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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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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남북관계, 광물협력부터 풀어보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8 06:03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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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지만 유독 북한과는 좀처럼 실질적 관계 개선 방향을 못 잡고 있다. 통일부는 올해 역점 정책으로 ‘올바른 남북관계 구현’과 ‘통일 미래 준비’를 제시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22일 가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에 할 말은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권 장관은 "지속가능한 통일 대북정책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구체적 아이템이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 군주가 된지 11년이 됐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은 1948년 정권 수립 후 최악의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을 지킨 외국 대사관 대부분이 철수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은 김정은 시기에 0.84%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 세계 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월31일 밝힌 내용을 보면 현재 북한의 옥수수와 쌀값이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60%, 30% 가까이 오르며 김정은 정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식량난은 무리한 군비 증강과 코로나 봉쇄, 사적 식량 거래금지 등 반시장적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김정은은 오로지 핵무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이 해마다 반복해 강조하는 ‘자력갱생만’을 고집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을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여러 조치를 더 촘촘히 강구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담대한 대북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우선 남북관계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 경색된 상호 불신을 푸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의 흐름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등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때 일수록 남북 협력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지자체 별로 남북간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 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작은 협력을 하나의 마중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주고 받음으로써 양측 간 경제,산업이 보완돼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 아래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간 광물자원 개발사업에서 경험했듯이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UN 대북 제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다. 2006년 4월 27일 남북은 최초로 합작 개발한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을 가졌다. 우리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북한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정촌 흑연광산의 사업 기간은 오는 7월까지 20년간이다. 현재는 남북 간 정치적 벽이 너무 높아 상호 접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기술협력을 동반한 광물 교역이라면 남북 모두 공감할 수 있다. 특히 UN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 몰리브덴 등 일부 광물부터 교역을 시작하는 것이다. 차츰 협력이 연동돼 신뢰가 축적되면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 정식 경제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향후 남북 경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006∼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자원 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 광물을 받았는 등 협력이 잘 되던 시기도 있었다. 작은 경제협력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 UN제재 이외 품목에 대한 무역을 하고 있다. 대북 제재 해결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 내 주요 광물자원은 남북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 전지역에는 950개 광산이 고루 분포돼 있다. 유망 광종 중 남한이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할 경우 최소 28년은 쓸 수 있고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 남북관계가 어떠한 상황으로 전개되더라도 북한내 광물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이념이나 총론적인 전략보다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남북 간 교류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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