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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불매 운동보다 사주기 운동이 아름답다

지난 2021년 당시 일본 아베 총리가 한국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 목록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바 있다. 대리점 갑질이 드러난 기업, 성차별 면접 논란 기업,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던 기업, 공감 능력 부족한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또 불매운동 대상이 된 사례는 매우 많다. 왕따나 학폭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들을 광고계에서 퇴출시킨 사례도 있다. 일방적인 구매에서 벗어나 간섭과 견제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들의 실력 행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사례를 살펴 보면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인종차별 반대 시위 복장을 못 입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선 바 있다. 스타벅스는 이전에도 흑인 차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21년 3월 여성의 날, 트위터에 올라 온 모 회사 제공 사진 속에 ‘여자는 부엌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알려져 비판을 받았고, 아동 노동을 착취했다는 신발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진 바 있다. 점차 환경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나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대응행동이 빨리 그리고 쉽게 공유되다 보니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행동하는 소비자의 위력은 문제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별점 테러, 트럭 시위, 집단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적 집단행동이 본격화 된 지도 오래다. 통신과 게임, 식품·유통, 자동차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나 다양한 유형의 대응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마련됐고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이 동시 다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정보력과 지식으로 정보 비대칭이 많이 사라진 현재 소비자의 힘이 막강해 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불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집단행동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매운동은 자칫 선량한 특정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국제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몇 년전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은 중국 정부의 잔혹한 인권 탄압과 강제노동을 문제 삼아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됐다. 그러자 중국 소비자들의 분노는 H&M 으로 향했고 H&M은 한 순간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에서 H&M은 중국 당국에 불려 갔다. H&M 홈페이지에 베트남과 분쟁 중인 파라셀 군도 표기 사용 때문이었다. 결국 H&M은 중국 당국의 지도 수정 요청, 즉 중국이 그어 놓은 해안선 표시(9단 선) 지도를 즉각 받아들였다. 그러자 H&M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불매운동이 이번에는 베트남 소비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그 후 신장 면화 보이콧 브랜드들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미·중 정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이 사건은 불매운동의 파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됐으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매운동과 대조적으로 소비자들의 사주기 운동도 자주 일어 난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상품이나 서비스 사주기 운동,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제품의 탄생을 위한 사주기 운동을 설득하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우이웃을 돕거나, 환경보호를 실천한 가게,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앞장서는 가게나 기업의 제품을 사 주자는 운동은 소비자의 구매력(money vote)을 활용해 힘을 실어 주는 행동이다. 2021년 서울 홍대 근처 착한 치킨집에서 시작된 돈쭐(돈으로 혼쭐) 행렬이 SNS와 유튜브 등을 타고 연쇄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고등학생 A군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손 편지의 내용, 즉 본인과 어린 동생에게 무료로 치킨을 건넨 미담이 알려졌던 것이다. 이에 홍대 근처 소재 착한 치킨 가게에 강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배달 앱을 통해 돈만 내고 음식은 받지 않는 주문이 이어졌다.가치 소비에 열광하는 MZ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행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당시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치킨 가게 사장님 힘 내세요’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주문한 음식이나 결제 영수증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친 환경, 동물복지, 기부나 봉사 등 사회 기여에 앞장선 가게나 기업의 제품을 사 주는 운동은 아름답다. 벌 주기보다 칭찬하고,불매운동보다 사주기 운동으로 착한 소비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EE칼럼] CCUS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한 과제

탄소를 포집·활용·저장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한다는 것은 사실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가장 비싼 기술군에 속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효율개선, 연료전환 등 온실가스를 아예 나오지 않게 하는 방식에 비해 흡수 혹은 포집과 같이 D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잡아다가 격리시키는 방식은 효과에 비해 비용이 크게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낮은 온실가스 감축비용 및 감축잠재력 순으로 여러 기술들을 쭉 줄세우면, CCUS 는 맨 뒤쪽에 가장 비싼 최후의 방법으로 손꼽혀 왔다. 당장의 감축목표를 당면한 기업들 입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지고 카피할 기술도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개발의 필요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포집기술 상용화만 되면 감축할 수 있는 양은 지리적 운송이나 온실가스를 격리할 장소의 지질 불투과성 혹은 충분한 공극의 존재 등 안정된 여건만 받쳐준다면 감축잠재력 측면에선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 우위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 입장에서 항상 CCUS는 탄소 가격의 상단을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이다. 공급 측면에서 일방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왔지만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은 없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가 봤자 직접 물에 입을 대어 삼키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들에게 CCUS 란 기술에 목마르도록 할 유인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0년 동안 그래 왔다. 일정 수준의 탄소가격 등 경제적 인센티브 부재 상황에서 CCUS라는 가장 비싼 기술의 개발은 정부 및 기업 입장에선 허상 뿐인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공주도의 직접적인 R&D는 축구 패널티킥 라인에서 골대 안으로 돈 뭉텅이 풍선을 차서 넣는 것과 비슷했다. 풍선은 방향성을 잃고 공중에 흩뿌려지기 일쑤였다.반면, 수요진작 방법은 자생적 기술진보가 이뤄질 여건조성에 집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회유 및 압박이다. CCUS 활용의 경제성을 강제로 만들어 주기 위해 높은 탄소세나 이에 상응하는 양적 부담을 가하는 탄소시장(Emission Trading Scheme)을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기업들 입장에선 해외사업 개발이나 일부 생산공정 개선 등 매우 싼 옵션만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러한 탄소시장 상황에서도 CCUS 에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성 측면에서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 도입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서는 시행착오가 포함된 학습곡선을 통과해야 하고 적용 과정에서의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서라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수요진작을 위한 궁극적 방안의 하나는 CCUS 가 결부된 산업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탈 탄소의 방편으로 수소(H₂)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대체 에너지원이 청정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포집이 필수적이다. 수소 자체도 과거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채택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기후변화 등 시대의 요구에 당면해 수소와 같은 청정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생산하는 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발생이 전혀 없는 이른바 ‘그린(Green)수소’는 경제성은 고사하고 그동안 국토 적합성 등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현재 가장 경제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블루(Blue)수소, 즉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탄소만 쏙 빼서 포집 및 격리시켜 수소만 유통시키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화석연료에서 수소경제로 전환된다는 대전제 아래 CCUS 분야의 기술진보는 수소의 경제성 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인 상황이다. 요점은, 공급 측면에서의 단편적인 기술개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활용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정책 및 산업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CCUS 기술개발도 탄소중립을 위한 성가신 숙제가 아닌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말이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판 록히드 마틴을 꿈꾸는 한화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대우조선이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22년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하순 양사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한화와 대우조선이 잠수함 등 군함 건조 입찰에서 짬짜미해선 안 된다는 조건이다. 대우조선은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새롭게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앓던 이를 뽑았다. 양사의 결합을 두고 언론은 ‘한국판 록히드 마틴’의 탄생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록히드 마틴이 어떤 회사인지, 한화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짚어보자.◇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미국 방산기업 록히드(Lockheed)의 역사는 1926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앨런 록히드는 존 노스롭 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 록히드항공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창업주의 이름에서 따왔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록히드는 2차 세계대전 때 P-38 전투기로 명성을 쌓았다. P-38은 특히 일본 전투기를 격추하는 데 명수였다.1995년 록히드는 마틴 마리에타와 합병한다. 이때부터 회사 이름이 록히드 마틴으로 바뀌었다. 2022년 초 기준 전체 종업원 수가 11만5000명이며, 이중 6만명이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다. 지난달 우리 군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교민을 구출할 때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를 투입했다. C-130 시리즈는 록히드 마틴이 자랑하는 수송기다. 1956년 출시된 이래 약 70년이 흘렀으나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은 최장수 군 항공기로 꼽힌다. 슈퍼 허큘리스는 그 중에서도 최신 모델이다. 또 지난달 한·미 공군이 연합작전을 펼 때 우리 공군은 최신예 F-35A 다목적 스텔스기를 투입했다. 역시 록히드 마틴의 주력 전투기다.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는 2022년 전세계 방위산업체 순위에서 록히드 마틴을 1위에 올렸다. 2021년 매출이 6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조원에 이른다. 국가별로 보면 글로벌 방산 시장은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가운데 중국, 프랑스, 일본, 독일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판도다. 국내 기업 중에선 한화가 30위로 가장 높다. 하지만 매출은 약 72억달러로 록히드 마틴과 비교하면 10분의 1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 화약으로 출발한 한화의 꿈한화그룹은 1952년 현암 김종희가 설립한 한국화약이 모태다. 한화는 한국화약을 줄인 말이다. 이름에서 보듯 한화는 방위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화의 방위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끈다. K9 자주포는 국제 무기시장에서 명품으로 꼽힌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사업에도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작년 동기와 비교할 때 385% 증가한 228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다. 수출(4749억원)이 사상 처음 내수 매출(3666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분야가 주특기다. 현재 한화 방산 라인업에서 빠진 게 잠수함 등 군함이다. 대우조선은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잠수함 건조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렇게 되면 한화는 우주, 하늘, 땅, 바다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 인수가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찬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상선 부문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잠수함 등 특수선은 10% 안팎에 그친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데 2조원이 들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장기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한화+대우조선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상선 부문이 살아나야 한다. 한화로선 올들어 글로벌 조선업황이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는 게 천만다행이다.◇ 한국 무기산업의 미래지난 3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5년 간(2018~2022년) 한국의 무기수출 규모가 74%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세계 방산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했다. 이는 직전 5년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첨단 무기는 전자 기술력이 필수다. 그 점에서 IT 강국 한국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무기 생산능력이 새삼 주목을 끌었다. 미국에 포탄을 대량 ‘대여’하기도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재임 1953~1961년)은 1961년 고별사에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군산복합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체 주가는 전쟁이 터져야 오른다. 긴 평화는 방산업체에 악재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이게 현실이다. 서로 으르렁대는 국제정치에서 혼자 고고한 척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우리도 록히드 마틴 같은 메이저 방산기업을 갖는 편이 낫다. <경제칼럼니스트>▲수단 교민 구출작전에 동원된 공군 C-130J 수송기가 4월28일 오후 김해기지에 착륙한 뒤 주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C-130J 수송기는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스테디 셀러 수송기다. 사진=연합뉴스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로고.▲올해 초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K9 자주포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인천공항 면세점 손뗀 롯데, 오판인가 선견인가

일상회복 2년차로 접어든 올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2차) 최종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대기업 핵심사업자인 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이 공항 사업권을 모두 차지했고, 국내 면세점업계 1위 롯데는 아예 1차 심사에서 탈락해 공항 사업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인천공항 입찰 결과로 향후 면세점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오고 있다.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등 상징적 이미지가 크다. 더욱이 이번 입찰 사업권은 10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 했다.그럼에도 롯데는 다른 사업자보다 20%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베팅한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앞선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는 높은 임대료를 써내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후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8년 일부 매장을 철수시킨 아픔이 있었다.롯데가 낮은 입찰가를 쓴 배경에는 예전처럼 공항 여객수와 매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한 듯 했다. 공항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향수는 최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온라인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 그 여파로 공항 면세점의 구매단가도 최근 감소했다. 따라서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강화로 승부한다는 전략에 방점을 뒀다.그러나 일상회복 가속화로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공항면세점 사업권이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은 항공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 일평균 여객이 13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의 65% 수준을 회복했다. 실제로 공항면세점 사업성에 기대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여객수가 더 회복될 것 본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허브공항인 만큼 향후 객단가가 높은 여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아직 자국민의 방한 단체관광을 풀지 않고 있어 국내 면세점사업의 완전회복을 당장 기대하기는 힘들다.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가 롯데의‘전략적 후퇴’와 사업권 획득 기업의 ‘승자의 저주’가 될 지, 아니면 회복 기회 제공과 면세점 시장판도 변화를 수반할 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이슈&인사이트]맛의 기준과 규제 그리고 무역 사이의 알고리즘

맥주는 겉보리를 발아시킨 맥아(malt)를 발효시키고 향신료인 홉(hop)을 첨가해 맛과 향을 더한 술이다. 이 술은 기원전 이집트에서도 제조됐을 정도로 곡식을 이용한 발효주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여전히 현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제 맥주는 나라마다 고유한 맥주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맥주는 생산지역의 물과 재료, 주조시설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독특한 풍미와 특성이 맥주라는 제품에 녹아있다. 이런 개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창출한다. 1516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은 ‘순수한 맥주란 물, 맥아, 효모, 홉만을 사용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했다. 사실 이 법령은 바이에른의 제빵업자와 양조업자가 밀과 호밀을 두고 가격을 경쟁하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1871년 독일이 연방으로 통일되면서 채택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독일의 양조장들은 지금도 이 기준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맥주순수령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수입 맥주의 유통을 제약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1988년 유럽사법재판소는 맥주순수령을 폐지하도록 권고했고 1993년 이 법령에 일부 사항만 추가된 ‘독일맥주법’이 제정됐다. 한국에서는 최초의 맥주 양조장 1908년에 서울에 문을 열었고, 1930년대에 맥주가 대량생산되며 시장이 형성됐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우리 맥주하면 동양맥주의 OB와 조선맥주의 크라운이라는 브랜드를 먼저 떠올린다.당시 정부가 제한된 일부 기업에만 맥주 제조와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제품에는 다양성이 없었다. 이 같은 규제는 국내 시장 판매만을 고려한 맥주 제조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품질의 향상이나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 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이후 국내 맥주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국산 맥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한동안 지속됐다. 최근들어 정부의 주류산업 정책이 규제를 줄이고 수입 다변화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규제 완화는 다양한 해외 맥주의 국내 시장 진입으로 국내 맥주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국내 수제 맥주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제조된 개성 있는 맥주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맥주가 다른 산업이나 문화와 연결돼 독특한 맥주 문화와 산업이 형성됐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K-드라마에서 ‘한국식 치킨’이 소개되며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운데 이 것이 맥주와 결합한 이른바 ‘치맥’ 문화는 해외수출로 이어지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독일과 같은 국가들이 맥주순수령과 같은 기준을 고수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 기준이 식품이나 음료 제조와 관련된 자신들의 전통과 맛을 지키려는 노력이자 자긍심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나아가 이런 규제가 다른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러 지리적 표시에 관한 규제라든지 제조방식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같은 사항들은 무역에서 중요한 이슈로, 무역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무역 갈등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도 막걸리와 같은 전통주류에 관한 규제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김치와 고추장 같은 식품의 맛에 대한 제조기준의 설정과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의 보호와 함께 무형의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세계를 석권하는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만큼 경제적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한국의 맛은 다른 가치나 산업을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중요한 것이다. ‘치맥’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한국 맥주도 새로운 산업적 경쟁력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무역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는 ‘한국 맛’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EE칼럼]RE100으로 부활하는 탈원전 정책

RE100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 때다.당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을 아는지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라는 환경단체가 이끌고 있다. 많은 선량한 기업이 환경을 사랑하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더라도 당장 RE100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곧 이 캠페인은 사실상 무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 7일 동안 하루 24시간 (24X7) 내내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을 수 없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전기가 부족할 때마다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자 이 캠페인은 변질됐다. 기업이 값비싼 재생에너지 전력요금을 치르면 재생에너지를 쓴 것으로 쳐주는 인정제도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는 동일한 전력망에 태워진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재생에너지 전력이고 어떤 것이 석탄전력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의 20%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았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다른 전기를 사용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전력망 전체로 보면 달라질 것도 없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이미 재생에너지로 구글이 가진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글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했다. 재생에너지는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발전원으로부터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하고 CF100(탄소제로)을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이용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꾀한 셈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나라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이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지 않는다 거나 제품을 사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위협도 가한다.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RE100이 국제무역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는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을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나라로 옮길 수 밖에 없다. 이건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 캠페인이 힘을 발휘한다. 탈 원전 정부에서 나서서 RE100을 적극 홍보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유엔(UN)에서는 이미 CFC(Carbon Free Compact)라는 활동이 시작됐다. RE100이 국제무역의 질서를 깨뜨릴 위험을 간파한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기후변화의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을 사용하자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RE100과 CF100은 원자력발전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을 인정하지 않느냐, 인정 하느냐에 있다.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면서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해서 줄인 것은 인정해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인데도 그게 통했다. RE100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재생에너지는 늘리고 원전은 줄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그것이 가져온 폐해는 한전의 적자, 전기요금의 인상, 원전수출 부진, 잇따른 난방비 폭탄이다. 매각해 버린 신규원전 부지와 원전산업의 생태계 붕괴는 또 다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앞으로도 고리 2호기를 위시해 계속운전 준비를 제때 하지 못한 6기의 원전이 수년간 정지하면서 수 조 원, 수십 조 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RE100을 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RE100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RE100 때문에 걱정하는 기업에 대해 CF100 인정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비 정부기구(NGO)의 특이한 주장을 따르기보다 UN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특별 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지난 한 주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것이 국내외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사안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나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였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우리 기업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사안과 관련해서는 양국 정상 간의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는 것으로 일단락된 측면이 있다. 이른바 나토식 핵 공유와 어떻게 다른가, 사실상 ‘핵 공유’냐 ‘아니냐’를 놓고 정치적 해석에서 충돌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 대통령이 펜타곤 국방부지휘센터(NMCC)를 방문하고 미군 수뇌부로부터 브리핑 받는 장면은 대내외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두 번째 사안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이 없다는 비판과 실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실무 레벨에서 설득과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의 국익에도 매우 부합한다"고 답변한 만큼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한국의 경제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이것이 결국 한미 군사 동맹에 조차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것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방미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했던 부분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도 "핵심·신흥 기술과 사이버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고 명기했고, 바이오 분야와 청정에너지, 우주협력의 전 분야에 걸쳐서도 동맹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 양국이 군사 안보, 경제 안보에 더해 ‘기술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른바 군사용과 민간용 기술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AI나 로보트 기술은 물론 우주, 원자력 관련 기술들은 대표적인 이중활용(dual-use) 기술들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이런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기술 패권(technological hegemony)’을 놓고 건곤일척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탈 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은 지금의 경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가게 하는 두 개의 바퀴와도 같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주요국들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미래 시장에서 표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에서 열세로 밀리면 향후 수십 년 동안,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후발주자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다가오는 인공지능과 우주 개발 시대에 대한민국이 더 잘 대비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의 개발 단계에서는 물론 활용 단계에 있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행위자들과의 초 연결된 상태는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리스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구축은 한국의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국빈 방문 중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안내를 받아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한 것이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찾아 디지털바이오 분야의 석학들과 대담을 나눈 것 등은 향후 한미동맹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을 기반으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지를 다잡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잉 안보화(hyper-securitization)를 우려하며 무슨 분야든 ‘동맹’과 연결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은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국가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가들과 ‘잘’ 지내기가 지극히 힘든 국면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unipolarity)는 이미 끝났지만, 다극체제(multipolarity) 속에서 세력 재편은 이미 우리의 바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것은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신뢰할 수 있고 능력이 있는 상대와 힘을 합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더 몰두해야 한다. 지금의 이 전략적 판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 교수

[기자의 눈] 尹이 넷플릭스 CEO와 악수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 중 하나로 넷플릭스 투자 유치가 꼽히면서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예정된 투자였냐 아니었냐는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 CEO의 만남은 여러 모로 씁쓸했다. 윤 대통령의 넷플릭스 투자 유치가 주요 포털 뉴스를 장식하고 있을 무렵, 토종 OTT ‘웨이브’는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웨이브는 지난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지난해 12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웨이브가 국내시장에서 턴어라운드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매년 예산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우리도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웨이브는 "국내 OTT 육성 때문에 넷플릭스의 투자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건 반대"라고 했지만 막상 ‘내새끼’ 사정이 이렇다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의 접견을 바라보는 통신업계 마음은 더 처절한 듯 했다.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 부담 문제로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운 지 오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방미 외교의 가장 큰 성과가 넷플릭스 투자 유치라는데, 앞으로 망 사용료 얘기를 제대로 꺼낼 수나 있겠나 싶다"며 푸념했다.지난해 국내에서 7733억원의 매출을 올린 넷플릭스는 법인세로 33억원을 냈다. 지난해 네이버가 4105억원, 카카오가 241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문화동맹이 뚜렷이 부각된 성공적인 외교"라는 평가를 내놨다. 사실 문화동맹을 통한 결실을 지금 당장 예단하긴 어렵다. 열매를 잘 맺으려면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불공정 계약 방식과 플랫폼 종속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쯤 되니 본전 생각이 난다.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 CEO의 악수는 얼마짜리였나.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EE칼럼] 쌀 신세가 된 전기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전기가 곧 쌀이 되어 버릴 것 같다. 무슨 소리냐고? 국제 에너지가격은 계속 치솟는데 국내 전기요금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이제는 벼농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끊을 수 없게된 것처럼 낮은 전기요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정부 자금이 사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입법사태로 보듯이 쌀(벼)농사는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가장 오래된 이슈 중 하나다. 1970년대 이후 정부의 쌀 증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쌀은 100% 자급자족을 넘겨 身土不二를 실천한 농산물이라는 자긍심이 매우 높다. 문제는 벼농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다른 작물로 옮겨가지 않는 데다 기술은 좋아져 쌀 풍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어 해외에 수출은 어렵고 국내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쌀 문제로 인한 국가재정지원이 날로 커지고 있고 정치권과 정부부처들은 수십 년 동안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나랏빚만 늘고 있다. 이제 전기가 이런 쌀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지만 전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처분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또 하나의 쌀 신세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전국 전력망을 건설하고 전국 방방곡곡 집집마다 전깃불을 밝혀 100%에 가까운 보급률을 보이며 21세기 초반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과 전력설비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지난 10여년 만에 빚더미에 쌓여 고장 난 전력설비의 복구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추락하고 있다. 전기의 문제는 21세기 초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 패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가정과 상업건물에 겨울철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최대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전력수요 피크가 나타나면서 발전시설을 세워서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2011년 고장이 나고 말았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어느 새 20%를 훌쩍 넘어버린 1인 가구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안 없이 그야말로 냉방과 난방을 팡팡 틀어놓고 지내고 있다. 전통적인 우리나라 전력요금체계는 다양한 정책수요에 맞추기 위해 산업용, 농업용, 교육용 및 심야전력용의 전기요금을 정부의 지원으로 낮게 유지해 왔으며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4인 가구를 중심으로 누진제가 적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요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수요패턴이 변화했는 데 21세기 들어 전기요금체계는 제대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대와 기획재정부의 물가 타령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신기하게도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관에도 냉방과 난방온도를 규제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공무원들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이후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게 일하게 하고 있다. 적절한 전기요금 조정으로 이들 전력수요 피크를 조정하거나 1인 가구용 전력요금 체계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2020년에는 전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료의 가격이 폭등하는 공급 위기까지 나타났다.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시즌 에펠탑의 조명을 껐고 독일은 초강도의 절약해야만 했으며 유럽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3~5배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권과 기획재정부는 전기요금을 절대로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수준은 OECD 국가 최하위권이 됐고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2022년에만 30조의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되었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원가보다도 낮게 유지된 전력가격이다. 21세기 내내 전문가들은 꾸준히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력가격 상향조정은 물론 법으로 보장된 원가연동제의 실시도 하지 않고 있다. 당장에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제 기회를 놓치면 전기는 쌀 신세가 돼 우리 후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은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전기요금 인상은커녕 벼농사와 같이 오히려 보조금이 더욱 더 늘어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벼농사가 국가보조로 버티듯이 이제 전력산업도 국가보조로 연명하는 산업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중장기적인 전력가격 상향조정 의지를 발표해 더 이상의 급격한 전력수요증가를 막고 빠른 시한 안에 근본적인 전력가격체계 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과 산업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과 산업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낡아 빠진 전력요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복수의결권제 도입을 환영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국회에서 논의만 거듭되면서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지난달 27일 드디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있다. 바로 ‘복수의결권제도’다. 상법에 따르면 주식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복수의결권제도는 벤처ㆍ스타트업에 한해 그 주주총회에서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 제도 도입을 2020년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었다. 그때는 민주당 어느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복수의결권제도를 국정과제로 채택하자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과 일부 시민단체가 돌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논리가 너무 황당해 윤석열 정부가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는 복수의결권제도가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과 한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상법상 1주당 1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1주 1의결권 원칙 및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먼저,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재벌ㆍ대기업이 복수의결권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복수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거나,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ㆍ양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하는 내용이 법률안에 이미 들어 있다. 또 벤처기업이 상장한 뒤에도 3년의 유예기간 뒤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했다. 이처럼 소위 재벌의 관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미국은 재벌이거나 아니거나, 대기업이거나 소기업이거나 차별 없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회사법을 제대로 모르는 소리다. 주주평등원칙은 모든 주주를 인간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주주가 가진 주식을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모든 주식이 평등하게 발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식은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고, 어떤 주식은 현금과 맞바꿀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 대표소송권, 회계장부열람권 등 특수한 권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제도는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그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1주 1의결권 원칙’도 허구다. 이미 상법은 의결권이 전혀 없는 주식과 의결권이 일부 안건에서는 배제되는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예를 든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는 대주주가 가진 주식은 일부 의결권이 박탈된다. 벤처기업들은 항상 자금에 쪼들린다.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방법 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벤처기업 창업자의 지분이 점점 희석돼 나중에는 경영권 상실에 이를 정도가 된다. 이들이 경영권 상실에 대한 걱정 없이 혁신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가 복수의결권제도다.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벤처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담보하고 벤처기업의 활성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의 ‘재벌의 지배권 강화’ 주장 같은 턱도 없는 프레임은 반(反) 대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선진국 제도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지만 지금이라도 법안이 통과돼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것이 진정한 협치다. 앞으로도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한국 경제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 여야의 계속적인 협치를 기대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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