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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세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부동산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그 효용성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세포비아’ 확산으로 전세무용론을 넘어 전세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은 각종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구로·금천·중구·고양시·파주시·인천 동구의 빌라 월세 비중은 10%p 이상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확산에 따른 피해를 입을까 염려 때문으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자들이 월세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가능성이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205건 가운데 올해 1~6월까지 동일 단지·면적·층에서 1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3만7899건의 최고가 기준 보증금을 비교분석한 결과, 직전 계약보다 전세 가격이 하락한 거래 수는 전체 54%에 해당하는 2만30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 거래의 전세보증금 차액은 가구당 평균 1억152만원으로, 해당 금액을 거래건수(2만304건)에 대입하면 서울 지역에서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들이 돌려준 보증금은 총 2조6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시장이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역전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와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가격 수준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예정된 계약건의 58%인 1만6525건이 역전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 분위기가 국지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역전세난을 해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이 현상은 향후 1년 이상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대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 전세제도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소금 사재기? 어쩌다 이런 일이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사람이 사는 곳엔 늘 소금이 있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소금기둥 이야기가 나온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의인 롯은 천사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데리고 그곳을 탈출한다. 그때 롯의 아내가 천사의 경고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했다. 중동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사해가 있다. 죽은 바다(死海)라는 뜻이다. 사실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다. 소금기가 보통 바다보다 열 배나 높다. 동물과 식물이 살지 못해서 사해다. 염기가 높아 헤엄을 치면 붕붕 뜨는 느낌이다. 사해 남서쪽에 소돔산이라는 언덕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곳에 ‘롯의 아내’라고 부르는 소금기둥이 있다. #지명에도 소금이 들어간 곳이 많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소금(Salz)+성(Burg)이란 뜻이다. 주변에 잘차크 강이 흐른다. 19세기까지 강을 통해 소금을 운반하는 사업이 성행했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말그대로 소금호수 옆에 세운 도시다. 북서쪽에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있다. 이 호수는 미주대륙에서 가장 큰 염호(鹽湖)로 꼽힌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은 염창(鹽倉) 곧 소금창고가 있던 곳이다. 서해안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서울로 운반할 때 집하장 역할을 했다. 마포구 염리동(鹽里洞)은 소금 장수가 많이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금호수는 자원의 보고다.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자리잡은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는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세 나라에 세계 리튬의 60%가량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은 휴대폰, 전기차의 필수품인 배터리의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원외교가 활발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리튬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발 3600m 고지에 위치한 우유니 사막은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소금이 굳어서 사막처럼 보일 뿐이다. 비가 오면 소금 위에 물이 고이면서 하늘과 구름을 땅에 비추는 데칼코마니 장관이 펼쳐진다. #단어에도 소금이 묻어 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샐러리(Salary)는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서 나왔다. 로마 시대 병사들이 봉급을 받아 소금(Sal)을 사는 데서 유래했다. 동시에 당시 병사들은 봉급을 아예 소금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이국 땅 전쟁터에선 낯선 로마 화폐보다 필수품 소금이 교환가치가 더 높았다. 소금은 조개껍데기와 마찬가지로 1세대 화폐로 기능했다.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암염(巖鹽)으로 나뉜다. 바닷가 염전에서 나오는 게 천일염이다. 반면 영어로 Rock Salt로 부르는 암염은 내륙에서 마치 광물을 캐듯 채굴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히말리야 핑크 솔트 등이 암염이다. 우리나라엔 암염이 없다. #소금은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프랑스는 14세기부터 소금에 간접세를 매겼다. 이를 가벨(Gabelle)이라고 했다. 소금을 살 때마다 꼬박꼬박 무는 소금세는 원성이 높았다. 시민의 불만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졌고, 혁명 이듬해인 1790년 소금세가 폐지됐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1806년에 이를 부활시켰다. 그 뒤에도 폐지, 부활을 거듭하던 소금세는 1945년에 이르러서야 완전 폐지됐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1930년 소금행진을 이끌었다. 영국은 인도 내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오로지 영국산 소금을 수입해서 쓰도록 했다. 수입 소금엔 50% 세금을 매겨 비싸게 팔았다. 386km를 걸어간 간디는 주전자에 바닷물을 담았다. 이튿날 바닷물은 소금이 되었다. 인도 전역에서 소금세에 반대하는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영국은 1931년 소금세를 폐지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의 불똥이 소금으로 튀었다. 국내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이 동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후쿠시마 원전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전에 ‘깨끗한’ 소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판은 두 동강이 났다. 야당은 오염수를 ‘핵 폐수’로 부르겠다고 위협한다. 오염수 방류는 방사능 테러라고 목청을 높인다. 정부·여당은 야당이 광우병 괴담에 이어 오염수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할 전문가들도 둘로 갈려 티격태격이다. 일반 국민은 더 헷갈린다. 이럴 땐 최악에 대비하는 게 상수다. 그 결과가 소금 사재기다. 사실 이건 약과다. 방류가 시작되면 상당 기간 생선 소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공산이 크다. 어민은 물론 횟집 등도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 정치가 수준 이하인 것은 익히 안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니고, 국민의 먹거리를 두고 또 이렇게 싸울 줄이야. 어느 쪽도 광우병 파동에서 배운 게 없다.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정치에 진저리가 난다. 이재명, 교섭단체 대표연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괴담’ 치부하며 사법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 비겁하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대정부 질문에 답하는 한덕수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 총리는 야당 의원이 "안전이 검증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느냐"고 묻자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슈&인사이트] 대만 포모사 해상풍력 단지로 본 내러티브의 힘

대만은 50여 년 전까지는 ‘포모사(Formosa)’라고 불렸다. 포모사라는 지명은 포르투갈,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 기니 등에서도 발견된다.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Ilha formosa’에서 유래했다. 포르투갈은 유럽 국가 중에서 대만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포르투갈 선원들이 교역을 위해 일본으로 항해하는 도중에 대만을 발견하고 대만의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숲을 보고 ‘포모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지도에 대만은 포모사라는 이름으로 표기됐고 20세기 중반 유엔 등의 국제기구 회의에서도 포모사가 단독으로 쓰이거나 대만과 병행해서 사용됐다. 대만은 원래 중국인들이 살던 땅은 아니었다. 이스터섬의 거대 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한 태평양 원주민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이 살았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기원전 1만8000년 쯤에 중국 남부에서 시작해 기원전 5000년 무렵 대만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이들은 발달한 항해기술을 이용해 태평양 일대로 퍼져 나갔다. 원주민이 아닌 민족이 대만을 처음 차지한 것도 중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와 스페인이다. 북쪽은 스페인, 남쪽은 네덜란드가 요새를 만들어 점령했다. 이후 1642년에 네덜란드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대만 전체를 차지했다.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에 활약한 밀수무역 상인이자 해적인 정지룡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연회에서 큐슈의 한 사무라이 딸과 결혼해 아들 정성공을 얻었다. 청나라 정부군에 쫓기던 정지룡은 청에 사로잡혀 죽고, 아들 정성공은 900척의 배와 2만5000명의 병력과 함께 대만으로 이동해 네덜란드군을 쫓아내고 대만에 정씨 왕국을 건국했다. 이후 한족의 본격적인 이주에 따라 대만 원주민들은 서부의 평야지역을 떠나 동부의 산악지대로 쫓겨났고, 높은 산에서 산다고 해서 이들 16개 원주민 종족들을 모두 고산족이라고 부른다. 대만은 여러모로 우리와 닮았다. 우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30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있고 대만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TSMC가 있다. 1인당 GDP도 3만2000달러 수준으로 서로 비슷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를 넘는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점도 닮았다. 우리처럼 제조업이 발달하고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섬나라인 대만은 중국이 해상을 봉쇄하면 에너지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탄소중립과 더불어 국가 안보를 위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절실하다. 대만은 우리처럼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 산지다. 거대 산맥이 섬의 동쪽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봉우리의 평균 고도가 3000m를 넘고 가장 높은 위산은 3997m에 달한다. 산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육상풍력은 2021년 말 기준으로 796MW만에 불과하다. 4면이 바다인 대만이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서는 대만해협은 태풍과 거친 풍랑으로 유명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최대 난관이 대만해협이라는 얘기도 있다. 거친 바다 때문에 중국이 폭 170㎞쯤 되는 대만해협을 건널 수 있는 기간은 연중 두어 달밖에 안된다.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탄 스페르베르호는 대만해협에서 풍랑에 휩쓸려 표류하다 제주도에 상륙했다. 필자는 2019년 11월에 120MW 규모의 포모사 1 해상풍력 단지 준공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타이페이시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어촌마을인 먀오리현 주난에서 2~6km 떨어진 바다 위에 세워진 대만 최초의 상업용 풍력단지이다. 수심 15~30m 바다 위에 6MW 터빈 20기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 포모사 2 해상풍력 단지가 완공됐다. 포모사 1 단지 뒤쪽으로 8MW 터빈 47기를 설치해 총 발전용량이 376MW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했다. 1년에 7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써 대만은 단기간 내에 해상풍력 설치 용량이 504MW로 늘었다. 대만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포모사 3단지는 최대 2GW 규모로 2025년 운전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어 포모사 4단지는 최대 1.1GW 규모로 예정됐고 포모사 5는 기존의 고정식이 아닌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로 1.5GW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대만이 해상풍력 단지에 포모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를 지으시고 그 것 들에 이름을 지어주셨다. 사물의 본질과 특성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발휘된 사례다. 풍력 터빈은 사람마다 미적 기준에 따라 갈린다. 아름다운 풍광이 될 수도 있고,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인공조형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름이 사물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대만은 자신들의 과거 이름처럼 해상풍력 단지를 아름답다고 규정한 것이 아닐까? 내러티브의 힘이 잘 드러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 생활 속  웻클리닝으로 탄소중립 동참하자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의(衣)가 맨 앞에 있다는 것은 옷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옷을 옷답게 만들어주고 더 오래 입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세탁이다. 세탁시장이 진화하면서 환경과 건강을 헤치는 드라이클리닝 대신 친환경세탁인 웻클리닝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하거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게 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그래서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드라이클리닝에서 웻클리닝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는 드라이클리닝이 고급 세탁인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드라이클리닝은 환경과 건강 모두 헤치는 세탁방법이다. 드라이클리닝(dry cleaning)은 물 대신 유기용제를 사용한다. 물을 쓰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드라이라는 단어 때문에 젖지 않고 세탁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통상의 빨래처럼 기름에 적셔서 돌린다. 물에 젖는게 아닐 뿐이다. 모직물, 견직물, 레이온, 아세테이트 등 물 세탁을 할 경우 변형되거나 손상되기 쉬운 재질의 옷을 세탁할 때 드라이클리닝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정장 양복 등에 붙어있는 라벨의 세탁 표시를 보면 손빨래 표시에 X자를 해 놓은 게 보이는데, 이런 옷은 손빨래와 세탁기 사용 등 물 빨래를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는 드라이클리닝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환경보호의 전도사’로 잘 알려진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온리 드라이클리닝(Only Dry Cleaning)’이란 케어 라벨이 달린 옷은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드라이클리닝이 빠진 자리는 웻클리닝(wet cleaning)이 대체되고 있다. 웻클리닝은 환경과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세탁방식이다. 독일은 세탁소의 60%가 웻클리닝을 도입했고, 미국 환경청(EPA)은 웻클리닝을 섬유를 효과적으로 세탁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기술로 인정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러시아 등이 웻클리닝을 도입했다. 드라이클리닝 중심이던 국내 세탁업계에도 웻클리닝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방식이 환경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물과 친환경 세제만으로 세탁하는 웻클리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2년 전부터 웻클리닝 방식의 세탁소와 관련 세제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웻클리닝 업체의 국내 세탁시장 진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무인빨래방 브랜드 ‘워시엔조이’를 운영하는 코리아런드리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시대에 국내 최초의 웻클리닝 세탁소 브랜드 ‘어반런드렛’ 카페와 팩토리(세탁소)를 론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업체는 "피부를 살리자, 섬유를 살리자, 지구를 살리자(Save Skin, Save Fabric, Save Earth)"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구(Planet)를 살리고, 사람(People)을 살리고, 함께 번영(Prosperity)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고, ESG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이제부터라도 건강과 친환경을 위해 드라이클리닝이 아닌 웻클리닝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우리는 의부터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서 식과 주에서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기자의 눈] 실종된 ‘건설의 날’ 대형건설사 훈장

매년 6월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의 날’(6월 18일)을 맞이해 건설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한 유공자를 포상해서 건설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한다. 여기에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16개 단체) 소속 회원으로서 건설산업분야 사업자 및 단체 임직원, 현장기술자 및 근로자, 건설산업 발전에 공로가 있는 개인과 건설산업분야 사업자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포상한다. 보통 훈장은 15년 이상, 포장은 10년 이상, 표창은 5년 이상 해당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자를 선정한다.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또는 처분을 받는 자는 추천에서 제한된다. 이번 훈장 수상 중 금탑훈장은 에코밸리(조경식재공사업), 은탑훈장은 윤창기공(기계설비공사업)과 에이비라인(건축설계업), 동탑훈장에는 보광기업(골재생산업)과 국제건설(종합건설업), 철탑훈장에는 동림에이스(습식·방수공사업)에서 나왔다. 다양한 공사업종에서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각 대표들의 공로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올해 역시 건설의 날 주요 수상에는 대형건설사의 이름이 빠졌다. 훈장, 포장은커녕 대통령 표창도 없고 그나마 국무총리 표창에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삼성물산 임직원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올해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매년 대형건설사에선 수상자를 올리지 못했다. 대형건설사 중에선 지난 2018년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전 대표가 동탑훈장, 2019년 동탑훈장에 김효진 전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과 철탑훈장에 대우건설 조성진 전무 이후 대형건설사 훈장이 전무하다. 대형건설사에 이를 물어보니 아무래도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에 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은 사업장이든 임원이든 포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사는 수상하기 힘든 구조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플랜트 및 원전 등 초대형 공사부터 터널 굴착 등 고난이도 토목공사, 고급건축 공사 등에 주력하는 대형건설사들 임원들은 당분간 훈장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대형건설사 임원들이 건설의 날 포상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당연히 사업장이 많은 곳에서 사망사고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국토부의 참여 제한 기준은 한 번쯤 돌이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2023051601000724900035011

[EE칼럼]남북관계, 광물협력부터 풀어보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지만 유독 북한과는 좀처럼 실질적 관계 개선 방향을 못 잡고 있다. 통일부는 올해 역점 정책으로 ‘올바른 남북관계 구현’과 ‘통일 미래 준비’를 제시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22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할 말은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권 장관은 "지속가능한 통일 대북정책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구체적 아이템이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 군주가 된지 11년이 됐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은 1948년 정권 수립 후 최악의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을 지킨 외국 대사관 대부분이 철수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은 김정은 시기에 0.84%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 세계 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월31일 밝힌 내용을 보면 현재 북한의 옥수수와 쌀값이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60%, 30% 가까이 오르며 김정은 정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식량난은 무리한 군비 증강과 코로나 봉쇄, 사적 식량 거래금지 등 반시장적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김정은은 오로지 핵무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이 해마다 반복해 강조하는 ‘자력갱생만’을 고집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을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여러 조치를 더 촘촘히 강구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담대한 대북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우선 남북관계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 경색된 상호 불신을 푸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의 흐름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등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때 일수록 남북 협력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지자체 별로 남북간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 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작은 협력을 하나의 마중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주고 받음으로써 양측 간 경제,산업이 보완돼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 아래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간 광물자원 개발사업에서 경험했듯이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UN 대북 제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다. 2006년 4월 27일 남북은 최초로 합작 개발한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을 가졌다. 우리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북한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정촌 흑연광산의 사업 기간은 오는 7월까지 20년간이다. 현재는 남북 간 정치적 벽이 너무 높아 상호 접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기술협력을 동반한 광물 교역이라면 남북 모두 공감할 수 있다. 특히 UN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 몰리브덴 등 일부 광물부터 교역을 시작하는 것이다. 차츰 협력이 연동돼 신뢰가 축적되면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 정식 경제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향후 남북 경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006∼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자원 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 광물을 받았는 등 협력이 잘 되던 시기도 있었다. 작은 경제협력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 UN제재 이외 품목에 대한 무역을 하고 있다. 대북 제재 해결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 내 주요 광물자원은 남북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 전지역에는 950개 광산이 고루 분포돼 있다. 유망 광종 중 남한이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할 경우 최소 28년은 쓸 수 있고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 남북관계가 어떠한 상황으로 전개되더라도 북한내 광물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이념이나 총론적인 전략보다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남북 간 교류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싱하이밍 대사 발언과 한중갈등 해법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만찬 회동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데 베팅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도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유튜브는 싱 대사가 15분 동안 원고를 읽는 장면 등 이 대표와 싱 대사간의 회동 상황을 생중계하였다. 이에 우리 외교부 1차관은 다음날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하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을 통해 자국이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싱 대사 초치에 대한 맞불 조치로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깊이 반성’하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측과 한국 제1야당이 함께 빚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싱 대사가 보인 행내는 자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늑대처럼 공격적으로 임한다는 소위 ‘전랑외교’ 일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몇 년 전 주스웨덴 중국대사가 스웨덴 공영방송에서 중국을 헤비급이라고 표현한 반면에 스웨덴을 라이트급이라고 비하하여 크게 문제가 되는 등 전랑외교로 인해 세계가 시끄럽다. 외교사절은 주재국에서 가능한 절제된(low key) 자세로 활동하고 본국과 주재국간에 문제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 갈등을 완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반면 전랑외교는 주재국과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이라는 외교사절의 본연의 사명에서 어긋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침으로써 중국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G2의 일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이 세계 지도국가가 되려면 세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된다. 중국 정부가 전랑외교 대신에 자국의 외교관들이 국제법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본연의 사명에 충실히 하도록 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둘째, 싱 대사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동안 이재명 대표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매우 잘못된 처사였다. 그리고 당의 유튜브를 통해 싱 대사의 발언을 생중계한 것은 외교의 민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싱 대사의 발언을 널리 알리는 확성기 역할을 한 것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싱 대사가 야당 지도자를 만나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한국 정치가 여야 진영으로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으므로 이 틈을 노린 ‘갈라치기 책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일종의 ‘통일전선전술’ 일환이다. 그리고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는 싱 대사의 발언은 한국 국민을 겁박하고 한국 국민 전체의 자존심을 해치는 행위이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싱 대사의 발언을 중단시켜야 했다. 야당도 국민의 자존과 국익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각오로 외교문제에 임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싱 대사가 기업들의 향응을 받았다는 등 개인비리가 있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여당에서는 싱 대사에 대한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선언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 양국관계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속히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대외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실무부처인 외교부가 수습하도록 맡겨둬야 한다. 그리고 양국 인사들은 말을 할 때도 좀 더 신중히 함으로써 국민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양국간 소통을 모색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 대표단 상호 파견이 쉽지 않으므로 의회 차원에서 물꼬를 터보는 방법이 있다. 우리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방중이나 중국 전인대 외사위원회 위원장의 방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공기업 알박기를 없애려면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정부가 16일 공공기관장 5명에 대한 해임을 건의했다. 또 다른 기관장 12명은 경고 조치 대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다. 기관장 17명에게 인사 조치를 내린 것은 지난 1984년 공공기관 평가가 시작된 뒤 가장 많은 숫자다. 그런데 17명 가운데 16명이 전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이다. 자연 윤석열 정부가 ‘알박기’ 인사를 솎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속 조치로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알박기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를 두고 전·현 정부가 으르렁댄다. 보수·진보가 다르지 않다. 참 소모적이다. 이를 해결한 방안은 없을까? 차라리 이럴 바에야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공기업은 사실상 ‘공신전’ 조선 태종 이방원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을 통해 전권을 장악한다. 이때 이복동생 방석과 정도전이 살해된다. 방원은 큰 공을 세운 29명에게 정사(定社)공신이란 칭호를 내렸다. 공신은 죄를 지어도 용서받았다. 요즘 말로 하면 면책특권이다. 1등 공신 12명에겐 상으로 전(田) 200결(結), 노비 25명 등을 하사했다. 공신전의 전통은 형태를 달리할 뿐 지금도 살아있다. 다만 땅이 공공기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군부독재 시절엔 군인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빈번했다. 민주화 이후엔 정치인 몫으로 돌아갔다. 대통령 후보가 되면 대형 캠프를 꾸린다. 자기가 민 후보가 이기면 한 자리 차지하려는 이들이 캠프에 합류한다. 일부는 정치판으로 가고 일부는 고위공무원이 되지만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때 공공기관 이사장, 사장, 감사만큼 캠프 출신 인사들을 다독이는 데 요긴한 자리도 없다. 통상 임기 3년 동안 연봉 수억원을 챙길 수 있어서다. 이러니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공공기관 낙하산 투하가 끊이지 않는다. ◇직권남용·블랙리스트 부작용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공공기관장 임기는 통상 3년이다.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권말 낙하산이 늘 알박기 말썽을 부른다. 전 정권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이 버티면 이를 솎아내려 종종 무리수를 둔다. 그러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2022년 1월 대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을 갈아치우려다 생긴 일이다. 연초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백 장관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산하 공공기관장한테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한덕수 총리도 직권남용 논란에 휩싸였다. 한 총리는 작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거취를 묻는 질문에 "바뀌어야지. 우리하고 너무 안 맞는다"고 말했다. 며칠 뒤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인 홍장표 당시 KDI 원장은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을 이유는 없다"며 물러났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가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장 임기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직권남용 또는 블랙리스트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무자격 낙하산도 채용 비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채용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무총장 등 고위간부 자녀들의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졌다. 종종 민간 기업들도 특혜 채용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누군가 연줄을 동원해 은행이나 공기업처럼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특히 청년층이 분노한다. 대기업 노조가 자녀를 특혜 채용할 것을 요구해도 욕을 먹는다. 곰곰 생각해 보자. 정권을 잡으면 대선 캠프 인사, 곧 자기 사람을 연봉이 센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줄줄이 내려보낸다. 형식상 공개 채용 절차를 밟지만, 정권에 줄을 댄 인물을 낙점한 경우가 흔하다. 정치밖에 모르는 문외한을 보낼 때도 있다. 이를 보은인사라고 한다.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엄격한 채용 비리 잣대를 대면 특혜투성이, 비리투성이다. ◇우상호식 해법 작년 7월 우상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 위원장은 "어떤 자리든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부기관을 짜는 것은 맞다"며 "임기가 자꾸 불일치하고 이에 따라 거취 논란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임기제 공무원 대상을 분명히 정한 뒤 예컨대 임기를 2년 6개월로 맞춰 대통령이 취임 초에 한번, 집권 후반기에 다시 한번 임명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아이디어는 여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상태다.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여야 간에 미리 손 볼 곳이 많다. 대표적인 임기제 공무원으로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있다. 이들의 임기는 3년이다. 대통령 임기와 어긋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방통위와 권익위는 위원장 교체를 두고 갈등이 진행 중이다. 특별법의 목적이 국정철학 공유에 있다면 임기제 공무원의 범위에 한국전력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 공공기관장을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알박기 논란과 신·구 정권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특별법에 공공기관장 임기와 자격 등을 담으면 불공정 채용을 둘러싼 시비도 줄일 수 있다. 공기업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유능한 직원이 톱 매니지먼트에 오르는 게 상책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목적, 지분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집권세력의 간섭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현실을 인정하고 ‘우상호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게 고질적인 소모전을 줄이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 말하는 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임 에너지기술연구원장에 이창근 책임연구원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16일 제195회 임시이사회를 열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이창근 책임연구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원장의 임기는 19일부터 3년이다. 이 원장은 1982년 충북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1985년 화학공학 석사를, 미국 리하이대학교에서 1994년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1985년 에너지연에 입사해 부원장, 기후변화연구본부장, 고효율청정에너지연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운영위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의원 등을 맡고 있다. wonhee4544@ekn.krclip20230616144123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임 원장 연합연합

[기자의 눈] 잘 키운 ‘검은사막’, 열 ‘신작’ 안부럽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검은사막은) 코카콜라, 아이폰과 경쟁하는 한국 브랜드.", " 10년 가까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펄어비스의 지속적인 노력이 대단.", "한국 전통과 설화를 담은 한 편의 러브레터." 펄어비스의 PC·콘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과 신규 업데이트 ‘아침의 나라’에 대해 해외 미디어들이 앞다퉈 내놓은 반응이다. 2014년 말 오픈베타 서비스에 이어 2015년 7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검은사막은 전 세계 150여 개국 12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글로벌 흥행작이다. 검은사막의 장기 흥행 요인으로는 가장 먼저 유저 친화적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펄어비스는 모험자(검은사막 유저명칭)들의 건의 사항을 반영한 라이브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매달 상세 내용을 게시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피드백은 모험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 모험가들의 개발진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두텁다. 지난달에는 2019년 시작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직접서비스 4주년을 기념해 모험가들 자체적으로 지하철 광고를 게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4호선 평촌역 광고판에는 모험가들의 애정과 응원 어린 축하 메시지가 담겼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펄어비스 전체 매출에서 검은사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인건비 영향에 수익성은 하락했지만, 검은사막만 보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특히 1분기 쌍둥이 클래스 ‘우사’와 ‘매구’ 업데이트 효과로 신규 및 복귀 이용자가 각각 330%, 430% 증가했다. 3월 국내 선보인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효과는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된다. 게다가 지난 14일 ‘아침의 나라’ 글로벌 출시로 해외 매출 비중 70%가 넘는 펄어비스의 글로벌 성과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검은사막이 북미·유럽 매출 비중 50%를 넘길 만큼 서구권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검은사막은 최근 중국 서비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대 신작 ‘붉은사막’, ‘도깨비’ 등의 출시 연기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다만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정된 붉은사막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펄어비스의 도약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김재희 검은사막 총괄 PD가 대규모 유저 행사에서, 행사가 끝났음에도 무대에서 내려와 유저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던 일화는 지금도 모험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검은사막의 유저 친화적 운영 노력이 10년을 넘어 20년, 30년 지속되는 인기로 돌아오길 응원한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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