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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챗GPT시대,대-중소기업 디지털격차 해소 시급

최근 챗GPT 4.0버전이 발표되면서 각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응용 기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로봇 산업의 경우 AI와 융합하지 못하면 생존이 힘들 정도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등장했다. 더 나아가 그동안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 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로 대표되던 전 산업계의 변혁이 다시 한번 이 대화형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윤리적 문제나 오·남용의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기업의 흥망성쇠가 경쟁의 키라고 할 수 있는 핵심기술에 어떻게 데이터와 융합된 인공기술과 접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챗GTP는 어느 듯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인공지능 응용 솔루션 개발, 그리고 모델의 학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이 이를 이용하기에는 매우 버겁다는 사실이다. 특히 데이터 서버 등 인프라의 구축 및 유지 관리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거대모델인 챗 GPT의 경우 중소기업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난제다. 결국 AI 데이터 시대에 대기업 특히 빅테크 IT기업을 중심으로 부의 집중이 이루어지는 것을 현재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막을 수 없다. 단순히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될 것이다. 수십만 중소기업의 생존 또한 예측불가능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디지털 전환시대에서 기업간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미 경쟁력의 차이가 극심한 상황에서 대-중소기업간의 불균형과 불공정 사례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종래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지가 오래다. 중소기업의 쇠퇴는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 사는 자원빈국 대한민국의 경우 전 제조산업 생태계 붕괴는 곧 경제위기와 함께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이어질수 있다. 필자는 AI로 인한 대-중소기업 디지털 격차를 AI를 기반으로 하여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공급 사슬망의 모순을 AI기반으로 시장 생태계 사슬망을 재구성하는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의 틀 또한 AI를 기반으로 재편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AI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AI 전문 교육을 통해 중소기업인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기반 도입 활용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군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별 맞춤형 AI 지원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물론 정부에서도 부처별 정책연구원을 통해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각종 정책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마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형국의 중소기업에게 당장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범부처 콘트롤타워 구축이 무엇보다 더 절실한 실정이다. 진짜 위기는 위기 자체 보다 그 위기를 못 느끼는 것에 있다. 위기는 닥칠 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할 때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경철 국민통합위원회 전문위원 /전 KAIST 인공지능 연구교수

[EE칼럼]지구는 펄펄 끓는 데 위기 대응 뒷짐진 정부

2023년 7월 극한의 날씨가 아프리카에서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세계 7개 대륙을 강타했다. 중국은 52.2도의 잠정 국가 기온 신기록을 세웠고, 유럽을 덮친 폭염은 최근 일주일 새 1만10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폭염 사망자(6만 명)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남극과 북극 해빙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4000만km²에 달하는 북대서양의 수온은 이전 최고 보다 약 0.7도 높아졌다. 지중해의 평균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대치인 28.4도에 도달했고, 플로리다 남부 해수면 온도는 욕조 온수 수준인 38.4도까지 올랐다. 아프리카 역시 역대 가장 뜨거운 밤을 경험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극한호우로 파키스탄에서는 1000여 명, 인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번 폭우는 비가 내리는 시간은 짧아지고 단위 시간당 강우량은 더 많은 게 특징이다. 기후 과학자이자 IPCC 저자인 Roxy Matthew Koll 박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해 "것은 분명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했다. 미국도 폭우로 7명이,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적인 장마로 5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덴마크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한 논문에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즉 북대서양 해류가 이르면 2025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04년 개봉한 기후재난 영화 ‘투모로우’ 줄거리의 일부다. 지구 기후 시스템 붕괴, 즉 기후 재앙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한해로 기록될 것이며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질 것이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는 2023년 연례보고서에서 영국 정부의 지난 1년간의 기후변화 대응을 평가하면서 ‘범죄를 묵인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영국은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는데도 보고서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입증된 정책 부재와 넷제로 목표달성을 위한 불충분한 투자, 느린 진전, 화석연료 프로젝트 승인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정책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OECD 국가 중 재생 발전량 점유율 최하위이며 태양광+풍력발전량 점유율이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발전설비 설치가 역성장한, 그러면서 GW급 석탄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CCC가 평가한다면 어떤 점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달성하는데 2030년까지가 매우 중요하며 같은 기간 재생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며,재생에너지 혁명은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독보적이다. 2022년 글로벌 태양광 설비용량 증설의 절반가량, 풍력 증설의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나아가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이 78.1GW로 지난해 상반기(30.2GW)에 비해 무려 158% 늘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도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설치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3.7GW 대비 67% 증가한 6.3GW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세계 신규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440~500GW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NEF의 태양광 담당 제니 체이스는 올해 중국 신규 태양광을 200GW 이상으로, 글로벌 태양광을 389GW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기후 재앙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외면하고 역행한다면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근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낮췄고 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추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고정,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제도를 폐지했다.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량은 2021년 4.4GW에서 2022년 3GW로 31%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올해는 지난해 보다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극단적 기후변화 시대에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그나마 있던 지원 정책마저 줄이는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REPowerEU, IRA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기자의 눈] 미적지근한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

"아직 출시일도 잡지 못했어요. 지금은 시장 관심도 크지 않고 제휴를 맺으려는 은행도 없어 시장 분위기만 보고 있어요."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핀테크 업체들은 아직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핀테크 업체들은 당초 이르면 7월부터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시 예정일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는 1개의 플랫폼에서 제휴를 맺은 여러 금융회사의 예적금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지난 5월 대환대출 인프라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예금, 보험 등 금융상품의 비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에 참여할 만한 유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예적금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인터넷에서 예적금 금리 비교가 가능해 플랫폼에 굳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금융소비자들이 예금 중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 지도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던 대환대출 인프라의 경우 은행들이 막판에 참여를 결정했고 결과적으로는 흥행을 했으나 대출과 예금은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대출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를 0.1%라도 낮추려는 수요가 많지만 예적금은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에 수시입출금을 포함하고 모집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은행권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단순한 예적금 비교·추천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금 중개 서비스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그 이상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은행 스스로가 관심을 끌 만한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권의 참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강요 아닌 강요에 은행들이 마지못해 참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권 내부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다.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첨단산업 리쇼어링 특단대책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소득세ㆍ법인세 감면 기간을 늘리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2년 이상 경영한 국외 사업장이 국내로 이전ㆍ복귀하면 5년간 100%, 추가 2년은 50%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앞으로는 7년간 100%, 추가 3년간 50%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사업구조를 바꿔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갈등 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높은 해외의존도에 따른 문제점이 부각되고, 주요국 간에 리쇼어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국면에서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환영한다. 다만, 다른 경쟁국의 지원규모에 대비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기업의 유턴 실적을 보면 이런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은 지속적인 유턴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2022년 3분기까지 유턴 기업 수는 고작 70개사(누적 기준·전국경제인연합회 정책자료)에 정도에 그쳤다. 일본은 2020년 5월∼2022년5월 사이에 유턴기업이 439개사에 달한다. 일본 국회는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를 위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법인세율을 37%에서 23%로 점차 낮추고,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20억달러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리쇼어링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2010년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외쳤던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리쇼어링은 변함없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여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용 증가 등 효과도 확연하다.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에 따르면 2022년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에 따른 제조업 고용은 2021년 23만8739명에서 2022년 36만4904명으로 늘었다. 2010년 기점으로는 60배나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칩스법이나 IRA와 같은 직접적인 리쇼어링 지원 정책은 아니지만, 2023~2024년 EU가 추진할 정책방향의 투트랙인 그린딜ㆍ디지털 전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그린딜 산업계획, 3월 핵심원자재법(연내 3자 협상타결 목표)을 발표하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조치들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24개 유턴 기업이 1조1089억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연간 투자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기업에게 와닿는 파격적 유턴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ㆍ법인세 세율,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주요인이다.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고작 10년 간의 세금 감면헤택 만으로 국내로 돌아올 기업이 얼마나 될까.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해야 한다. 2022년 국내복귀기업 중 중견ㆍ대기업의 비중은 37.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소재,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등 공급망에 민감한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첨단산업’ 리쇼어링 지원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불투명한 ESG 투자의 미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ESG 투자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그 가장 극적인 징후는 글로벌석유회사 엑손모빌(ExxonMobil)의 주가에서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수송수요가 얼어붙자 엑손모빌 주가는 바닥을 쳤고 S&P글로벌은 다우지수에서 엑손모빌을 뺐다. 2020년 엑손모빌은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엑손모빌은 68조8000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순이익 을 기록했고 주가는 80% 급등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엑손모빌 같은 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시대가 막을 내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대면시대의 도래로 IT 및 반도체 관련 주가는 고공 행진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불경기를 염려해 5조달러라는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실물경기는 얼어붙었지만 풀린 유동성은 대부분 자산시장으로 쏠렸다. 부동산, 주식, 코인, 금 등의 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ESG 투자는 Tech주식과 화석연료와 큰 관련이 없는 급성장주에 몰렸고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021년 공급망 대란 이후 에너지 및 각종 자원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Tech기업의 성과가 급락했다. 여러 국가의 탈(脫)코로나 선언으로 IT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ESG 관련 주가도 추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2020년 3월에서 2022년 3월 사이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3.3달러에서 50.4달러로 무려 15.5배나 오른 것을 비롯해 국제 석탄가격은 뉴캐슬탄을 기준으로 톤당 67달러에서 369달러로 5.5배,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8달러에서 116달러로 3.4배 각각 뛰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화석연료와 관련된 비ESG 주가의 급등을 가져온 반면 ESG 채권 및 주식 발행은 2022년에 급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펀드에 대한 투자가 2022년에 76% 줄어들면서 비(非)ESG 펀드의 규모가 ESG 펀드의 규모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ESG 투자에 대한 반대는 미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과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차기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ESG 투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2022년 5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자산운용사가 아닌 개별 주주가 보유주식에 대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INDEX(Investor Democracy is Expected)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하원 구성이 바뀐 이번 회기에도 다시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입법 의도는 개별 주주들의 생각과 무관하게 ESG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의 투자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도 공화당 집권 주의 주지사 및 주의원들은 공공펀드 매니저들이 ESG 투자기준을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은행의 계약을 금지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ESG 투자는 향후 큰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에너지 안보와 수급이 위협을 받으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엑손모빌 회장인 Darren Woods는 침체기에도 화석연료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기록적 수익의 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의 법률회사인 퀸 엠마뉴엘( Quinn Emanuel)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John Quinn은 "고결한 마음은 돈 안 들면 쉽게 가질 수 있다(High-mindedness is easy when it is cost-free)"고 ESG 투자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아직 지구촌 주민들은 ESG 투자가 본격화될 만큼 높은 에너지 가격을 지불할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 같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과제 남긴 저축은행 M&A 규제완화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늘면서 영업적자에 신음하던 저축은행 업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금융당국이 수년간 저축은행의 숙원이었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표였다. 타 업권과 달리 저축은행은 동일 대주주가 총 6개 영업구역 가운데 기존 영업구역을 넘어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독특한 규제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지배하도록 허용했다. 수도권도 적기시정조치 대상 저축은행이 포함되는 경우에 한해 영업구역을 최대 4개까지 허용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비수도권,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M&A 규제를 완화하는데는 난색을 표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무더기로 파산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수도권 저축은행보다 자본력, 수익성 측면에서 열위에 있고, 여수신 잔액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쏠려있기 때문에 비수도권 M&A 규제를 푸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자금중개기능을 끌어올리고,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인데, 과연 이번 규제 완화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금융당국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파산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당장 저축은행 M&A 규제를 대거 푸는 것은 당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축은행 M&A 규제를 언제까지고 내버려두는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규제를 풀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추가적인 규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비수도권 중심의 M&A 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이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전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당국도 규제를 추가적으로 푸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규제 완화는, 저축은행에 또 다른 숙제를 남긴 셈이다.이번 당국의 발표가 사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도와 내용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때로 우리나라 금융업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는 향후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위한 시작점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저축은행 역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잊고 진일보할 수 있다.

[이슈&인사이트] PF발 금융위기,근본 해법은 미분양 해소

최근 새마을금고에 대한 예금주들의 대규모 자금인출 사태로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설이 퍼지자 불안한 예금주들이 자금 인출에 나서면서 두 달 만에 7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한이 없는 금융위원장까지 진화에 나서 뱅크 런(Bank-run·한꺼번에 예금가입자들이 돈을 인출해 은행이 파산하는 현상) 길목에서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동네 은행’ 정도로 생각하는 새마을금고의 자산규모는 284조원으로 1금융권의 중앙은행을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업계 1위 금융사다. 부산은행,대구은행 등 지방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총자산을 모두 합쳐도 새마을금고 자산에 못미친다. 이런 새마을금고가 뱅크 런 위기까지 내 몰린 원인은 PF대출 부실로 연체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1.35%였던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 6월에 6.4%까지 올랐다. 부동산 PF연체율은 무려 15.5%로 치솟았다. PF대출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일반적인 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등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보지만 PF대출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만으로 대출을 하기 때문에 아파트의 분양 실적과 사업의 정상적인 준공은 PF대출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2022년 이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PF대출을 통한 금융권의 수익성 확보는 ‘땅 집고 헤엄치기’ 처럼 쉬웠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끝없이 오를 줄 알았던 집값은 꺾였고 미분양은 급증했다.2021년 말 1만7710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년 만에 6만8107가구로 3.5배나 늘었고 지난 2월에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로 지난 5월에 6만8865가구로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정부가 ‘위험수위’라고 보는 6만2000가구 이하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PF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5대 시중은행의 PF대출 잔액은 2021년 말 10조9339억원에서 지난 6월에는 16조4238억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PF연체율은 15.88%에 달한다. 결국 금리인상으로 비롯된 집값 하락이 미분양 급증,특히 준공 후 미분양 증가와 함께 PF대출 부실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지역을 파격적으로 푼 1·3부동산대책을 두고 ‘둔촌주공 구하기’,‘집 부자 살리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사실은 집값 살리기보다는 금융시장 살리기가 솔직한 정부의 속마음이다.새마을금고발 금융위기의 급한 불은 껐고 미분양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PF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요즘시대는 미분양과 연결된 PF라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흔들어버릴 수도 있는 만큼 PF대출의 근본문제인 미분양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분양 해결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미분양을 매입하는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장에서 미분양을 소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간접적인 개입이 더 효과적이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미분양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한시적으로 취득세·재산세·양도세 등 세제혜택을 통해 최대한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는 근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지금이 미분양 해소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금융권, 건설사는 미분양 해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전문가 기고] 더불어 무덤 파는 어리석은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때를 만난 듯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류될 처리수가 위험하다고 선동하고 있다. 이는 부패한 민주당의 내부 문제를 가리려는 수작이다. 후쿠시마 방류수로는 해양생물은 물론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전혀 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자명한데 민주당은 이를 모두 부정하고 엄청난 위험이 있는 것처럼 국민을 향해 거짓으로 선동하고 있다. 괴담에 현혹돼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고 수산시장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외면하면서 애꿎은 어업인과 상인들만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괴담과 선동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의 망국적 행위를 어찌할 것인가. 이러한 선동 행위는 오래가지 못하고 곧 끝장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가 방류되기 시작하면 거짓이 바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방류해역을 2km, 20km, 30km로 나누어 감시하며 삼중수소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특히 IAEA도 후쿠시마 현지에 상주하면서 원전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관리와 추적에 나서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이 해역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처리수 방류 이후 각종 환경단체들이 벌떼같이 몰려들면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일본 정부와 IAEA는 물론 수많은 환경단체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가 안전하다는 분석 결과가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 그때 민주당은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또한 민주당은 방류 후 7개월이 지나면 제주 해역에 방류수가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8월에 방류하면 내년 2~3월에는 방류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닿는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늦어도 내년 3월쯤이면 민주당의 거짓말이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4월이 바로 국회의원 선거이다. 거짓말하는 정당을 누가 지지할 것인가. 민주당은 스스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첫째, 2011년 사고 후 2년 동안 대량의 방사능물질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쏟아져 나왔다. 그 물질의 양이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려는 양의 1,000배 정도에 달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해역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매년 발행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우리 해역 방사능 감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바다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해수욕장이 폐쇄되거나 어업이 금지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둘째, 대기 중에서 우주 방사선이 질소와 반응해 삼중수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중수소가 매년 동해에 떨어지는 양이 3g이다. 이 정도의 양은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려는 삼중수소의 양과 동일하다. 한반도가 생긴 이후 우리나라 육지와 바다에 삼중수소가 내려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 피해도 없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셋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이후 안전성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많다. 일례로 독일의 키엘(Kiel) 대학은 후쿠시마 사고 후 방출된 세슘의 해양 확산을 모의했는데 229일 후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하며 이때 농도는 방출된 세슘의 1조분의 1로 분석됐다. 이는 자연 방사능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양이다. 원자력계 논문지인 NET(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에 발표된 후쿠시마 처리수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방류수를 1년 동안 전부 내보낼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받는 피폭량은 0.000014μSv에 불과했다. 1년 동안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방사선 피폭 준위가 1,000μSv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이 각각 개발한 해양 확산 모델을 이용한 삼중수소 배출에 의한 영향 분석에서도 매년 22조Bq을 방류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방류 2년 후 제주 해역의 농도가 L당 0.0001Bq였고 10년 뒤에는 0.001Bq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 방사능 수준인 172Bq/톤의 10만분의 1로 추후 원전 처리수 방류가 이뤄지더라도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제1해양연구소에서는 일본이 10년간 총 900T㏃의 삼중수소를 희석 없이 방출하는 상황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처리수 방류 시작 후 5년이 지나면 약 0.001㏃/㎥ 농도의 삼중수소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한다고 발표했다.문재인 정권에서도 방류수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재명의 민주당은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가려 하는가. 민주당은 당장이라도 지금의 어리석은 무덤 파기를 멈춰야 할 것이다.※본 기고는 에너지경제신문의 제작방향과 관계가 없습니다.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코앞에 닥친 열대화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살인적 폭염’이란 말이 올해처럼 실감난 적이 또 있을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새 전국에서 최소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다수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로 대부분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미국 남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사막에 강한 선인장마저 말라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상에, 어쩌다 선인장마저. 유엔도 비상이 걸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7월27일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온난화는 워밍(Warming)이다. 열대화는? 보일링(Boiling)이다. 보일링은 물이 펄펄 끓을 때 사용한다. 열대화보다 어감이 더 세다.지구 온난화, 아니 열대화는 얼마나 심각한 걸까?◇‘코페르니쿠스’와 WMO의 경고지난 7월27일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와 세계기상기구(WMO)는 공동성명을 냈다. 코페르니쿠스는 "7월의 첫 3주가 역사상 가장 더웠다"면서 올 7월이 가장 더운 7월인 동시에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3S는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지구관찰프로그램 6개 가운데 하나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며 "기후 행동은 사치(Luxury)가 아니라 필수(Must)"라고 힘주어 말했다. WMO는 "향후 5년 가운데 적어도 한 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8%"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는 공동성명을 배경으로 나왔다. ◇기후변화 정책 주도하는 유엔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 모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이 만들어졌다. 협약은 154개국의 서명을 받아 1994년 발효됐다. 한국은 오리지널 멤버다. UNFCCC는 글로벌 기후변화 정책을 총괄하는 최상위 시스템이다.그 아래 COP, 곧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있다. 기후변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장치다. UNFCCC 서명국이 곧 당사국이다. COP1, 곧 제1차 당사국총회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COP3, 곧 제3차 당사국총회에선 교토의정서가 타결됐다. 교토의정서는 2005~2020년 기간 중 회원국들의 기후변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COP21, 곧 제21차 당사국총회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바로 이때 파리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됐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했다. 파리협약은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지구 평균온도가 가능한 한 1.5℃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COP28, 곧 제28차 당사국총회는 오는 11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다. COP28에선 각국이 탄소감축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첫 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각자 채점표를 받아드는 셈이다. UAE는 중동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2050 넷제로를 약속하는 등 탄소감축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은 소극적 동참파리협약을 실천하려면 탄소배출 감축이 필수다. 2050 탄소중립(넷제로)은 장기 목표다. ‘국가온실가스 관리 목표’ 곧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는 중기 목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오는 2030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발표하면서 이 목표를 유지했다. 다만 산업계 불만을 수용해 부문별 감축량을 조절했다. 산업부문 감축량을 줄이는 대신 원전 등 청정 에너지를 확대하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등을 활용하는 걸로 정리됐다. 한국은 주요국 중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탄소배출을 급격하게 줄이면 당장은 철강, 정유,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사정을 배려했다. 물론 환경단체 등은 보수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기후는 ‘공유지의 비극’양을 키우는 마을이 있다. 양들이 풀을 뜯는 공동 목초지도 있다. 그냥 두면 풀밭은 금방 엉망이 된다. 서로 자기 양한테만 풀을 먹이려고 난리를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진국들은 이미 지구라는 풀밭을 실컷 뜯어먹었다. 나아가 지금도 풀밭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개도국, 후진국들은 자기들도 풀밭을 뜯어먹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러다 지구라는 풀밭이 황폐해진다고 경고하지만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이는 별로 없다. 심지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이 발을 빼자 협약 자체가 흔들렸다. 다행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초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약에 재가입했다. ◇ 이러다 큰코 다친다경제학에 민스키 모먼트라는 용어가 있다. 시장 붕괴를 부르는 결정적인 순간을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1919~1996년)의 이름에서 땄다.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도 있다. 나뭇잎 하나를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얘기다. 무슨 일이든 사전에 징조가 보인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면 위기에 대비할 수 없다. 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웃돈다. ‘기후악당’이란 비아냥을 받을 만큼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 미래 세대는 2023년을 지구촌 열대화 원년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훗날 후손이 "그때 어른들은 뭘 하셨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열대화 경고음은 ‘감춰진 축복’(Disguised Blessing)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 <경제 칼럼니스트>이달 초 스위스 테오둘 빙하에서 발견된 독일 등반가의 등산화. 등산가는 37년 전인 1986년 실종됐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등산화가 드러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대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자의 눈] "사랑하는 내 종목, 작전인거 누가 몰라?"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그동안 주식시장을 출입하며 주가조작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주주들과 소통할 일이 많았다. 응원보다는 기자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찾아와서 혼내주겠다(?)는 협박도 하신다.항의나 공격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보게 된다.첫 번째로 투심이 순수한 분들이다. 작전주 대부분은 호재성 공시와 보도자료를 무차별 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 투자자들은 해당 정보를 믿고 주가가 우상향하기를 기대하며 투자에 뛰어든다.그리고 이는 작전세력이 노리는 먹잇감이다. 투자에 ‘신앙’이 생기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매우 힘들다. 그 종목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확증편향이 생기면서 도무지 다른 좋은 종목으로 눈이 가질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의혹을 제기하거나 검증하는 기사에 반발이 심하다. 기사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다음은 기자 자체를 믿지 않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느냐"는 얘기다.물론 아니다. 오히려 묻고 싶다. ‘공매도 세력’이 어떤 경로로든 적발된 적이 있느냐고. 반면 주가를 조작해 띄우던 세력의 적발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공매도 세력’이 결탁을 제안한다면 반드시 그 스토리를 기사로 쓸 것이다.마지막으로 해당 종목이 작전인 것을 알고도 뛰어들었다는 사람들이다.이들은 작전을 연구해 적당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아 수익을 실현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이 종목이 작전인 거 누가 모르느냐"거나 "내가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분들이 이런 경우다.개인적으로 가장 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주가 조작 세력과 결탁한 경우가 많을 거라는 게 그동안 관련 취재를 해온 기자의 ‘촉’이다. 이들의 ‘리딩’을 1번 유형의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결국 모든 유형의 주주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주가 조작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당국이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한 척결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보이고 있다. 관련 소식을 전하던 기사로서 반가운 일이다. 시장과 주주, 그리고 언론이 함께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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