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7일(금)



[EE칼럼] ‘소비진작’ 빠진 바이오가스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6 09:54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추창민 감독의 2005년 데뷔작 '마파도'에 재래식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이문식 분)이 재래 화장실에 구더기 때문에 시너를 뿌린 후 용변을 보던 중 담배꽁초로 인해 화장실이 폭발하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시너 같은 인화물과 담뱃불이 인분에서 생성된 '가스'와 만나면 폭발, 즉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청각 교보재다.


화장실 인분이나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생활하수 등 버려진 유기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발생하는 가연성 혼합기체를 '바이오가스(Biogas)'라 한다. 주성분인 메탄이 55~70% 정도 함유돼 '천연가스'와 유사다. 영화 '마파도'에서처럼 인화성 첨가제만 있다면 그대로 기존 가스보일러나 가스엔진·터빈 등을 통한 전력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고질화를 통해 메탄만을 분리·정제, 순도 95%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면 도시가스나 차량용 CNG 등에 혼입,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도 있다.


본시 대기 중 탄소가 유기체 일부로 흡수됐다가 연소를 통해 방출되기 때문에 메탄, 산화질소 등 일부 소량의 온실가스 제외하면 적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이른바 '탄소중립 연료'다. 그만큼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태양광·풍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생에너지'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 혜택도 누리고 있다.


이런 바이오가스에 최근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2022년 제정된 '바이오가스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생산목표제로, 지지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돼지사육 농가나 가축분뇨처리시설, 연간 1000t 이상 음식물폐기물 배출자에게 시설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의 생산수율 목표를 정부가 매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현재 6~7% 수준인 수율을 2030년까지 민간 10%, 공공 50%, 2050년까지는 모두 80%까지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2년 3억6000만N㎥인 생산량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약 2.5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천명했다.


하지만 의욕적인 생산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용 의무화나 보조금 등 바이오가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법안에서 찾기 어렵다. 사실 유기성 폐자원 수율이 상향되면, 바이오가스의 생산 증대는 필연적이다. 이때 특별한 소비 증진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도시가스 혼입이나 25%인 전력·열 생산 부문에서 이를 얼마나 흡수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제대로 흡수되지 못할 경우 현재도 미활용 물량이 약 17%임을 감안한다면, 거칠게 말해 생산 확대된 상당분을 그냥 태워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 소비를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 한가지 방편으로 바이오가스, 특히 미활용이나 신규 확대분을 수소로 전환, 수소차 충전용이나 연료전지·수소가스터빈 발전용 등 신규 활용처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데 이는 수소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필요한 청정수소의 약 80% 수입을 규정했지만, 사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CHPS)에 따라 이미 2030년 무렵이 되면, 수입 비중이 80%에 근접해 사실상 거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 상품, 특히 에너지 상품을 해외에 사실상 전량에 가깝게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가까운 장래에 수소경제가 지금보다 활성화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면 해외생산 청정수소 공급 차질이 실제화될 경우 이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라도 정책적으로 '백업(Backup)'을 위한 국내 청정수소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유지하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비싸고 양적으로 충분치 않은 태양광·풍력 기반 수소에만 전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가스의 70~80% 가격 수준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산재한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자원에 그 역할을 일부 분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오가스는 시쳇말로 우리가 '먹고 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자원으로 우리와 함께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도래할 수소경제와도 공존해야 한다.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상호 상생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양 부문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범부처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주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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