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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
수도 서울은 휴전선에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휴전선 너머에는 장사정포 등 중화기가 배치돼 우리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추진된 9·19 군사합의는 한국의 감시정찰 능력을 떨어뜨려 방어역량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 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남북의 적대적 군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한미 첨단 정찰항공자산의 활동을 제약해 적 타격자산 위치나 도발징후를 파악하는데 매우 불리하다. 문제는 9·19 군사합의를 제대로 지키는 쪽만 안보불이익을 받는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합의 이후 북한은 3000번 이상 위반했다. 2019년 11월 김정은이 서부전선에서 해안포 사격을 직접 지시했고, 2022년 12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북한의 ‘하마스식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정찰·감시역량 강화가 절실해졌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21일 3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했다. 이 조항은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20~40km 공역에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북한의 공격에 대한 감시능력을 높이게 됐다. 북한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 국방성은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중화기를 투입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권총을 차고 근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은 무력도발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다양한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이에 따른 책임을 남한에 돌리는 선전전에도 열을 올릴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포문 개방도 합의 파기 이전보다 크게 늘어 접경지역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물샐틈없는 대응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첫째, 높은 수준의 방위태세를 갖춰야 한다. 휴전선 인근 감시초소(GP)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한미연합방위 대응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방사정포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응징하는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과 파기선언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가 북한의 파기 선언을 불러 왔다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움직임도 있다.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게 되어있고 게다가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하여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안보의식 강화다. 이스라엘은 정보실패와 함께 국론 분열이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밀어 붙이면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고, 수천 명의 예비군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런 국론 분열상이 하마스의 저항 의식을 일깨웠고, 혼란을 틈타 공격을 감행했다. 우리 사회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바람 잘 날 없다. 이는 북한의 선전전에 매우 취약하고 유사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치인, 언론 등은 상대방 선의에 기댄 평화는 꿈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최소한 안보문제 만큼은 우리 국민이 합심해 대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