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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칼럼] 도전받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주범은 탄소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세를 막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많은 피해를 볼 것이며, 나중에는 해수면이 높아져 인간이 살 수 있는 땅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같게 만들어 순(net)탄소 배출량을 제로(0)까지 낮춘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다. 탄소중립을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회 내 여러 가치 판단 기준 중에서 지극히 도덕적이고 온전히 환경적인 이슈이다. 즉 경제적 기준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고비용-저성장일 뿐이다. 예를 들어 BP(British Petroleum) 통계에 따르면 1965년 이후로 세계 탄소배출량이 전년대비 감소했던 경우는 1974~1975년의 1차 오일쇼크와 1980~1982년의 2차 오일쇼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위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던 시기뿐이다. 그런 시기를 제외하고는 탄소배출량은 언제나 증가했다. 2022년 현재 세계 탄소배출량은 343억7410만 톤으로 1965년 111억 8300만 톤의 3배에 달하고 있으며, 57년 동안 연평균 2.0%씩 늘었다. 아직까지도 배출량이 추세적으로 감소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 약 26년밖에 남지 않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그러한 의구심의 근간에는 글로벌 기후 대응이라는 공공의 선(善)을 위해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주 대두되는 문제로 이미 잘 사는 국가들인 선진국 그룹과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신흥공업국이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신흥시장은 고성장이 필요하며 고성장은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신흥시장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고성장을 포기하게 하고 선진국을 따면 잡으려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22년 기준으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탄소배출 비중은 65%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탄소중립이 없이는 세계 전체의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만약 올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또 탈퇴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탄소중립은 갈 길을 잃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불확실하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피로감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입되는 난민으로 인한 사회 불안 등이 이슈가 되면서 극우파가 의회의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이들은 탄소중립에 대해서 지금 유럽연합의 정책 기조와 반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경제 논리, 사회 논리, 정치 논리 그리고 이념이 끼어들면서, 가는 길이 평야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큰 산을 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휘어지고 뒤틀어지거나 아니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야 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탄소중립이 지고의 선(善)이기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잘 살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왜냐하면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탄소 배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성장과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시대 상황에 맞추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탄소중립 경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이후 탄소중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선진국들의 태도 변화가 가져올 기회도 생각해 본다. 지금보다는 선진국들이 느슨한 탄소중립 기조로 전환한다면 관련 기술과 사업화에 대한 그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그들의 앞선 기술을 따라잡을 기회도 생길 수 있다. 세상은 항상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 도덕적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려 하지 말고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원

[기자의눈] 한국전력, 경영평가 ‘A’ 등급 마땅한 이유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상장사의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에 대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민의 노후보장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증시의 중요성이 '괄목상대'(刮目相對) 되는 것은 자본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정부는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노력을 경영평가 항목에 넣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해당 공기업의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의 적자에 대한 책임은 한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려 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란 전기를 만드는 원가가 오르면 요금도 올리고, 반대로 원가가 떨어지면 요금도 내리는 제도다. 정작 제도 시행은 정부가 막았다. 국민의 사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한 시기였다. 결국 한전은 원가가 늘어도 요금을 올리지 못해 4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쌓았다. 이 시기 한전은 80조원 규모의 한전채를 찍어내며 버텼다. 그로 인한 채권시장의 혼란도 결국 정치권의 책임인 것이다. 한전의 경영안정과 전기요금 정상화, 주가 회복, 주주환원 등은 동시에 될 일이 아니다. 한전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전기공급이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실적이 망가졌지만 2022년 한전의 경영평가가 D등급이라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전은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다. 심각한 경영난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 D등급이 아니라 오히려 A등급을 주고 싶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액과외를 받으며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장하겠지만 어려운 집안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공부한 고학생 새내기가 더 대견한 법이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은 현재 한전에는 무리한 요구다. 오히려 한전에 채운 각종 규제 족쇄를 풀어줘야 할 시기다. 그동안 한전을 희생양 삼아온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E칼럼]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합리적 개선방향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함께 한전이 6개 자회사와 전력거래소로 분할되자 그 전까지 전기요금의 일정 분을 재원으로 수행하던 수요관리, 전원개발, 연구개발과 같은 공공·공익적 사업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경쟁도입을 통해 전력산업의 효율성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에너지효율, 전원개발, 보편적 서비스제공 등 공익적 정책사업이 경쟁적 시장에서 적절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산업의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전기사업법 제48조)하기로 한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전기요금의 3.23%를 부담금으로 징수했으나 두 차례 변경을 거쳐 2005년부터 현재와 같은 3.7%의 요율을 부과중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공기업인 한전이 할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구별하고, 이에 따라 돈을 별도로 걷는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력회사는 전력공급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을 요금으로만 회수한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전이 대행한 것이라면 누군가가 해당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 전력소비에 따른 요금과는 별개로 별도의 부담금을 소비자로부터 징수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공익사업의 부담 주체는 수혜자인 최종소비자에게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집행하는 각종 사업이 이러한 수익자 부담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집행되는 사업에 대한 정보는 꽤 투명하게 공개되는 편이다. 문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용도가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특정한 목적사업을 위해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계산하고, 필요한 금액만큼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과정이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단 돈을 걷고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일반인이 보기에는 많이 쌓여 있는 돈을 어떤 형태로든 써야하니 불필요한 사업을 만들거나, 관련없는 사업에 집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 도입된지 20년이 지났지만, 기금운영에 대한 지적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비롯한 각종 준조세에 대한 점검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2년 사이에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오르다보니 올해 기반기금의 규모가 3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폐지가 옳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기반기금이 없으면 집행되기 어려운 사업도 분명히 존재하므로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기보단 제도의 허점을 살펴보고 개선할 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선 최종 전기요금의 3.7%를 부과하는 현행 기반기금을 사용전력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기금으로 집행해야 할 사업의 범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에 지원사업의 종류가 있으나 정치권 및 정부의 필요에 따라 관련 없는 사업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정부에서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을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주택용 전기요금 복지할인이나 전력망 보강 관련 비용 등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 셋째, 필요한 금액을 산정하고, 필요한 만큼의 금액만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금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연도별로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필요 예산을 수립한 이후 필요한 만큼만 부담금을 징수하는 구조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기금의 규모 및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을 참고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정연제

[이슈&인사이트]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 제고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국민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우선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금융거래 비용 증가도 가계의 채무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인상되며, 주택마련을 위한 차주의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제2금융권 거래 역시 녹록지 않다. 자동차·전자제품 등 내구재 구입시 이용되는 할부금융 수수료율도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정부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환대출 프로그램과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다. 전자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전세대출 갈아타기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후자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은 금융거래의 주요 접점채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상품 중에서 의무적으로 매년 갱신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은 예상과 달리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이용률이 특히 저조하다. 이 서비스는 당초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과 가격 비교를 통해 탐색비용 절감과 업계의 경쟁유발을 통한 서비스 가격인하를 기대하게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1월 중순 출범한 자동차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이용률은 최근까지 낮은 편이다. 플랫폼 이용자중 약 5% 정도만이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주요 원인중 하나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사에 지급되는 수수료 때문에 대형 보험사의 이탈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는 자체적인 개별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판매채널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플랫폼 수수료를 보험료율에 포함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는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금융비용 절감이란 취지에 벗어나 있다. 더욱이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의 이용 저하는 최근 여행수요가 늘며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여행자보험 등 여타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추천 서비스의 기능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플랫폼 금융거래의 활성화는 혁신금융 시대에 고객 데이터 확보 및 활용을 통한 맞춤형 금융상품 제공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제고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는 금융인허가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 분산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한 개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편의성 제고와 금융비용 절감 등 소비자 후생 제고 차원에서 최근 출범한 자동차 보험 플랫폼 금융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해당 플랫폼이 사업 참여자에게 호혜적 플랫폼으로 기능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자동차 대상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영위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인허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플랫폼에서 금융상품 비교 및 추천서비스 업무를 영위하는 관계로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영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표적인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캐피탈사의 경우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영위가 불가하다. 보험업법 시행령은 여신전문금융업체 중 신용카드사만 보험대리점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캐피탈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임에도 보험업법 시행령에 근거해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사업 영위가 불가한 것은 플랫폼 참여자에 대한 호혜의 원칙 측면에서 어긋난다. 더욱이 금소법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겸영업무로 허용한 보험상품 판매대리·중개업 영위가 보험업법 시행령으로 인해 불가한 점은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제고시키기 위해 출범한 금소법의 취지를 퇴색시킨다. 플랫폼 금융서비스 제공시 우려되는 개인정보 노출 및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인가받은 금융업체들은 고객 데이터 관리에 책임감 있게,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한 금융당국의 면밀한 인허가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한 판단이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캐피탈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강화되며, 캐피탈 업권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는 캐피탈사의 조달비용의 증가와 함께 수익성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캐피탈 업권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고 수익성 보전을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리스 수수료율 인하가 상당기간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캐피탈 업권에 대한 보험상품 판매대리·중개업 허용은 중고차 플랫폼 등 자동차 판매 채널의 경쟁력을 갖춘 캐피탈사의 다양한 서비스 창출 및 할부·리스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의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보험업계의 경우 일반 법인보험 대리점 의존도가 높아 보험료 인상, 불완전판매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캐피탈사에 대한 자동차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사업 허용 등 자동차 보험상품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금융업권간 문호 확대가 시급하다. 서지용

[기자의 눈] 건설업 외면하는 청년들, K-건설의 위기

“건설현장에서 청년을 찾기가 힘들다. 내가 50대인데 현장에서 막내급이라 심부름을 자주한다." 최근 만난 한 건설근로자의 한탄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10년 후의 한국 건설현장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건설업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은 보수가 많지 않고 육체 노동이 심한 '막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산업 재해도 심각하다.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층에겐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최근 5년간 청년층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은 5%대 미만이다. 농림어업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건설업에 취업한 청년들 마저도 '탈건'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건설업계 탈출'을 뜻하는 신조어다. 업종별 직장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에서 건설업 코너를 보면 “탈건만이 답일까요?", “정말 궁금한데 왜 건설형들은 다 탈건을 꿈꾸는 거야?" 등 탈건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설업은 말 그대로 '사람 장사'다. 인력의 질이 곧 경쟁력이다. 청년층 유입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각종 건축·시설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청년들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면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숙련·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건설현장 등에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기가 늘어나고 부실 공사나 산업 재해의 가능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대다수가 외국인 근로자"라며 “현장에서 아무리 통역 앱을 돌리고 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고 통제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하자 분쟁과 안전 사고가 늘어난 이유는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청년층 유입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기능인 등급제가 있다. 건설근로자의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합리적 보수 체계를 위해 근로일수·자격·교육·포상이력 등을 기준으로 초·중·고·특급의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신뢰도가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외면하면서 K-건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K-건설의 미래를 위해 청년층 유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직업으로서의 비전 제시와 합리적 보수 체계·산업 안전 강화 등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이슈&인사이트] 고객이 불평할 때가 최고의 마케팅 기회

“고객이 불평할 때야말로 최상의 마케팅 기회다." 이 말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일본경영의 신으로 추앙하며 인용하는 말이다. 그의 불평하는 고객에 대한 예찬론은 계속된다. “고객의 불평을 듣고도 내버려 둔다든가,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태도가 조금 불성실하다는 것은 '나는 사업할 생각이 없소'라는 말과 같다. 이 경우에는 어떤 사업이든 그만두는 것이 좋다.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강력한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고객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평할 때가 최상의 마케팅 기회인 것은 기업 경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2년 4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인천 경선장에서 이인제 후보가 비장의 무기로 노무현 후보의 장인이 6·25 때 좌익활동으로 부역했다는 가슴 아픈 가족사를 먼저 꺼냈다. 바로 이어 노무현 후보는 장인의 좌익활동을 인정하고, '지금은 자식 잘 키우고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 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만 대통령 자격 있는가?'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날 노 후보의 당당하고 솔직한 감성 연설은 여성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말은 공수를 180도 바꾸는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최상의 마케팅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의 사례를 본다. 2024년 1월 18일 전북의 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를 바꿔달라'고 말했다가 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다. 2024년 2월16일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장에서 축사하는 가운데 검은색 학사복을 입은 한 졸업생이 윤 대통령이 선 곳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 학생은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경호원들이 이 학생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이어진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의 확충을 약속하는 윤 대통령의 연설이 공허하게만 들렸다. 만일 윤 대통령이 경호원들에게 졸업생이 질질 끌려 나가는 것을 제지하고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빌려 공약을 발표할 수 있는 최상의 마케팅 기회를 날려버린 결과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대응은 2013년 11월 이민 개혁안 연설에서 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처와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 청년이 소란을 피우자, 이를 만류하려던 경호원들을 직접 제지하며 대화와 연설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괜찮다, 청년들을 그냥 두시라. 내가 마무리 지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만류하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그러자 이 남성들은 퇴장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난 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왜냐하면 이 청년들은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거니까"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 불평하는 소리를 외면하는 정치인은 자동차 엔진의 소음을 차단벽으로 둘러싸서 방음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차 안은 조용하겠지만 엔진 사고의 위험은 커진다. 자동차 엔진 소음은 엔진의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엔진은 소음을 통해서 운전자에게 기체 결함을 사전에 알린다. 그런데 이를 차단하면 엔진이 큰 고장을 일으키는 재앙이 일어난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300번의 위험 소지가 있으면, 29번의 소형 사고가 나고, 29번의 소형 사고가 나면 1번의 대형 사고가 난다. 그러므로, 대형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사소하지만 300번의 사고의 위험 소지를 없애야 한다. 하찮지만 300번의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정치인은 큰 재앙을 면할 길이 없다. 이것이 하늘의 이치다. 불평하는 고객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들이 불평하지 않았다면 묻혀버렸을 위험의 소지를 현재화시키는 공이 있다. '칭찬하는 고객은 고작 8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불평하는 고객은 무려 22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는 미국의 마케팅 전문 TARP 사의 굿맨의 법칙을 유의할 일이다. 윤덕균

[EE칼럼] 미래세대의 기후소송이 갖는 의미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미래세대가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해서 미래세대의 헌법상 생명권, 환경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청소년 기후단체가 2020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 변론이 있었다. 이번 공개 변론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 변론으로, 2021년 녹색당 정의당 그리고 기후변화 시민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탈핵법률가 모임인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과 함께 병합하여 진행되었다. 본 헌법소원에서 미래세대는 현재 세대는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음에 반하여 앞으로 미래세대는 재앙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정부는 입법부의 아무런 통제가 없는 무한한 재량권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즉, 현재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1.5도 온도상승을 억제할 만하지 못하고, 그래서 다수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소송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비법률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은 아시아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정부에 대한 기후소송은 이미 다수의 선례가 있다. 당장 최근에 유럽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화석연료의 생산을 중단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였다고 결정하였고, 미국 몬태나주, 호주는 물론 남미 브라질에서도 인권 기반 기후소송이 게류 중에 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게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제기된 기후소송이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될 것이다. 이미 이번 헌법재판소에 대한 공개 변론을 국내외 언론이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전통적으로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한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 환경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처음 다뤄진 1972년 스톡홀름 지구 환경 회의 이후, 유엔 차원에서 지구 환경 문제 대응의 중심 개념이 된 지속가능한발전의 개념은 어떻게 미래세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과 발전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매년 겪어 왔던 기후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무서운 폭염과 폭우는 우리 주변 기후체계의 심각한 변화를 직감케 하였다. 이대로 가면 과학자들이 예견한 대로 많은 곧 해안변의 도시가 수몰되고, 지구 생태계는 파괴되며, 대규모 산불은 우리가 살아온 곳을 태워버려서, 정말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 손자, 손녀가 살 터전이 없어지고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다. 분명히 현재 세대는 미래세대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미래세대에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 아래에서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야심 찬 목표인 40퍼센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각 관계부처는 부처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이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후변화 대응이 진정성을 갖고 대통령은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가 가져오는 수많은 부처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정책도 효과적으로 중앙정부의 정책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하나 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제협력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최우선 추진 과제여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구사회의 모든 국가와 연대하여 우리의 해결책을 국제사회의 표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후변화 국제 정책조정과 협력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세대도 기성세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곧 다가오는 미래에 그들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을 잘할 수 있는 역량, 즉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식과 창의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현재 세대가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한 이유의 하나는 현재 세대 리더의 대부분이 과거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였던 데에 큰 원인이 있음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서용

[기자의 눈] 좀비기업 퇴출 이전에 장외시장 거래 활성화부터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나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좀비기업'을 대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고,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좀비기업을 방치할 경우 기업사냥꾼의 시세조종 도구 등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 관련 연구기관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 퇴출이 적극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간 큰 틀에서 합의점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문제가 돼 온 부분은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상당수 기업들의 거래가 장기간 정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거래정지 기업들의 정지 일수를 분석한 결과 평균 500일 이상 거래가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찬성하는 측은 팔고 싶어도 거래가 장기간 정지돼 있어 팔지 못해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의견과 반대하는 측은 사실상 투자한 자산이 대부분 증발하는 만큼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20개, 코스닥 56개 등 총 76개 종목이 거래가 정지중인 상태다. 특히 아리온과 이큐셀은 각각 2020년 3월 19일과 3월 20일부터 거래가 정지돼 왔다. 좀비기업의 정리는 시급한 문제로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정규시장이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해도 이들 기업들이 장외시장에서 활발히 거래가 이뤄져야 시장의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대표적인 장외시장인 K-OTC는 오히려 위축중인 상태다. 금융투자협회가 내놓은 '2023년 K-OTC시장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 평균 거래대금은 33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6%가 감소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0년 '상장폐지종목의 장외거래 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장폐지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외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장외시장을 통해 충분한 재기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해 거래소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안시장을 선택하고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도모한다면 2부 리그인 K-OTC와 코넥스에 대한 육성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실패가 끝이 아닌 재기를 위한 발판이, 스타 기업의 발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EE칼럼] 우크라이나 전쟁 3년차, 뒤바뀐 에너지 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어느덧 3년차를 맞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이번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의 일부를 잠식하게 됐으니, 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세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관문에 앉아있는 튀르키예의 전략적 가치도 이전보다 더 커질 것이다. 한편 200여 년 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온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헝가리의 동의를 얻으면서 NATO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오히려 동진하게 됐다. 발트해가 사실상 NATO 회원국에 둘러싸인 NATO의 호수처럼 되어 중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게도 전략적으로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 간 경계선의 의미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이 전쟁의 결론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전쟁 종료 후의 세계 지도는 전쟁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가장 큰 의미는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에너지 시장, 특히 가스 시장에서 나타났다.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오던 러시아산 에너지원 수입을 축소하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유럽 대륙과 지중해 너머의 북아프리카와 중동, 나아가 대서양 너머의 미국 사이에 에너지 교역이 확대되었다. 육상으로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보다는 해상으로 운반해 오는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이 증가했고, LNG 추가 공급의 80%를 미국이 감당하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가스 공급국 자리에 올라섰다. 미국의 LNG 수출이 증가하다 보니, 북미 대륙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파나마의 전략적 의미도 더욱 커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파나마 운하청(ACP)이 하루 통과 가능 선박 대수를 제한한 것이 아시아 지역의 가스 가격 상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미국 등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재정 수입에 타격을 가하고자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제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이런 제재 조치 덕분에 저렴해 진 러시아산 가스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인도와 중국이 흡수하고 있다. 13억~14억의 인구가 있는 두 나라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호재였는지 모른다. 유라시아대륙에 속한 거대한 국가들 사이의 유대는 에너지를 매개로 더욱 공고해 지고 있다. 물론 이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도 땅에서 나오는 자원을 활용하는 부분이 있는 한, 또 다른 지정학 및 지경학적 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AI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일상적인 화제가 된 세상이지만, 이렇게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기술도 결국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를 생산하는 어떤 수단도 '땅'과 무관할 수 없는 한 '지리의 힘'은 여전히 작동할 것이다. 한국은 유라시아대륙의 일부이지만 실제로는 섬처럼 대륙에서 떨어져 있다. 영토는 좁고 지하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니 수입 없이 수출도 어렵다. 대륙에로의 길은 막혀 있고 그나마 영토의 삼면이 바다여서 수출입의 99.7%는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양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몇 군데 중요한 길목을 거쳐야 한다. 어떤 에너지원도 국제 무역 없이 한국 경제를 운영할 방안을 제공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지정학적 변화를 예민하게 읽어내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지정학적 변화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난맥상을 뚫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술뿐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공공연구기관 등 우리 사회의 역량을 모두 끌어 모아 에너지 패권 경쟁의 격랑을 타고 나아갈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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