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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부동산PF는 국민경제의 볼모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4 14:45

김현우 자본시장부장


김현우 자본시장부장

▲김현우 자본시장부장


한 때 '깃발만 꽂으면 성공하던'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정권이 바뀐지 채 3년이 안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라는 짙은 그림자를 남기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0조원을 상회한다. 이 중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른 브릿지론이 30조원 규모다.


브릿지론은 사업 인허가 이후 분양 및 착공으로 현실화되는 본PF 전 단계의 금융조달로 상환을 전제로 일으킨 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중 증권사를 포함해 제2금융권의 만기도래 브릿지론은 70%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되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과 고금리의 환경이 찾아오면 오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뱃속의 중금속 신세로 전락한다.


시행사들은 미분양을 각오하고라도 사업을 진행시키고 싶지만 이제 브릿지론을 인수할 본PF 금융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 지방을 위주로 한 아파트 사업장과 지식산업센터, 역세권 개발 등 불과 4~5년 전에 지방 경기를 들썩거리게 만들던 청사진이 이제는 빛바랜 짐덩어리가 된 셈이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에서 보여지듯 부동산PF 위기는 '탐욕의 후폭풍'이다. 태영건설은 한때 수도권을 포함해 상하수도 사업에서 국내 부동의 1위 업체였고 방송사 대주주 지위와 함께 군부대 이전 사업, 데시앙이란 브랜드까지 갖춘 탄탄한 중견 건설사였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함께 부동산 PF의 불똥은 금융권으로 옮겨 붙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연일 부동산PF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4일 한 방송에 출연해 ELS 분쟁배상안 이슈와 함께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은 늦어도 올 3분기에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해 PF에 묶인 금융사 자금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돈맥경화'를 푸는 방안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ELS 사태와 PF위기는 근본적으로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LS는 중국 경기침체와 홍콩증시 폭락의 배경아래 은행 등 금융권의 무리한 상품 설계로 손실을 감당 못한 경우이다. 이 과정에서 은퇴자금을 포함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던 가입자들에 불똥이 튀어 피해자 구성에서 분쟁조정의 명분이 있다.


반면 부동산 PF는 경기 침체라는 외부환경의 리스크는 유사하지만 사업의 참여자와 피해자의 질이 다르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대구, 부산, 천안 등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지방으로 쇼핑하듯 아파트를 사들이고 호가를 높였던 광풍의 시절이 불러온 퇴적물이 PF 위기로 쌓인 것이다.


그 당시 사업성이 떨어지는 시행사업에서도 대박이 나오는 경험이 이어지자 '부지매입-시행-브릿지론-분양-본PF-회수'로 이어지는 '탐욕의 사이클'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이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에 대해 금융사 자금이 특정 산업에 묶여있는 '돈맥경화'를 풀고 구조조정을 통해 국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부실 금융사에 금융 지원을 단행하고, 미분양엔 세제혜택을 주며 PF 사업 부실을 불러온 당사자들에 안도감을 주는 것이 국민경제의 활력을 위해서라고만 해명이 될까는 미지수다.


공정과 상식을 대원칙으로 출범한 현 정부가 적어도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은 건설 금융의 탐욕적 카르텔에 확실한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태영이 무너지면 국민경제에 위기가 온다'던 한 오너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떠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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