 격차는 단순히 삶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존을 위협할 정도다. 이번 사태는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 운영사인 카카오가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등 국민 메신저에 걸맞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 실패’가 1차적 원인이다. 백업 시스템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므로 이를 보강하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을 넘어선 전방위적인 규제는 4차산업혁명의 꽃인 플랫폼 산업을 고사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플랫폼산업에서 꽃이 피고 있는데 이를 규제일변도로 몰고 가면 4차산업혁명이 고사될 우려가 큰 것이다. 또한 독과점 폐해로 ‘시장 실패’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적지 않다. 원래 정보산업은 규모가 클수록 이익도 증가하고 소비자후생도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이다. 획일적인 플랫폼 규제 보다는 카카오의 대안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또한 카카오 등 토종 IT업체를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텔레그램 등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메신저 갈아타기’로 결과적으로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카카오먹통사태를 계기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백업센터는 강화하되 과도한 규제로 4차산업혁명의 총아인 플랫폼산업을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이슈&인사이트] 제2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군중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위험통제회의는 위험통제 시스템을 통한 인식변화를 안전사회의 필수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개발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위험예측 시스템 구축이다. 필자는 지난 1996년 이후 20여 년간의 원전화재방호분야 연구와 현장조사 경험을 토대로 위험통제를 위한 기초자료 분석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 방법의 확립을 통한 국가 예산의 투명성 확보와 예산 심의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극으로 폭 3.2m의 좁고 경사진 골목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군중의 비정상적 움직임에 대한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물은 분자의 상태에 따라 기체 상태인 수증기, 액체 상태의 물, 고체 상태의 얼음으로 구분되듯이 군중역학(Crowd Dynamics)에서 개인은 기체 상태와 비교될 수 있다. 1㎡당 사람 밀도인 ‘군중 밀집도’ 가 5명을 넘어서는 경우 ‘위험 단계’로 군중의 흐름이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상태로 휩쓸릴 수 있다. 한사람이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걸림돌 역할로 그 위로 겹치는 고체화 현상이 발생해 질식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군중 밀집도가 1㎡당 7명을 넘으면 중상 또는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참고로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집중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지점에는 1㎡당 16명 정도가 몰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압사 사고는 ‘과밀 문화’에 익숙한 우리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역, 환승역, 대형 공연장, 체육시설, 대형쇼핑몰 등 일상에서 접하는 한정된 공간과 장소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대도시의 경우 1㎡당 5~6명이 몰리는 상황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규모 군중의 비정상적 이동에 의한 압사 사고의 예방대책 수립에 ‘위험성평가’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이번 이태원 사고처럼 대형 압사 사고는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어느 도시든 일어났다는 점에서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1979년 신시내티 콘서트장 11명 사망, 1991년 뉴욕 농구 경기장 9명 사망, 2003년 시카고 나이트클럽 21명 압사 사건들이 있었다. 영국은 1989년 쉐필드 힐스버러 축구장 100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초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사우디 아라비아의 성지순례 기간 압사 사고의 경우 1994년, 2004년, 2006년과 2015년에 걸쳐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기술개발을 위한 선진국의 경험적 교훈 여섯 가지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위한 군중안전공학의 학문적 기반인 위험성평가 기법의 소개를 통해 ‘국가위험통제센터’ 설립을 제안하면서 우리 정부와 사회의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첫째, 군중관리(Crowd Management)는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군중이 모이는 대형 행사주최자는 행사계획을 수립할 때 군중관리계획서(Crowd Management Plan)를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이 계획서에는 반드시 군중위험평가(Crowd Risk Assessment)가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군중 행동 및 관리로 사람들이 중상, 혹은 사망하는 사고는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나 군중폭력과 일부 군중들의 흥분된 상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건들은 스포츠 행사, 종교 모임, 록 음악 콘서트 등에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났다.셋째, 문제 및 해결 방법으로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 발생한 군중 사건들의 조사보고서와 지침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 정부는 1971년 글래스고에서 66명의 축구팬이 군중 충돌로 사망한 후에 운동경기장 군중안전 지침서(Green Guide)를 발행했다. 1980년 신시내티 록 콘서트장에서 11명 압사 사고 이후 설립된 특별 위원회의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최근 문헌은 1989년 95명의 축구팬이 사망한 영국 힐즈버러 경기장 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와 함께 브뤼셀과 셰필드에서의 군중 사고 보고서도 있다.넷째, 시간·공간·정보 및 에너지 등 기본 요소로 시설에 대한 수요가 수용능력을 초과하게 되면 빠른 시간 안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1㎡당 약 5명의 임계 밀도에 근접하는 보행자 밀도는 사람 사이에 공간을 남기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수평거리로 3m정도 밀려나는 무의식적인 충격파를 받을 수 있다. 다섯째, 혼잡한 보행자의 압력과 군중을 통한 충격파 효과의 결합으로 임계 밀도 수준에서는 개인이나 심지어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저항할 수 없는 힘을 생산한다. 군중사고를 입은 생존자들은 군중압박으로 인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군중에게 짓밟히는 것보다 질식이 더 대표적인 사망원인이다. 여섯째, 군중 관리 및 통제의 차이점으로 ‘군중 관리’는 군중의 행동에 대한 미묘한 심리를 설계 및 운영에 활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중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집단적 동기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인 훌륭한 군중 관리의 대표적인 예는 디즈니랜드에서 볼 수 있다. ‘군중 통제’는 군중 관리가 성공하지 못할 때 강력한 인 방어선을 제공하는 것으로 폭도들의 폭력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찰 행동을 포함할 수 있다. 북미와 유럽국가의 경우 신고된 이벤트가 아닌 경우 갑작스럽게 인파가 몰려들면 폭동을 의심해서 기마경찰 등 무장 경찰력이 동원되어 길을 막고 인파를 통제하고 해산시킨다. 선진국의 경우 군중안전공학 등 경험과 학문적 기반에 근거한 안전기준과 위험성평가 기법을 활용한 군중위험관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군중관리를 포함한 재난안전관리가 필요한 대다수 분야에서 위험의 실체를 조사·평가 및 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기능이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관성적인 대응이나 형식적인 점검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필자는 ‘국가위험통제센터’를 설립해 행정부의 위험관리대책 수립·시행을 자문하고, 위험통제방법 및 허용위험범위 등 위험요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의 설치·운영을 대통령실에 제안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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