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3당 흡수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926㎞ 떨어진 태평양의 섬 갈라파고스. 화산과 바다가 만나 인간이 절대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저주의 섬’으로 불린다. 갈라파고스섬의 지리적 특성은 ‘고립’이다. ‘외로운 섬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갈라파고스섬이 가진 고립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다양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섬 자체를 진정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했다. 인간이라는 거대 포식자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갈라파고스 동식물들이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었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내년에는 국민들이 22번째 국회라는 섬을 만드는 시기다. 총선이 6달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권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는 국민들에게 혁신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인을 기대하게 만드는 축제다. 국내 정치는 지금까지 거대 양당 체제로 고착화 돼왔다. 최근에는 양당의 대립각이 뾰족해지면서 국민들도 강 대 강 대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치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향한 거대 포식자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 의석 수 한 자리에 불과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인재로 영입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연대체를 만들자"며 시대전환에 합당을 제안했다. 시대전환의 슬로건은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창당 정신에 어긋나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3당을 흡수했다. 마지막 후보자 TV토론까지 마친 뒤 다음날 아침 갑자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깜짝 단일화’를 했다. 합당에는 ‘정치 이념을 떠나 인재를 영입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라는 명분이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결국 거대당에 흡수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을 마친 신당들도,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동력을 잃기 충분하다.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건 획일화나 단일화가 아닌 다양성이다. 거대당이 여러 층을 아우른다는 핑계로 합당을 이어간다면 이는 정치의 다양성을 앗아가는 반(反) 민주적인 정치활동이다. 다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왜 굳이 ‘우리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라고 고집해야 하는가? 갈라파고스는 고립됐기 때문에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 고립되지 않았더라면 거대 포식자들에게 먹혀 종의 다양성이 사라졌을 것이다.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 종의 다양성처럼 인간의 의식이나 철학은 다양하다. 그래서 의회에서도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나와야 한다. 이는 거대당이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의회정치가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이슈&인사이트] PF굴레에 갇힌 주택건설 시장

아파트,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의 부동산 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 주로 쓰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은 일반적으로 브릿지론, 본 PF,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 순서로 진행이 된다. 그리고 각 진행과정에서 자금이 유동적으로 연계돼 단계마다 자금회수와 신규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부동산 금융과 건설 자금이 흘러간다. 자금을 대는 증권사, 금융기관 등은 해당 사업과 사업 시행자에 대한 PF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PF대금의 회수를 위해 시행자에게 시행목적이 되는 부동산을 신탁하도록 하고, 시공사의 보증을 요구한다. 부동산 시행사업의 수익구조는 분양수익금과 사업에 지출된 비용을 비교해 분양수익금에서 사업비용을 뺀 순수익이 크면 클수록 시행자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분양률이 높을수록 시공사는 공사대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고, 새로운 주택공급사업을 벌일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발 고금리 및 원·달러 환율 상승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파동 등으로 철근,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시공사는 시행자에게 공사대금 추가 증액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행자 역시 고금리에 따라 PF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당에 시공사의 공사대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편인 데다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마저 어려워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모든 PF사업장으로 확산되며 주택건설시장에 PF발 동맥경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이뤄진 PF대출의 변제가 어려워지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새마을금고 증권사 등 PF 대출 중단사태로 이어진다. 수익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되던 노른자위 시행사업 PF대출 마저도 선순위 대출금리가 10~12%에 달하고, 중·후순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는다. 분양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용과 금리마저 치솟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손해보고 사업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PF보증을 선 시공사도 공사대금의 회수가 지연되면서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지는 등으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PF자금의 경색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수급난을 가중시켜 결국에는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표심잡기용으로 공급확대를 통한 주거안정을 공약의 단골 메뉴로 앞세운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8월 16일 규제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민간도심복합사업 등 수도권 위주의 민간개발사업을 촉진해 5년간 27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실적은 참담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분양 및 준공물량이 각각 28만7624가구, 44만3370가구에 그쳤다. 올해는 7월까지 공급물량은 7만8631가구에 불과하고, 준공물량도 23만758가구에 그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1월 PF보증제도 개선을 통해 10조원을 공급하고, 준공 전 미분양사업장에 대한 보증지원으로 미분양대출보증을 신설해 5조원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4월을 기준으로 기존 PF대출 상환 용도의 PF보증 실적은 1건에 불과했고, 미분양 대출보증은 발급실적이 없다. 이렇게 보증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HUG의 대출 심사기준이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시행자가 토지비의 10%와 총사업비 2% 중 큰 금액을 먼저 투입하고, 시공사는 HUG자체 신용평가에서 BB+등급 이상·시공능력평가순위 500위권 이내로 책임준공이 가능한 경우 등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업부지를 HUG가 지정하는 부동산 신탁사에 신탁해야 하고,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사업성분석보고서를 받아 별도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해 사실상 ‘하지 말라는 거와 다름없는 시늉만 낸 지원책’이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사업시행자와 건설사의 도산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대출 부실화 방지에만 신경 쓸 뿐 PF정상화에는 정부나 공기관, 금융기관 누구 하나 관심을 갖는 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건지,애써외면하는 건지. 주택 건설 활성화와 대출부실화 예방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정교한 부동산 PF 정상화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E칼럼] 버려지는 신재생에너지,속도조절이 답이다

에너지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깨끗한 에너지원인 전력이 아깝게 버려지고 있다. 전력당국은 전력 수요는 줄어드는 데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크게 늘어나는 봄, 가을철에 전력이 남아도는 것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전력망 접속을 차단해 전력 공급을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출력제어(curtailment)다. 전력 공급과 수요가 시간적,지리적으로 불일치할 때, 이로 인해 야기되는 전력계통의 전압 및 주파수의 불안정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수요가 적은 제주지역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 횟수는 2021년 1회에서 지난해 28회, 올해는 132회(8월 기준)로 급증했다. 풍력 발전도 출력제어 횟수가 2019년 46회에서 2020년 77회, 지난해에는 104회로 늘었다. 출력제어 사례는 제주 뿐 아니라 전국 태양광 설비의 40%가 집중된 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출력제어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일주일 후부터 시작되는 추석, 임시휴일, 개천절 연휴로 인해 산업용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줄어주는 데 실효 전력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더욱 늘어 날씨가 맑으면 계통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출력제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당국은 올 가을 최저 전력 수요가 여름철 피크 수요의 3분의 1 수준인 32G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저 전력 수요 39.5GW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최저전력 수요 하락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계량기에 잡히지 않는 자가용 발전(BTM: Behind the Meter)이 증가한데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출력제어는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버리는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낭비다. 출력제어로 전력을 판매할 수 없게 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사실상의 ‘영업정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잉여전력 문제의 심각성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정격 설비용량은 올해 32.8GW에서 2030년 72.7GW, 2036년 108.3GW로 크게 늘어난다. 전체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1%에서 36.7%, 45.3%로 높아진다. 전력 수급의 미스매치인 상황에서 잉여전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버려지는 전력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계통의 확충이다.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수용할 송·변전 설비가 없으면 전력을 공급할 수 없고, 결국 전력은 버려지게 된다. 문제는 계통을 확충해야 할 주체인 한전이 막대한 부채로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2036년까지 송변전망 확충에 소요되는 자금은 56조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이후 40조원이 넘는 누적 영업적자에다 채권발행 잔고가 77조원에 달하는 한전으로선 이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젼력이 남아돌 때 이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ESS는 화재, 폭발 위험 등 기술적 취약성을 갖고 있고,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 잉여 전력을 수소 생산에 사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그러나 태양광 전력의 간헐성 때문에 전기분해 설비의 이용률이 저조하고 이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하는데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는 데이터 센터 설립과 운영을 통해 잉여전력 문제를 푸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147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176만 kW로 최대전력 부하인 9110만 kW의 1.93%를 차지한다. 2029년까지 구축될 630여개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충당한다면 잉여전력 문제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의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력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 사용자에게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러스 DR(Demand Response)이 좋은 예다. 전력 수급의 시간적, 지리적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제나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도 잉여전력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잉여전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조절 뿐 아니라 공급능력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양광발전소를 무턱대고 더 짓는 것보다는 계통제약을 고려하면서 수용가능한 범위내에서 지어야 한다. 먼저 2036년 108.3MW로 설정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정격용량 목표부터 재조정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무리하게 늘리기 보다는 또 다른 무탄소 전원인 원전, 수소, CCUS 등과 균형을 맞추며 적절한 속도로 늘려야 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기자의 눈] CF100·RE100 정치언어에 휘말리는 업계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고집하는데 잘될 리가 없어요.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밀어주려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겁니다." 야당과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에너지 전문가는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를 만나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반대인 원전 쪽에서는 RE100에 대해 에너지정책을 망치고 있는 주범으로 보는 듯하다. CF100과 RE100으로 나뉘어 서로 홍보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업계가 정치 집단처럼 느껴진다. CF100과 RE100은 이제 정치 언어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밀고 있는 CF100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에서 원전과 수소 정도를 얹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야당은 여당에서 주장하는 CF100을 국제 기준이랑 다르고 우리나라 혼자 밀어붙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 말도 맞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말하는 CF100은 단순히 RE100에서 원전과 수소를 얹은 개념이라 보기 힘들다. 외국에서 말하는 CF100은 무탄소 에너지원의 전력을 생산과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하지만 RE100에도 정치적 결함이 있다. CF100은 RE100의 정치적 결함 속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비싸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제조업은 외국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외국산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 외국 기업들 다수가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비싸게 전기를 사주면 그 이익은 다른 나라로 흘러간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수출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RE100 안 하면 세금 더 내라는 의미다. EU가 무역장벽을 당당하게 펼치는 이유는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CF100은 재생에너지도 확대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중 국내 산업에게 유리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는 명분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RE100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제 기준도 무시하기 어렵다. CF100과 RE100은 모두 명확하게 한쪽이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 언어라고 보이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는 CF100과 RE100이라는 정치 언어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단어에 기댈수록 정치소용돌이에 더 깊게 빠지게 될 것이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이슈&인사이트] 생성형 AI의 역습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GPT-3, DALL-E 2, PaLM, Stable Diffusion과 같은 주요 모델이 모두 최근 2~3년 동안에 나왔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는 트랜스포머, TPU(구글이 자체개발한 AI전용 칩), 슈퍼컴퓨팅,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는 컴퓨팅 성능 향상이 한몫 했다. 여기에 많은 생성형 AI 모델의 오픈 소스 특성에 힘입어 학계와 스타트업이 기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자연스럽게 문맥을 인식하는 GPT-3, PaLM과 같은 모델을 통해 강력한 언어 이해 능력을 발휘하며 텍스트 생성 능력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미드져니, DALL-E 2 및 Stable Diffusion과 같은 모델이 매우 일관성 있고 사실적이며 사용자 정의 가능한 이미지를 생성하며 이미지 생성 품질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복잡한 다단계 추론 및 강화 학습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면서 일관성과 추론 능력의 한계도 극복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이미지, 텍스트, 코드, 음악, 동영상, 3D모델 등 다양한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생성한다. 영어는 물론이고 100개 이상의 언어로 모델을 확장해 언어 장벽을 허물며 소비자 엔터테인먼트에서 거의 모든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성형 AI는 예술,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는 추세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인 매킨지가 올해 초 금융.의료, 소매, 제조, 기술 둥 전 분야의 16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해 지난 8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조직에서 이미 한 가지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마케팅, 영업, 제품 개발 및 서비스 운영으로, 이는 생성형 AI의 고부가가치 영역과 일치하는 결과다. 또 AI를 사용하는 조직의 40%가 생성형 AI로 인해 전체 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해, 생성형 AI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성능이 향상되고 활용범위도 빠른 속도로 넓어지면서 AI의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창작 영역에서 AI 시스템이 창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사례와 함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면서 개인의 인권 침해는 물론 저작권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AI 복제(AI cloning) 경우 생성형 AI가 음성, 문학, 음악, 이미지, 연기(동영상) 등을 대상으로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임의로 생성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공연 복제(performance cloning)의 경우, 2021년에 유명 배우인 톰 크루즈가 아닌데도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다든가, 골프를 치는 딥페이크 동영상이 ‘CNN BUSINESS’ 자료인 것처럼 TikTok에 등장했다. 한편으로 생성형 AI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국의 저작권법 관련 판례에 따르면 인간이 창작한 경우에만 저작권을 인정한다. AI가 만든 예술작품을 포함해 ‘인간이 아닌 자(non-human)’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들은 창작가로부터 도구를 분리할 수가 없기에, AI가 작품의 창작자일 경우 이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하고, AI 사용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주장도 채택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생성형 AI의 진화는 기술 혁신과 함께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속도와 광범위한 적용 영역에 비해 윤리적·및 법적 이슈에 대한 대응은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AI에 의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와 생성형 AI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이슈는 새로운 법적 판단에 앞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어떤 규정과 가치체계를 수립해야 할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윤리적, 법적 측면을 고려한 균형 잡힌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EE칼럼] 한전 적자해소 의지있나?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9년 128조7000억원이던 한전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4000억원으로 2년 반만에 56.4%나 불어났다. 정부가 바뀌고도 지난 1년간 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내야 하는 하루 이자만 7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흑자를 보면 전력요금 인하 압박 때문에 발전자회사에 전력대금을 넉넉히 준다. 반대로 적자 때는 발전자회사에 주는 전기값에 인색해진다. 즉 발전자회사라는 버퍼를 최대한 활용하고도 이 정도의 적자라는 것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한전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긴축을 하는 데도 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력시장의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2017년 1kWh당 전력생산단가는 원자력이 60원, 석탄 80원, 천연가스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료비의 인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천연가스 239원, 신재생 289원으로 조정됐다. 원자력은 줄고 석탄과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모두 올랐다. 이 가격표에서 보듯이 원전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이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은 5배로 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여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이 아무리 아껴도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다. 당장 원전을 늘리는 것은 이미 실기한 듯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규원전을 넣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부지확보를 위한 노력을 선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립서비스’에 그칠 것 같다. 지난 20여년간 10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단 한번도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한 적이 없다. 전부 과소예측이다.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몇 년 후 부족분을 급하게 증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기간이 짧은 천연가스발전소 밖에 대안이 없다. 반면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하면 몇 년 후 잉여부분을 감축해야 하는데 역시 천연가스발전소가 감축된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건설기간이 길어서 이미 착공됐기 때문이다. 즉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천연가스발전소가 늘어나고 과다예측하면 기저부하인 값싼 발전소가 늘어난다. 2000년도 이전에 한전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과소예측과 과다예측을 번갈아 하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에너지믹스를 가져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에는 과소예측으로 일관하면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또한 한전적자의 원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적정 에너지믹스로부터 현재의 에너지믹스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수요도 고려해 전력수요를 산출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려는 수요로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인덕션 레인지 등을 과소하게 책정한 것이다. 탄소중립 2050계획을 이행하려면 전기의 4배 이상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화 또는 수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력수요는 년간 몇 % 수준이 아니라 수백 % 수준으로 늘려야 할 지도 모른다. 전력시장의 운영에 있어서도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 한전이 값싼 원자력발전 전기가 아니라 태양광발전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료비가 싼 전원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5배가 비싼 전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오롯이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연료비가 아니라 전력생산단가가 싼 전력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구매 체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적자에 빠지면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다가 정전사태를 맞았고, 텍사스는 풍력에 투자하다가 대정전을 불러왔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전력요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당국에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암(Arm), 반도체의 그림자 거인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반도체의 ‘그림자 거인’ 암(Arm)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9월14일(현지시간)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650억달러(약 86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주가가 조금 내렸지만 19일 시가총액은 여전히 600억달러에 육박한다. 암이 어떤 회사이길래 증시가 흥분한 걸까? 암을 어떻게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하게 됐을까? 암과 한국 반도체 기업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나라엔 암과 같은 ‘슈퍼을’이 왜 없을까?◇ 모바일 혁명의 숨은 조력자암의 설립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영국 에이콘 컴퓨터와 미국 애플, VLSI테크놀로지 3사가 합작했다. Arm은 Advanced RISC Machines의 약자다.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 교외에 있다.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1997년 휴대폰 최강자로 군림하던 핀란드 노키아가 암이 설계한 칩을 선택했다. 암은 단번에 적자를 벗고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07년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다. 이때 잡스는 아이폰에 들어갈 칩 공급을 인텔에 타진했다. PC와 서버용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인텔은 잡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잡스는 암을 대안으로 골랐다. 아이폰은 모바일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덩달아 아이폰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암의 가치도 다락같이 뛰었다. 현재 암은 휴대폰 AP 설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암은 반도체 회로설계(디자인)를 전문으로 한다. 칩을 만드는 회사에 설계도를 넘겨주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다. 별도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팹리스(Fabless)로 분류된다. 설계 능력이 워낙 출중한 덕에 모바일 AP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예컨대 애플, 엔비디아, 삼성전자, TSMC 등 고객사들은 모바일 칩을 만들 때 암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 10년 앞을 내다본 손정의의 안목일본 스기모토 다카시가 쓴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는 2006년께부터 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기모토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다. "앞으로 잡스가 만들게 될 모바일 기계는 세계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아미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막을 열게 되겠지. 그렇다면…암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플랫폼을 장악할 것이다."암에 대한 손정의의 짝사랑은 2016년 열매를 맺었다. 이 해 손정의는 휴가 중이던 스튜어트 챔버스 암 회장을 터키 휴양지에서 만나 "암을 매수하고 싶다. 단순한 출자가 아니라 100% 매수"라고 제안했다. 결국 손정의는 234억파운드(약 290억달러, 39조원)을 주고 암을 손에 넣었다. 동시에 손정의는 런던증시에서 암 상장을 폐지했다. ◇ 엔비디아가 눈독4년 뒤 미국 엔비디아가 암 인수를 추진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분야의 선두주자다. 엔비디아는 인수금액으로 40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과 유럽연합, 미국의 공정거래 당국은 엔비디아와 암의 결합이 반도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대형 IT 기업들도 양사 결합에 반대했다. 결국 암을 인수하려던 엔비디아의 계획은 2022년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SK하이닉스와 퀄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소문에 그쳤다. 지난 9월14일 암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사실 암이 나스닥 시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8년 암이 런던증시에 상장할 때 나스닥엔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했다. 다만 본무대를 아예 뉴욕 나스닥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번 IPO(기업공개)는 특기할 만하다. ◇ 원천기술의 힘반도체는 기술력이 뛰어나면 자연 독점을 누린다. 네덜란드 ASML이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도 특정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 소재 분야에서 배타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선진국들이 가진 원천기술의 힘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기술만 보면 빈 구석이 많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공저 ‘축적의 시간’에서 "우리 산업이 처한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다"며 "이런 역량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된다"고 말했다.원천기술은 인내심을 먹고 자란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고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수다. 대한상의, 산업연구원 등 민·학·연은 17일 ‘산업 대전환 제언’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중 "정부가 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첨단산업분야 인내자본을 형성해줘야 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암과 같은 초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판 암이 나오려면 정부가 돈을 지원하되 성과가 미진해도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경제칼럼니스트>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 등 관계자들이 9월14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개장 벨을 울리고 있다. 암은 이날 나스닥에 상장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자의 눈] 테마주로 돈 번다는 착각

"2차전지, 초전도체(LK-99), 맥신, 양자컴퓨터, 비만치료제, 소금, 설탕, 요소수…"올해 증시는 유독 테마주에 홀려 여전히 기대감이 살아지지 않고 있다. 2차전지 열풍에 16년 만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도 15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8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2차전지는 미래성장성이 있는 종목이라 쳐도, 초전도체는 그야말로 ‘꿈의 물질’이다. 지난 7월 국내 한 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LK-99’ 공개 이후 여전히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학계에서 초전도 특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희망적인 멘트와 기사 한 줄에 갑자기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초전도체를 이어 급등하던 맥신 테마주들도 반짝 상승하고 추락한 상태다. 양자컴퓨터 테마도 4일 천하로 마무리됐다. 상온에서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관련 주가가 4일간 70% 급등하고, 급하락했다. 이렇듯 잠잠했던 증시 테마주로 인해 요동쳤지만, 결과는 씁슬하다. 지난 7월부터 8월말까지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에코프로, 신성델타테크 등으로 몇 억씩 벌었다는 내용이 연일 올라오고, 주식 리딩방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실제 지난 7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원으로 치솟았다. 연초 16조원 대비 11조원이나 늘어난 셈이다.조기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테마주가 떠오른 뒤 사들인 투자자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0조1811억원(18일 기준)으로 연초(16조5311억원)보다 20% 급증했다.테마주의 등장으로 우리 증시는 주도주를 잃는 결과를 얻었다. 투자는 자유롭지만, 책임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환상과 허상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다.

[EE칼럼] 공급망 전쟁 속 자원강국 위한 전제조건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이 드디어 광물전쟁을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다. 중국은 지난달 1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미국에 대한 광물전쟁을 선포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과 컴퓨터 칩은 물론이고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등 다양한 IT·전자제품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광물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해 중국이 핵심광물을 무기화해 항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세계를 향해 칼을 뽑았다. 지난해 중국산 갈륨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과 독일, 네델란드이고, 게르마늄은 일본과 프랑스, 독일, 미국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이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의 대응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의 제재 수단과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이미 중국은 희토류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에 신재생에너지가 주목 받으면서 관련 핵심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 지고 있다. 중국은 수 년간 아프리카, 남미 등 다른 나라의 광물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를 광산개발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렸다. 중국은 5개 대륙에 걸쳐 많은 광산업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채굴량의 41%, 리튬 채굴량의 28%, 니켈 채굴량의 6%, 망간 채굴량의 5%를 중국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도 천연흑연을 채굴하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에서 중국에 크게 떨어진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은 핵심광물(주로 희소금속) 대부분의 제련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점유율은 16%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제련 및 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대폭 높아진다. 니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니켈 제련기술을 전수하면서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지배력을 키워 왔다. 인도네시아는 5년 전만 해도 기술력이 낮아 니켈을 대량으로 채굴하지 못했다. 이런 인도네시아에 손을 먼저 내민 건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적어도 3개 이상의 니켈 공장을 건설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공장을 늘리고 있다. 일본 역시 스미토모상사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생산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도 2개의 니켈 제련 공장을 가동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기업과 협력하는 이유는 니켈처리에 필요한 공정인 고압산침출 기술력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기업은 고압산침출 기술에 문제가 많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개선됐다. 세계 주요국들이 많은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도 희소금속 채굴에서부터 선광,제련 등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까지 배터리 생산의 모든 과정을 선도하는 중국을 따라 잡는데 수 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신흥 개발국들이 광물을 무기로 차츰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구리 정광에 대해 최고 10%의 수출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핵심광물 수출금지 조치에 따라 유럽연합(EU)집행위는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역내 주요광물 원자재의 최소 10%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 목표를 정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원자재의 역내 채굴, 가공 및 재활용 역량 확대 및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EU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역내 처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 최소 20%의 EU 역내 처리 역량 추가 확보가 가능해진다. EU는 칠레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체결하며 중남미지역에 약 45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현재 80%에서 2030년 50%대로 완화하고, 2%대인 재자원화를 20%내로 확대하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전기차,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우선 필요한 것을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해 집중 관리키로 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그리고 희토류(5종)이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4개국 장관회의에서 타결된 IPEF2 공급망 협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있다.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협의체로 한국을 포함 일본, 호주,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이다. 공급망 협정은 공급망과 관련된 정부간 공조,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 공급망과 관련된 노동환경 개선 협력 등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는 기업은 기업이 잘 하는 것을, 정부는 정부가 잘하는 것을 서로 결합해 같이 움직이는 ‘한국형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자원강국이 될 수 있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역습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 없는 전기차는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배터리의 확보는 전기차 생산의 기반이면서 기본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체제 아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 짝짓기(합작)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전기 저장능력을 높이는 에너지 밀도 확보와 함께 안전성,경제성(가격),대량 생산체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그리 간단치가 않다. 한국의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전기차 시대를 앞서서 20여 년 전부터 준비하고 투자해온 결과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배터리 내재화는 난제중의 난제다. 그러나 테슬라는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조만간 자체 배터리 생산을 예고했다. 기존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산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는 용량이 작은 만큼 쉬게 접근하고 앞으로 대용량으로 안정되게 생산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반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인 ‘LFP배터리’와 서방 중심의 리튬이온 배터리인 ‘NCM배터리’로 양분돼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즉 충전용량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셀투백 기법, 즉 블레이드 배터리 등이 추가되면서 단점을 점차 극복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상대적인 장점인 가격경쟁력과 안전성(화재)을 무기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 전기차 시장에 ‘반값 전기차’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값싼 배터리’ 확보가 전기차 전쟁에서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떠 올랐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테슬라와 포드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우회하면서 미국 내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부터는 일본에서 중국산 BYD 전기차 판매가 시작된 데 이어 우리나라도 인산철 배터리가 장착된 BYD 상용차가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기아 레이 전기차와 KG모빌리티의 EVX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국산 모델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장착이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결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표준 이상의 고급모델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등 가성비를 따지는 보급형 전기차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주도권 싸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중국의 CATL 등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 모두를 생산, 공급 중인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만을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3사는 그 만큼 경쟁력측면에서 불리하다. 국내 모든 배터리사가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중국 CATL은 최근 10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고,영하 10도에서도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이 배터리가 실제로 생산돼 상용화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격차 시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도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김필수 새사진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