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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행동주의 펀드의 귀환, 기업 대비책 서둘러야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이 소수주주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첫 번째 시각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현재 경영진을 견제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배당을 늘려 소액주주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각은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 이익 추구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 투명성, 주주가치 제고 등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수익을 거둔 뒤 발을 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이는 과거 단기차익을 실현하고 해외로 철수한 소위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SK와 소버린간 분쟁이다. SK측은 자사주 매입, 위임장 경쟁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의 비용을 지출한 반면, 소버린 측은 2년 만에 투자금의 5배에 이르는 약 1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칼 아이칸, 헤르메스, 타이거 펀드 등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해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고 우리나라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도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국내기업 수가 2017년 3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47개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토종 행동주의 펀드도 기존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쇄신 노력과 함께 공모펀드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세계적인 ESG 열풍 등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게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배척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도 엄연한 주주이다. 기업에 대해 다소 과격한 요구를 하는 것은 맞지만 현행 법령이 허용하는 주주권 행사를 임의로 막을 수 없다.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기업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행동주의 펀드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최소화해야 한다. 지배구조, 사회공헌,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건의 사전 예방, 업계 평균 대비 배당 수준 등 기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ㆍ보완하여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평소에 기관투자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무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책동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법, 자본시장법, 스튜어드십 코드, ESG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 제ㆍ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동향도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는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큰 금액이고 그만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이라는 공적기관이 특정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면 행동주의 펀드는 국민연금의 의견에 편승해 기업의 경영에 관여 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이슈&인사이트] 한계돌파형 기술개발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다

마침내 오존층 파괴를 막아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초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2040년이면 오존층이 1980년대 구멍이 생기기 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을 내놨다. 한 때 ‘꿈의 냉매’로 불리던 프레온가스(CFC)가 오존층 파괴 물질로 밝혀지자, 국제사회는 1987년 CFC 사용 금지와 대체물질 개발을 독려하는 몬트리올의정서를 채택하고 30여 년간 합심해 CFC 사용량을 99% 줄이면서 드디어 오존층 회복을 확인한 것이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빚어진 지구환경 파괴를 연구개발과 지구촌 협력을 통해 해결한 최초의 결자해지 방식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이번 몬트리올의정서의 성공은 국제사회가 또 다른 지구환경 문제인 기후변화 해결에도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물론 기후변화는 오존층 파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 단순한 몬트리올의정서 방식의 도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성공은 기후변화 대응의 타산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체결 당시 신기술이었던 HFC 개발 성과를 고려해 CFC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는 다시 연구개발을 자극해 더욱 발전된 대체물질이 만들어지는 선 순환을 통해 오존층 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의정서 채택 이후 프레온 가스 대체재 개발을 위한 각종 연구 지원 기금이 약 39억 달러가 모였고 지금까지 약 8600개 연구를 지원해, 냉매는 CFC, HCFC, HFC를 거쳐 HFO로 계속 진화할 수 있었다. 결국 오존층 회복은 오존층 파괴 물질인 CFC를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의 가용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의 경제성 향상으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30년 넘게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0% 줄였다고 하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와 같은 온실가스 다 배출 산업을 우리나라, 중국 등으로 이전한 효과가 뒤섞인 결과다. 유럽에 국내산 철강을 많이 수출할수록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탄소중립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배출 총량을 줄이는 것이지, 배출량의 국제간 분산 따위의 숫자놀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계 돌파형 신기술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절대량 감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무탄소기술인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저장장치는 전 세계 에너지소비의 85%를 점하고 있는 화석에너지를 그것도 앞으로 30년 만에 대체하려는 탄소중립 목표 앞에서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그럴싸해 보여도 실제 탄소중립 달성에는 역부족인 기술 수준이라는 말이다. 한계돌파형 기술개발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기술적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완성 시점이 불투명한 미래 기술을 현실 정책 시나리오에 무분별하게 포함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훗날 탄소중립의 실패를 기술개발 지연 탓으로 돌릴 여지만 줄 뿐이다.인내심이 필요할 때다. 한계돌파형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신기술이 개발할 때까지는 현재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동시에 기술개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CFC 사용 금지로 극지방 오존층 구멍이 메워지듯이, 한계돌파형 기술이 개발되면 지구온도는 서서히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관건은 한계돌파형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일정 수준의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며 버텨내느냐에 있다. 우리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여전히 연약한 존재다. 자연의 변화에 맞서기 보다 적응력을 높이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공공임대주택,공공분양 중심으로 전환해야

최근 싱가포르 방문 중 이용한 택시의 운전기사는 공공분양 아파트인 HDB(주택개발청) 아파트에서 편안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3대 대가족인 일곱 식구는 3침실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부부, 자녀 2인,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 식모가 각각 한 침실에 거주한다. 그 아파트 가격은 약 4억 정도라고 한다. 존 추 감독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싱가포르 거부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세계가 유감없이 그려지고 있다. 최고 부자의 유력한 상속자 남 주인공 닉 영의 사촌인 아스트리드 테오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자기가 가진 14채의 고급 아파트인 콘도미니엄 중 한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말한다. 여주인공 레이첼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인 펙린 고는 베르사이유 거울의 방과 트럼프의 욕실에서 영감을 얻은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민간 주택인 콘도미니엄과 대저택에는 주로 부자들이 산다. 주택 대란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두 스토리를 되새겨보자. 싱가포르 국민들의 대다수(90%이상)는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전체 주택수의 70%이상을 차지하는 HDB 덕택이다.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땅은 좁지만 누구나 살 집이 필요하다"라고 선언하고 자치정부를 수립한 1959년 이후 곧바로 1960년에 HDB를 설립하고 공공분양주택 대량 공급에 나섰다. 이 정책은 현재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오고 있다. 한국은 자가보유율 60%다. 국토부의 주택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80% 이상이 주택 소유를 원한다. 이웃 대만은 자가보유율이 90%를 넘었다.싱가포르 사회에서는 펙린 고의 주택과 같은 호화 주택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사회와 같지는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호화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이 다수 국민의 주거권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급 민간 주택들은 부자들만의 리그이다. 다수 국민들은 공공 주택의 울타리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한국 주택은 민간 주택이다.주택 시장에서 고가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면 저가 주택도 동조화하여 상승하게 된다. 고가 주택이 서민용 저가 주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강북 서민들의 주거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남권에 각종 규제를 겹겹이 쌓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비하여 한국 주택 소유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임대주택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민간 임대주택비율 5%인데 반하여 한국은 약 32%다. 싱가포르 임대주택의 비중도 한국보다 매우 낮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한국이 약 8%, 싱가포르는 약 5%이다. 누구나 공공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문재는 ‘임대용으로 할 것이냐, 분양용으로 할 것이냐’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용 중심(10% 이상)의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공공임대주택 중심 정책은 유럽에서 이미 1980∼1990년대에 그 약효가 다 떨어졌다. 유럽 사회는 그 정책으로 인하여 과도한 공공 재정 부담을 겪었으며, 자아 실현이라는 민주사회의 가치 달성에도 미흡한 것으로 보았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영국에 유학하면서 유럽의 사회 민주주의를 경험했지만, 선견지명 있게, 창의적으로 ‘주택 소유 사회’를 싱가포르의 핵심 비전으로 설정했고,대성공했다. 우리 사회의 주택 정책 목표는 ‘주택 소유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5% 수준에서 적정 관리하고 공공분양주택 중심의 정책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 2030년 자가보유율(80%)을 설정하고 민간자가율(70%), 민간임대주택비율(15%), 공공분양주택비율(10%), 공공임대주택비율(5%)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 나라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에서도 ‘형평성’보다는 ‘삶의 질’을 우선시한다. 그런데도 주택 문제로 인한 계층간 갈등은 그리 심하지 않다. 공공분양주택인 HDB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자가보유율을 높여야 하며, 부담가능한 공공분양주택을대량 공급해야 한다. 그럴 때에 주택 문제로 인한 사회 계층간의 갈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장

[이슈&인사이트] 국내 마이너 완성차 업체의 위기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시장 신차판매 점유율이 88%를 넘는 호실적을 거뒀다. 더 이상 높이기 어려운 역대급 실적이다. 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차(KG모빌리티)도 신차 토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연간 판매 5만대를 넘어 국내시장 3위에 안착했다. 르노코리아가 5만 여대로 4위, 한국GM은 3만 여대로 꼴찌다.한국GM은 연간 전체 판매량이 현대차의 인기모델인 그랜저(6만 여대) 한 모델의 절반수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이른바 국내시장 ‘마이너 3사’의 경우 존재감과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았지만 아직은 ‘부활’보다는 ‘생명연장’쪽에 가깝다. 토레스 가솔린모델의 판매호조는 가성비보다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반적인 수급난에 따른 반사효과 영향이 크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한 몫 했다.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선전했다. 쌍용차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확보와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PG 겸용의 바이퓨얼 모델 출시는 그 좋은 대안이다. KG그룹도 평택공장 부지의 활용방안 마련 등을 통해 쌍용차의 미래기술 개발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실탄’을 공급하는 데 힘써야 한다. KG모빌리티로의 사명 변경을 미래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 로노코리아도 미래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신차 없이 여전히 QM6 등 LPG 모델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때 QM3는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정도로 흥행몰이하기도 했다. 이렇듯 르노코리아도 국내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모델 개발에 대한 실력을 갖춘데다 한국GM에 비해 운신의 폭이 커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곳이 한국GM이다. 경차인 스파크 단종과 부평2공장 생산중단으로 이렇다 할 자체 신차가 없어 판매실적이 바닥을 기는 데다 노조리스크까지 겹치면서다. 효율성을 제1의 가치로 삼는 본사에서 사업 철수 가능성 마저 제기된다. 국내에 비해 GM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자동차 라인업을 잘 갖추고 있는 만큼 OEM수입차로 다양하게 무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등의 거점으로 키우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GM의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인 ‘시보레 볼트’가 한국GM에서 전적으로 개발하고 모든 특허와 시설을 미국으로 옮겨,현지 제작해 국내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잘못된 사례가 더 이상 재현돼서는 안된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GM이 사는 길은 미국 본사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는 일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한 기술개발과 역량강화다. 르노코리아의 독자적인 역량 강화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GM은 최근 한국GM의 회사 이름을 ‘GM 한국사업장’으로 바꾸고 미국 현지에서의 다양한 신차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해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미국산이라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외적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하는 현대차·기아에 비해 국내 완성차업계 마이너 3사 에게는 녹록지 않은 난관과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외국계인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본사측의 ‘철수’라는 초강수가 대기 중이다.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노조리스크까지 지속된다면 본사에서 철수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통해야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시장은 한편으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 마이너 3사는 이 기회의 땅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올해가 골든 타임이다.김필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학교 교수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의 가치판단 허용되나

작년 말 오픈AI에서 공개한 챗(Chat)GPT-3.5가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챗봇보다 훨씬 인간과 유사하게 대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다음 모델인 GPT-4는 인공지능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챗GPT-3.5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용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출력값을 내는 생성 AI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답변을 한다. 챗GPT 공개 후 많은 질문과 답변이 공유됐는데, 필자 역시 챗GPT에 오랫동안 논쟁이 됐던 일명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에 대해 질문해봤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향후 특정 부문만이 아니라 범용으로 이용되고, 가치판단을 포함한 의사결정에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챗GPT의 답변도 놀랍다. 최초 질문은 "열차가 지나가는 철로에 5명의 사람들이 묶여 있고, 철로를 변경할 수 있는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열차가 다른 선로로 움직여서 5명을 구할 수 있지만,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의 사람이 다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챗GPT는 이러한 결정을 할 책임자가 필요하고, 5명과 다른 철로의 1명을 구할 기회가 얼마나 있는지, 이런 상황을 피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고려할 추가 판단 근거들을 요구했다.이번에는 보다 명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질문을 더 구체적이고 폐쇄적으로 구성했다. 열차가 그대로 지나가면 5명은 죽고,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다른 철로의 1명도 죽는데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선택만 할 수 있다고 질문을 바꿨다. 챗GPT는 "이 경우에는 최소한의 상해를 입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5명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인 챗GPT도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답변에는 가치판단이 포함되고, 윤리와 법체계에 비춰 보면 생각할 여지가 많다. 기존에 움직이는 열차의 선로에 있는 사람 5명과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을 비교해 최소한의 상해를 입히는 것이 좋다는 공리주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5명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하므로 다른 철로에 있는 1명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5명과 1명을 비교해 5명의 생명의 가치가 높다고 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선로의 1명을 아기로 바꿔 질문했더니 개인의 의견에 따라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답변을 변경해 아기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열차가 진행하는 선로에 있는 5명을 희생시킨다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단순한 부작위인 반면, 5명을 구하고 1명을 희생시키려면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행위인 작위를 해야 한다. 법적으로 사람을 살리지 않는 부작위보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작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런 판단이 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챗GPT가 이런 답변을 하는 이유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람들과 유사하게 답변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트롤리 딜레마를 접한 사람들 상당수가 5명을 살리기 위해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결정을 했다. 문제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그런 가치판단을 포함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명의 보행자를 살리기 위해 차량에 탑승한 1명을 희생시키는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지, 만약 허용된다면 차량에 탑승할 소비자들이 그런 차량을 선뜻 구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의 판단에 대해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저 앞을 달려가는 기술을 법제도가 힘겹게 뒤따라가는 상황이라 이제라도 더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이슈&인사이트] NFT, MZ세대에 건네준 세상을 연결하는 열쇠

지난 3년간 지구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았던 코로나 봉쇄에서 피어났던 다섯 살배기 NFT(Nonfungible Token)도 갑작스럽게 돌변한 중앙은행의 불친절한 안내에는 견디지 못했다. 여러 국내 보도에서는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막힌 데다 거래수단인 이더륨의 가격도 폭락하면서 NFT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법석이다. 이는 NFT를 한갓 투자대상으로만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NFT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를 진지하게 들여다 본다면 옳은 말이 아니다.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시장조사기관인 DappRadar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에서의 NFT 거래규모는 약 247억 달러로 2021년의 251억 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설사 투자대상으로 NFT가 실망스럽더라도 같은 기간에 NFT가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NFT는 블록체인에 생성·저장되고 유통되는 컴퓨터 파일, 즉 디지털 아이템(digital item)이다. 디지털화된 수집품 또는 예술품은 물론 가상 부동산, 도메인 이름과 비디오게임에서 이용되는 장비 등 거의 제한이 없다. 블록체인의 변조방지, 검증가능 속성을 갖는 디지털 아이템은 유일하고 진품임을 증명해준다. NFT의 이면에 담긴 아이디어는 물리적 자산처럼 쉽고 안전하게 구매, 판매 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거래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NFT를 통하여 우리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잠재력도 갖는다. 2017년 최초로 만들어진 NFT는 디지털 수집품과 예술품이었다. 크립토키티즈와 같은 디지털 고양이 또는 디지털 그림들이다. 이후 NFT는 예술, 음악, 비디오 등과 같은 광범위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고, 한정판의 디지털 자산을 만들 수 있기에 가상세계에서 제작자가 창작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NFT가 디지털 유틸리티 아이템(digital utility item)으로서 가상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세계와도 연결되면서 우리가 구매하는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를 잠그거나 사용하는 열쇠로 작동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패션 아이템인 NFT 스니커즈가 메타버스 공간에서만 적용된 것과 다르게 실제 공간에서도 증강현실을 활용해 전시하거나 NFT 형태의 운동화를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걷거나 뛰면 GPS로 이를 측정하여 암호화폐를 지급(Move-to-Earn, M2E)하는 경우다. 액시인피니티, 샌드박스 등 NFT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이른바 P2E(Play to Earn)도 비숫한 사례다. 나아가 현실세계에서 부동산과 같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권 또는 기업의 상표 등록 및 특허권을 위한 NFT 활용도 점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 밖에도 제품의 원산지와 진위를 추적하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개인의 건강 및 교육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디지털 신원(digital identity) 등 처럼 디지털 소유권과 희소성이 중요한 도메인에 적합한 잠재력을 갖는다. 무엇보다 NFT가 발현하는 진정한 가치는 커뮤니티에 있다. 새로 발행된 토큰화된 수집품(NFT)인 두들스(Doodles)의 경우처럼 활기차고 참여적인 커뮤니티의 지원은 NFT 사업의 성공과 성장에 필수적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커뮤니티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NFT와 그 응용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고, NFT 비즈니스에 귀중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새로운 사용 사례와 응용 프로그램을 제안함으로써 혁신을 추진하는 새로운 주체인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는 발생 가능한 우려를 드러내고 직접 해결함으로써 NFT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NFT를 통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열성적인 고객을 얻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NFT와 같은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에 개방적인 계층은 Z세대(1997-2012년 출생) 뿐이다. 이들은 기술과 인터넷을 삶의 필수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가상경제에 익숙하며 이를 통하여 디지털 아이템을 수집하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고 디지털 자산을 거래한다. NFT야말로 Z세대에 건네준 세상을 연결하는 황금열쇠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이슈&인사이트] AI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에서 지도자를 뽑을 때,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외치는 전형적인 공약이 있다. 바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자리 증가는 바로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며 우리나라의 경제 3주체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겪은 고통일까. 아마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세계가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격어 보지 못한 사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환경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최근 실적을 보면, 놀랍게도 코로나 이전보다 급격히 성장한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과연 그들은 소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오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우리를 덮친 것이고, 그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 기업들이 물만난 고기처럼 성공적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폐쇄적 고립에 빠진 나라들이 쇠퇴하고 몰락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페인,포루투갈이 그랬고 구한말 조선이 그랬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코닥이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이제 이 코로나가 물러가면 진짜 생각하지 못한 더 큰 위기가 인류를 덮칠지 모른다. 이 거대한 쓰나미에 진짜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도 기업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위기의 실체는 바로 인공지능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치러야 할 전쟁의 대상이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지금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폭군의 러시아도 아닐 수 있다. 바로 기계인 것이다. 200년 전 일어났던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기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영국의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갔고, 결국은 전세계 영토의 3분의 1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초강국이 되었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며 기계를 부수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살펴보면, 결코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단순히 빼앗지 않았다. 정확히 노동자의 일자리 환경이 변화한 것 뿐이다. 그리고 산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되었다. 그에 따라 일자리도 바뀌었다.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계기술이 우리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법석이다. 100년 전 일어났던 기계파괴 사회운동이 다시 일어날 기세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역사의 반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코 우리의 일자리는 없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망하는 나라와 망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영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고, 다시 IT강국으로 부활한 미국으로 산업의 패권이 넘어가듯이, 경제지도가 바뀔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퇴할 뿐이다. 그리고 새로이 무장된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가 신흥강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일렁이는 AI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IT 강국 미국과 그리고 거대 인구로 맞서고 있는 제조 강국 중국이다. 그리고 실체적 주체는 그 나라의 빅테크 기업이고 그 기업들의 강력한 연구비 후원을 받는 대학 연구기관들이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바를 이제 요약하고자 한다.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만이 생존하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고도 성장기의 대한민국이 그랬듯이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제도 정책 투자 각 부문에 변화를 대비하고 사회전반 곳곳을 통째로 정비해야 한다. 기업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 써왔던 성공신화의 자신감과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게임체인저들의 세상이 열리는 새로운 판에는 기존의 무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정부에 의지하고 기업에 목말라 기다려서는 안된다. 스스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이미 도처에 있다. 인터넷에 풍부한 교육자료가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 맞춰 차고도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하는 각자도생식 생존방식만이 답일까. 그렇지도 않다고 단언한다. 먼저 정부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정책 개발 그리고 대학 연구기관도 발맞춘 개혁이 적극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변화를 이끄는 사회운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를 지배하는 그날 인간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3일만 일하고 4일 쉬는 토마스 모어가 꿈꿨던 세상, 바로 그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던 7년전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그 인공지능이 알파폴드로 진화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는 백신을 만들어내고, 최근 OpenAI가 개발한 GPT-3로 변신하여 우리의 모든 창작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꿈 같은 현실이 지금 우리에게 닥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과 에너지 자급이 안되는 척박한 나라에서 세계 10대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시계는 현재 과연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 전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교수

[이슈&인사이트] 주택사업, 하방 리스크 철저 대비를

올 한해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에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적으로 비상경제대응체계를 가동하면서 부동산시장 정상화, 임대차 시장 안정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경기위축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국내 실물경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내경제가 올 상반기를 중심으로 경기·금융시장 및 민생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2023년 경제성장률이 1.6%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 한 해 국내 경제가 1.7%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치이다.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기조가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기업은 저성장국면에 대응 가능한 경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코로나 극복을 위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강력히 추진된 저금리 정책은 빠른 속도의 ‘탈저금리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조건을 감안할 때 주택사업자금 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재고주택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 산정시 좀 더 신중해져야 하며, 분양을 하더라도 미계약, 미입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호황기에 맞춰진 주택사업 포트폴리오를 위축기·불황기에 대비할 수 있는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으로 대체해야 한다. 거래가 크게 준 상황에서 지역별로 초기분양률이 낮아지고 있다. 미분양이 늘고 있고, 청약경쟁률도 미달인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 논란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소비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금리인상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그동안 규제 많은 아파트 대신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상품의 시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규제의 정상화 과정에서 주거상품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변화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거나,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의 신규 분양사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구, 대전, 세종지역 집값이 하락했다. 하반기 들어 전국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대구, 인천, 대전, 세종, 경기지역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4만 7217호가 있다. 대구에만 1만호 이상의 미분양이 있고, 경기와 경북지역에 5000호가 넘는 미분양이 쌓여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7천호 정도가 있는데, 부산과 지방 도지역에 많다. 이렇듯 지역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시장의 철저한 여건분석을 토대로 사업추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거세지고 있다. 주택건설시장도 다르지 않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가격 급등이 이어지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가격 급락지역이 속출하면서 올해 주택시장은 암울하다. 올 해 주택건설 수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택건설 수주시장은 활황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연간 80~90조원의 수주를 달성했고, 민간 주거용 건설수주도 70~8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과거 금융위기 시절에 주택건설 수주가 고점대비 52%까지도 줄어든 시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로 민간주택건설 수주시장도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이슈&인사이트] 마켓컬리와 ‘범위의 경제’

‘규모의 경제’란 용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범위의 경제’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기존 제품을 통해 기존 시장에 침투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고 고객을 유치 및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절감할 때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범위의 경제는 기업이 현재의 전략적 위치나 역량을 활용하여 새롭게 시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도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동시에 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단위당 평균 비용을 줄일 때 만들어진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대체로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다가 고성장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서면 범위의 경제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즉,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사업확장 또는 사업 다각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기업공개를 철회한 반면 같은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이 주식상장을 추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범위의 경제를 키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비용이 크게 증가되며, 시장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은 매년 늘어나 2021년에는 적자가 2177억원이나 됐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물류센터 투자비용과 인건비 부담 등 운영비용을 키운 것이 적자의 원인이 됐다. 마켓컬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주요 원인은 하락한 기업가치다. 마켓컬리는 2021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몸값이 4조원대에 달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추락했다. 마켓컬리의 성장에 대해 시장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마켓컬리는 범위의 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식품 카테고리 위주에서 화장품 판매몰을 오픈하고,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으로의 서비스 영역 확장을 통해 범위의 규모를 달성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 상장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규모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페인에서 성공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피자배달 전문점인 텔레피자는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인근 포루투갈에서는 손쉽게 시장진입을 하였으나, 멀리 떨어진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는 스페인에서 작동이 잘 되었던 중앙집중식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새로운 시장 의 고객니즈와 기대는 달랐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적중했던 제품 및 배달 서비스와 지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해외사업은 주춤거리게 되었다. 이에 텔레피자는 해외진출은 포기하고 새로운 레스토랑 컨셉으로 스페인에서 사업확장을 시도했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모펀드에 지분이 넘어가게 되었다. 텔레피자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모펀드는 신규 레스토랑 컨셉을 버리고 해외확장을 속도조절 했다. 대신 온라인 유통채널인 텔레세프로 기존 가맹점뿐만 아니라 호텔, 기업체, 타지역에 신선한 피자와 건강 사이드 디시 유통을 확대했는데, 이렇게 조정된 규모의 범위는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온라인 신발전문점인 자포스는 의류 및 액세서리로 범위를 성공적으로 확장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워서 아마존에게 높은 기업가치를 받고 인수되었다. 온라인 신발전문점으로 시작한 한국의 무신사 역시 의류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사업의 새로운 성장단계로 진입하였다.기업이 계속 성장함에 따라 초기 사업의 규모에서 범위 확장으로 전환이라는 두 번째 혁명적 변화의 시기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환기에 리더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전략적 복잡성이 증가한다. 비즈니스 전략의 범위가 넓어지면 새로운 조직 단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조직의 복잡성도 증가한다. 과연 마켓컬리는 성공적으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교수

[이슈&인사이트] 챗GPT와 초거대 AI 경쟁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화제다. 챗GPT는 그동안 GPT 시리즈로 뛰어난 자연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해 불과 2개월 전 출시한 대화형 AI(인공지능) 챗봇이다.챗GPT에게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는?"하고 물었더니 "시대와 사람의 개인적 견해에 따라 변하므로 꼬집어 대답은 힘들지만, 가장 성공적이었던 몇 명은 싸이, BTS, 블랙핑크, EXO, 빅뱅 등이 있다"고 대답한다. 마치 대화하는 듯한 이 반응 때문에 인공지능이 생각을 한다거나, 사람같은 인공지능이 곧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사람의 대화란 ‘생각의 전달’이고, ‘문법에 맞는 문장’은 그 형식에 불과한데, 언어 모델은 단지 ‘문법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는 것일 뿐이다. 즉 GPT는 인간의 ‘형식’을 흉내낸 단계일 뿐, 생각을 전달하는 대화가 아니다.챗GPT는 수십억 개의 문장을 학습하여, 그 중 대답으로 그럴싸하며 문법에도 맞는 문장을 생성하도록 특화되었다.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화하는 듯 착각을 주기엔 충분하지만, 사전에 학습되지 않은 어떤 주제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그저 "모른다"라고 학습 목록에 없던 주제임을 알릴 뿐이다.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며, AI 기술을 그저 피상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특히 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불가능한 것도 많다. 그렇다면 AI 기술은 지금 어떤 단계까지 왔고, 우리는 그 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지난 1월초에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3년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전시부스 640여개에는 41개로 세분화된 각종 기술이 전시되었고, AI 기업도 많이 참여했다. 삼성과 LG전자를 중심으로 된 부스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TV 자체의 선명도를 위해 AI가 응용되기도 했지만 가전이나 사물을 중심으로 연결을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역할을 했다. CES를 중심으로 바이오 헬스, 자율 주행,초 연결 등으로 인공지능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한 글은 많고 이와 별도로 영국의 미래학자 버나드 마르는 다섯 가지 트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전체 트렌드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CES와 최근 경향을 중심으로 AI기술이 지속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세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첫째, 더욱 확대되어 가는 ‘초거대 AI’이다. GPT를 위해 오픈AI가 사용한 매개변수는 무려 1750억개였다. 매개변수란 모델을 정의하는 값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개수가 많아질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한 모델을 정의할 수 있으나, 여기에는 기하급수적인 계산량과 전력이 요구된다. LG는 한발 더 나아가 6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런 초거대 모델은 막대한 하드웨어를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고 있고, 구글·네이버·카카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보다 큰 연산량을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뜨겁게경쟁하고 있다. 둘째는, 생성모델의 약진이다. 과거 일반적인 인공지능모델은 ‘판별모델’이었다. 데이터가 주어지면 그 데이터에서 최대한 정보를 추출하여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성모델은 소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불규칙한 노이즈에서 목표로 설정한 의미있는 영상이나 정보를 생성해낸다.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문장을쓰면, 그대로 그림을 그려주는 ‘스테이블 디퓨젼(Stable Diffusion)’, 질문에 답하는 챗GPT 등이 생성모델을 활용한 예이며 보다 상호작용적인 응용이 쏟아질 것이다.세번째는 설명가능한 모델이다. 의사결정에 인공지능이 더 활용되면서 특히 딥러닝의 블랙박스 성질은 문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딥러닝이 특정 주식이 크게 오른다고 예측한 경우, 왜 그렇게 예측했는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단순히 인공지능의 결과만을 믿고 거금을 들여 선뜻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천문학적인 매개변수간의 복잡한관계를 통해 어떤 결과를 예측하는 딥러닝의 특성상 모든 결과는 블랙박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결과와 함께 왜 그런 결과를 예측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같이제공해주는 기술인 ‘설명가능한 AI’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흔히 어떤 특징변수의 어떤 값이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했는 지에 일종의 리버스엔지니어링까지 동원된다.앞으로도 AI의 여러 트렌드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겠지만, AI 본연의 기능은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맥락에서 전술한 세가지 키워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요한 과제로 연구될 것이다.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략경영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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