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신용카드 이용이 줄고 있다. 10%를 웃돌던 지난 2021년 신용카드 이용(금액 기준) 증가율은 2024년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2025년 들어서도 이용률은 4월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5년 2월말 기준의 신용판매 이용실적은 전월대비 3.5% 감소하는 등 신용카드 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20~40대의 신용카드 이용은 2024년 3분기를 계기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해당 시점에 전년동기 대비 9%나 감소한 바 있으며, 30~40대도 동 기간동안 신용카드 이용이 줄었다.
민간 소비의 판단 지표인 신용카드 이용실적 부진은 대체로 카드사의 부가 혜택 축소와 관련 있다. 합리적 소비에 익숙한 20~40대 소비자는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개월수 단축, 할인 및 포인트 축소,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소위 '알짜카드' 단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존 6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 기간은 최근 3개월로 줄었다. 최근 3년간 국내 카드사들은 약 80건의 부가서비스(포인트 적립, 할인, 캐시백 등) 축소 및 폐지를 신고했다. 지난해 동안 국내 카드사는 595종의 카드발급을 중단했다. 이는 이전년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이다. 카드사는 저렴한 연회비 대비 혜택 많은 '알짜카드'를 비용절감 차원에서 단종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소비심리와 내수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의 가계소비심리지수(CSI)는 93.8로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인식해 소비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민간 소비현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감률도 감소세를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동 지수(계절조정지수: 계절별 소비패턴 등 일시 변동을 배제한 실질적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2.4%이다. 동 기간중 승용차·가전제품·통신기기 및 컴퓨터를 포함한 내구재 지수 증감률은 –3.9%이다. 통신기기 및 컴퓨터의 지수 증감률은 무려 –28.9%이다. 이는 민간 소비 부진의 중심에 내구재 소비 부진이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가의 내구재 소비 감소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신용판매 감소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 연구는 카드사의 비용절감을 위한 소비자 부가 혜택 축소가 내구재 소비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한다.
결국,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되는 신용판매 부진은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와 관련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규모 카드 가맹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율 규제인 적격비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3년 주기로 시행되며, 카드사 신용판매업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를 초래했다. 적격비용 제도 시행 후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격비용 제도가 당초 취지인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도록 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는 것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 인하가 진행되어왔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업의 수익성 감소로 소비자 부가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오히려 카드론 등 고금리의 수익 마진이 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는 신용판매 촉진을 위한 가맹점 지원행사 축소 등 각종 마케팅 활동도 줄이면서, 카드 소비자의 신용카드 이용 유인을 낮추고 있다.
신용판매 수익성 부진을 보존하기 위한 카드사의 카드론 공급 증가는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도 이어져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 등 국민경제에도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대출채권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손 발생에 따른 위험관리비용 보전을 위해 카드 소비자 부가혜택 감소에 더욱 주력하며, 소비자 후생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서민 등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 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전년동기 대비 7.6%나 감소했다. 이는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또는 불법 사금용 이용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의 소상공인을 위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진행중인 적격비용 제도는 민간소비 부진과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인한 폐업률 증가, 카드소비자에 대한 부가혜택 축소, 중금리 대출 이용 제한이라는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빠른 시간내에 적격비용 제도의 대폭 개선 또는 폐지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