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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혁신의 기회

2024년은 용(龍)의 해다. 에너지가 얼마나 많으냐로 따지자면 용은 하늘을 날고 번개를 내리며 불을 뿜으니 십이지 상징 동물 중 으뜸이다. 동양에서는 군주의 상징이자 가장 신성한 동물이며 서양에서는 가장 강력한 악의 상징이다. 2024년은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에 에너지와 혼돈이 넘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국제정세는 제2차 석유 위기와 미·소 냉전으로 정신 없었던 1980년대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혼란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해를 넘기며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 역시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새해에도 지우리나라의 무역 환경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대외 무역환경이 계속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것이 예측되는 만큼 에너지와 자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GDP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가 국제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이 국내문제에서 벗어나 국제 변화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새로운 친한파 국가 확대로 공급망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 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국제동향을 면밀히 살펴 변화에 적절한 산업 정책을 창출해야 한다. 산업부 에너지 부문 조직에 통상과 국제협력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세계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변화를 관찰해 필요한 정책을 맡기면 좋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산업과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 건설된 지 수십 년이 돼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적자 상태인 공기업의 구성원들을 신산업 및 해외 공급망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 용은 혁신의 상징이다. 십이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징한다. 미래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R&D를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기존 공기업 영역에도 과감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혁신 에너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니 독과점이니 하는 산업구조논쟁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에너지기업이라면 공기업이건, 민간기업이건 이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업군 중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하나도 없는 부문은 에너지산업이 거의 유일하다. 세계 2위의 가스회사와 세계 10위권의 전력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람코, 엑손모빌 등 굴지의 세계 에너지기업들과 비교하면 70위권 정도다. 에너지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다른 산업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다. 경쟁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해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부분에서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공급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라는 단순한 기초 레벨에도 들어서지 못해 신산업 창출과 고용 촉진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혁신을 원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더욱 집중하여야 한다. 새해는 청룡이라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우리나라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환경의 급변은 분명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그 기회를 잡고 새로이 혁신한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우리 모두 용이 되는 꿈을 꾸어보자.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기자의 눈] 규제 둘러싼 민·관 입장차, 언제쯤 줄어들까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자석의 빨간 부분으로 표시된 N극끼리는 가까워지려고 해도 척력으로 인해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기업 관련 규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경제계의 입장도 이와 같은 형국이다. 21대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토로하는 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그마나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폐기 단계로 접어드는 것에 안도를 표하고 있다. 안그래도 선진국·경쟁국 보다 강한 노동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혁신특구에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네거티브 방식은 ‘금지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한다’는 것으로 산업계에서 신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해외 혁신 클러스터와 협력하고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10개 정부부처 소관으로 도입 또는 개정된 기업 관련 규제는 5620건에 달한다. 국회에 제출된 규제혁신 법률 222건 중 통과된 건은 99건(44.5%)에 불과하다. 규제를 줄여달라는 현장의 목소리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영국이 법인세 대폭 감면에 이어 두 세기 가량 이어진 상속세 폐지를 검토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대주주 할증시 세계 ‘원탑’ 상속세를 책정했음에도 관련 당국에서 미지근한 목소리만 나오는 실정이다. 조만간 ‘40살’을 맞게 되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비롯한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격’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뿐 아니라 외국인고용법 등 일명 ‘킬러규제’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의 고충이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산업경쟁력 저하로 경제 성장을 억제한다. 한국의 경우 4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 당하지 않고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22대 국회에는 잘 전달·반영되길 바란다. spero1225@ekn.kr나광호 나광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갑진년 새해의 정치 소망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국내외 정치경제를 관통할 화두와 함께 상황을 진단하고 새해에 우리나라가 마주할 현안과 과제,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국제정치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주요국의 한 축으로 부상한 우리에게 한미동맹에 따른 상당한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마스-이스라엘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주춤하면서 전황이 장기화되면 지원 요구가 커지고 전후 복구도 그만큼 미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적 이슈와 함께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높이고 있고,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의 식량이나 경제문제의 악화는 외부적 도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안보적 상황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급망 붕괴가 통상과 산업발전의 기회를 제한할 것이다.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어우러져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가 제한되었고, 경제 악화로 세계 각국의 구매력마저 떨어지며 이래저래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다. 현대차가 장부가격 2873억원인 연산 20만대 규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단돈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가 않다. 지난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을 보면, 글로벌 호황이었던 K-팝의 영향으로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콘텐츠 분야와 제조업 중에는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분야의 불황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지난해 7000억원으로 2022년(7조3000억원)의 10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는 것은 기업의 수입이 줄었고 경기가 그만큼 나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국민의 체감경기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특히 전세 사기로 청년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1만2433건 중 6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피해자 중 70%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가계부채도 187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가구당 약 1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이자부담률도 역대급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에 발표된 통계청의 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비소비지출(평균 1280만원) 중 이자비용이 247만원으로 전년대비 18.3% 증가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이슈 중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합계출산율 0.73이 상징하는 저출산이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임은 물론, 외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빠른 인구소멸을 의미한다.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새해는 저출산을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결국 정치인데, 새해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는 4월10일에 있을 제22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를 구성해 떠난 민심 붙잡기에 나섰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분당의 위험 속에서 헤매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서로의 약점에 기댄 반사이익을 기대할 뿐 아직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할 만한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87년 체제 이후 철 지난 운동권의 이념에 파묻혀 정치권을 점령해 각종 특권과 이익을 누리며 국민 위에 군림해온 x86 세대의 퇴출이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73년생 한동훈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그와 띠동갑인 85년생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을 때 시동 걸린 세대교체가 정치 자체의 개혁으로 바뀔 가능성이 보인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구태를 보여온 정치인을 모두 퇴출시키고 도덕성과 품격,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선도할 사람들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구성된 제22대 국회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나 출세,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패거리 정치의 보스를 위해 희생하고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마을과 지역사회에서부터 국민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해 온 청년들이 정치를 통해 국가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의 정치에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큰 차를 타고 비서를 대동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중교통 타고 팔을 걷어붙이고 밤새워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는 실무형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22대 국회의 첫 회기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없애는 법을 발의하고 제일 먼저 통과시키는 헌신적인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산업의 새해 화두와 과제

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 중심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화가 전 인류의 공통된 과제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빅 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탄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명분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상충된 의견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일방적인 하향식 방식이 아닌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상향식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미래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토론해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며, 토론의 결과를 국가 전략에 담아야 한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을 토대로 도출된 합의점과 미래 비전을 법제화해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함께 불확실성을 없애 기업의 발전적 참여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 전기요금의 현실화, 전력산업구조개편, 에너지공기업의 기능 재조정 등 전 근대적인 에너지시스템 혁신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처리문제, 지역경제 침체 및 일자리 감소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화합과 타협을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한 예로 해상풍력특별법과 함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CF100’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탄소감축운동인 RE100 달성은 발등의 불이다. 우리 내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점은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UN의 대북 제재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협력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2050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 미래를 대비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시아 지역 전력망 연계라는 Asia Super Grid 구상 외에도 동북아시아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하여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하여 새로운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이제는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방면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 기업도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맞춰 혁신적으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시민(가계) 역시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고, 변화에 따르는 비용과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겨울은 보이는 것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자라게 한다’는 말이 있다. 에너지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크고 이로 인한 불안감과 위기감 역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위기(危機)가 곧 기회라는 말 처럼 지금의 위기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앞선 세대처럼 우리도 갑진년(甲辰年) 올 한해 정부와 기업, 가계가 힘을 합쳐 난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용솟음치기를 기대해 본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기자의눈]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형제의 난’이 결국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처음부터 크게 기울어진 싸움이긴 했다. 이미 4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을 표 대결로 누르기란 쉽지 않았다. MBK는 공개매수 조건으로 남은 지분을 깡그리 모아오지 않는다면 1주도 사주지 않겠다고 나섰다. 처음부터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을 건 것이다. 승리를 예상하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결국 조 회장이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쉬움도 짙게 남는 분쟁이었다. 누가 이기거나 지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조 회장이 보여준 소극적인 리더십 때문이다.이번 이슈에서는 ‘공개매수’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과 겨뤄볼 만한 지분율을 사전에 확보하기 힘들다 보니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였다.그럼에도 분명 조 회장 측은 여유가 있던 상황이다. 이미 확보한 지분에 더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도 힘을 보탰다. hy와 효성 등 우군도 속속 참전했다.유리한 상황에서 조 회장은 공개매수에 나선 MBK를 두고 "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막대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풀이하자면 MBK 측의 공개매수를 기대하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오히려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이를 기대하는 주주들에게 ‘우리 회사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아질 테니 나를 믿고 지원해달라’고 해야 했다.그렇게 나설만한 명분도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전인 9월 말 기준 0.3에도 못 미쳤다. 엄청난 저평가 상황이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이를 고작 0.5에서 0.6으로 높인 수준에 불과했다. 만약 조 회장이 호기롭게 ‘감히 우리 회사 주식을 2만원에 넘기라고 하다니 실망스럽다’며 ‘내가 계속 경영해서 회사 주식을 10만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주주들이 기다린 건 그런 리더십이 아닐까.조 회장은 편도 많지만 적도 많다.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주주 입장에서 든든하다고 느끼기에는 어려운 리더다.이번 이슈로 조 회장은 압도적인 지분율을 가지고도 여전히 아버지의 도움과 다른 친척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더했다.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형제의 난’이 끝나지 않았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조 회장이 지분율 말고는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형제의 난을 리더십을 부각하는 기회로 삼는 건 어땠을까. 회사 부흥을 위해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논리를 강화하는 건 주주들의 불안한 투심도 달래고 향후 재판에서도 유리할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khc@ekn.kr

[이슈&인사이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최근 인지능력이 제한적이고,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해 학령기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폭력과 따돌림 피해 본 사람들이 학령기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일상 및 사회생활과 직업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적절한 교육과 지원의 부재로 사회적 배제와 단절을 겪는 사람을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대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연루돼 사회의 주변인으로 맴돈다. 이들을 위한 뚜렷한 사회적 지원 정책이 부족한 주된 이유는 경계선 지능인을 독립된 정책대상자로 인정해야 할지, 발달장애의 범주에 포함시켜 유사 정책대상자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에 사회보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에 새롭게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내용이 반영됐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경계성 지능인’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정립해야 한다. 2008년부터 국가차원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면서 학교 교육은 경쟁체제로 변화됐다.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보충 지도의 대상이 돼 집중적인 학습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학습의 실패 경험들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opelessness)’을 초래했고, 그 결과 학업의 포기 뿐 아니라 또래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기에 이런 경험을 한 아동들에게 ‘경계선급 정신지체’, ‘느린 학습자’, ‘애매한 아동’, ‘경계선급 지능 아동’ 또는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구를 지닌 아동 혹은 다양한 학습자’라고 일컫는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 5’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으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개념, 사회, 실행 영역에서 지적 기능의 제한성(IQ 70 이하)과 다양한 환경(가정, 학교, 일터, 공동체)에서 한 가지 이상의 일상생활(의사소통, 사회참여, 독립적 생활) 기능에 제한성이 발달기(18세 이전)에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2020년 10월 제정된 서울시의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에서는 경계선 지능인을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한 인지능력(IQ 71∼84)으로 소속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의 부적응은 낮은 지능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결과다.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직업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낮은 지능 때문일까? 지능은 경계선에 속하지만 적응 행동 기능에는 어려움이 없는 이들도 있다.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의 곤란함’이 지적 기능의 제한성 때문인지, 적응 행동 기능의 어려움 때문인지, 사회적 환경의 부재 때문인지를 면밀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 뚜렷한 원인 진단 없이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둘째,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과 지원요구를 파악해 그에 맞는 개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정책은 발달장애인과 매우 유사하다. 지능 제한성 유형(IQ 70∼84, 85∼99)과 적응행동 제한성의 유형(개념적·실제적·사회적 적응행동의 어려움)에 맞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경계성 지능인과 그 가족의 삶이 더욱 개선된다. 셋째, 무엇보다 경계성 지능아동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이 중요하다. 경계선지능을 가진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80만명으로 한 학급당 2∼3명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교육서비스와 일반교육사이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학교에서 소외받는 경계성 지능아동 중 소수만이 지역사회의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에서 단기간 프로그램 참여하는 정도다. 특수교육 담당 부서나 학습부진 담당 부서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이들에 위한 교육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경계성 지능인은 학령기에 적절한 교육을 못받으면 ‘학습의 무기력’과 ‘낮은 자존감’ 그리고 ‘대인관계의 단절’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E칼럼] 수소배관망 구축, 네덜란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면서 우리 조야에서는 때아닌 네덜란드라는 서유럽의 강소국에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나 세계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기업 ASML 본사 방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 강화가 주된 목적이었다. 이 밖에도 국사책에서 ‘헤이그 특사’로 배운 ‘이준’ 열사의 기념관 방문 등을 통해 우리와 네덜란드의 역사적 관계를 환기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 필자와 같은 에너지·자원경제학자에게 네덜란드는 이른다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떠올린다. 네덜란드병이란 대규모 유전·가스전이 발견되면, 신기하게도 제조업이나 농업 등이 오히려 쇠퇴하면서 경기침체·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독특한 경제 현상을 말한다. 얼핏 대규모 유전·가스전이 발견되면 온 국민이 돈방석 위에 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석유·천연가스를 팔아 벌어드린 대규모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면,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 비싸지고 환율이 떨어져, 공산품·농산물 등 다른 품목의 수출길이 막히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 1960~70년대 네덜란드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1959년 대규모의 ‘흐로닝언(Groningen) 가스전’이 발견되면서다. 2013년 생산량이 약 2조 570억㎥에 달한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럽지역 최대 규모로, 심지어 일국의 제조업 쇠퇴까지 유발할 정도였다. 흐로닝언 가스전은 수익의 70~95%가 네덜란드 정부에 귀속돼 오늘의 네덜란드 복지 국가시스템을 있게 한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흐로닝언 가스전이 최근 폐쇄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스 추출로 지반 침하가 심해져 1991년부터 주변 지역에 빈번한 지진을 유발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흐르닝언 가스전은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을 줄이기 시작해 올해 10월 1일자로 생산이 완전중단됐다. 이에 따라 가스 배관 네트워크를 통해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전역으로 흐로닝언산 천연가스를 실어나르던 네덜란드 가스유통공사 ‘하수니(Gasunie)’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더욱이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예정된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하수니는 결국 가스에서 수소유통공사로 변신했다. 이를 위해 주로 북해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네덜란드 전역으로 유통할 수 있는 연장 1200㎞ 수소 전용배관 네트워크를 2030년까지 구축하는 ‘Hydrogen Backbo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두 가지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먼저 소요예산 15억 유로(약 1조5000억원)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전국 단위의 수소 배관 네트워크 구축이 일종의 고속도로처럼 관련 산업발전에 필수적이지만 아직 불확실한 수소 수요로 수익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려워 민간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이냐 논쟁의 늪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과감히 위험을 분담해준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과단성도 본받을 만하지만, 이를 이끌어낸 하수니의 전략도 눈에 띈다. 하수니는 1200㎞의 수소 배관 중 85%를 기존 가스 배관을 개조·재목적화해 수소로 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구축비용이 신규 배관의 20~25% 정도로 저렴해지면서, 동시에 좌초자산을 재사용해 탈탄소화 정책 실행에 따른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정부 재원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이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좋을 수만은 없다. 이처럼 비용 효과적이면서도 기발한 방안으로 소모적 논쟁을 피하면서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소구력도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경제도 기존 수송 중심에서 발전·산업 중심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면서, 수소 전용배관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전국단위까지는 아니라도 평택 등 수도권, 광양만권, 부·울·경 권역 등지에서 수소 전용배관 환산망에 대한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나 네덜란드나 대규모 배관 구축에 수반되는 위험부담이나 사회적 논란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수니 사례처럼 더 과감한 정부 지원과 함께 이를 정당화해줄 수 있는 비용 효과적인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이해당사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하수니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제 나눠 풀기

크고 복잡한 문제를 풀 때, 그것을 다룰 수 있을 만한 작은 문제로 나눠서 푸는 것이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지 큰 일은 통째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작은 일로 나눠서 푸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비정부기구(NGO)의 인사들은 이런저런 고려사항들을 다 집어넣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들도 그걸 잘 알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를 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계속 떼를 부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로 직접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기 보다는 훈수를 두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많다. 계속 훈수를 두려면 판이 끝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문제를 나눠서 풀 경우와 함께 통째로 풀 경우의 답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기부를 한다고 치자. 작은 기부들을 열거하면서 하나하나 소액을 요구하면 기부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걸 모두 합쳐서 목돈을 요구하면 기부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문제들의 답들을 서로 비교해서 과연 상충되는 점이 있는지 하는 것 들을 검토함으로써 큰 문제의 답과 같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작은 문제에 대한 답을 그대로 정답으로 여기면 사실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보다 못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망이 불안해진다. 재생에너지는 햇볕과 바람과 같은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력생산이 일정하지 않다. 햇볕과 바람이 일정하지 않으며 일정하다고 구름이 지나간다거나 하는 다른 조건들이 바뀌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일정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은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전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전력시장에 큰 과제로 등장했다. 전력망을 안정화하려면 전력생산량 조절이 쉬운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다. 이른바 탄력적 발전원을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탄력적 발전원으로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을 늘린다면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가 사라져버린다. 다른 방법으로 전력저장장치(ESS), 즉 배터리를 둬서 전력이 남으면 거기에 넣어두고 부족할 때 보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EES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데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그 자체보다 전력저장장치의 가격이 더 높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에는 국민이 보지 못하는 이런 다른 비용요소를 추가해 고려돼야 하지만 이 비용은 전력망 비용으로 전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풀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에너지기본계획도 세워야 한다. 또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 문제를 다룰 때는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났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또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으로써 전력망을 보강해야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마치 한전이 부실 경영을 한 양 한전의 조직을 축소하고, 자산을 매각하며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거나 반납하는 계획을 세운다. 탄소중립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을 세울때 가격이라는 시장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계획을 짠다. 한전의 적자는 고려하지 않는다.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는 정책전원이라는 명목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비율을 건설하도록 반영한다. 그리고 나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져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나치게 높아진 재생에너지를 감당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서 지원하고 또 한전의 적자 계획은 이들은 고정값으로 놓고 대책을 수립한다. 과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걸 몰라서 돈 계산을 안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재생에너지를 마구잡이로 공급해놓고 전력망을 강화한다며 또 수요처와 공급처가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고 또 돈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값싸게 탄소중립을 하려면 원자력발전소 늘리면 간단히 모든 게 해결되는 데 말이다.산업부는 에너지 문제를 큰 틀에서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풀면서 정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ChatGPT를 통해 본 새해 경제전망

"예측하건데, 2024년 새해는 AI(인공지능)가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활짝 시대가 열린 것 처럼 말이다." 꼭 1년 전에 필자가 에너지경제신문에 기고한 ‘AI시대,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라는 제목의 글 일부 내용이다. 그리고 2023년은 어김없이 GenAI(생성 인공지능)가 부상했다. 필자의 전망이 맞았다라는 안도가 아니라 그만큼 GenAI가 갖는 잠재적 변화의 힘이 막강하고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2023년이 몇일 남지 않은 현재, 거꾸로 ChatGPT에게 새해 경제전망을 물어봤다. ChatGPT는 "시의적절한 주제"라면서 주저 없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선 세계 경제의 역동적인 특성을 고려해 내년 경제에 영향을 주는 10가지 핵심 요인을 꼽았다. 글로벌 경제동향, AI와 같은 미래첨단 기술발전, 각국의 통화정책,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신흥시장 동향, 노동시장 역학 변화, 무역관계와 공급망, 소비자행동과 소매 트렌드, 부동산 및 주택시장 동향, 의료부문의 발전 등이다. ChatGPT는 이를 토대로 새해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2024년 세계 경제는 도전과 기회로 가득한 복잡한 미로를 계속 헤쳐나갈 것으로 봤다. 기술 발전부터 지정학적 역학 관계의 변화까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며, 개인적·직업적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파악할 수 있는 4가지 주요 트렌드를 제시했다. 첫째, AI 혁명과 고용시장의 역학 관계다. 급성장하는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현상에 그치지 않고 AI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통합됨에 따라 전 세계 고용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AI가 업계에 가져올 변화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또는 AI가 주도하는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기술을 향상시키거나 재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는 기후 변화 이니셔티브 및 비즈니스 전략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친환경 경제에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는데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나아가 친환경 관행을 향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서 어떤 기회가 발생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세번째는 진화하는 이커머스의 세계와 소비자 습관이다. 소매업의 디지털 혁신은 소비자 행동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쇼핑 습관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는 소비자 행동의 광범위한 트렌드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그리고 비즈니스 소유자의 경우,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헬스케어의 미래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급속한 변화를 예상하면서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건강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헬스케어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채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을 ‘적응과 성장’의 한 해로 규정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 모두가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최신 정보를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것으로 주문했다.‘ChatGPT가 본 새해 경제전망’은 인공지능이 갖는 잠재적 능력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 번 물어 볼 때마다 말을 달리하는 GenAI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정하고 가이드 하는 일이 중요하다. 즉, GenAI가 경제전망이라는 나름의 전문분야를 답하지만 이런 답을 이끌어 내는 데는 질문의 주제를 기획하고 질문 내용을 정제하는, 다소 복잡한 프롬프트의 과정을 거친다. 2024년에는 우리가 GenAI와 더 가까이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GenAI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GenAI가 생성하는 결과를 어디에 활용할 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아는 만큼 물어보고 GenAI는 물어본 만큼 대답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GenAI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EE칼럼]

얼마 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로버트 솔로 (Robert Solow) 교수가 별세했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의 주 전공분야는 경제성장론이었으며 방법론으로는 동학 모형으로서 필자의 연구에 여러모로 영향을 끼쳤다. 몇 년 전에는 그의 경제성장 모형을 확대해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양립하는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도 있다. 필자는 이 논문을 통해 2050년 무렵 인구절벽·재정절벽·연금절벽의 ‘트리플 위기’에서 우리나라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산업성장과 기술혁신을 막는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자본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버트 솔로 교수가 지속가능성 이슈에 동참했던 1970년대는 오늘날과 유사하게 환경이 이슈였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달랐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현재와는 달리 당시는 빙하기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었으며,(독자 중 그 당시 한강이 얼었던 것을 기억할 세대도 있을 것이다), 로마클럽은 인구증가와 자원고갈로 인류의 생존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겁게 경고하던 때였다.(아이러니하게 지금은 인구감소를 우려하고 자원의 가채 년수도 여전하다)로마클럽의 경고 이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UN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수자원, 대기자원, 토양자원이 지구 상에 애초에 형성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도록 모든 세대가 이들 자원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층 생태중심의 사고를 근거로 당시 선진국의 환경주의자들은 중진국의 인구증가 문제에 심각하게 개입하기도 하였다. 로버트 솔로 교수는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정의는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신 그는 화석연료를 최적의 소비경로를 따라 사용하되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개발과 산업성장으로 연결해 미래 세대가 경제적, 생태적으로 박탈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즉, 기술진보를 통한 새로운 성장자본의 축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동시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세대간 형평성, 특히 취약세대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적 관점과도 부합한다는 연구들도 상당수 있다. 21세기인 오늘날의 탄소중립 논쟁은 필자가 볼 때 1970년대 로마클럽과 1980년대 지속가능성 논쟁의 데자뷔다. 자원 이용률과 인구증가율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넷제로와 유사한 개념이다. 로버트 솔로 교수의 기술혁신 중심의 환경-경제성장 모형에 따르면 넷제로라는 온실가스 감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의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1~2년 추진하고 그만둘 정책이 아니라 수십년 아니 한 세기에 걸쳐 추진해야 할 방향이라면 우리 자체적으로 그 산업적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수입산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다 깔고서 그것으로 탄소중립 달성했다고 하는 주장은 오히려 미래 세대의 경제권을 박탈하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도 위배된다.넷제로를 주장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또는 그 전신인 Build Back Better(경제인프라 패키지), 탄소국경조정제, 핵심원자재법 등은 온실가스 감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저탄소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 산업자본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정작 산업자본의 육성을 통한 강건한 경제성장 도모보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도 두들겨 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과 과학기술의 부흥을 위한 로버트 솔로 방식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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