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축구산업으로 본 ‘글로벌 밸류체인’ 중요성](http://www.ekn.kr/mnt/thum/202307/2023080901000442200020611.jpg)
축구 팬들에게 최근 잇따라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두 번의 멋진 헤딩골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규성 선수가 유 럽 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이강인과 김민재 선수가 엄청난 몸값으로 유럽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이적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남의 나라 선수일로만 여겨지던 이야기들이 한국 선수들에게도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축구 팬의 입장에서 놀랍기도 하고 가슴 뿌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을 국제사회와 한국의 경제, 그리고 글로벌 밸류체인 개념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구단은 브라질 선수 영입을 위해 이강인 선수를 급하게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키려했다. 이 구단은 이강인을 영입하고자 하지만 이적료가 부담스러운 마요르카 구단에서 당장 현금으로 이적료를 받는 대신,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해당 이적료의 10%를 받겠다는 ‘셀온’(Sell-on)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렌시아가 이강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마요르카는 이 조건을 고민하지도 않고 선수를 이적료 없이 받아들였다. 최근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망은 이강인을 영입하면서 마요르카에 이적료만 2200만 유로를 지급했다. 애초에 발렌시아가 마요르카와 셀온 조건에 합의했더라면 그들도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민재 선수는 중국과 터키 리그를 거쳐 이탈리아 리그 나폴리에 입단한 첫해에 팀에 33년만의 우승을 안기고 최근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적할 당시 60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발생시킨 김민재는 이후의 이적으로 꾸준히 원래 소속인 전북 구단에 이익을 제공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연대기여금’ 규정에 따르면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이적료 일부를 선수 육성에 참여한 학교와 구단에 배분해야 한다. 김민재가 처음 프로선수로 뛰었던 전북 구단은 이 규정으로 상당한 수입을 꾸준히 얻는 셈이다. 축구 산업은 선수 발굴과 이적, 국가와 지역별 리그, 중계방송과 광고, 축구용품과 유니폼 등의 생산과 판매 등으로 운영된다. 전 세계에 이윤이 누적되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복잡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중동 국가와 같은 국제축구계의 ‘큰 손’ 들도 유럽 최고 구단을 인수하거나 자국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이적료를 앞세워 유명 선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리그는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는데, 이 네트워크의 일부로 한국 사회도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다. 앞에서 언급된 사례들과 셀온 조건 등은 한국 축구와 스포츠 산업에 수익을 창출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런 수익창출의 연결고리는 축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 차원에서 일반 경제에도 적용된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국제사회에서 여러 경제와 산업이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국가 및 지역 간 산업의 연결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누적시키면서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산업과 경제의 의존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이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자원이나 가공공정의 조합으로 이뤄지며 다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축구 산업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생산 과정에 참여한 특정 산업이나 단위는 그 과정의 중요도 등에 따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어느 산업이 제품 관련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을 담당한다면, 그 부분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가 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들이 국제적 생산의 어느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하고, 연계된 과정이나 산업에서 셀온 조건과 같은 융통성 있는 합의를 주도해 도출해낼 협상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셀온 조건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며 그것으로 이윤을 누적시키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U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