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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당의 무책임한 정치, 결국 피해는 국민들 몫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당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 행동을 하면 사회와 국가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 하물며 대한민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는 국정의 한 축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 국정을 바로 잡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근 모습은 거대 야당의 책임 의식에서 벗어나 보인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움직임 등에 대한 대응이 그렇다. 과학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대응보다는 한 마디로 ‘괴담’ 수준의 정보들을 가지고 국민의 불안 정서를 이용하는 듯한 선동적 모습까지 엿보였다. 그러니 민주당의 단식과 농성, 장외 집회, 일본 항의 방문 등 각종 대여투쟁이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갖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아닌가. 국내·외 과학자들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권위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국민 불안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제 비과학적인 괴담 유포로 인해 어업인과 수산업자,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부산 어업인들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오염수 괴담’을 멈춰달라는 집회까지 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논란도 마찬가지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일가와 땅과 관련이 있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는 사실들을 보면 그 의혹의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 급기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원 장관의 조치도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으로 애꿎은 양평 주민만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 민주당의 이런 의도는 자명해보인다. 그저 당정의 문제점을 최대한 부각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 등의 수 많은 악재들을 덮고 ‘물타기’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총선까지 끌고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경우는 과거 사드나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괴담과 달리 그 효과도 미미한 것 같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쯤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처럼 무리수를 두다가는 호재가 악재로 변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이면서 168석을 가진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 원내 제1당이다. 민주당은 168석이 가진 큰 힘으로 큰 책임이 따르는 정치에 임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EE칼럼] 주요국 핵심광물 확보전쟁 남의 일 아니다

첨단산업의 발달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으로 글로벌 핵심광물의 수요가 급증세다. 미국과 EU는 물론이고 중국도 핵심광물 확보전에 가세했다. 중국 상무부는 오는 8월1일부터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 전 제한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이들 광물을 국외로 반출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글로벌 핵심광물의 수요 증가는 최근 크게 늘어나는 IT, AI,재생에너지 등 신 산업 급성장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DC)에 따르면 금속광물 사용량은 2017년 90억톤에서 2060년 200억톤으로, 비금속광물은 같은 기간 440억톤에서 860억톤으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파리협정의 영향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파리협정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2040년 청정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 확대에 따른 핵심광물의 총 수요가 2020년에 비해 4배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또 같은 기간 전기차 및 배터리, ESS 등과 관련되는 핵심광물 수요는 리튬 24배, 코발트 21배, 니켈 19배, 흑연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 터빈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7배, 구리 2배, 규소 2.3배 증가하고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로 갈륨, 인듐, 텔루륨 등 희소금속 광물의 수급 불균형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수소에너지의 빠른 증가로 전해조에 필요한 니켈과 아연, 연료전지에 필요한 백금속 원소 등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할 때 주요국의 핵심광물 확보전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중국은 주요 광물의 세계 최대 보유국이지만 철, 비철금속 부존량은 적어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최근 생산 수요 급증으로 핵심광물의 대외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의 주요 광물 생산 점유율은 희토류 60%, 텅스텐 84%지만 철광석(78%) 크롬(98%) 코발트(95%) 니켈(90%) 구리(82%) 등 핵심광물의 대외 의존도는 50%를 웃돈다. 하지만 중국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해외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광물개발에 나서는 중국기업들은 대략 3단계 확보 전략을 구사한다. 1단계(1980~2004년)는 국유기업이 주도해 해외 광물개발에 나섰다. 2단계(2005~2013년)는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이 함께 했다. 중국 유색광업그룹의 잠비아 구리-코발트광 개발사업, 중국 알루미늄의 페루 구리광 사업, 지언니켈의 캐나다 니켈광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3단계(2014년~현재)는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국유기업이 지원 또는 함께하는 전략이다. 오광그룹의 페루 구리광 사업, 간평리튬의 캐나다 리튬, 즈진광업의 세르비아 구리광 사업 등이다. 중국은 지금도 꾸준히 자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고도화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공급망 불안정 및 무역 보호주의 등 여러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핵심광물은 특정국에 매장과 생산이 집중돼 대체재 확보가 매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산업과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EU,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주요국은 핵심광물의 공급망 붕괴로 인한 국가안보 및 경제 안정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광물의 공급망확보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핵심광물 목록을 지정.갱신하고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광물 선정에 있어 미국, 유럽과 같은 자원 소비국은 핵심광물의 공급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자원부국인 캐나다와 호주는 자원량, 경제적 중요성, 저탄소 제로의 전환, 시장 규모 및 향후 전망 등을 고려해 동맹국에 지속적으로 광물을 공급하는 목표 아래 광물을 선별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EU, 중국 등 3국 모두에 포함되는 핵심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니오븀, 탄탈륨, 베틸륨, 희토류 등인데 이외 크롬, 지르코늄 등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필요로 하는 광물로 두 국가간의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편으로 자원보유국들은 수출 승인제, 쿼터 제한, 수출세 부과 등 여러 제도와 법으로 핵심광물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런 조치는 더 강화될 소지가 크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훨씬 심각하다. 핵심광물과 소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제품생산에 필수인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은 기업 존립을 좌우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하며 자원빈국인 일본의 경우 정부가 민간 종합상사를 앞세워 해외에서 에너지,광물을 안정적으로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수입 가격을 안정시키고 무역수지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유망한 기업과 좋은 기업은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정부와 기업은 산업 성장을 위해서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는 데 보다 세밀한 전략으로 자원외교에 나서야 한다. 여러 국가에 가서 양해각서 100개를 체결 하는 것 보다 1개라도 본 계약을 체결해서 기업에 보탬을 줘야 한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는 민간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자원확보에서 도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고 공기업이 지원하는 ‘민관 합동작전’이 필요한 시점이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생활용품 안전성,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야

어린이는 누구보다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되고 사고 발생시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안전 취약계층이다. 장난감 총이나 완구류, 킥보드, 자전거, 롤러 블레이드 등으로 인한 생활속 어린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제품도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다. 현재 안전하다고 인정받는 제품도 과학기술 발전으로 미래에는 새로운 위해성이 발견될 수 있다. 석면은 100년 전에는 널리 사용돼 왔지만 현재는 발암물질로 취급 받고 있다. 안전 개념은 시대에 따른 사회적 기대수준과 소비자 의식수준에 따라 변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대학을 다니던 1970∼1980년대 시내 커피숍에 들어가면 담배 연기가 자욱했지만 담배의 간접 흡연 위험성에 대해 항의하는 소비자는 없었다. 어른에게는 안전한 제품이 어린이에게는 안전하지 않아 안전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장난감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용품도 어린이 안전 고려해 디자인하고 설계해야 한다. 어린이가 녹즙기를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채소 투입구를 길게 하여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전기 포트를 거실에 세워 두고 사용하던 중 7개월 된 아이가 이를 만지다 넘어져 뚜껑의 빈틈으로 뜨거운 물이 새어 나와 아이가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 경우 전기보온 포트가 제품출시 당시 안전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뚜껑이 닫혔음에도 물이 새는 것은 제조 설계상 결함이며, 제조물책임법에 근거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또 다른 사고 사례로 아이가 싱크대 위에 있던 믹서를 내려 전원을 연결하여 작동시키는 순간 컵이 깨지면서 튀어 나가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칼날이 노출된 상태에서는 제품이 작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옷은 화상에 강해야 한다. 안경이 벽에 부딪혀 안경 깨지면서 어린이가 실명한 사고가 있었는데, 안경 제조업자의 충격에 강하다고 선전한 것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성인 신발에서 납성분초과 검출된 중국산 신발이 리콜 된 바 있는데, 이는 납 성분이 성인의 발에 투입될 수 있어서 리콜 된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성인 신발을 어린이가 빨아서 문제가 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린이용 줄 끈이 달린 후드 T 셔츠(가디건 포함) 는 판매할 수 없다. 이유는 어린이 후드 옷 모자 부분에 달린 줄이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걸려서 미끄럼 틀에서 내려 오는 어린이 목을 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 NO WIRE !! 가 대세이다. 장난감 등 생활용품에서 긴 끈이나 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고 있다. 어린이 목을 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곰 인형 눈이 쉽게 떨어져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는 경우 생산·판매할 수 없다. 이들 사고에서 모든 가정용품 디자인과 제조 과정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안전취약계층의 사용행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린이 안전확보를 위한 제도적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어린이용품은 KC 인증을 받아야 하고 사업자에 부과하는 위해사실 의무보고, 정부 직접 리콜, 주의경고 표시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강한 조치를 담고 있다. 어린이용품, 어린이 관련 시설 등 어린이 안전에 규정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고 안전을 위한 제품과 아이디어 및 기술개발도 지속돼야 한다. 어린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다. 우산 8 면중 2면 조각이 투명한 어린이 우산, 우산 살 끝 및 대 끝의 모양이 플라스틱 큰 원형으로 제작된 우산, 밤에 시각적 안전을 위한 야광 처리된 우산을 들고 다니는 어린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머스크 vs 저커버그, 왜 이리 싸우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초거대 갑부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연일 싸우는 중이다. 상대방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저커버그가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싸움은 더 거칠어졌다. 둘은 언제부터 사이가 틀어졌을까? 공언한 대로 양자 간 케이지 파이트가 과연 벌어질까? 앙숙이 따로 없다. 틈만 나면 싸운다. 미국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다. 머스크는 우리돈 300조원 재산을 보유한 세계 으뜸 갑부다. 전기차 테슬라, 우주업체 스페이스X,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그의 손 안에 있다. 저커버그는 우리돈 130조원 재산을 가진 세계 10위 부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으로 SNS 세계를 평정한 데 이어 스레드라는 신상으로 더 단단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했다. SNS 1인자인 저커버그에 대한 선전포고다. 저커버그는 트위터 대항마인 스레드를 만들어 즉각 대응했다. 장군멍군인 셈이다. 두 사람은 케이지 안에서 싸우는 격투기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두 사람은 언제부터 사이가 틀어졌을까? 격투기는 과연 벌어질까? ◇2016년 로켓 폭발이 불화의 시작 2016년 9월1일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이프 커내브럴 우주발사 기지에서 팰콘9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발사 전 연소 시험 중에 로켓이 폭발했다. 그 바람에 로켓이 싣고 가려던 통신 위성도 폭발했다. 페이스북의 첫 인공위성인 아모스(AMOS)-6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저커버그는 2013년에 인터넷오알지(internet.org) 설립을 주도했다. 지구촌 곳곳에 인터넷 망을 보급하기 위해서다. 아모스-6 위성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작정이었다. 저커버그는 아프리카 방문 중 사고 소식을 들었다. 그는 "스페이스X의 발사 실패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7년엔 AI 놓고 설전 2017년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머스크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나는 AI에 아주 낙관적"이라며 "최후의 심판(Doomsday) 시나리오를 떠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반격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저커버그의 이해력은 제한적이다." 머스크는 "AI가 핵탄두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로 AI 규제에 적극적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생성형 AI, 곧 챗GPT가 나왔을 때도 머스크는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세계 유명인사들의 공동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저커버그는 AI를 유토피아, 머스크는 디스토피아로 본다. ◇2018년 개인정보 수집 스캔들 2018년은 저커버그에게 고난의 행군이었다. 연초 영국 캠브릿지 애널리티카라는 컨설팅 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 정보 수천만 건을 대량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정보는 2016년 미국 대선에 활용됐으며,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쓰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같은 해 3월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며 사과했다. 4월 저커버그는 미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나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사상최대인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이 기회를 머스크가 놓칠 리가 없다. 그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공식 홈페이지를 지워버렸다. 그는 트위터에 "페이스북이 뭔데?"(What’s Facebook?)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2020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에 ‘페이스북을지우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저커버그의 속을 긁었다. 한 영화배우가 "페이스북이 황제(Emperor) 한 명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리자 여기에 답을 단 것이다. 머스크는 줄곧 저커버그를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14세에 빗대면서 약을 올리곤 했다. 2021년엔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정탐’(Spying)한다는 밈을 트위터에 올렸다. ◇2022년 트위터 인수, 2023 스레드 반격 2022년 가을 머스크는 440억달러(약 57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손에 넣자마자 경영진을 싹 교체하고, 직원 75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해고했다. 11월엔 정지 상태에 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풀었다. 앞서 트위터는 2021년 초에 있었던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당시 트럼프는 팔로어 8800만명을 거느린 최강 트위터리안 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이때 페이스북도 트럼프 계정을 막았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저커버그가 지배하는 SNS 세계에 강력한 훼방꾼이 등장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즉각 대응책을 세웠다. 트위터에서 쫓겨난 직원들을 대거 채용했고, 프로젝트 92라는 암호명 아래 트위터 대항마를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말이 더 거칠어졌다. 올해 6월 21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스레드가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머스크는 "무서워 죽겠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 조심하라"고 경고하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케이지 파이트는 격투기를 말한다. 저커버그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격투기를 할) "장소를 대라"고 응수했다. 머스크는 즉시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에서 붙자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자신이 ‘월러스(Walrus)’ 기술에 능하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월러스는 덩치 큰 바다코끼리다. 저커버그를 깔아뭉개겠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은 저커버그 vs 머스크라는 ‘현피’가 이뤄질 가능성에 환호했다. ‘현피’는 온라인게임 은어로 현실에서 만나 결투를 벌인다는 뜻이다. 현실과 플레이어 킬(Player Kill)의 합성어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탈리아 콜로세움에서 붙을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바로 이 시점에 저커버그는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Threads)를 7월5일 출시했다. 스레드는 닷새만에 1억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급 속도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레드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의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으면 쉽게 로그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월간 활성이용자 수가 약 20억명에 이른다. 이 속도라면 스레드가 3억7000만명(2022년 말 기준) 수준의 트위터 가입자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9일 머스크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물에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여유만만이다. 그는 10일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주말 동안 스레드가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다"며 "대부분 순 수요로, 아직 별다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트위터쯤은 금방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한 방 먹은 머스크 어쩐지 이번엔 머스크가 저커버그한테 한 방 먹은 느낌이 든다. 스레드 출시를 앞두고 저커버그가 일부러 머스크를 ‘도발’했고, 그 전략에 머스크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격투기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스레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머스크가 난타전에 뛰어들면서 온 세상 사람이 스레드를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머스크가 스레드 홍보대사 노릇을 한 셈이다. 트위터를 인수한 뒤 머스크가 경영진을 바꾸고 직원을 대량 해고한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들 중 핵심 인력이 스레드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의 계정을 풀어주자 광고주들도 발길을 돌렸다. 저커버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머스크에 일격을 가했다. 사실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 모회사 메타를 출범시킨 뒤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실패로 끝날 듯하다. 머스크는 2021년 12월 한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실체가 아니라 과장광고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스레드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사내 변호사 명의로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경고하는 서한을 저커버그에게 보냈다. 스레드가 옛 트위터 직원을 채용해 트위터 영업비밀과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실제 소송이 벌어지면 세기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트위터 2.0이라는 장기 프로젝트 아래 트위터를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용자들에게 금융장터를 열어주는 디지털 뱅킹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이번엔 한 방 먹었지만 머스크는 뒤로 물러설 타입이 아니다.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게 바로 격투기다. 생존을 건 기업 간 전쟁은 사실 격투기보다 더 처절하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COMBO-US-TECH-THREADS-TWITTER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저커버그가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양자 간 경쟁은 더욱 고조됐다. 사진=AFP/연합뉴스 INDIA TECHNOLOGY THREADS APP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SNS 시장에 진입하자 저커버그는 스레드(사진)를 개발해 반격에 나섰다. 사진= EPA/연합뉴스

[기고] 포천에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천금같은 기회

[기고] 포천에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천금같은 기회 지난해 말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린 사건이 있다.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북한이 무인기를 통해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군은 격추에 실패했고, 이를 계기로 우리도 북한 무인기 도발에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드론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론작전사령부가 하필 지난 70여년 오랜 세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우리 포천에 창설될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도 포천 미래를 위해 첨단산업단지 유치를 꿈꿔온 6군단 부지 인근에 말이다. 포천 비상을 준비해오던 포천시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문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포천에 드론작전사령부가 창설되는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6월29일, 군 수뇌부들이 포천시청에 찾아와 드론사령부 창설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런데 군 관계자들과 만나 정확한 계획과 포천시에 제시한 약속을 듣고난 뒤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에 더 이상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포천시 발전을 위한 큰 전기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까지 밝히게 됐다. 이유는 이렇다. 창설되는 드론작전사령부에선 드론을 일체 운영하지 않을 것이며, 인근에도 드론전투부대를 배치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공식화된 문서로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안보상황 및 군사시설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드론작전사령부 이전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군 당국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군은 주민이 우려하는 소음이나 고도제한, 재산권 피해 등 추가적인 제한사항 발생도 없을 것임을 확약했다. 그리고 군은 포천시에서 추진하는 드론 및 국방 첨단 R&D 사업유치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이 핵심이다. 포천시 입장에서 도시 특성이 반영된 비무기체계의 첨단 방위사업 R&D 단지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방부는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 등 10대 첨단 국방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27년까지 국방비 중 R&D 비중을 1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70년을 희생하고, 또 한 번 양보한 포천이 이제는 과실을 거둬들일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우리 포천시는 이미 경기도 유일 드론특별자유화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드론작전사령부와 연계한다면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MRO(항공기수리) 등 민-관-군 첨단 드론클러스터의 선도적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 또한 포천에 위치한 주요 군 시설과 인접하게 첨단 방위산업단지를 조성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민-관-군이 상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포천에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을 찬성하는 이유다. 결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포천시를 첨단방위산업 메카로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지역 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것인데,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국민이 군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안보가 구축될 수 있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지 말이다. 이제는 군을 믿고 우리가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갈등을 끝내고 최첨단 방위산업 R&D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국가안보에도, 포천 발전에도 이로운 일이다. 불필요한 정쟁과 갈등으로 포천에 주어진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백영현 포천시장백영현 포천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사진제공=포천시

[기자의 눈] 신재생에너지정책, ‘고르디우스의 매듭’ 단칼에 풀리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베이는 분위기다.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풀 수 있다는 고르디우스 전차의 매듭을 칼로 끊었듯이 말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매듭을 푸는 건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정복할 수 있을 만큼 전설에 비할 만한 어려운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개편하고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제도(FIT)를 더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시장의 한 축이었던 FIT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얽힌 매듭처럼 복잡했다. 특정 신재생에너지원을 육성하려다 보니 정책에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덧붙여 복잡하게 만들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위법·비리를 2차 조사한 결과 총 5359건, 5824억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가짜 농민으로 위장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했던 사실을 포착한 게 눈에 띈다. 이들이 농민인 척 태양광을 운영한 이유는 FIT의 우대 참여조건이 농민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FIT는 소규모 태양광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한 제도다. 태양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은 태양광 RPS 고정가격계약과 현물거래시장, FIT 등이 있다. 세 시장은 담당기관, 참여조건, 입찰참여 방식, 발전수익 계산방식이 모두 다르다. 제도가 복잡하다 보니 태양광 시장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등이 창궐했다는 이야기다.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강남에서 태양광 정책의 온갖 허점을 찾아내고 돈을 벌 수단을 찾던 스터디가 당당하게 열리고 있었다"며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주는 교훈으로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건설한 제국은 알렉산더 대왕 사후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태양광 업계에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면 재검토에 반발할 수 있어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단순하게 만들더라도 소규모 태양광 등 일부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소규모 태양광은 분산에너지로서 전력 소비지 인근에 설치돼 송전망 건설 부담을 덜고 전력 소비지에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돌파구로 보인다. 소규모 태양광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통해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해준다면 태양광 시장을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고도 소규모 태양광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주원 칼럼] 반도체시장 지나친 낙관은 금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약 2010조원인데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499조원으로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잘 안 나오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고,이것이 전체 유가증권시장 지수인 코스피(KOSPI)의 약세로 이어지게 된다.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반도체와 관련이 없는 업종들도 덩달아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직·간접적 파급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 기초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예고해 주는 일종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2분기 매출은 약 60조원으로 작년동기(약 77조원)에 비해 20%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은 약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4조원)와 비교하면 쇼크다.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3000억원 수준보다는 높게 나왔다는 점과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6000억원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국내 2개사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가 감산에 나서면서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 시장 분석 기관에서는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점친다. 거시 경제 분석기관에서도 반도체 시장의 회복으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8.9%와 설비투자의 20%를 각각 차지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시황은 곧 한국 경제의 시황이 된다. 그래서 정부도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로 반도체 시장 회복을 든다. 여러 기관이 하반기 반도체 시장을 낙관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최악 상황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2분기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더 나빠지지 않은 이유가 수요 회복이라기 보다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올라가게 돼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웨이퍼 투입량을 10~25% 줄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단가가 더 내려가지 않고 상승하게 된다. 재고도 단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는 인위적 감산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보고 있는 중이다. 시장의 회복은 본질적으로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조금은 늘 수 있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시장이 진짜 살아나려면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만들어지고 이후 IT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순차적 경로가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세계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그동안 잘 버티던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존하고, 우리 반도체 수출의 약 5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회복은 소가 걷는 것처럼 더디기만 하다. 유럽은 여전히 옆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헤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의 대세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반도체 사이클이 불황 국면에 진입한 후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는 시점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멀었다. 필자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10만 전자’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충분히 이해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선행지표의 역할로서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고,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이나,경제 정책을 이끄는 정부나 모두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서 시장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그래도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인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E칼럼]미중 기후변화 협력, 한국의 국제기구 적극 활용해야

지난주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치며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은 세계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본인의 이번 방중이 "중국의 새 경제 부처와 함께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격화하는 듯했던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지난달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 이 달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으로 일거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보다는 협력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방중에서 이렇다 할 합의나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옐런 장관이 중국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레짐의 구축에 있어서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은 미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는 물론 파리협정에서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제는 최대 탄소 배출국은 중국이 됐지만 미국 역시 여전히 2위 배출국으로 다른 나라들의 배출량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 두 나라가 극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나머지 국가의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은 그 속내나 전략적 계산이 무엇인지를 차치하고라도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는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연이어 중국에 보냈던 미국이 다음으로는 존 케리(John Kerry) 기후변화 특사를 중국에 보낼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케리 특사는 다음 주(16~22일) 즈음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사무특사 등 중국 고위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양국 간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특히 옐런 장관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재생에너지 최대 투자자인 미국과 중국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의 책임과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는 기후금융은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녹색기후기금(GCF·Global Climate Fund) 등 국제 기후기구를 지원하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제기후기금 협력을 촉구했다. 이 부분이 케리-셰 특사 간 논의를 통해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옐런 장관이 언급한 GCF는 2010년 유엔(UN) 산하에 설치된 국제금융기구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이른바 ‘적응(adaptation)’ 부분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다. 2012년 GCF 이사회 투표를 통해 인천 송도가 독일의 본(Bonn) 등을 제치고 사무국 유치에 성공해 2013년 정식 출범했다. 2022년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진행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8월 말 기준 GCF의 가용재원은 5억7900만 달러이며 이에 더해 이미 체결된 공여협정에 따라 올해까지 26억1900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도 마찬가지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 만든 최초의 국제기구로 2010년 6월 서울에 설립됐다. 개발도상국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활동을 통해 녹색성장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 GGGI의 설립 취지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미국이나 중국 역시 미래 산업과 직결된 녹색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기후금융을 통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계속돼야 하는 과업이다. 이런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한국에 있으므로 정부는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국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이견이 거의 없는 공동의 목표인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GCF나 GGGI를 적극 활용해 양국 간 협력을 끌어내는 데에 기여한다면 그 역시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일이 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에 기후 관련 국제기구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주문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지난해 정유업계의 이례적인 ‘호실적’을 두고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 외치던 정치권의 목소리들이 올해엔 잠잠하다. 횡재세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외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은 부분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를 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4분기부터 횡재세 징수 주장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마도 최근까지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예견되자 이를 밀어 부칠 근거가 약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3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78% 줄어든 3843억원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이들의 실적 부진이 예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9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7.2% 급감할 전망이며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보다 95.6% 급감한 75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역시 부진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1분기에도 이들 정유업계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감소했다.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부과라는 논리대로라면 현재 정유업계가 처한 실적 부진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 어떠냐는 말이 나올 법 한데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일절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그들의 횡재세 부과 주장이 얼마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발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정유업계는 언제 다시 점화될 지 모를 ‘횡재세’ 부과 주장에 긴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늘어도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오죽했으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기 보단, 부족하거나 미미한 실적 개선이 되레 나을 정도"라는 웃을 수 없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 경제 체제에 있는 어느 나라도 기업들이 이익 실현을 주저하게끔 하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못할 망정 횡재세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된다. 형평성에도, 조세 법률주의에도 맞지 않는 횡재세가 더 이상 거론의 대상이 돼선 안될 것이다.김아름23

[이슈&인사이트] 성공한

지인 중에 자식들을 다 훌륭하게 키워낸 어르신이 있다. 여기서 ‘훌륭하게’란 세속적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고 비싼 학비를 대느라 평생 허리를 못 펴고 살아온 덕분에 아들 셋은 의사, 변호사, 교수가 됐다. 자식들의 성공을 평생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어르신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게 되었다.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던 어르신은 얼마 안 있어 병을 얻었다. 그러자 아들 셋은 곧바로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혼자서 거동이 힘든 정도가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는 있다. 그러나 거동을 할 수 있는 데도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신경 쓰지 않으려 미루며 다투다가 ‘손쉬운 타협’을 본 것이다. 아픈 몸보다 자신으로 인해 자식들이 눈치 보고 아웅다웅하는게 더 견디기 힘들었던 아버지는 두 말 않고 요양원으로 갔다. 너무 잘 나가는 자식들이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면회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자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르신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저마다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자식들이다 보니 장례식장엔 문상객이 넘쳐났다. 그러자 막대한 조의금을 나누는 문제로 삼형제가 혈투를 벌이다 결국 재판까지 가고 의절로 마무리되었다. 세상 떠난 어르신이 하늘에서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지인 중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분 있다. 대대로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는 사치였고 그저 자식들 안 굶기기 위해 평생 뼈 빠지게 노동일을 했다. 그러자 자식들은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을 잡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가난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더 하지도 못했고 이래저래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자녀들은 늘 부모님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낳아주고 길러주느라 최선을 다한 부모님의 인생을 존경하며 틈만 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서로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산다. 2019년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유명 영화배우 알랭들롱((Alain Delon)이 일본인 동거녀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자녀들이 고소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에 살고 있는 알랭들롱은 "안락사가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나가다 쇼윈도만 바라보고 있어도 옷가게 주인이 달려 나와 제발 자기네 옷을 입어달라며 공짜로 양복을 줬다는 세계 최고 미남 배우의 노후도 외롭고 힘들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노년의 삶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힘들고,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다. 자식에게 학대를 받으면서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노인들도 많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선 40분마다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고 있다. 노인 고독사 역시 한국의 주된 사회문제 중 하나다. 사실 병약한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니라면 배우자나 자녀가 이를 감당해야 하지만 배우자 역시 역시 연로한 노인인 경우가 많다. 장성한 자녀가 있어도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바쁜 데 부모를 봉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효자는 하늘에서 내린다는 데 도대체 성공한 ‘자식 농사’의 기준은 뭘까? 한 아이는 가슴에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박물관에 들어오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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