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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딤펀드가 노후 준비의 ‘진짜’ 디딤돌이 되려면

금융투자협회가 '디딤펀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퇴직연금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펀드명이 우선 직관적이다. 국민의 노후 준비에 디딤돌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디딤펀드'로 이름 붙였다. 디딤펀드는 금투협의 지휘 아래 지난달 25일부터 자산운용사 25곳이 일제히 내놓은 펀드다. 퇴직연금을 주식, 채권 등 자산에 분산투자해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의 85% 이상이 초저위험군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다. 노후 자금인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심리가 작용해서다. 협회는 디딤펀드를 통해 원리금보장형에 담긴 자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옮겨 국민들이 자산을 증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디딤펀드의 콘셉트, 펀드 조건 등을 논의해왔다. 서유석 회장이 취임 당시 공약으로 디딤펀드를 제시했던 만큼 올해 협회의 핵심 사업이 될 전망이다. 디딤펀드라는 명칭도 서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딤펀드의 핵심은 안정성과 수익률이다. 운용사별로 대표펀드를 하나씩 출시했는데 상품별로 자산 배분 비중이 다르고 수익률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부 상품은 ETF를 활용해 투자하기도 하고 물가상승률에 연 3% 수익률을 추가로 보장하는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지녔다.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복리 효과를 내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기존에 디폴트옵션이 가능한 타깃데이트펀드(TDF)와의 차별성이 모호해서다. TDF 자체도 아직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딤펀드로의 투자자 유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TDF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사들조차도 사업 추진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데 협회에서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부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아울러 디딤펀드는 아직 디폴트옵션으로 승인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협회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하다. 협회에서 직접 운용사들에게 디딤펀드 간담회를 해줄 것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오는 7일부터 자산운용사들은 각사의 상품을 소개하는 디딤펀드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어떤 사업이든 시작하기 전에 의구심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상품의 퀄리티나 운영 방식 등이 좌우하게 된다. 업계에서 공들여 준비한 만큼 디딤펀드가 그저 그런 보통의 펀드로 남지 않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신연수칼럼] 남며들다(남한에 빠져들다)

1989년 대학생 임수경의 방북은 남한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노태우 정부에서 가석방되고 김대중 정부에서 복권되었다. 그런데 당시 그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 이탈 주민들을 인터뷰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임수경의 복장, 말투, 행동을 보며 자유세계에 눈을 떴고, 당국이 주입한 인식에서 벗어나 남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회를 동경하며 탈북까지 하게 되는, 북한 사회 균열의 출발점이 되었다(김윤희, “북한에서 '임수경 열광'과 도전받은 집단주의", 2022). 북한 독재 정권은 자진 방북한 임수경을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하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TV로 중계하고 신문에 보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임수경은 저절로 굴러들어온 '홍보 수단'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훔쳐 간 '도둑'이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임수경 현상'은 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이 뒷받침하고 독일 통일에서 현실화된 '접근을 통한 변화'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다. 접촉과 교류만으로 통일을 이룰 수는 없지만, 접촉과 교류 없이는 진정한 통일도 없다. 가장 강력한 통일 정책의 하나는 바로 북한 주민들이 '남며들다(남한에 빠져들다)' 되게 하는 것이다. ◇북한의 선전 도구였던 임수경, 정반대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훔쳤다 35년 전 임수경의 밀입북을 도왔던 임종석 전 의원이 오랜만에 통일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는 연설을 해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임 전 의원의 연설 전체를 읽어보면 '통일을 하지 말자'라기보다는 우선 평화공존에 집중하고 통일은 먼 훗날 검토하자는 얘기다. 당분간은 남과 북이 두 개의 국가임을 인정하고. 법과 제도도 그렇게 바꾸자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남북이 서로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논의가 오래된 만큼, 임 전 의원의 주장은 그다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더구나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39세 젊은이들은 '현 상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36.0%로, '통일이 필요하다'는 답(30.9%)보다 많을 정도로, 통일에 부정적이다. 1994년 이후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 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1단계 화해와 협력, 2단계 공존공영의 남북연합, 3단계가 통일로서 단계적, 점진적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일운동의 한 주역이었던 임 전 의원이 이 시점에 굳이 평화보다 통일문제를 앞세워 '도발적 발언'을 한 것은 현재 그의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또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헌법의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추진 조항까지 삭제하자는 제안은 너무 나갔다. 헌법을 바꾼다 한들, 비핵화 회담에서 늘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과 직접 담판하려는 북한이 '고맙다'며 남한과 대화하려고 할까. ◇한반도 평화와 점진적 통일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지도자는 없나 정부 여당의 대응은 더 한심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평화 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反)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굳이 국무회의에서 아무 직함 없는 민간인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평소 '반국가세력'을 들먹이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시도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는 윤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 추진을 위해 무엇을 했나? 접경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대북 전단 대 오물 풍선' 싸움이나 강 대 강 군사 대립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 비전은 북한이 흡수통일방안이라고 반발할 정책으로, 평화통일방안의 1단계인 화해 및 협력과 정반대 방향이다. 강력한 안보 태세를 갖추되, 미일은 물론 북한 및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마음을 사서 대화와 평화공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동서독 통일에는 서독의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이라는 진보-보수 두 주역이 있었다. 브란트는 동독과 교류 협력하는 동방정책으로 통일의 바탕을 만들었고, 콜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인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으면서 외교력과 유연성을 발휘해 통일을 이뤄냈다. 한국에는 통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뿐, 통일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는 없는가.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EE칼럼] 주택용 누진제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

주택용 누진제는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절약 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목적으로 1974년 11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누진단계 및 누진배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였는데, 2004년부터는 6단계 11.7배수로 운영되다 2016년 여름철 폭염을 계기로 3단계 3배수로 완화되었다. 이후 2019년부터 여름철에 한해 누진구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2년간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누진배율이 2.56배 정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비록 2016년에 누진제 구조에 큰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3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이며,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됨에 따라 주택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주택용 전기요금의 요금수준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요금체계의 왜곡된 구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앞으로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누진 단계별 기본요금에 대한 재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용은 저압 기준으로 1단계 910원, 2단계 1,600원, 3단계 7,3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기본요금 수준은 주택용의 원가구조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누진 1단계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910원의 기본요금은 전력공급에 따른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저압 기준) 2,500원 정도로 기본요금을 통일한다면 한전의 판매수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3단계 소비자의 요금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전력량요금 인하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본요금만 현실화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누진제를 더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둘째, 2016년 누진제 개편을 통해 누진배율이 완화되긴 했으나, 최소 1.5배수 이하가 되도록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가가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요금제에 대한 불신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전기요금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급격하게 누진배율을 완화하는 것은 요금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배율을 완화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과거 누진배수가 4~5배에 달했으나 약 10년에 걸친 요금 조정 과정을 거쳐 1.2배수 수준으로 완화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누진배율 완화는 단순히 3단계의 단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반드시 1단계 단가 인상을 수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1단계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다.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3단계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1단계 단가 인상을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이를 3단계 단가 인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나, 전기소비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불분명한 다수를 대상으로 요금헤택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주택용 복지할인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정연제

[특별기고] 한국남동발전의 미래

한국남동발전(주)에서 비상임이사로 활동한지 어느덧 3년 4개월이 되어 간다. 활동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생명줄 같은 전기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남동발전 임직원들의 모습이 어느새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생산은 안정적 연료 확보로 이어져야 하고 특히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발전소 관리·운영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부에서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부존자원이 적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분야가 바로 전력산업의 핵심인 전기생산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분야가 전력산업이다. 남동발전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연료비 폭증 및 석탄발전 조기 폐지,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라는 여러 현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사적인 노력의 집중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완화하는데 기여 했으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직원들의 고강도 자구 노력으로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증대, 2년 연속 부채 비율 개선(2023년 기준 124%)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4년 연속 '재난관리 분야 평가 최우수 등급' '5년 연속 감사평가 A등급' 등 공공기관 대상 정부 경영평가에서 해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32개 공기업 중 남동발전이 종합 1위를 획득했는데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등 평가 항목에서 골루게 탁월한 성적을 보여 줬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재무부분에서의 부채 비율은 2021년 147.7%에서 2022년 126%, 2023년 124.3%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 공기업이 적잖은 점을 고려할 때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 설비 운영을 통해 설비 이용률 향상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4만850GWh의 전기를 생산 했으며, 3만8422GWh를 판매해 5조7000억원의 전력 판매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전력 생산량과 판매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량 58만8232GWh의 6.9%이며, 남동발전이 전체 판매량 54만3973GWh의 7.1%를 점유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이와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이제는 더 큰 미래 에너지산업에 도전해야 한다. 전기생산에서 전기와 열 등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전력산업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 핵심은 AI 전력, 신재생에너지,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그리고 전력산업 관련 소재 등이다. 왜, AI는 전기 먹는 하마가 되었는지부터 고민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2022년 11월 챗(chat) GPT가 최초로 출시되고 세계에 생성형 AI 열풍이 확산되면서 빅테크들은 앞다튀 AI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열풍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이어져 2026년까지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용 데이터센터는 딥러닝(머신 러닝의 방법 중 하나)을 반복 수행해 기존 연산 대비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6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 3449TWh에서 AI용은 530TWh(15.4%)를 차지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AI발 전력 수요 증가는 데이터센터 구축 및 다양한 경로에서 에너지 및 소재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신재생에너지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넷제로를 이행할 현실적이며 경제적인 방안으로 원전의 준공 연한 (7~11년) 대비 재생에너지는 2~4년으로 짧고 발전원가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미국이 2026년 5조2000억달러 등 유럽 및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총 발전량 증가분 1462TWh에서 AI용은 262TWh(17.9%)로 예측하고 있다. 셋째,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망 사업이다. 전력망은 전력을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중요 인프라이다. 최근 광섬유망, 초고압 변압기 등 요구 변화에 기준 설비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IEA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의 3분의 1은 30년이 넘은 구형이며, 유럽도 절반 이상이 구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 전력망 수요는 선진국의 노후 대체 수요와 신흥국의 신규 수요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투자는 2026년까지 420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2026년 아시아 1800억달러, 북미 1100억달러, 유럽 900억달러, 그리고 남미 220억달러, 아프리카 160억달러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째, 에너지산업에서의 소재이다. 핵심광물은 성장하는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필수 원소로 빠르게 자리 매김하며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의 전력망,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최근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바나듐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동 개발 및 실증사업 추진 협약을 맺었다. 국내 에너지기업도 ESS 시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차전지용 핵심 소재의 수요 비중은 구리(45%), 리튬(87%), 니켈(50%), 코발트(59%)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가 전망된다. 남동발전이 현재처럼 발전소 운영·관리와 건설에만 집중 한다면 변화하는 미래 에너지산업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를 보고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 미래 에너지산업은 'AI형 확산'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그리고 '에너지 및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해상풍력, 태양광, 양수발전 등)사업, 전력망 사업, 친환경 에너지 소재사업 등에 진출해 보다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에너지 기술개발과 수소 및 암모니아 사업, 수소연료 저장 공급 시스템 사업(수소연료 기술 센터 등) 등 수소 분야 연구와 사업화 등을 통해 종합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지난 3년 4개월의 기간이 개인적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한 과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묵묵히 일하는 임직원들의 도움에서 나온 것이다. 전력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기에 수 많은 회의와 현장 방문, 반복할 수 밖에 없었던 질문에도 불구하고 잘 응해준 임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한국남동발전의 더 큰 성장을 기원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데스크 칼럼] 이상한 나라의 국회의원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4년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가 14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던진 말이다. 국내 코미디계의 1인자였던 그가 국회에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은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미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웃음을 주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는 의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00만원 이상이 될 경우 초과 액수의 22%부터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중이고.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등 여(與)당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큰손들의 이탈 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둘 다 이해 가능한 의견이라면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투세 시행을 주장 중인 야당의 행보다. 내부에서조차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고, 지난 2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금투세 시행 토론회에서는 온갖 구설을 만들어내며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번 민주당의 토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생 모의재판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었다. 당내 찬·반 의원들 간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 그쳤다. 말 그대로 약속대련에 불과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한마디는 이날 토론회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인버스는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를 최근 주택가격에 견주어 보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시기 왜 서울에 집 한 채 사지 않았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아냥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금투세 논란으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은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지난 지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폐지'(34.0%) 또는 '유예'(23.4%)가 필요하다는 비율이 57.4%로 나타났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국장은 답이 없다"라는 한 투자자의 말이 모든걸 대변한다. 한국 증시만 소외받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훼손하는 금투세 도입이 현재 상황에서 과연 적절하냐는 거다. 실제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0.20%(5.5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12.26%(4623.46포인트)가 올랐다. 금투세 도입을 철회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연초 이후 27.36%(4903.42)가 뛰었다. 급한건 세금이 아니라 시장 안정화다. 전환사채(CB) 등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시장을 훼손하는 좀비기업들, 이슈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테마주의 난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제까지 여의도발 코미디에 쓴웃음을 지어야 할까. 정치인들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기자의 눈] 22대 국회 ‘국감 시즌’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주길

국정감사(국감) 시즌이 왔다. 국회의원들이 국가 기관을 감사하고 문제점을 파헤쳐 바로잡는 시기다.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검사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 제출 또는 증인 출석·증언이나 의견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기회를 '정치쇼'로 이용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여야 간 정쟁만 거듭해 '국감 무용론'이 확산된지 오래다. 황당한 통계를 가져오거나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윽박만 질러 빈축을 사는 의원들도 있다. 전문성 없이 상임위원회에 배치돼 '사고'를 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올해 역시 시작도 전에 일이 터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율이 30% 미만이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는 90%가 넘었던 것이다. 일부 축사와 국가유산 시설 화재 점검 시행률이 0%대라는 등 강렬한 내용이 많아 다수 언론사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상태였다. 아쉬운 점은 박정현 의원 측 대응 방식이다. '정정보도요청'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 숫자 산정에 오류가 있었고 실제 90%를 넘는 것으로 확인해 이를 바로잡습니다"고 밝혔을 뿐이다. 다른 조치는 없었다. 의원실에 “업데이트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왜 '정정보도요청'이냐"고 묻자 “자료 제출이 잘못됐다"며 책임을 회피하느라 바빴다. 국감은 의원들이 형사이자 검사가 돼 피감 기관들을 감독하는 일이다. 건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의미가 아무리 퇴색됐다고 해도 의원들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이에 임해야 한다. 초선들이 국감을 하고 나서야 국회의원의 진정한 힘을 깨닫는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아리셀 공장 화재 등 굵직한 사건이 일어나 소방시설 점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있는 시기다. 통계 작성 등에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신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책임감도 보였어야 한다. 박정현 의원실의 '뭐 어쩌라고 행보' 탓에 아직도 온라인상에는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들이 남아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국민들이 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성우 칼럼]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기후위기를 실감케 하는 9월 무더위 속에서 지난 4일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서밋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기후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에너지(CFE) 시대'라는 주제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정부와 공동 개최해, 50여개국 500여개 기업 포함 국내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리더들이 참석했다. 마침 필자는 CFE서밋과 기후서밋에 각각 연사로 초대되는 바람에 에너지와 기후를 흥미롭게 연계할 기회가 생겼다. CFE서밋에서는 지난 8월 BloombergNEF가 발간한 보고서(Clean Electricity Breaks New Records) 통계가 인용되었다. 2023년 전 세계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무탄소 에너지원이고, 이는 태양광과 풍력 13.9%, 수력 14.7%, 원자력 9.4% 등으로 구성된다는 통계로, 그 비중은 브라질 및 프랑스 등은 75%가 넘는 반면, 인도 및 멕시코 등은 25%에 못 미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에너지는 대표적인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 경쟁력에 중요 요소인데, 최근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무탄소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도 중요 요소로 추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서밋에서는 투자자 및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후공시가 화두였다. 즉, 투자자나 소비자가 투자의사결정이나 제품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기업이 공시한 기후전략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기후공시규정들이 소개되었는데, 대표적인 공시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기후 영향, 탄소가격 전망, 경영층 관여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술한 두 서밋의 연계점은, 기후공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탄소함량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의무공시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예로 들어 보자. CSRD는 EU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인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전기사용으로 인한 배출(Scope2)의 경우 절대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 보고가 달라지는 셈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인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구매하거나 획득하여 사용한 전기, 증기, 난방 또는 냉각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그 절대배출량을 공시 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다. 바람이나 태양 등 자연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력 발전의 비중도 현저히 낮고, 전력인프라 건설시 주민 합의가 어렵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발전지역과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사정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 되기 시작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전력망의 무탄소 비중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과 국내 여건과 차이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필요한 요소 1위라고 호소한 배경이다. WCE 환영만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는 엄마와 아빠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환영만찬에서는 뻔한 이야기로 들렸었는데, 상술한 두 서밋에 참석해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을 확인하니 비로소 사무총장의 말이 선명해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에너지와 기후가 연계되어 가중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김성우

[기자의 눈] 믿음 못주는 체코 원전 수주, 왜?

15년 만의 해외 원자력발전 수출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권과 업계, 국민들에게 강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 저가 수주 등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말끔하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직접 체코를 방문해 현지 대통령과 총리들을 만나고 '원전 동맹'을 구축하며 최종계약까지 자신했음에도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관련주들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줄곧 주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제기하는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업 수익률과 투자 금액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계약관계가 있지만 자신이 있다면 어느정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24조원'(4000억코루나)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국이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상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체 24조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자금조달 등 사업 리스크의 책임을 발주자인 체코가 지지 않고 공급자인 우리나라가 지게 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여기에 발주처인 체코가 미국과 프랑스의 공격으로부터 최종계약까지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와 최종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EDF는 한국의 제시 가격을 문제 삼는 건 물론이고 입찰 절차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신들의 기술을 가지고 한국이 우선협상을 했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시 특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계인증 외에 원전에 대한 특허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이슈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제거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전 수출의 경제성 분석을 보다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 리스크를 발주자가 부담하는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들

최근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는 민간소비 부진이다. 민간소비 부진의 직접적 원인은 고물가이다. 고물가는 높은 원달러 환율 지속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다. 곡물, 석유 등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여건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도입단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여파로 민간소비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과 함께 성장의 한축인 민간 소비의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동향을 판단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 지수 변화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3%나 낮아졌다. 특히, 동 지수는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역대 최장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로인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이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최근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국군의 날의 임시 공휴일 지정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오히려, 정부는 일시방편적 대책보다는 민간소비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첫째, 소비자의 신용카드 일시불·할부거래 결제를 늘리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10%에서 20%로 2배 인상했다. 비교적 적절한 대책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불·할부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에 대한 사업축소가 문제이다. 실제로 카드사는 무이자 할부·할인·포인트 적립 등 신용판매 관련 소비자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로인해 신용카드 일시불 거래의 금년 1분기 성장률은 8%에 그쳤다. 전년도의 15%의 성장률에 비하면 가파르게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자동차·가전 등 고가의 내구재 구입시 이용하는 신용카드 할부거래 성장률도 올해 1분기의 경우 3.7%였는데, 이는 지난 2022년의 12%에 비해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일시불·할부거래를 축소한 대신 카드사들은 카드론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신용판매 부문의 낮은 수익성을 카드론이라는 높은 수익으로 보전하려는 카드사의 영업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후불결제가 보편화인 국내 소비행태를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일시불·할부거래의 신용판매부문을 축소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무관치 않다. 동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평가하여, 시장 상황에 맞게 수수료율을 재조정한다는 당초 취지가 있었으나, 실제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 인하되어왔다. 더욱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우대 가맹점의 비중도 96%까지 늘어났다. 신용판매 부문에 소요될 영업자금 확보를 위한 조달비용이 증가한 최근 상황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신용판매 부문보다 카드론 등 대출성 현금부문에 카드사의 사업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시불·할부거래에 대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결제수단으로서 신용카드에 대한 혜택을 줄여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하는 신용카드 사용의 유인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올해 8월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로 2.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김밥, 칼국수 등의 최근 가격은 3년 전 가격에 비해 20% 이상이나 상승했다.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은 대체로 영세한 편이며,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형 스낵업체와 같이 불황기에 대량의 원자재를 구입하여 구매단가를 낮추거나, 자동화 설비 확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이 없는 영세한 사업 단위가 많아 원가 상승시 이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영세 자영업자의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외식물가 상승세를 더욱 심화시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급증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이후 한번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담대의 급증을 불러왔다. 또한, 향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담대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비용 및 주담대 이용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계기가 된다. 결국,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민간소비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요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즉, 신용카드의 일시불·할부거래 이용률 둔화,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서지용

[EE칼럼]한은 총재 지적 구조적 문제, 에너지 분야도 예외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신용정책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위해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6월에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서 농산물 물가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즉,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까지 하였다. 한편, 지난 8월에는 대학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춘 선발기준을 제시하였다. 입시문제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집값 상승,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이창용 총재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본래 중앙은행이란 발권과 통화량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등의 통화신용정책을 관장하는 곳인데 이런저런 분야까지 간섭하는 것은 한은의 본질적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이 장기적인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이 문제들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문제들이 수십년 간 누적되면서 통화정책 같은 단기 거시경제 정책에도 선택을 제한하는 수준이 됐다고 진단하였다. 필자는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우리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압력단체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 이를 조금이나마 바꾸려 할 때 엄청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난다는 점을 이번 의대 정원확대 파동을 통해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한은 총재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런 제도적 개선을 하나씩 둘씩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OECD와의 비교를 통해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낮은 공공요금을 환영할 법하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즉,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분야의 구조적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올 4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6월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만 127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한지 한전은 발전회사에 줄 전력 거래대금 지급일정까지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연료비를 가스공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대한 대금일정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폭탄 돌리기가 에너지업계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1982년에 출간된 '개발년대의 경제정책: 경제기획원 20년사'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 첫머리 부분을 읽고 아연실색하였다. 1955년의 가장 큰 문제가 가격의 이중구조였는데 자유경제체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환율, 저금리, 저곡가(低穀價), 저공공요금정책을 추구한 결과 자원배분면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곡가를 제외하고는 무려 70년 전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미루고 미루어서 지금까지 온 셈이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의 공공요금인 전기·도시가스 값이 낮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배분의 문제점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은 이 총재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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