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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범세계적 군비증강과 한국의 고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될 경우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공유해야 하는 폴란드의 경우 한국에서만 약 40조 원에 달하는 무기를 중장기적으로 구입하기로 하고 그중 구매가 확정된 FA-50PL 경공격기 구매 금액 4조1700억 원 중 30%인 1조 2000억 원을 선수금으로 납부하며 정시 납품을 독촉했다. 이는 통상 10% 정도의 선수금을 납부하는 관행을 깬 파격적인 행동으로 폴란드는 그만큼 신무기 도입이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은 함께 계약한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을 계약 두달만인 6일 납품하며 폴란드의 기대에 부응했다. 독일의 134조 원 군비 증강안은 이미 의회를 통과했고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루마니아는 2.5%로 증액을 목표로 하는 등 과거 러시아의 위성 국가였던 여러 동유럽 국가의 군비 증강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 무기와 장비의 성능이 예상보다 부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들 국가는 실전에서 기량을 발휘한 서방·나토 기준 장비로 빠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독일 등 전통적인 무기 수출 강국이 군비축소로 인한 생산 능력 저하로 여러 나라가 요구하는 장비를 정시에 공급하지 못하면서 북한과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 실전에서 검증된 우수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온 한국의 방산 업체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일본도 지난 45년 동안 유지해온 방위비 ‘GDP 1%’ 룰을 깨고 2%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일본 방위비 지출은 미·중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중국의 확대되는 위협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일본을 자극했다. 일본의 군비증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반대 의견을 나타내지 않았다.이미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이 험악해졌다. 팬데믹 기간 몸집을 불린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초래하면서 미·중 대결이 신냉전 구도로 발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밀접하고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기 확산, 이란은 중동에서 전쟁 위기 조장과 자국민 탄압 등의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팬데믹 이후 경제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에너지와 식량 위기 및 고도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동안 이들 국가는 서로 도우며 자신의 입지와 세력을 강화했다. 이런 도전에 대해 서방 여러 나라의 급격한 군비증강 노력은 당연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지금보다 국제사회 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이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전통 강자 및 경제 대국이 한 축을 이루고 러시아·중국 및 이에 동조하는 이란과 북한 같은 힘 센 불량국가가 블록을 형성하여 대결하는 범세계적 세력 다툼이 될 것이다. 신냉전 시대 신 서방와 신 동방 세력이 격돌하는 양상이며 과거보다 더 첨예하게 대결하는 초냉전시대의 서막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초래한 유럽의 복잡한 동맹 구도가 전 지구로 확대된 모습으로 이 난해한 퍼즐이 꼬이면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신냉전 상황의 수혜자이다. 최근 급증한 방위산업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 부진한 한국 주요 산업 대신 어려워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지속적인 군사 기술을 향상과 전력 증강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는 한국이 서방 세력권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확실한 서방의 일원이라는 확신은 없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발생하는 정체성 위기 때문이다. 이전 좌파 정부는 중국·북한을 추종하고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배격했다. 이런 좌 편향 성향을 수정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은 반정부 세력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범세계적 세력 대결의 최일선에 서 있다. 미래 인도·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은 한반도를 불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6.25 한국전쟁에서 4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반도의 다음 전쟁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최선의 선택, 아니면 최악을 회피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정치 부재와 정쟁으로 항상 몸살을 앓는 한국이 어떻게 이런 위기를 회피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슈&인사이트] 미 인플레 감축법, 반드시 수정돼야

지난달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여당인 민주당의 예상 밖 선전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의 대표 정책이랄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운명에 이번 선거결과가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자국 우선주의 법안이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배터리도 자국 중심과 원자재까지도 중국을 배제하라는 노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존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 중심의 산업적 패러다임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마초식 법안’이라 할 수 있어서 각 국가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직후 발효된 법안으로 현대와 기아 전기차는 당장 약 1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판매가 급감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당연히 보조금을 받는 반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경제동맹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배제되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다. 우리나라도 테슬라 차량에 대해 차별없이 보조금을 주고 있음을 볼때 세계 주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도 이 제도의 부당함과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우리 정부는 이 제도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여 왔다. 특히 새로운 예외조항이나 특례조항 등의 개선은 어려운 만큼 최소한 3년 유예를 통하여 3년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개선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2025년 말이면 미국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생산되는 만큼 3년이면 충분이 제도의 충격파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예조항에서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취급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를 모두 포함시키면 명분이 충분하다. 미국으로서는 명분과 맹방을 고려하는 최소한의 정책적 개선으로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만의 원자재를 활용한 규정도 위헌적인 내용이 크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도 적지만 이 중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제대로 갖춘 국가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비용은 소요물량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경제갈등으로 인한 문제로 판단하면 미국과의 우방국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고 전기차 보조금에서 빠져 있는 렌트나 리스차량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선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IRA에 대한 문제점이 다양하게 제기되면서 유럽이나 일본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이 제도에 대한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차 개선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 반응이 부정적으로 제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개선의 필요성을 직접 제기할 정도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직접적인 개정은 불가하다고 언급한 만큼 얼마나 후속적인 작업이 진전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앞으로 수개월내에 미국이 납득할만한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법안을 통하여 자국이나 지역우선주의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럽에서는 배터리 원자재법은 물론 자국 우선주의애 대한 법안 준비에 나서는 등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지난 2020년 이미 배터리 원자재 중 핵심 자재인 니켈 보유량이 세계 최대인 점을 무기로 원광석 수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반복되면 유럽을 중심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더욱 다양한 ‘마초식 법안’으로 국제 사회가 보호주의 성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중국도 자국을 노골적으로 우선시 하는 정책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현실이다. FTA기조를 흔들면서 보호주의적 성향이 커지면 결국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은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이 더욱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촉발시킴으로써 산업적 기반이 취약해질 우려도 크다.미국도 미래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자국 우선주의는 국익에 당장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국 산업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역할로 돌아오게 됨을 성찰해야 한다. 미국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오기 바란다. IRA를 제대로 손보는 것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미래도시 ‘네옴시티’의 빛과 그늘

중동 지역은 우리나라와는 좋은 인연이 있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건설사들이 중동 진출로 인하여 벌어드린 막대한 소득으로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다. 통일 신라 시대 혜초는 페르시아 지역인 파사국을 다녀왔으며,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무늬새긴 유리그릇’은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으로 보고 있다. 고려 시대 벽난도에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들어와 교역했다. 얼마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하마드 빈 살만(MBS)왕세자(국무총리)가 서울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네옴시티(Neom City) 개발사업에 관하여 재벌그룹 회장들과 미팅했다. 요즘 네옴시티는 핫이슈다. ‘Neom’에서 ‘Neo’는 ‘New’이며, ‘m’은 아랍어로 ‘future’이다. 네옴시티는 ‘새로운 미래도시’다. 보수적 폐쇄국가인 사우디에서 혁신 도시인 네옴시티를 어디에 입지시키느냐는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네옴시티는 구도시인 메카나 메디나 그리고 리야드와 멀리 떨어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 해상로인 홍해에 접하여 있고, 이집트, 요르단와 국경을 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는 아카바만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대만과 일본 큐슈 사이 위도인 북위 28도에 위치한다. 저지대는 덥지만, 고산지대는 추워서 스키도 탈 수 있다. 절묘한 입지이다. 네옴시티의 전체 면적은 2만 6500㎢로,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1만 1867㎢)의 2.23배다. 여기에 자급자족형 혁신도시인 ‘더라인(The Line)’, 그 북쪽 산악지역에 관광휴양도시인 ‘토로제나’, 남쪽 해안에 최첨단산업도시인 ‘옥사곤’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가히 일반인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 규모이며 변혁이다. ‘비전 2030’(2016)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문명적 혁명(civilizational revolution)’으로 명명했다. 더라인의 구상에 대해 ‘사막에 신기루 같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테크놀로지의 힘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네옴시티를 하나하나 뜯어 보자. 첫째, 더라인은 콤팩트시티 개념을 가지고 있다. 더라인은 서울 인구에 버금가는 900만명 대도시인데, 이 대도시를 ‘도로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no roads, no cars)‘ 5분 보도 생활권(a five-minute walking distance)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길이 170km, 폭 200m의 도시 면적 34㎢(서울 면적의 5.6%)에 높이 500m로 하여 3.7㎡/인의 초고밀 도시를 건립하여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170km를 초고속 지하전철(시속 510km)로 20분 주파하겠다고 한다. 2030년 이전에 완공하겠다는 야심차고 거대한 문명적 실험인 더라인의 성과를 주목하게 만든다. 둘째, 더라인은 탄소중립도시를 목표로 한다. 초고층화·초고밀화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연 상태 땅의 훼손, 즉 생태발자국이 최소화된다. 저층화와 고층화 중 어느 쪽이 더 탄소중립적이냐에 대해 논쟁이 있으나, 고층화가 오히려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00m 높이, 길이 170km인 양측 외벽의 면적(170㎢)에서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도시 면적 5배 규모의 대담한 구상이다. 셋째, 문제는 감시도시다. 네옴시티 시설물 관리 기업은 AI 도움으로 전력, 폐기물, 물, 의료, 교통, 보안 등의 시설을 관리할 계획이며, 주민들의 스마트폰, 집, 얼굴 인식 카메라 등에서 데이터가 수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도시는 감시도시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백지 시위대’의 주장 중의 하나는 ‘도시 감시카메라 제거’였다. 개인 사생활 보호 및 안전 보장과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아마도 사업 성패의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중국판 감시도시가 중동에서 재판되지 않아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중동지역이나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무슬림의 방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우디에게 다시 ‘낙타’를 타지 않기 위해서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에게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옴시티를 통해서 한국과 사우디의 상생과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자영업자 대책, 고위험군에 집중을

최근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채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 자율협약에 의한 대출연장 및 상환유예, 새출발기금에 의한 채무조정, 정책자금에 의한 저금리 자금공급, 그리고 경영 및 재기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자영업 부채대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영업 부채의 근본 원인별로 정책수단이 적용되어야 자영업 부채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자영업자가 생계형은 아니듯이 모든 자영업자의 부채가 같은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지는 않다. 즉, 부채비율이 높다거나 부채가 많다는 것이 부채위험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부채가 많아도 갚을 능력이 있거나 향후에 갚아나갈 잠재력이 큰 자영업자와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지만 긴급 수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영업자와 동일한 정책수단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회생가망성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무한정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소득 하위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연장 등 긴급 지원정책이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상위 소득 자영업자의 경우는 경기호전대비 투자로 인한 부채일수도 있기에 부채의 비율이 지원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영업자의 부채증가의 원인 및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별로 차별화된 정책대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자영업자의 부채는 경영의사결정의 일환으로 전략적으로 선택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 부채는 자본, 자산, 세금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많은 외식기업들은 수익에 비해 높은 수준의 부채를 사용하고 있어 한계비용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산집약도를 낮춤으로써 한계비용을 줄인다면 부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업이 어떻게 자산, 자본, 부채를 운용하는가에 따라 경영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부채를 감소해 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가능한 운영이 되도록 정책수단을 상황별로 잘 선택해야 한다. 성장속도가 빠른 사업군에 속한 기업은 타인자본 조달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며, 기업가정신이 자율적으로 활발히 작동해야 하는 영역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책대상이 되는 사업군은 저성장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자영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식업이 이에 해당한다. 외식업은 점포공간 유지와 설비 및 인테리어 등으로 소상공인 영역에서 자산집약도가 높은 반면, 경쟁이 심하므로 수익성 역시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외식 자영업자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산집약도는 높은데 수익성이 낮고 부채규모가 크다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위험 자영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면 제2금융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고위험집단은 장기저리 대환이나 자본구조 조정 등을 통해서 긴급 처방을 하지 않으면 악성 부채 리스크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권 자율협약 및 새출발기금 등의 정책수단을 통해 이들의 부도를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저성장 사업군에 속한 자영업자라고 할지라도 자산집약도가 낮다면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다고 할지라도 처방이나 정책수단이 달라야 한다. 자산집약도가 낮음에도 부채가 증가한다면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생계를 위해 전망이 없어도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에는 회복불가능한 자영업자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기에 단순 부채유예만으로는 적자의 악순환을 빠져 나오기 힘들다. 이들에게는 과감히 부채를 탕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업종전환이나 취업을 지원하는 등의 재기지원을 하여야 한다. 자영업자 부채 리스크 관리정책 우선 대상자는 고자산집약도 저수익성 사업군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로서 영세자영업자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저수익 영역에서 자산집약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정책수단을 적용할 때 정책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이슈&인사이트] AI시대,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테크 기업의 해고자수를 조사하는 ‘ Layoffs.fyi’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글로벌 테크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는 14만명에 달한다. 특히 11월에는 트위터 3700명, 메타 1100명, 아마존 1000명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가 잇따르고, 구글도 내년초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 산업은 금융업, 그리고 제조업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고용한파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절감과 해고는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축소, 고용동결 및 일자리 제안 철회의 결과로 나타나는 표준적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감원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코로나 상황 동안 미루어진 연례적인 정리해고가 집중된 점이 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지배구조가 새롭게 바뀌었다거나, 신사업전략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거나 등등 말이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조각난 어두운 현상들이 지목하고 있는 추세에 주목한다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활용이 본격화되는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의 단편일 수 있겠다. 코로나 봉쇄를 겪으면서 원격, 대체 및 순환근무 등 오래된 노동의 종말을 재촉하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절감하는데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최근에 인공지능 발달은 괄목한 수준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노동의 역할을 대체할 만큼 진전되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최적화된 공정으로 자동화(automation)를 돕고 있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현상 분석 및 미래 예측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rational decision)을 하며,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활동을 수행할 만큼 창의적(creativity)이다. 특히 2016년 알파고의 출현 이후 딥러닝 기반 AI 응용이 주류가 되면서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자연어 처리기반 초거대 인공지능(Super-Giant AI)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PT-3(오픈AI>, 람다(구글), 메가트론(마이크로소프트), 하이퍼클로바(네이버), 코지피티(카카오), 엑사원(LG), 코지피티2(SKT)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수천억 개에서 수조 개에 이르는 모수(parameter)를 갖는 인공신경망을 갖추고 슈퍼컴퓨터로나 계산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70여년전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우리가 아는 것만을 수행하던 AI를 이제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로 하면서 인간처럼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안해 내고 있다. 초거대 AI 플랫폼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야는 광고, 웹 검색, 온라인쇼핑 추천이 될 것이다. 특히 검색 서비스는 지금보다 똑똑하게(Semantic Web) 내가 원하는 정보만을 추려서 제공할 것이다. 거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산업 분야에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비효과적이다. 이런 경우 AI는 거대 규모의 데이터 보다는 작지만 질 좋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AI 처리과정에서 특정 도메인의 훈련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의 개입도 필요하다. AI 결과물에는 편견과 차별이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좋은 인공지능(good AI), 투명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공정한 인공지능(unbiased AI)을 원한다. 그래야 우리는 AI를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측 하건데, 내년은 AI가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마치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모바일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맞이하는 AI 플랫폼은 모바일 시대의 SNS 플랫폼에서 경험한 폐해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AI 이용자는 더 이상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롱테일 분야에서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AI기반 사회를 구축하려면 우리 각자가 AI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리터러시(AI Literacy)는 AI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계층, 특히 중소업체, 개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관심 분야에 효과적으로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알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서비스를 이해하고, 또한 AI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도메인에 따라야 할 AI 규정을 알면 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바야흐르 일상의 매 순간을 AI와 함께 하며 일과 삶을 꾸려가는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그런 흐름에서 뒤처진 채 방치돼서는 안된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이슈&인사이트] 금융경색속 흑자부도는 막아야

기업들은 중장기 자금은 은행대출 회사채발행과 증자를 통해 조달하고 외자는 외화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단기자금은 기업어음(CP) 단기사채(STB)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건설업체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통해 조달한다. 금융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연속적인 금리인상과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신용위험이 증가하자 은행대출금리는 치솟고 회사채발행은 연초부터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순상환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어음 단기사채 PF도 대거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차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 단기 시장 금리인 CP 금리(A1급 91일물 기준)는 지난 25일까지 45거래일 연속 상승해 5.5%까지 오르는 등 상승(채권값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시장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월 23일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한도 증액 (8조원→16조원) 등 50조+α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26일 은행에 대한 대출적격담보대상 증권 범위를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으로 넓히고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약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RP) 채권매입하고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 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를 추가하는 등 40조+α 대책을 발표했다. 그래도 금융시장경색이 풀리지 않고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연말이 다가오자 11월초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1차 캐피털콜(자금 투입 요청)에 이어 추가로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실시하기로 하고 자금 투입 요청에 응한 금융회사에는 한은이 환매조건부(RP)채권매입을 통해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12월 국채 발행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5조7000억원 줄이고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공사채 발행을 축소하고 필요 자금 일부를 은행 대출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추가대책을 이번주초 내놓았다.그러나 연속되는 금리인상과 경기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자금이 고갈되고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어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대기업들조차 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권만 233조원에 달하고 PF대출채권 유동화 증권 약 30조원이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도 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만기를 막지 못하면 수익성이 탄탄한 기업조차 단기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해 흑자 도산할 우려가 크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기초 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줄폐업 위기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위기로 치닫게 된다. 정부와 한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한국은행이 11월 27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 중 58.3%는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의 대출 이자 부담액은 9월 33조 원대에서 연말엔 42조 원, 내년 말에는 50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중고를 버텨낼 수 있는 해법을 서둘러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 흑자부도는 막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을 솎아내는 작업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4478개에 이르고 5년 이상 한계기업 신세를 면치 못한 사실상의 ‘좀비기업’이 1762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좀비 기업’의 수명 연장을 위해 우량기업을 살리기 위한 자금 지원에 애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위기 차단을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와 함께 기업들의 재무 구조 및 경쟁력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 기업환경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자제하면서도 외자유출방지와 환율안정을 도모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안의 하나로 2050억 달러의 외화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화자산에 대해 필요시 긴급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확보 대책을 강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슈&인사이트]

세금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안 중 하나다. 유리지갑을 가진 월급쟁이들은 연봉이 오른 만큼 덩달아 세금도 올라 임금인상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법인세율이 오르면 국내 투자를 줄이고 세율이 낮은 다른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금이외에 국민과 기업이 정부에 부지불식간에 납부하는 지출이 있는데 바로 ‘법정부담금’이다. 예를 들어 전기 사용료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 영화표에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 담배가격에는 국민건강증긴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는 등 국민과 기업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법정부담금은 90개며 징수액은 21.4원으로 법인세 70.4조원, 부가가치세 712.2조원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법정부담금은 규모도 크고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세금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 보니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 부담금관리기본법상 중가산금의 이자율 및 부과기간 한도가 국세기본법상 납부지연가산세보다 높다. 국세기본법에서는 납부기간이 경과한 이후 부과되는 기본가산금은 3%이고, 납부기간 경과 후 1개월이 지날 때마다 추가로 부과되는 중가산금의 이자율은 1일당 0.022%, 월단위로 환산하면 0.66%이고 최대 5년까지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산금과 중가산금을 합해 이자율은 최대 43%(3%+40%)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법정부담금의 기본가산금은 3%로 국세와 동일하지만 중가산금의 이자율은 1일당 일 0.025%, 월단위로 환산하는 경우 0.75%로 국세기본법보다 높다. 게다가 중가산금 부과일수의 최대한도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론상으로는 중가산금을 무제한으로 부과할 수 있다. 중가산금 부과일수를 국세기본법과 같이 5년으로 하더라도 최대 48%(3%+45%)로서 국세체납의 경우보다 5%p 높다. 일부 법정부담금은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가산금, 중가산금의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농지보전부담금은 가산금 3%와 월 1.2%를 최대 60개월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중가산금과 가산금의 최대 이자율이 75%에 달한다. 이는 국세 최대한도 43%의 1.7배에 해당한다. 부담금의 가산금, 중가산금의 이자율과 부과 최대한도를 국세기본법과 동일하게 가산금 3%, 중가산금 1일당 0.022%, 최대 60개월까지만 부과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두 번째로는 부담금 도입취지나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부담금이 있다. 예를 들어 껌에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이다. 껌에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폐기물부담금은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재료·용기 등의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물론 이런 비용은 소비자 가격에 일부 전가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껌은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쉽게 분해되고 소각 시에도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등 폐기물 관리상 환경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없어 폐기물 부담금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 사실 껌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은 껌 자체의 유해성 보다는 과거 시민의식이 지금과 같이 성숙하지 못하던 시절, 씹은 껌을 아무 곳에나 버린 것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시민의식이 성숙해 껌을 마구 버리지 않고 무엇보다 소비량도 줄어드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껌에 부과되는 폐기물 부담금의 타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사업 시행으로 일부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가거나 공익상 필요에 의해 부과되는 법정부담금은 필요하지만 법정부담금은 조세와 같이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부과의 타당성과 징수 절차 등 국민의 권익보호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조세에 준하는 수준의 납부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이슈&인사이트] 주택시장 자금위기, 특단의 대책을

주택을 건설하려면 땅을 사고, 공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땅을 사기 위해 빌리는 돈을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하고,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빌리는 돈을 ‘본 PF(project financing)’라고 한다. 최근 브릿지론과 본 PF를 조달하는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쌓이고 있다.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조달한 브릿지론은 단기자금이다. 그리고 은행보다는 주로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신협 등 2차 금융기관에서 빌려주다 보니 금리가 높다. 따라서 시행사 입장에서는 고금리의 브릿지론을 빨리 상환하고, 금리가 낮은 본 PF로 바꿔야 한다. 토지매입이 마무리되고, 시공사도 결정되면 주택사업 위험이 많이 해소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참여하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결국 주택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브릿지론이 제대로 공급되고, 브릿지론이 차질 없이 본PF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금융기관에서 브릿지론 공급을 중단하고, 기존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환되더라고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사업자체에 위협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토지매입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사업구조에 위험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갑작스런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택사업 자체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자금조달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우량 사업장 조차도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근본원인은 주택시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상황은 위험을 분산해서 함께 극복해야 한다.멈춰있는 주택건설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연구원에서 매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다. 주택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향후 주택사업 전망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물어서 지수화 하는 작업이다. 지수값이 100이상이면 주택사업경기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고 해석하고, 100이하면 나빠질 것이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올 11월 전망치가 서울 48.9, 수도권 37.0, 지방 38.4다. 주택사업경기가 매우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흐름은 올 하반기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더니 11월들어서며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매우 어려웠던 2012년 수준이다. 위기인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1월 주택사업자금조달지수가 37.3이다. 7월 이후 50~60을 횡보하더니 30선으로 떨어졌다. 2012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 시절만큼 지금 주택사업경기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크다.지금의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되면, 주택사업자는 토지매입을 포기하고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브릿지론이나 본 PF를 일부 해준 금융기관도 피해가 발생한다. 기 대출자금에 대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연체가 늘어나고 부실채권이 된다. 분양을 진행한 사업장이라면 준공이 되지 않고 부실사업장이 되면서 입주가 어려워져 수분양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결국 국민의 주거불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환경 급변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민간이 주택사업을 포기하면 국민의 주거안정 실현을 위해 지난 8월에 발표한 정부의 주택공급 270만호 공급(인허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주택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단순히 건설사만의 문제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지금은 국가적 위기다. 주택시장과 주택건설사업자만의 위기가 아니다. 거시적 차원에서 주택시장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주택건설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 마련을 금융당국에 기대해 본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 ESG경영이

필자는 과거 20여 년 전에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해외마케팅 업무를 하던 시절에 상당히 많은 해외 출장을 다니곤 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나, 당시는 자사 제품을 해외에 잘 팔아야 되는 일을 맡았는데,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 제품이라, 대형 회사들의 구매 담당자들을 만나는 전시회는 필수적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한때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 국제 전시회에 우리 회사는 부스를 차려놓고 찾아오는 유럽제국의 잠재 바이어들과 친분도 쌓으며 가격과 물량까지 흥정하며 우리 제품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여러 손님 중에서 젊은 영국 아가씨와 한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외모로 보아 말단 신입사원 쯤 되어 보이는 구매 담당자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당신은 구매할 때 가격이 더 우선이냐. 품질이 더 우선이냐"라는 흔하디 흔한 질문을 던져 보니, 대뜸 하는 소리가 남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기는 "모든 일에 있어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제일 중요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가. 정말 생뚱맞은 답변에 나는 속으로 "어떻게 구매담당자가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고 있을까"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이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들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지속 가능성" 이라고 말을 이으면서 다시 필자를 보고 "너희 회사가 ‘좋은 회사(Good company)’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달라" 고도 했다. 그때 만난 각국의 사람들 중에는 가격을 조금 더 깎으려는 사람, 품질이 우수하냐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로 ISO 인증·CE인증·ASTM 인증 같은 것들을 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똑똑한 이 아가씨의 예상치 못한 발언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이었다. 필자가 20여년 지나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이 아가씨는 참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당시 한국 사회는 이러한 말을 처음 들었는데, 전혀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요즘도 듣기는 듣고 하지만 그게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한국의 기업계에서도 강제로 하라니까 하고 있는 ESG 경영을 보니, 이미 유럽 선진국은 20여 년 전에 전 국민을 그렇게 교육시켰고 기업에게도 그런 문화가 확산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의 가장 본원적인 개념은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며, 지구가 지속해서 존재해야 우리 인류가 지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이 핵심 개념은 간과하고 파생 개념의 지속가능성(Going concern) 으로 간주하는 오류가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 지구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탄소배출이 과다한 수준을 넘어, 온실 효과와 표면 온도 상승이 당초 대자연이 감당하는 수준을 넘었는 바,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을 내뿜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지구위기인데도 이를 이해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사람의 몸이 체온 1℃만 더 올라도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지구도 현재 표면 온도가 1.1℃가 더 올라가 있으니, 이 육중하지만 예민한 몸체도 마치 몸살과 구토를 하듯이 이상기후가 나오건만, 이러다 더 지속되면 사람과 똑같이 생명이 위독할 판인데 우리는 과연 그럴까, 아직은 멀었지 하면서 몇 십 년의 시간만 허비해 왔음이 사실이다. 일부 선각자인 환경 전문가들이 경고하던 이 위기설에 대한 대비책을 이제는 기업계에게까지 동참하도록 반 강제로라도 부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까지 온 것이 바로 ESG 운동의 기본 취지인 것이다. 왜 기업에게 먼저 직접적으로 부과되는가에 대해서는, 1차 산업혁명의 확산된 지 약 200년 동안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한 주범이 바로 기업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탄소 중립의 의무를 진 정부와 탄소경제 시대의 한 경제주체인 개인도 적극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탈탄소화를 위해 기업부터 먼저 실천하며, 기업들 간에도 ESG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도 하고 거래도 하고 해서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노력이 마땅한 것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영국의 한 구매 담당자로부터 ESG를 요구받은 것을 떠올리며,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모든 기업들이 주변의 각종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적책임도 다하고, 투명경영도 적극 실천해서 과거보다는 한층 좋은 기업(Good company)으로 거듭나는 시점이 빨리 앞당겨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류덕기 고려대학교 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이슈&인사이트] 비정규직, 노동시장 유연화가 해법

민주노총이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하며 줄파업에 나선 가운데 25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에 참여한다. 민주노총은 내년에 폐지 예정인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약속된 정규직 전환을 원칙대로 완료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진보와 보수 여부를 떠나서 오래된 난제로 남아있는 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간극 내지는 차별의 문제이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의 모든 업무에 상시 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단기간 동안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경우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이 내부에 있을 가능성은 낮고, 외주 제작을 맡길 경우에는 비용증가 또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시적인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된다. 육아휴직이나 병가 등 정규직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도 비정규직이 활용된다. 이 경우 기업은 자유롭게 기간을 설정하고 많은 고정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별도의 교육 없이 고급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근무 환경의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는 상황 속에서 기업이 고객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기 위해서 유용하게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제도를 막무가내로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물론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비정규직의 활용보다는 상시적인 업무를 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규직은 늘 계약갱신의 불안감을 겪으면서 계약 연장을 위한 본인의 가치 증명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에 비해서 임금이나 복지가 현저히 낮은 경우도 많다. 이런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의 금지나 처우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그러나 비정규직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비정규직 문제는 간단히 고용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에서는 더욱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 민간부문으로의 확산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특히 민간기업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인건비 절감과 고용조정의 용이성이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아니하면 비정규직의 확대와 차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법률적 의미가 아닌 사회 통념상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과 대비되는 정규직의 의미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핵심인력층으로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는 계층이다. 모든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영세 제조업체의 근로자는 정년보장을 약속받기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 근속기간뿐만 아니라 임금과 근로조건 복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월함을 보장받는 핵심인력층에 대해서만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러한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의 선택은 핵심인력층을 최소화하여 줄이고 나머지 인력들을 비정규직화하는 방법뿐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업의 문제를 손쉽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바람에 기업은 정규직의 고용을 주저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해법은 고용시장의 유연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전체 구직자의 관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오히려 고용안정성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이 직면한 현실에 따라서 유연하게 고용상황을 변경할 수 있다면 굳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차별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고 개인의 업무능력에 따라 정당한 차이를 두면 되는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억울한 해고나 실업 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행정적인 구제절차와 국가의 복지정책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국가가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스스로의 역할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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