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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복수의 화신’ 된 이재명…커지는 총선위기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을 넘어 사상 초유의 '심리적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공천 관련, '사천' 논란이 일어나며 하루도 잡음이 끊기질 않고 있다. 특히 '하위 20%' 통보가 시작되면서 연쇄 탈당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대다수가 비이재명(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20~30%의 경선 득표율 감산 페널티를 가진 채로 원외 친이재명(친명)계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명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이 대표를 친위하지 않았던 친문재인(친문)계 후보자들도 대부분 공천 배제(컷오프) 당했다. 단수 공천을 받은 비명계 의원은 윤건영 의원이 유일하다. 특히 '비명 학살' 공천의 가늠자로 꼽히던 임종석 문 전 정부 비서실장까지 컷오프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넘어서 분당 위기에 봉착했다. 공천 첫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어지는 심사 발표에서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복수혈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표결 이후 이 대표 지지층 커뮤니티에는 '가결'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목록을 제작해 '살생부'라고 불리며 돌아다녔다. 민주당 안에서는 최소 29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민주당이 하위 평가자로 분류한 31명과 비슷한 수치다. 당 일각에서는 이 '살생부' 명단이 공천 기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친명계로 꼽히는 김성환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현역 평가 하위 20%에 비이재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의원 평가 항목 중에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및 지역권리당원, 주민들의 평가가 작년 11월, 12월 중 이뤄졌다"면서 “그 직전인 9월 말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도대체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까 논쟁이 한참 있던 시기에 평가가 이뤄져 그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말하기도 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다고 말한 이후 하위 10% 결정이 났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를 무슨 복수혈전하듯이 하느냐"고 지적했다. 체포 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어서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총선 공천의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공천 보복을 당한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웃어 공천 배제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지는 줄탈당에도 “경기하다 질 것 같으니 안한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며 “규칙이 불리하다고 해서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최고조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의 줄탈당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극심한 공천 파동에 시달린 쪽은 대부분 필패(必敗)였다. 이런 식이라면 오는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아닌, 민주당이 심판받게 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인사이트] 소비자 주권과 표준화

1942년 2월 미국 볼티모어의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1시간도 안돼 삽시간에 주변건물로 옮겨붙었고 당시 볼니모어시가 보유한 24대의 소방차와 8개의 사다리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워싱턴 D.C., 뉴욕시, 필라델피아 등 주변에서 소방차와 장비가 동원됐지만 장비가 소화전과 연결호스 규격에 맞지 않아 화재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불길은 번저 도시 전체를 삼키며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에 주마다 각기 다른 소방장비의 표준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큰 대가를 치른 후 미국에서 소방안전 장비 표준화가 이뤄졌다. 요즘 공중화장실에서 한 줄 서기는 생활표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 줄 서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화장실 칸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운이 나쁘면 늦게 줄을 선 사람이 빠르게 문이 열린 칸에 먼저 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공공안내 표시나 그림 표지를 보게 된다. 공공안내 그림 표지는 그야말로 천 마디 말보다 1개의 그림이나 표시로 더 빨리 더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남성 모습으로 표시해온 비상출구 표지에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도 추가한다고 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비상구 유도등에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해 혼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그림 표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의미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국제교류가 확대 될수록 국제 공통의 표시나 표준을 중시한다. 표준은 물품이나 용역에 관한 품질, 성능, 시험방법 등을 단순화·통일화하는 문서다. 표준화는 품질의 개선, 생산능력의 증대 기타 생산의 합리화, 거래의 단순화 및 사용·소비의 합리화와 함께 공공복지 증진에도 기여한다. 표준은 공기와 같아서 평상시에는 못 느끼지만 없으면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생활 주변의 침대 등 가구, 차량 부품 등 수 없이 많은 제품에 표준이 적용되고 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제품, 서비스, 시험, 검사, 국가 간의 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표준이 활용되고 있다. 표준은 소비자의 편리성 확보외에도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시장에서 먼저 표준이 정해지는 소비제품의 표준은 기업 경영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표준의 중요한 목적인 호환성은 기업 생산공정의 혁신, 신기술개발 촉진 등을 촉발한다. 표준화는 생산비용을 감소시키고 생산자 및 소비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하에서 국가 간 무역이 확대되고 상품 및 서비스의 이동이 많아지고 자유로와짐에 따라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의 80% 정도가 표준의 영향을 받고 있다. WTO/TBT 부속서에는 국가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려고 국제표준이 존재하는 경우 각국은 국제표준을 국가표준으로 받아들여 불필요한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각국은 국제표준을 소비자 안전과 편익, 환경 보호 등을 위한 각종 규제와 기술기준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 받고 있다. 과거 표준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적인 분야에 적용됐지만 산업이 발전하고 다양화되면서 무형의 서비스, 안전, 소비자 분야로 확대되며 일상생활에서 표준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최근 AI 및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등장과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소 표준이 제정되는 추세다. 한편으로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 다양성 속에서 안전, 환경, 편익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표준이 이처럼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았는 데도 일반 소비자들은 표준을 국가나 기업 등 남의 일처럼 생각할 정도로 인식 수준이 낮다. 소비자 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국가나 세계 표준 제정에 참여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김상호 칼럼] 손홍민 선수에게 배우는 정치 리더십!

2023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팬이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 빛나는 기술, 실력으로 존중받는 운동문화 속에서, 그 안에서도 중심에 서 있는 손홍민 선수 리더십이 빛납니다.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중심에 캡틴 손홍민이 있습니다. 무엇이 소니(Sonny, 손홍민 애칭) 리더십이고, 우리 공동체 특히 정치계에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섯 가지 리더십 열쇠말을 배우게 됩니다. 첫째, 손홍민 선수 '집념' 입니다. 토트넘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심판이 경기 종료 호루라기를 불 때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시안컵 호주전 페널티킥 유도는 집념의 결과입니다. 국익과 시민을 위해 정치인 양심과 철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둘째, 손홍민 선수 '팀워크' 입니다. 소니는 벤치에서 뛰지 않는 선수,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를 아우르는 팀워크를 촉진합니다. 이는 당의 공천 시스템을 존중하며,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 팀으로 지지자를 통합하는 '팀워크' 필요성에 대해 시사합니다. 셋째, 손홍민 선수 '포용' 입니다. 소니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는 패배한 팀을 위로하고, 야유를 보낸 상대 관중에도 인사를 합니다. 이강인 선수 문제도 '포용'으로 배려합니다. 말과 논리로,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시대정신과 민심을 대변해 지지를 얻고, 정직하게 승리해야 공동체는 단합할 수 있습니다. 늘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 마음도 여는 '포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웁니다. 넷째, 손홍민 선수 '소통' 입니다. EPL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감독과 선수들 인터뷰를 듣는 것입니다. 생각이 깊은 인터뷰를 하는 소니의 '소통'이 빛납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에 따라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진정성과 겸손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다섯째, 손홍민 선수 '노력' 입니다. 평상시 몸과 정신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관리가 소니 실력으로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부친 손웅정은 '월드클래스, 세계적 수준이 아니다'며 아들의 더 많은 '노력'을 곁에서 늘 채찍질합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사회 비전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정치인 긴장, 깨어있음은 국민 안전과 행복의 첫 단추입니다. 현직과 후보자들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손흥민 5가지 리더십! 정치영역에서도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제언합니다. “나라를 위해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가장 큰 핑계인 것 같다.“ 소니 리더십을 보며, 하남과 대한민국 정치인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격려 받는 그날을 희망해 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아산재단, 올해 518명에 장학금 38억 전달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7일 서울시 송파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2024년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대학원생 87명, 대학생 431명 등 총 518명에게 장학금 38억원을 전달했다. 의생명과학분야 대학원 장학생 77명(국내 46명, 해외 31명)은 졸업 시까지 매년 2000만원∼4000만원을, 보건의료정책분야 대학원 장학생 10명은 졸업 시까지 매년 1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대학교 장학생에는 군인,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 국가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는 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MIU(Men In Uniform) 자녀 장학생' 230명과 산업체 장기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지역산학협력 장학생' 100명, '북한이탈청소년 장학생' 55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의생명과학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 제도를 신설해 37명을 선발했다. MIU 자녀 장학생에게는 연 300만 원, 북한이탈청소년과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에게는 연 600만 원의 학업보조비를 지원하여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산학협력 장학생에게는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한다. 아산재단은 1977년 재단 설립 시부터 지속적으로 장학 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3만 7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총 87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EE칼럼] 원자력 안전규제, 도둑잡기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는 비상디젤발전기가 있다. 정전이 발생해도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원과 달리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정지하고도 한동안 열이 발생한다. 정지 직후에는 정상출력의 6.5%, 1시간 후에는 1.5%로, 하루가 지나면 0.4%로 각각 시간이 지나면서 출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원자로가 정지되었을 때는 전력생산을 하지 않으므로 옆의 원전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것이 안될 경우 서로 다른 2군데 부지의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도록 되어 있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하고, 이것도 안되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가 있고 그것도 안될 경우에 대비해 발전차를 준비해두고 있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스위치만 누르면 단번에 시동이 걸리고 작동돼야 한다. 그게 규제요건이다. 지인이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규제요원의 입회하에 스위치를 눌렀을 때 작동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검사를 받기 전에 작동여부를 시험해 보고 수리를 해놓는다면 규제요원은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행위는 정기적 정비과정이 아니었다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부정한 것인지 판단해 보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규제를 왜 하는지, 그 목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대중의 건강과 안전에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도록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전되어야 한다.' 첫째,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당한 위험은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시설이 있는데 아무런 위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걷다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다. 세상사에 Zero risk(위험도 0)는 없다. 그렇다면 정당한 위험은 얼마만큼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다. 교통사고, 익사, 낙상, 총기, 범죄, 독극물, 자연재해 등으로 입게 될 위험이 있다. 그 총합의 1/100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감당할 위험으로 본다. 둘째, '대중의 건강과 안전'이 목적이다. 모든 안전이 아니라 대중의 건강과 안전이다. 위험은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대중과 환경을 위험하게 하는 것과 대중과 환경의 영향은 없지만 원자로가 녹아서 못쓰게 되는 것이다. 전자가 규제의 대상이고, 후자는 사업자의 재산상의 손실이므로 규제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비상디젤발전기를 검사 전에 시험해서 수리해 놓는 행위는 원자력안전규제의 목적으로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규제목적에서 보면 비상디젤발전기에 누가 손을 댔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비상디젤발전기가 정비돼 운전이 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관심사다. 그게 대중의 안전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검사 전에 비상디젤발전기를 수리한 사람의 처벌에 주목하는 것은 상해사고가 발생했을때 다친 사람을 놔두고 범인을 잡는 것을 우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자력시설이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작동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디젤발전기가 스위치만 누르면 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검사 전에 미리 손을 댔는지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지게 된 것은 코미디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심사와 검사를 통해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업무다. 범법행위가 발생하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벌칙을 주거나 검찰에 고발하면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직접 범법자를 잡으러 다닐 이유가 없다.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사법경찰권이 있고 지역사무소에 FBI 배지를 가진 요원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이 안전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초등학교에도 경찰이 배치된다. 그렇다고 경찰이 가르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저지르는 범법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거나 시설에 위해를 가하는 형사범죄가 아니라 업무상의 과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속한 현장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의 특별사법경찰제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규제권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전규제의 목적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기동경찰대나 신속기동대가 있다고 해서 원자력시설이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범진

[이슈&인사이트] ‘안전카르텔’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법률가 키르히만(Kirchmann)은 “법률가는 엉성한 실정법으로 말미암아 튼튼한 나무를 버리고 썩은 나무를 먹고 사는 벌레가 되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이 주장을 안전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빗대어 말한다면 로펌뿐만 아니라 정부, 안전컨설턴트, 안전학계 등이 '카르텔'을 형성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썩은 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안전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카르텔의 중심에 학계가 있다. 안전학계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관한 중요이슈에 대해 학문적으로 대안제시는커녕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회 학술대회에 학술토론이 없고 학회가 친목단체와 다를 바 없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더욱 학계로서의 전문적 권위는커녕 존재감조차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에 편승해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데 급급한 자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에 관한 학문적 역량이 의심스러운 '무늬만 학자'인 자들이 교수라는 감투를 쓰고 엉터리 연구와 자문, 평가를 하면서 안전을 오염시키고 있다. 학자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는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안전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악용해 아예 드러내놓고 '학위 장사'를 한다. 로펌과 안전컨설팅기관은 공포마케팅을 통해 '묻지마' 컨설팅을 부추기고 있다. 안전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이들은 실질적 안전이라는 염불보다는 돈벌이라는 잿밥에 여념이 없다. 엉성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기 삼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몫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안전관계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아마추어들이 대놓고 전문가 행세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과 공포분위기 조성이 아마추어의, 아마추어에 의한, 아마추어를 위한 안전컨설팅 시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휘둘리거나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는 기업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동조합도 겉으로 내거는 명분과는 달리 안전카르텔을 간접적으로나마 조장하고 있다. 소위 강성노조일수록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은 따지지도 않고 엄벌만능주의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이들은 평상 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안전을 주로 회사 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노조입장에선 모호하고 지키기 어려운 법일수록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만큼 좋은 법이 없을 것이다.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에 날개를 달아줬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기관은 CEO를 피의자로 소환하고 본사를 손쉽게 압수수색한다. 실제로 로펌과 대기업에서 수사기관 출신 '전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법원칙에 맞지 않는 자의적 법집행의 남발은 기업으로 하여금 '전관'을 찾게 하는 주범이다. 기업에게 예방역량 강화라는 정공법보다는 편법을 동원하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업중지명령 해제위원회'라는 제도와 이의 자의적 운영이 전관을 이용해 작업중지명령을 빨리 해제하도록 로비하게 하는 꼼수를 쓰게 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후 남발하는 안전보건진단명령도 흑심을 품은 전관이 활개 치게 만드는 온상이 되고 있다. 경험상 실질적 재발방지보다는 전관을 활용한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잘못된 법제도와 그 운영이 안전카르텔의 텃밭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려고 하기는커녕 되레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주무부처에 이 문제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안전카르텔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제공한 측면이 크지만, 이 문제를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윤석열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안전카르텔에 손을 대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정의와 공정과도 부합한다. 정부가 힘 있게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하려면 역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정진우

‘여대 최초’ 숙대 공군학군단 첫 기수 13명 장교 임관

숙명여자대학교는 본교 공군학군단의 첫 기수 13명이 장교로 임관한다고 26일 밝혔다. 숙명여대는 지난 23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지난 2년 동안 학교 교육과 군사훈련을 무사히 완수한 제51기 학군사관 후보생 13명의 정예 공군장교 임관 축하연을 치렀다. 지난 2022년 국내 여자대학 최초로 창설된 공군학군단 후보생들은 그해 3월부터 매주 6시간 교내 군사교육, 10주 동·하계 입영훈련을 통해 군사지식, 정신전력, 군사훈련, 지휘 관리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마침내 체력과 정신력 등 초급 지휘관에게 필요한 지휘능력을 갖추고 임관종합평가에 합격해 공군 장교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대학측은 설명했다. 이날 임관 축하연에는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을 비롯해 숙명여대 출신 공군 학사장교, 신임장교 가족 등이 참석했다. 동기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권신영 예비 소위는 숙명여대 총장상과 학군단장상을 받았다. ROTC 중앙회장상과 공군 ROTC 장교회장상은 최서윤, 오연우 예비 소위가 각각 수상했다. 특히, 권신영 예비 소위는 6·25 참전용사 할아버지, 육군 백골부대 출신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군인의 길을 걷게 돼 주목을 받았다. 또한, 원유경 예비 소위 역시 공군 원사인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공군 가족이 됐다. 이밖에 학군 장교 최초로 특별전형에 합격한 정보통신 장교 곽현지 예비 소위, 하계입영훈련에서 여자 후보생 최초로 수석을 차지한 항공무기장비 장교 박현정 예비 소위, 재학 중 숙명여대 모델과 공군 모델로 함께 선발된 한예원 예비 소위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장교들도 행사를 빛냈다. 장윤금 총장은 “이제 여러분은 숙명여대를 떠나 늠름한 공군 장교로서 하늘로, 우주로 힘차게 비상한다"며 “숙명여대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살려 강하고 스마트한 공군의 꿈을 실현하고, 국방과 민간 분야에 큰 성장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며 힘찬 비상(飛上)을 기원했다. 신임 장교들은 특기별 교육과정을 마치고 공식 임지에 배치돼 영공 수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미래 전장을 주도할 항공우주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기대 못 미친 ‘밸류업’, 동력 잃기 전 추가 정책 내놔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본 증시도 오랜 기간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600대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최고점이었던 3000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스피'로 불리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끌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증시도 경제 규모에 걸맞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모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 크게 나타났을 정도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이 발표된 후,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부 안이 공개된 직후 코스피 지수는 1% 가량 하락했고, 특히 '저PBR'로 분류된 종목들의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의 상태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어, 단기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제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등도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자율'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강제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증시에 관심을 두는 지금, 시장의 신뢰를 얻고 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EE칼럼] ‘소비진작’ 빠진 바이오가스법

추창민 감독의 2005년 데뷔작 '마파도'에 재래식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이문식 분)이 재래 화장실에 구더기 때문에 시너를 뿌린 후 용변을 보던 중 담배꽁초로 인해 화장실이 폭발하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시너 같은 인화물과 담뱃불이 인분에서 생성된 '가스'와 만나면 폭발, 즉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청각 교보재다. 화장실 인분이나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생활하수 등 버려진 유기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발생하는 가연성 혼합기체를 '바이오가스(Biogas)'라 한다. 주성분인 메탄이 55~70% 정도 함유돼 '천연가스'와 유사다. 영화 '마파도'에서처럼 인화성 첨가제만 있다면 그대로 기존 가스보일러나 가스엔진·터빈 등을 통한 전력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고질화를 통해 메탄만을 분리·정제, 순도 95%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면 도시가스나 차량용 CNG 등에 혼입,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도 있다. 본시 대기 중 탄소가 유기체 일부로 흡수됐다가 연소를 통해 방출되기 때문에 메탄, 산화질소 등 일부 소량의 온실가스 제외하면 적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이른바 '탄소중립 연료'다. 그만큼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태양광·풍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생에너지'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 혜택도 누리고 있다. 이런 바이오가스에 최근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2022년 제정된 '바이오가스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생산목표제로, 지지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돼지사육 농가나 가축분뇨처리시설, 연간 1000t 이상 음식물폐기물 배출자에게 시설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의 생산수율 목표를 정부가 매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현재 6~7% 수준인 수율을 2030년까지 민간 10%, 공공 50%, 2050년까지는 모두 80%까지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2년 3억6000만N㎥인 생산량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약 2.5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천명했다. 하지만 의욕적인 생산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용 의무화나 보조금 등 바이오가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법안에서 찾기 어렵다. 사실 유기성 폐자원 수율이 상향되면, 바이오가스의 생산 증대는 필연적이다. 이때 특별한 소비 증진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도시가스 혼입이나 25%인 전력·열 생산 부문에서 이를 얼마나 흡수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제대로 흡수되지 못할 경우 현재도 미활용 물량이 약 17%임을 감안한다면, 거칠게 말해 생산 확대된 상당분을 그냥 태워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 소비를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 한가지 방편으로 바이오가스, 특히 미활용이나 신규 확대분을 수소로 전환, 수소차 충전용이나 연료전지·수소가스터빈 발전용 등 신규 활용처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데 이는 수소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필요한 청정수소의 약 80% 수입을 규정했지만, 사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CHPS)에 따라 이미 2030년 무렵이 되면, 수입 비중이 80%에 근접해 사실상 거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 상품, 특히 에너지 상품을 해외에 사실상 전량에 가깝게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가까운 장래에 수소경제가 지금보다 활성화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면 해외생산 청정수소 공급 차질이 실제화될 경우 이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라도 정책적으로 '백업(Backup)'을 위한 국내 청정수소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유지하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비싸고 양적으로 충분치 않은 태양광·풍력 기반 수소에만 전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가스의 70~80% 가격 수준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산재한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자원에 그 역할을 일부 분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오가스는 시쳇말로 우리가 '먹고 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자원으로 우리와 함께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도래할 수소경제와도 공존해야 한다.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상호 상생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양 부문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범부처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주기를 제안한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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