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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외부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다. 조합과 시공사들의 추가 공사비 인상 분쟁으로 촉발된 상황이 시공사들의 공사 중단, 공사 지연에 따른 막대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과 높은 일반 분양대금으로 인한 청약 경쟁률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합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관련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하루가 멀다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분쟁은 그만큼 정비사업에 걸린 이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비사업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공법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공익보다는 정비사업의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때때로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장 등 조합 임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도 한다.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를 받는 시공사와 용역업체들 역시 비대칭적인 정보와 자금력으로 협상에서 우위에 섬으로써 더욱 큰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향해 질주하다 보니 분양가는 치솟고, 일부 조합 임원들은 부정한 돈을 챙기게 된다. 정비사업 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가 아닌 시공사와 용역업체들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기형적 사업 구조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손해를 입기도 한다.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들이 계약 전후로 갑을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조합 임원과 업체 간 유착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필자는 2015년부터 서울시 등에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40여 개의 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최초 실태점검 당시에는 조합 운영의 기준조차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조합 임원들의 전횡을 막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계속되는 도시정비법의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칙 제정으로 조합의 업무 투명성과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가 추가되면서 조합 운영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하지만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조합 임원들이,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조합원을 대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정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비록 도시정비법은 중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직접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상당수 조합원이 안건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버린다. 결국 사실상 조합 임원들의 의사대로 조합이 운영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내부 감사만으로는 견제도 쉽지 않다.많은 이권이 자리한 곳에는 여전히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구조 속에서 조합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부패를 예방하려면 법과 행정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감사가 조합 임원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법률감리라는 이름으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외부 법률감사는 본인인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여 본인-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조합 임원들과 장기간 법적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어 한계가 드러난 내부 감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조합만이 아니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은 관리비로 다양한 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는 경우들이 있다. 경기도 시·군의 공동주택 관련 감사를 나가보면 계약 관련 문제들이 적발되기도 하는데,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저변에 부패의 조짐이 보이는 사례도 있다. 계약만이 아니라 선거 관련 민원 역시 빈번하게 접수되는데, 이권에 접근할 기회가 엮여 있어 더욱 치열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이런 문제는 단지 조합이나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의 선의에 기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 내부의 자정 기능이 한계에 이른 지는 오래됐으나, 조합원들과 입주민들은 추가되는 비용이,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은 자신들을 감시할 새로운 역할의 등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아 왔듯이 이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 외부 법률감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과 공동주택의 부정부패를 예방할 사회적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EE칼럼] 전력산업 위기, 요금 정상화·수요관리로 극복해야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유럽과 중국, 인도, 텍사스 등에서는 전력 부족과 대규모 정전을 겪었다.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유럽과 전 세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40퍼센트나 의존하던 유럽연합(EU)은 급하게 미국과 중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선을 돌렸고, 그 여파로 세계 LNG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따라 전기요금 급등, 전력수급 불안, 산업체의 가동 중단, 전력회사들의 재무 위기 등 130여년의 전력산업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 독일을 포함한 EU 주요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바야흐로 에너지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결합되는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지구촌을 돌아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공급력 부족으로 전력공급의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전력산업의 목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나마 미국 등 소수의 천연가스 부국만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115원/kWh 정도로 전년 동기간 대비 7% 상승에 거쳤다. 반면, EU 국가들의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260원/kWh 수준으로 전년보다 44% 정도나 올랐다. 심지어 그리스는 420원/kWh, 139%나 폭등하였다. 독일도 올해 7월 대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였다. 주택용은 37.30ct/kWh(500원/kWh 내외), 산업용은 40.05ct/kWh(540원/kWh 내외)까지 인상되었다. 작년 대비 각각 16%, 87% 오른 것이다. 그나마 부담금 및 세금의 인하로 이 정도에 머물렀다. 에너지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EU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지불하고 있다. 가격 인상 등으로 올해 상반기 EU의 전력소비는 0.5%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4% 정도나 증가했다.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아 역대 최대가격인 LNG 수입량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적자 24.7억달러는 순전히 에너지 수입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와 EU의 대응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적자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발전사업자의 수입처인 도매전력시장 가격의 규제, 소위 SMP 상한제의 도입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생산자인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인 한전 등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그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전은 30조 원, 가스공사는 10조 원, 지역난방공사는 수천억 원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채권 발행으로 사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긴급하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민간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가 된다. EU와 일본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소비 절약과 수요 관리를 적극 유인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소비자 요금을 직접 감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제반 부담금, 세금 등을 감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충격이 큰 독일은 350조 원 이상,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100조 원 이상, 스페인은 50조 원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전력회사들에게는 긴급 유동성 지원에서부터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여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즉,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소비자, 기업, 전력회사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부담금 감소 등을 도입하고 있다.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에너지 안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최종소비자에게 적정한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여, 이들이 혁신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절약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과 재정의 지원이다.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을 가능한 빨리 바로잡아야 이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기자의눈] 빌라왕이 남긴 전세제도의 경각심

화곡동 세모녀, 빌라의 신, 빌라왕 등 전세사기범들이 갖가지 타이틀로 세입자를 울리고 있다. 깡통전세에 속지 않으려고 세입자들이 전세반환보증보험까지 들고 있지만 이번엔 집주인 급사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최근 1139채 빌라를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 43세 김모 씨는 지난 10월 한 호텔에서 급사한 후 약 400여명의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공중분해했다. 미반환 의혹 보증금이 약 2000여억원에 이른다. 불과 3년 만에 1000채 이상을 매입했다고 전해져 일각에서 주장하는 배후설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전세사기범의 만행에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모 씨가 돌연 급사하는 바람에 세입자는 ‘계약해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정상적 대위변제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온갖 제도를 내놓았지만 또 다시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해결책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세입자 중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선순위 근저당이 없는 경우 대항력이 있기에 거주는 계속 가능하다. 시간을 벌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절차에서 낙찰대금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 아니면 연속 유찰된 집을 직접 낙찰받는 고육지책도 있다. 상속인이 한정 승인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최소 2∼3년 안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빌라왕 정도 타이틀이 되니 대책은 신속하게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법무부는 빌라왕 피해구제 방안으로 법률지원 TF까지 만들어 전세금 반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지역별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 활동도 역동적이다. 최근 경찰청은 특별단속 4개월간 349건 적발, 804명 검거, 78명을 구속했다. 지금도 전국 391건, 1261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그럼에도 빌라 전세사기범들이 즐비하다. 세입자의 눈물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쯤 되니 전세제도가 두려워진다. 입지가 좋은 신축빌라에서 전세자금을 이용해 신혼생활을 꿈꿨던 주변 지인들이 월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세입자가 마음 편하게 전세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 홍보에 얼마나 더 열을 올려야 할 것인가. 전세제도를 단계별로 폐지하는 방안은 이른가.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가 폭증할 수 있고 목돈마련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세, 꼭 앞으로도 가져가야 할 제도인가 빌라왕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자의 눈] 한국의 우주개발사업,

한국의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지난 17일 달 궤도 안착을 위한 1차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정상 수행했다. 1차 진입기동은 다누리가 달의 중력에 포획돼 달을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핵심 임무다. 지난 8월 여정을 시작한 다누리의 최종 성공 여부는 이달 29일 판가름난다.한국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성공과 함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세계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정부는 우주산업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고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하는 등 민간기업 주도 우주개발 체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정부의 우주개발사업 성공의 달콤함도 잠시, 벌써 불협화음이 들린다. 지난 1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산하에 2실, 6부, 2사업단을 두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차세대발사체사업단’이 신설되고, 누리호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한국형 발사체개발사업본부(발사체본부)는 내년 6월까지만 존속된다.이에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부서장 5명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 본부장은 "항우연은 조직개편을 공표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며 "250여 명이 근무하는 발사체본부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본부장 1명과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게됐다"고 주장했다.이런 추진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발사체본부는 나로호의 실패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항우연에서 독립시켜 만든 조직으로, 항우연과 내부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항우연은 이번 개편을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내홍’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계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우주관련 산업계는 "선진국에 비해 이미 수십 년 뒤쳐져 있는 한국의 우주산업이 가속력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기관이 노력해야 한다"이라고 주장해왔다.항우연은 향후 네 차례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해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만해도 6873억원이다.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의 연구원들은 우주개발사업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 성공적인 우주사업 진흥을 위해서는 이들의 화합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이승주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주52시간제 유연성 높여야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2018년 영세 사업자들의 피해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올해를 끝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당장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영세업체들은 추가 인건비와 심각한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불법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던 영세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중앙회 등 여러 중소기업 단체가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 연장을 강력히 요청하고, 국회 앞에서 일몰폐지 촉구대회까지 열었으나 정치권의 반대로 기한 연장 여부는 미지수이다.근무시간이 길면 피로가 누적되고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69시간 이상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로자 대비 우울증상 위험이 2.05배, 자살충동 위험이 1.93배 높은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충동 위험이 0.55배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주 41~48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주 35~40시간 근무자보다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10% 높고 주 55시간 이상 근무자는 뇌졸중 위험이 33%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 의원은 2017~2021년 사이에 한국에서 과로사한 근로자는 모두 2503명으로 매년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굳이 이러한 연구와 주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근로시간을 줄이고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은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거래처 요청, 업무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론적으로는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작업량을 조절하고 미리 예비 근로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력 충원에 필요한 인건비의 확보가 쉽지 않고 그마저도 인력난이 심각하여 근로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추후에 업무량이 감소하여도 쉽게 고용관계를 해지 할 수조차 없다. 무노동 무임금의 대전제 아래에서는 근로시간의 감소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획일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주 52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워라밸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행복한 삶의 추구이며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서는 휴식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일과 휴식’ 간의 균형은 국가가 지시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과거 전통적인 공장형 근무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주 52시간제는 사실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MZ세대가 주축인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근무시간을 회사와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여도 과거처럼 사용자가 강제적으로 장시간 연장근로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논의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현행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를 한 달에 52시간으로 유연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최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이론상 1주일 최대 69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므로 과로를 우려하는 비판적인 주장도 있으나, 총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는 기존 1주 12시간의 경우와 동일하므로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이를 유연하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장근로시간의 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 집단의 의견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서 적정한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장은 어려움에 처한 영세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서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을 막아야 한다.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EE칼럼] 에너지 기술혁신 촉진할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을

혁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그것을 개발해 실용화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기술 혁신이란 기존 제품의 개량, 신제품의 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경쟁우위의 제품을 창출하는 기술적 진보를 의미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분야의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 하에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은 에너지안보의 확보, 환경보호, 기후변화협약에의 대응, 국가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기란 전자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이 전기인 것이다. 이러한 전기의 속성으로 인한 전력의 특징은 계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통연계란 둘 이상의 전력 시스템 사이를 전력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로를 통하여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시스템 상호 간을 송전선, 변압기 또는 직교 변환 설비 등에 연결하여 계통을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통연계로 인하여 전력분야의 새로운 기술이나 설비를 개발하였다 하더라도 신기술이나 설비의 성능을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아직 검증되지 아니한 새로운 기술이나 설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백 억 원에 달하는 기존의 발전설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전 등 전력계통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에너지 기술 및 설비에 대한 테스트베드(Test Bed) 실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테스트베드란 과학 이론의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각종 신기술 및 시제품의 성능, 효과, 안정성, 양산 가능성, 편의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환경, 공간, 시스템, 설비 등을 의미한다. 전력분야의 테스트베드 실증 시스템 구축의 방법으로 수명이 다 된 발전소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수명이 다 된 발전소는 점차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수명이 다 된 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일정한 절차 및 심사를 거쳐 실증 테스트 베드로 재탄생 시킨다면 신기술, 새로운 설비의 성능을 검증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 시우덴 발전소는 유럽연합(EU)와 스페인의 공동출자로 발전설비 실증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한편 에너지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새로운 에너지기술, 에너지 설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6개의 발전회사는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는다. 발전 공기업은 매년 국정감사를 받고, 경영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새로운 기술, 설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국정감사시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하고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기술, 설비 수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신기술, 신설비 실증과정에서 예기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테스트베드 운영에 의무 위반이 없고, 사고 발생에 고의나 중과실이이 없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공공기관운영법’상의 경영평가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는 제도 정비를 통해 에너지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실증테스트베드를 통해 신기술, 새로운 설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상업운전이 아닌 실증테스트 과정에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증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에너지기술혁신촉진을 위한 재원을 에너지기술혁신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실증테스트 베드의 활성화는 에너지 신기술, 신설비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기술, 새로운 설비가 산업에 적용하였을 경우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혁신된 기술을 적용하였을 경우 에너지기업의 이익이 증대할 것이라는 데이터의 확인은 필수적 과정인데 테스트베드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정 이후 특수영역의 기술혁신 촉진법이 제정되고 있는 추세다.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 2020년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2021년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촉진법, 2021년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이 특수한 영역의 특성을 반영한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오늘날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 및 특성을 고려하면 에너지 분야 실증 테스트 제도 구축을 담은 에너지기술혁신촉진법을 제정할 명분과 정당성은 충분히 축적 되었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尹정부의 근로제 개편,

정부의 노동개혁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근로제도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위원회(연구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연구위의 권고안 중 최근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한 주 최대 가능한 근로시간을 현재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이다.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기존 ‘주’에서 ‘월’, ‘분기’, ‘연’ 등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일주일 기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이 방안이 도입되면 연장근로를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시간 단위을 ‘월’로 하자고 정하면 한 달 동안 48~60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보안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기자의 한 지인은 "예전에는 주 52시간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추가 근무를 해도 근로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연장근로시간이 확대되면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하지만 일각에선 최대 근로시간이 늘어나 업무 과중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선 예전 ‘구로의 등대’ 처럼 다시 ‘판교의 등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근로제도는 기업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시행 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주 52시간제도 적용 후 탄력근로제 등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다.그럼에도 게임개발사 등 콘텐츠 기업들은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게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개발은 총제작 기간 중 특정 시점에 일이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게임의 경우 개발 마무리 단계에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업데이트 작업이 집중된다. 기존의 근로제도로는 몰리는 업무를 한정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많은 게임 기업이 인건비 확대, 신작 개발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아직 권고안이 나온 것뿐이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기업과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부의 노동개혁 시도는 우려 속에서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기업의 업종별 특성과 근로자 환경을 두루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sojin@ekn.kr

[데스크 칼럼] 임인년 부동산 시장에 할만큼했다. 이젠 렛잇비!!

올 들어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와 원자잿값 폭등, 엎친데 덮친격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수급 우려 등으로 주택 경기가 역대급 냉각기를 넘어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한국은행이 ‘빅스텝’(0.5%p기준금리 인상)을 두 번 3개월에 걸쳐 두 차례 밟은 여파로 집값 하락은 사상 최대 폭을 갈아치우고 있다. 불과 작년만 해도 매도인이 부르는 게 값이었던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개 수도권과 지방권의 상승기는 디커플링 됐었는데 반해 2~3년 전부터 시작돼 올초 막을 내린 이번 대세상승기는 수도권과 지방이 커플링이 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만나면 부동산 이야기로 일색이었다. ‘지금이 저점’이니, ‘강북에 질러야한다’느니, 대한민국은 온통 주택매수 열풍이 불었고 청약시장에서도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다음 고민한다)이 대세였다.영원한 상승기가 지속될 것 같았던 부동산 열기는 올 들어 대출강화·금리인상 등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올 들어 30% 이상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고, 월간 전국 주택가격 하락 폭 역시 금융위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2주(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65% 하락하는 등 29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는 1.37%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빠졌다.전국단위로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분위기는 최악으로 향해하고 있다.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매·급급매가 속출하면서 주택가격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지역 해제, 대출완화와 더불어 마지막 보루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올초부터 일년새 2.75%p 급등하면서 사실상 DSR 역할을 하고 있어 DSR을 완화해도 별 효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떨어지는 칼날이 된 부동산 시장에는 백약이 무효다. 시장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 마무리되면 부동산 시장이 내년 하반기 저점이 되고,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하반기 멈춘다면 부동산 시장 바닥이 내후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제 등 규제가 더 풀리고 내년 상반기 거래량이 터질때 추이를 지켜보고 시장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4만7217가구로 전월 대비 13.5%(4만1604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말 1만7710가구 미분양과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 대부분에서도 특히 서울(719→866가구)과 인천(1541→1666가구)에서 미분양 물량을 키웠다.미분양 확산 속 거래절벽 현상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3만2173건으로 전월대비 0.7%(3만2403건)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달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과 대비하면 57.3% 감소로 절반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이렇게 된 건 건설사들이 금리가 낮을 때 수요를 고려하지않고 여기저기 아파트를 지은 영향도 크다. 하지만 지금은 껑충 뛴 대출금리 부담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거래절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푸니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매도 타이밍을 고민하다가 집값 하방 경직성 기대감에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게 되고 거래절벽은 되레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또 다시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장의 원리가 허물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정부도 할 만큼 했다. 때론 시장의 자정 능력을 믿고 그냥 놔둘 필요가 있다. 렛잇비. 제발 놔두자. 시장의 원리대로.

[EE칼럼] 신한울 1호기 가동과

경북 울진에 새로 건설한 신한울 1호기(1.4GW)가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보다 무려 5년 8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격납건물의 공극을 핑계로 5년 7개월이나 세워뒀던 한빛 4호기(1.0GW)도 지난 11일부터 되살려냈다. 새 정부가 공언했던 탈원전 폐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당장 전체 발전 설비용량이 138.86GW으로 늘어났다. 느닷없이 시작된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년 동안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 설비가 겨울철 추위에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야 내년 1월 셋째 주에 예상되는 최대 수요 94GW를 무난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의 경영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신한울 1호기와 한빛 4호기만으로도 한전은 매달 57.6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매달 35억 원의 전력 판매 수익을 올리고, LNG 전력 구입비 158억 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한전의 입장에서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3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갖춘 신한울 1호기를 완공한 것은 2020년 4월이었다. 2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작년 7월 9일의 원안위 허가에도 불구하고 상업운전을 16개월이나 늦출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일이었다.전문성 대신 망국적인 탈원전 이념으로 똘똘 뭉친 원안위의 허무맹랑한 몽니가 문제였다. 북한의 장사정포·미사일 공격과 비행기 충돌 테러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용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어처구니없는 트집 잡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안위가 마지막으로 문제 삼았던 것이 피동형수소제거장치(PAR)의 성능이었다. 독일에서 검사한 PAR의 성능이 원안위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공익제보가 핑계였다고 한다.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던 원안위가 ‘기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모든 기기의 성능은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원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기술 선진국인 독일에서의 검사 결과가 더 정확하다는 원안위의 인식은 패배주의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독일에서의 검사가 당초 원안위가 정해놓았던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익제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엉터리 제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만 한다.수소 농도가 8%인 경우의 성능 검사에 대한 논란도 낯 뜨거웠다. 원자력연구원의 보고서의 ‘측정불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PAR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소가 지나치게 빨리 제거되었다는 뜻이었다. 수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 때문에 화재·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황당했다. 격납건물 내부에는 수소 이외에 화재·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 재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원안위 때문에 한전은 지금까지 6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았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한빛 4호기를 67개월 동안 세워둔 비용도 3조 원에 이른다. 오로지 탈원전을 위해 공사를 어정쩡하게 중단시켜놓은 신한울 3·4호기의 매몰비용도 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무지와 이념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실과 부담을 떠안긴 원안위 위원들에게 무거운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탈원전 폐지는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살리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서둘러야 하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해야 한다. 포기해버렸던 천지·대진 원전도 무한정 미뤄둘 수 없다. 탈원전 폐지는 부실의 늪에 빠진 한전을 살려내고,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기자의 눈] 활시위를 떠난

"아침부터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들의 납품대금 연동제 법안 통과에 관한 유감 표명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 유감이다."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9일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하루 전인 8일 중소기업계의 14년 묶은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기업(위탁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에 주무장관으로서 보인 반응이었다. 개정 상생협력법은 납품대금에서 10% 이상 차지하는 원재료를 주요원재료로 정의하고, 주요원재료 가격 변동 시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약정서에 미리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내용을 담고 있다.법안이 통과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납품단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이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국무역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법안은 한국에만 있는 법률 리스크로 외국기업이 투자계획을 철회 또는 수정하는 등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폐지’를 거론했다.이영 장관은 SNS 글에서 "중기부는 지난 6개월간 이들 경제단체들과 함께 취지와 내용을 공유하며 꾸준히 협조해 왔다"면서 "마치 중기부가 일방적으로 해당법안을 밀어붙인 모양,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라고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에 일침을 가했다.특히, 개정법안 최종본 내용을 설명하던 날,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협·단체에서 ‘한 번 해 볼만한 안’이라고 반응을 나타낸 점을 상기시키며 "한 때는 정부부처 공무원이었던 일부 협회 관계자분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좀 당혹스러웠다"며 서운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어쨌든 ‘납품단가 연동제’라는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화살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 ‘과녁’에 명중될 지, 아니면 ‘허공’만 가를 지 알 수 없다.납품단가 인상을 ‘비용’이 아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통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하는 산업계 공감대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랄뿐이다.김하영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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