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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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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산업의 새해 화두와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1 06:27

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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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 중심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화가 전 인류의 공통된 과제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빅 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탄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명분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상충된 의견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일방적인 하향식 방식이 아닌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상향식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미래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토론해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며, 토론의 결과를 국가 전략에 담아야 한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을 토대로 도출된 합의점과 미래 비전을 법제화해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함께 불확실성을 없애 기업의 발전적 참여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 전기요금의 현실화, 전력산업구조개편, 에너지공기업의 기능 재조정 등 전 근대적인 에너지시스템 혁신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처리문제, 지역경제 침체 및 일자리 감소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화합과 타협을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한 예로 해상풍력특별법과 함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CF100’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탄소감축운동인 RE100 달성은 발등의 불이다.

우리 내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점은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UN의 대북 제재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협력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2050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 미래를 대비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시아 지역 전력망 연계라는 Asia Super Grid 구상 외에도 동북아시아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하여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하여 새로운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는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방면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 기업도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맞춰 혁신적으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시민(가계) 역시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고, 변화에 따르는 비용과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겨울은 보이는 것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자라게 한다’는 말이 있다. 에너지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크고 이로 인한 불안감과 위기감 역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위기(危機)가 곧 기회라는 말 처럼 지금의 위기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앞선 세대처럼 우리도 갑진년(甲辰年) 올 한해 정부와 기업, 가계가 힘을 합쳐 난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용솟음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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