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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주주행동주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고?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 주체들이 강렬한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중에도 한국 주요 기업의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연기금(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국민연금은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해 종종 총회에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해 왔고,올해도 일부 기업의 주총 의안에 대해 반대하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먼저 대화를 통해 기업 스스로 대책을 마련할 것을 독려 왔다.그래도 개선이 불충분하거나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될 때 제한적으로 주주제안을 해 왔다. 국민연금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주체는 행동주의 펀드다. 이들은 겨우 1% 안팎의 지분을 매수한 후 기업에게 먼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협의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기업측이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 자신들의 주장을 공개하는 행동,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한다. 언론플레이의 목적은 타깃이 된 기업의 주요 이슈(주로 지배구조나 저 배당)를 거론하면서 자신들은 힘없는 소액주주들을 대변하는 정의의 사도임을 자처하는 한편 여타 소액주주들의 관심을 집중시켜 위임장 대결 등에서 세력 확장을 꾀한다. 소액주주 연대, 개별 기업의 노조, 시민단체가 기업을 압박하기도 한다.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되는 기업은 이사 등에게 보수를 과다하게 지급하거나 재원이 충분한데도 배당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곳이다. 특히 ESG 이슈가 발생한 기업은 행동주의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ESG 중 환경(E)과 관련해서는 환경 오염, 탄소중립 등의 이슈를 던지며 오염 저감 및 방지를 위한 시설 투자, 외부감시장치 도입, 이사회에서 ESG 이슈 논의 및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한다. 사회(S)와 관련해서는 작업장 안전사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문제 삼아 안전시설 확충(시설 투자 및 사고재발방지 대책 마련), 근무형태 변경, 임직원 대상 안전교육 등을 요구한다. 지배구조(G) 관련 이슈는 행동주의자들의 주총 단골메뉴다. 소유ㆍ경영의 분리, 후진적 지배구조, 계열사 편법 지원, 내부회계부정, 최대주주 등의 비위행위 등의 이슈에 대해 내부 통제장치 마련, 외부감사 강화, 사외이사 비율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제안 등을 요구한다. 특히 올해 들어 주주행동주의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2020년 말 개정된 상법의 영향이 크다. 개정 상법에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규정이 다수 도입됐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주로 표 대결과 주주제안으로 기업과 겨룬다. 그런데 개정 상법은 대주주의 의결권은 제한하고 주주제안 요건을 크게 완화해 쉽게 경영진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감사(위원) 선임에서 대주주의 3%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외에 감사위원 1인 이상 분리선임제도가 2020년에 도입됐고, 상장회사에 대해 주주제안을 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폐지함으로써 1% 정도 지분만으로도 언제든 바로 경영진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즉 한국 주식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활동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까? 어림없다. 2000개가 넘는 한국 상장 기업 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없는 이슈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타깃이 되는 기업은 늘어날 수는 있지만, 기업들도 호락호락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 몇 기업의 지배구조를 변경한다고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KOSPI 지수가 3000을 넘어 6000을 뚫고 올라간다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현재 2만7000 근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해법은 기업이 신나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포퓰리즘 입법이 그런 환경의 조성에 발목을 잡고 있으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요원하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우리도 자원强國이 될 수 있다

호주 최대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을 소유하고 있는 광산주는 핸콕 그룹의 라인 하트 회장이다. 그는 세계 여성 부호 1위다. 라인 하트 회장은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던 2010년 광산 개발을 시작했다. 탐사에서 개발까지 10년 가량 걸리고 투자비가 당시 110억달러(약 12조 5000억원)나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로이힐은 2015년 본격 생산을 시작해 연간 5500만톤의 철광석을 수출하는 세계 5위 규모의 글로벌 광산개발 업체로 성장했다.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23억 톤에 달한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정부 정책에 따라 로이힐 광산 지분 12.5%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로이힐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포스코는 2016년 600만톤을 시작으로 해마다 평균 1000만톤 이상을 로이힐에서 조달한다. 포스코 철광석 전체 소모량의 평균 20~30%에 달하는 물량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7450만톤(약 120억7500만 달러)의 철광석을 수입했다. 주 수입국은 호주(5530만톤)로 전체 수입물량의 74.2%를 차지한다. 브라질(846만톤)과 남아프리카공화국(450만톤)에서도 일부 들여왔다. 철광석 국제가격은 지난 2020년 5월 톤당 166달러에서 2021년 5월에는 209달러로 크게 올랐다가 지난해 5월에는 133달러로 하락한 뒤 연평균 110달러선을 유지했다. 자원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락가락 정책에 한국의 자원개발 성적표는 처참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 1순위가 자원개발이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처분한 해외 광구가 26개에 달했다.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자원부국에 소유하던 알짜 광구와 광산들이 이때 매각됐다. 캐나다 시카레이크 우라늄 광산은 외환 위기때 저가에 급매된 대표적인 광산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광산을 캐나다 카메코사에 팔았다. 이 광산은 2011년부터 연평균 8000톤 이상의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은 현재 외환 위기 때 처럼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 광구를 내다 팔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공기업이 발을 빼면 민간은 투자를 꺼린다. 민간과 공기업이 같이 가야 신뢰성도 있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민간의 부족한 탐사 및 채굴 등 기술을 공기업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이라지만 자원 공기업의 해외 자산 매각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며 단기간내 승부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지금 들어가도 10~20년 후를 내다 봐야 한다. 전체 GDP에서 제조업 비율이 27.5%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제조업 경쟁력도 상위권인 한국에게 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조업의 성장이 곧 한국의 성장이다. 광물자원 없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원개발은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또 하나의 현안은 공급망 확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 경제 수입 공급망 취약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입 품목 5381개 중 2144개(39.8%) 품목의 수입 공급망이 취약하다. 원유(100%), 석탄(99.1%), 천연가스(99.7%), 철광석(99.4%), 니켈 등 비철금속광물(99.3%) 등 에너지와 금속광물의 수입의존도가 높다. 공급망이 취약한 데다 해외 자원개발 마저 더 위축되고 있다. 공급망과 함께 을 자원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자원외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 캐나다 쥐스탱 트뤄도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전략물자인 배터리 등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캐나다는 제2위 천연자원 공급국이자 리튬,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생산국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캐나다에서 보다 원활하게 니켈 등 필수 광물을 공급받는 길이 열렸다. 5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역사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그 만큼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12년 전을 뒤돌아 보면 당시 우리만 공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선 것도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일본은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 들었다. 이들 국가는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금 뛰어 들어도 10년 정도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게 자원개발 사업이다. 리스크 없는 자원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다. 실패만 가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자원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올해는 한국이 자원강국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민관 협력을 이끌어 주길 당부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기자의 눈] 중고차 가격조사 제도 안내 의무화 환영

중고차를 구매하려면 두려움이 앞선다. 아무리 상태가 좋고 가격이 저렴해도 허위·미끼 매물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최근 반가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고차 시장의 ‘정화’를 위해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정보, 성능·상태 점검 내용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걱정 없이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걸까? 20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중고차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자동차 가격 조사·산정제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위반 시 업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매매업자가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작성해 소비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하는 것을 의무로 하면서 소비자가 원할 시 ‘가격조사·산정’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계약 체결 전 매매업자에게 중고차의 가격을 조사·산정해달라고 요청하면 매매업자가 자동차진단평가사나 기계분야 차량기술사 등 전문가에게 가격 산정을 의뢰한 결과를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다시 서면으로 고지하는 제도다.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권장소비자 가격’을 알려주는 취지다. 그러나 가격조사·산정 제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온라인 판매자가 가격조사·산정 제도를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로 정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매업자는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팔 때도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정보, 성능·상태 점검 내용을 게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동차 가격조사·산정을 받을 수 있음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업계에선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찬성 측 입장에선 중고차에 대한 신뢰와 자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반대 측에선 온라인 중고차 업계가 이미 자체적인 모니터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결국 서비스 비용이 증가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개정안을 환영한다.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호갱’은 면하고 싶기 때문이다. 업계도 장기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 중고차 구매에 상처 입은 소비자는 다시 중고차를 사지 않는다. 소비자를 붙잡아두고 싶다면 이젠 이미지 개선에 나설 때다. kji01@ekn.kr김정인 김정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중국 시장,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27억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서비스 수지도 적자를 나타낸 가운데 다행히 소득본원수지(임금·배당 등)가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는 흑자를 달성했다. 자본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되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았다. 그럼에도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수출이 악화되는 것은 실물경제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증가시킨다.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4분기에 급락한 후 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무역수지 악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주기는 경기 주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락을 반복한다. 그 동안 반도체 호황기가 길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불황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부분이다. 더구나 원유, 광물자원 등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폭등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출과 수입 양면으로 불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주기나 원자재, 중간재 수입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지난해에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4.4% 감소하고 수입이 11.5% 증가하면서 대중국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무려 231억 달러 감소한 12억 달러로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요인을 보면 수출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감소했고 수입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증가했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여타 국가에 대한 수출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수출의존도는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수출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1위 수출품인 반도체는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기 쉽지 않다. 중국은 홍콩을 통한 우회수출을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55%를 차지한다.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중국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소재와 부품을 수입할 수 있다면 당연히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다.지난해 세계 각국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대중국 직접투자(FDI)를 9% 늘어난 1891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 흐름에 역행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약해질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대만(8.85%)에 이어 2위(7.37%)다. 중국 정부가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우호적인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위드코로나 정책 전환으로 우리나라 화장품 등 소비재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중국의 생산이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도 회복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급락 충격이 한 동안 지속되겠지만 중국의 위드코로나 정책이 반도체 가격 회복을 앞당길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의 우리나라 방문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회복으로 서비스무역수지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주력수출품의 수요처가 중국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수출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우선 원자재를 가공한 소재, 부품 등 중간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해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나 중국 기업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 때 가성비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던 삼성 스마트폰이나 현대자동차는 중국 로컬 기업의 가성비에 밀려 바닥으로 추락했다. 반면 초기부터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한 애플이나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정부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유연한 입장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E칼럼] 횡재세는 기름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야당 대표의 뜬금 없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가스요금 폭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을 위해 정유사가 내놓은 361억 원 성금도 횡재세 논란을 의식한 꼼수로 왜곡시키고 있다. 횡재세가 경제 정의에 부합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국민 복덩이 세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무지한 야당 의원도 있다. 횡재세에 대한 착각이 심각하다. ‘이 모(某)’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오스트리아’를 ‘호주’와 구별하지 못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원유’와 ‘석유제품’을 분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횡재세는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판매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결정되는 원유·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가스기업에 부과하는 것이다. 횡재세는 정유사의 사주가 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법인세·유류세와 마찬가지로 기름값에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기업용 전기요금이 제품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석유제품의 경우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수출용 석유제품의 몫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다. 결국 야당 대표가 들고 나온 횡재세는 국민에게 ‘복덩이’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유사가 작년에 12조 원에 가까운 ‘횡재’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유사의 이익을 기술·자본 투자, 경영 혁신, 품질 경쟁력을 통한 특수이익의 실현으로 볼 수 없다는 철없는 야당 의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정유산업은 원유를 들여와서 포장만 바꿔 판매하는 유통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고도의 화학적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기술 집약적 산업이고, 조(兆) 단위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이다. 석유제품에는 품질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도 정치권의 심각한 무지(無知)의 결과다. 우리의 석유제품은 동아시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초저유황 제품이다. 첨단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어놓은 탈황·고도화 설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산 경유도 우리의 품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정유사의 경영 혁신 능력도 함부로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중동에서 리터당 700원(배럴당 85달러)에 구입한 원유를 운송해와서 정제한 후 주유소에 리터당 810원에 공급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유사에 대한 정부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엄청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축해야 한다. 정부의 불합리하고 과도한 유류세 때문에 등장한 ‘가짜 기름’을 단속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정유사가 부담한다.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주장도 철지난 궤변이다. 정유사가 작년에 수출한 석유제품은 570억3700만 달러(73조7400억 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주요 수출품목 2위를 차지했다. 작년의 원유 도입액 955억 달러의 60%를 석유제품의 수출로 회수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원유 수입에 쓴 외화는 고작 385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4억7000만 배럴에 이르렀던 석유제품의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나 됐다. 정유사의 ‘횡재’는 대부분 국제 경기가 살아나면서 늘어난 수출에서 얻은 것이다. 석유사업법 제18조의 ‘석유수입·판매부과금’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수입·판매부과금은 석유제품(휘발유·경유)의 국제·국내 가격 차이에 의한 부당한 폭리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부과금을 횡재세의 대안이라고 우기는 야당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자질은 몹시 실망스럽다. 기름값이 비싸다고 유류세를 인하해주면서 돌아서서는 기름 값에 반영될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다. 오히려 정부가 석유제품으로 매년 30조 원 이상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국민들이 반세기 동안 애써 이룩해 놓은 핵심 국가기간산업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무너뜨려서는 절대 안 된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데스크 칼럼] 자유시장경제의 위기…윤정부 관치경제 유혹 벗어나야

고금리·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자 윤석열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무게를 두던 자유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나는 발언과 정책 추진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 오르고, 겨울철 난방비 폭탄, 통신비를 포함한 물가 인상,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이런 가운데 국민 ·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이 16조원에 달하고,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전년보다 35.6% 증가한 1조3823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4조3800원을 넘었지만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중간 요금제를 선뜻 내놓지 않고, 통신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고유가에 정제마진이 좋아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1000% 성과급 지급 소식을 전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도 ‘횡재세’ 논란에 휩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공공재의 성격과 과점체제 등을 거론하면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특단의 주문을 하는 모양새는 뭔가 어색해 보인다. 이전까지 윤 정부는 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며 민간 기업의 자율경영을 지지해 왔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과 반기업 정서 탈피에 노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모든 기업은 장사를 잘해서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고용창출, 넉넉한 임금(후생복지) 지급,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자금 확보,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등으로 지속발전가능한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 충성도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영활동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일을 잘해서 성과가 좋은 사람과, 기업에게는 박수를 쳐주는 것이 훌륭한 태도이지, ‘너와 같은 여건이라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며 시기와 질투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열등의식 에서 나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방점을 찍고 모든 역량을 집중 시켜 나가고 있다. 3대 개혁에 성공하려면 여소야대의 국회를 반전시켜 입법을 지원받아야 하고,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좌와 우를 모두 품으려는 태도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윤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심정, 바람 등을 헤아리고 그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 국정운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반대 진영에 있는 국민과와도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으로 지지세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개인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그 과정에 이르는 방법과 전략이 다를 뿐이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앞서 이명박 정부시절, 집권 초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530만 표의 차이로 당선시켜 준 유권자의 바람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총선을 앞두고 부쩍 ‘서민 경제’ ‘동반성장’ ‘상생’이란 용어를 쓰면서 관련 정책을 펼치다가 기존 지지세력마저 이탈시키는 우를 범했다.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기업·시장주도 경제’를 내세우고 ‘규제개혁’을 다짐했던 윤 정부가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의 눈] LG유플러스, 와이 낫?

침통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지막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황현식 사장의 표정이 그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부사장단의 표정이 그랬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장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수십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수차례의 인터넷 서비스 오류 사태까지. 연초부터 잇달아 구설에 오른 것을 사죄하는 황 사장의 모습에선 애잔함마저 느껴졌다. 그 어느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보다 ‘고객’을 중심에 두겠다 강조해왔던 만큼, 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황 사장은 "이번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뼈를 깎는 성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이번 일을 계기로 LG유플러스는 ‘사이버 안전혁신안’을 내놨다. 가장 먼저 보안에 대한 투자를 기존의 3배 수준인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책임자(CISO·CPO)를 CEO 직속으로 둔다. 또 보안 전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 대회를 개최하는 등 보안 관련 인재 양성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혁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예 회사의 보안 시스템, 투자계획 등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사고 발생을 일찌감치 인지하고도 왜 이리 사과가 늦었냐고 채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안에 있어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정확성이라고 본다. 디도스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관계당국과 함께 진행하는 원인분석이 늦어지고 있다. 사안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이나 해명은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는 ‘정도경영’의 LG답지도 못한 일이다. 당장은 회사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꽤 오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혁신으로 향하는 길목은 어쩌면 LG유플러스의 임직원 모두에게 힘든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약속을 묵묵히 지키다보면, LG유플러스의 진정성을 모두가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누가 아나, LG유플러스가 우리나라 보안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지. 와이낫(Why not)?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EE칼럼] K-원전 수출 강국을 위한 조건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원전을 친 환경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해 체코,폴란드,네덜란드,불가리아,헝가리, 튀르기예 등의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가들도 원전 건설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으로 에너지 수급불안과 에너지 안보의 위협을 받는 독일과 벨기에 등 이른바 탈 원전 기조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원전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린 택소노미 후광효과’로 유럽을 중심으로 약 1조 유로(약 148조원)가 원전 건설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 발 원전특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원전건설에서 최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중국,프랑스,러시아, 일본,미국 등 경쟁국들도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건설 사업 수주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세계 원전 건설시장은 원전수출국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원전을 건설한 뒤 발전소 가동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여 건설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 가는 방식이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원전 수출에서 재원조달 능력이 최대의 관건이다. 더불어 원전 입찰은 경제협력과 방산 및 IT 과학기술 분야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발주되는 추세로 원전 발주국가별 정확하고 발빠른 발주정보 확보와 발주처의 눈높이에 걸맞는 맞춤형 수주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UAE에 수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은 계획 기간(On-time)과 예산(Within schedule) 이내에 완공함으로써 세계 최고 성능의 원전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비해 중국(HPR1000)과 프랑스(CAP1400 및 EPR1600)는 각각 자체 개발한 원전의 해외 성공적 완공 사례가 아직 없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발생 등 저마다 원전수출에 핸디캡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20대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정부에서 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원전세일즈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해외 원전 수출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과 ‘팀 USA’를 구축해 해외 원전건설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원전건설 시장 여건은 우리나라에게 글로벌 원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더 없는 절호의 찬스인 만큼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가 가진 완성도 높은 기술력 및 원전 전 단계 공급체인(Vertical Supply Chain)과 미국의 외교력 및 자금력을 결합한 한미 공조의 해외 수출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형원전의 사용 후 폐기물 처리 기술 및 안전성 향상 선진기술 개발과 세계 최초로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 소형원전(SMR)의 2030년 이전 조기개발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조원이 소요되고 건설 후 상업운전부터 운영, 유지 및 폐기까지 60∼80년간에 걸쳐 50조~1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 부가가치산업이다.여기에 더해 그린 택소노미 분류로 성장성도 무한하다. 그런 만큼 정부의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과 외교적 수출지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도 끊임 없는 기술개발로 기술 초격차를 이룸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당장 러시아,중국,일본 등의 경쟁국 처럼 정부와 민간,나아가 여야 정치권이 정파를 초월하는 원전수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원전 산업은 세계 6대 경제 대국으로서 후세를 위한 국가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하는 범 국가적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이 골든타임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잃어버린 5년을 일관된 정부 정책과 선진기술 개발로 글로벌 원전건설 시장에서 K-원전이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지 여부는 이 3년에 달려있다.이희병 TQD Energia 부사장/ 전 한국전력기술 처장

[기자의 눈] 행동주의 펀드, 말 많고 탈 많아도 그대들만 할까

보통 증권을 비롯한 경제 기자라고 한다면 ‘친기업’ 이미지가 있다. 일리는 있다. 취재처인 만큼 스킨십도 많고, 일종의 ‘공생관계’를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이 오늘도 사명감을 가지고 공정한 취재·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다만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반기업, 친주주’ 적 입장을 갖게 하는 이슈가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에 관해서다. 특히 올해 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강력한 주총 의결권을 과시하며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가장 ‘핫’한 이슈는 아무래도 SM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경영권 분쟁 이슈일 테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현 SM 경영진과의 갈등은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측 사이에서는 ‘언론플레이’를 동반한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특히 이 프로듀서 측 인사인 SM 사내 변호사의 대 임직원 공개서한이 눈에 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적대적 M&A를 하려는 측은 카카오고, 이 프로듀서는 이미 선한 의도를 가지고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계약 해지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얼라인파트너스는 결국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최대화하는 데 급급하다는 말도 덧붙였다.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있었다.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결국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이번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주주 친화’라는 명분을 벗어난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당초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가 없었다면 SM과 라이크 기획 간 불공정 거래가 표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다른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반발이 없었다면 알아서 충분한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있었을지. 그렇다고 한다면 오랜 병폐에 쌓이고 쌓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끝내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해 발언력을 행사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훗날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병폐가 심각해져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이미 잘못된 제도와 관습이 쌓인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볼 때 지금은 행동주의 펀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suc@ekn.kr

[이슈&인사이트] 저출산· 고령화·저성장,‘K-UBRC 모델’로 풀자

우리 사회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실효적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보건의료체계의 디지털 전환, 고등교육 인프라의 구조조정, 지자체의 재정·노동·의료·복지문제의 해소, 식량자급과 에너지수급의 안정화 등은 적시에 풀어야 할 과제들 인데,이를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통합적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것이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는 국가보조금 같은 금전적 지원이나, 간병이나 돌봄 같은 노동집약형 고비용 구조로는 지속적으로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연금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을 꾸준히 보완하면서 보건의료체계는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의료비용을 낮추면서 디지털 돌봄 기술의 실용화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한편으로는 전국 203곳 4년제 종합대학 중 3분의 1인 약 70개가 10년 안에 폐교되리라 예측된다. 교육부는 권역별 1개 대학에 1000억원씩 지원하는 다소 파격적 방안까지 내놓았지만,이와 동시에 한계대학 폐교 시 잔여자산의 교육부 강제귀속을 규정한 사학법을 완화해 주고,대학 간 학과나 정원거래제를 통해 생존하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대신 소멸할 대학이 보유한 인프라는 지역의 경제,보건의료,복지,노동 분야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는 유용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고령화와 더불어 지역인구의 외부유출로 지방 생활권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0여년 내 전국에서 89개 지자체가 소멸한다고 추산됐다.육군 1개 사단이 해체되거나 종합대학교 1개가 폐교될 때마다 1만개 이상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경제 생태계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 지방 소도시 인구가 줄면 공용터미널도 폐쇄돼 교통접근성은 악화되고 다시 인구유입과 생산성이 약화돼 지자체는 결국 소멸한다. 나아가 급변사태시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식량과 에너지수급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2위라고 평가됐다.경쟁력을 상실해 공동화되고 있는 시화국가산업단지는 축구장 700개 규모인데 향후 활성화 방안이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대도시 근교에 위치했으므로 이번 기회에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나 식량생산을 위한 스마트 팜 집적단지로 재구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필자는 미국에서 수 십 년 전부터 도입한 UBRC (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모델에 디지털기반 신사업을 접목한 이른바 ‘한국형 스마트 마을(K-Smart Village)’ 모델의 시범적 추진을 제안해왔다. UBRC란,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해 100여개 명문대학들이 운영 중인 고령화 사회의 대안 모델로 대학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한 ‘은퇴자 공동체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70여개 한계대학이 가진 부지와 시설을 재활용하고,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 및 원격의료 체계를 갖춘 뒤,노인간 상호돌봄(老-老케어),그리고 노인과 어린이간 돌봄(老-幼케어)모형을 결합시켜 3대가 공존하는 거주 및 돌봄 시설을 중심으로 3000~5000명의 인구가 거주하거나 출·퇴근이 가능한 자급자족형 스마트 마을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노인층 부양비다.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이 은퇴를 앞둔 50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후의 적정 생활비는 개인이 164만원, 부부가 267만원이고, 노후 최소생활비는 1인 가구 기준 116만원, 부부 기준 194만원이었다. 만약 대학연계형 스마트 마을에 거주할 노인 1인당 적정 생활비의 3배 가량을 산출할 역량을 보유하도록 무인화,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저노동, 고수익 스마트 팜(Smart Farm) 같은 시설이나,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청정에너지 생산시설을 유치하면 타산성이 확보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 모델은 인구가 감소되고 생산력이 축소된 우리나라 지방에는 아직 적합하지 않다.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함정은 깊고 어두워 보인다. 그렇다고 특별재정 투입,보조금이나 장려금 지급,세금이나 이자 감면 같은 재정지원 위주의 단기적 처방은 실효성이 낮다. 대신 고령인구에 대한 돌봄과 보건의료수준의 보장, 부양재정 확보,스마트 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이 한데 엮어지면,인구와 생산력이 증가해 지역생태계는 보전되어 지방소멸까지 막는 다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고령자 돌봄의 성패가 ‘주거환경’에 있다고 주장한다.재학생 규모가 축소되거나 폐교한 대학의 기숙사,도서관,강당,체육관, 교사등의 인프라를 재활용하므로 토지매입이나 용지확보도 필요가 없다.노인친화형,자연친화형,에너지 절감형 주택을 건축하고, 인근 의료기관과 연계하되 UBRC내부의 각 건물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자.스마트 팜같이 저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공급할 생산시설도 갖추자.‘대학과 연계한 한국형 스마트 마을(K-UBRC)’ 모델을 구체화함으로써 지역민과 노인을 위한 평생학습,공동체돌봄,디지털 건강관리,신산업육성, 평생직장제공,돌봄재정확보,지역경제 자립까지 동시에 구현해보자.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재정규모가 아닌, 발상의 전환과 고민의 깊이에 비례한다.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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