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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금 포천 출신 순국선열 되새기다

백영현 포천시장 다가오는 2023년 8월15일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빛을 되찾은 지 78년째 되는 날입니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몸을 바쳐 희생하신 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포천에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반월성 둘레길과 연결되어있는 청성역사공원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비의 소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소녀상은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습니다. 안쪽에는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충혼탑이 있습니다. 충혼탑 기단부 전면에는 독립유공자 및 6·25전쟁 유공자 등 호국영령 이름이 새겨져 있고 왼쪽에는 3·1 만세운동을 형상화한 동상이, 오른쪽에는 6·25전쟁을 상징하는 동상이 각각 세워져 애국지사의 높은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면암 선생은 1833년 포천에서 태어난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항일운동에 앞장선 인물입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의병대장이 돼 치열한 항일투쟁을 벌였습니다. 이후 일본 대마도로 끌려가 단식으로 항거하다 거룩한 일생을 마쳤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정신을 기리고 이를 계승 발전하는 것은 후손들 책무입니다. 포천 시정을 이끄는 시장으로서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순국선열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영예로운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보훈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포천은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촘촘한 보훈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독립유공자 수당을 증액했습니다. 현충시설을 정비해 보훈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독립유공자 의료비 및 묘지 관리비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뜨거운 여름날 주어진 휴일이 아니라 광복절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며 함께 광복의 기쁨을 누립시다. 다시 찾은 조국의 소중함과 되찾은 자유의 가치를 생각합시다. 우리 포천은 국가안보를 위해 군 사격장과 군부대 주둔,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많은 희생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력을 키우는 데에 이바지하는 바가 남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광복절 의미를 되새기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며 마음에 새기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백영현 포천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캠프 데이비드가 뭐길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 나라 정상이 다자회의 무대가 아니라 이번처럼 따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한 것도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캠프 데이비드에 처음 초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째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양자 회담이었고, 윤 대통령은 3자 회담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지난 80여년 간 캠프 데이비드는 단순히 대통령 별장을 넘어 역사를 만드는 현장이 됐다. 캠프 데이비드는 어떤 곳이고, 3자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등을 살펴보자.◇ 캠프 데이비드는 미 국방부 자산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캠프 데이비드의 소유주(Owner)는 미 국방부다. 운영자는 미 해군(US Navy)이다. 지금도 캠프 운영 인력을 해군과 해병대가 제공한다. 정식 명칭은 ‘서먼트 해군 지원 시설’(Naval Support Facility Thurmont)이다. 서먼트는 별장 근처 마을 이름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카운티에 있는 캐톡틴 산악공원에 둥지를 틀었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서쪽으로 62마일(약 100km) 떨어진 곳이다. 헬기를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다. 넓이는 50만6000㎡, 약 15만3000평 규모다. 캠프 데이비드는 대공황 대응책으로 나온 뉴딜의 산물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대적인 공공 토목 공사를 일으켰고, 연방정부 직원과 가족의 휴양지로 캠프 하이 캐톡틴(Hi-Catoctin·캠프 데이비드의 원래 이름)을 지었다. 하이-캐톡틴은 1935년 착공했고 3년 뒤 준공됐다.2차 세계대전 때 루스벨트는 자신의 요트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경호팀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다. 언제든 독일 U보트 잠수함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42년 루스벨트는 하이-캐톡틴을 대통령 별장으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꿨다.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이후 샹그릴라(훗날 캠프 데이비드)는 군인들이 지키는 대통령 별장 겸 요새가 됐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버지와 손자를 기리는 뜻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이름을 바꿨다. 아버지의 이름은 데이비드 제이콥 아이젠하워, 외동 손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아이젠하워다. ◇ 역사의 현장이 된 별장루스벨트 대통령은 1943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샹그릴라에 초대했다. 외국 정상이 샹그릴라에 초청을 받은 것은 처칠이 처음이다. 이때 두 사람은 이듬해 6월에 있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처칠은 루스벨트와 낚시도 같이 가고 마을 카페에 들러 맥주도 마시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1959년 9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소련(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를 국빈으로 초청했다. 소련 지도자로선 첫 국빈 방문이었다. 흐루쇼프는 13일 간 머물렀고, 마지막 이틀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쇼크에 빠졌다. 이 즈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두고 체제 우월성 논쟁이 벌어졌다. 흐루쇼프의 방미는 이런 분위기 아래서 이뤄졌다. 지미 카터는 캠프 데이비드에 가장 짙은 역사의 흔적을 남겼다. 1978년 9월 카터는 앙숙이던 이집트 안와르 알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 메나헴 베긴 총리를 별장으로 초대했다. 항구적인 중동 평화를 위해선 양국 간 화해가 절실했다. 사다트와 베긴은 열이틀에 걸친 비밀 협상 끝에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을 맺었다. 양국 협상단은 숲속 별장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 일로 사다트와 베긴은 197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이 협정을 기초로 이듬해인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평화협정을 맺었다. 원래 카터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캠프 데이비드 별장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카터의 최대 치적이 나왔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어느 누구보다 캠프 데이비드 별장을 애용했다. 방문 횟수가 재임 8년 간 189차례에 이른다. 1984년엔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를 초대했다.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딸 결혼식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치렀다. 별장 결혼식은 이때가 처음이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7월 이스라엘 에후드 바락 총리와 팔레스타인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별장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물론 카터 시절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모델이 됐다. 그러나 2주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성과 도출에는 실패했다. ◇ 2008년 한국과도 인연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재임 8년 간 캠프 데이비드를 총 149차례, 487일 간이나 찾았다. 2001년 9·11 사태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위한 각료회의를 개최했다. 맹방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네 차례나 초대하는 등 정상 간 친목을 다지는 장소로 별장을 적극 활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별장 곳곳을 둘러봤다. 한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만큼 당시 한·미 관계가 긴밀했다는 뜻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를 별장에서 열었다. 이때만 해도 러시아는 G8 멤버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6월 G7 정상회의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골랐다. 그러나 회의는 때마침 기승을 부린 코로나 팬데믹 탓에 취소됐다. 갑부인 트럼프는 국가 소유인 캠프 데이비드보다 개인 소유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선호했다.◇ 관전 포인트는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논의(discussion of historic proportions)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논의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10일 전했다. 양국 고위관리가 역사적 의미, 역사적 전기를 강조한 게 눈에 띈다. 3국의 공통과제인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은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덧붙여 북한에 대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해킹 차단책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원전 오염수 방류는 민감한 이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방류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으로선 불편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미·중 패권 경쟁 속에 대중 견제론도 수위에 따라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며칠 전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항상 동북아에 ‘작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3각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국과 일본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어김없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국익 외교는 불변캠프 데이비드 초대장은 미국이 핵심 우방국 정상을 극진히 예우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세계 최강국 대통령과 편안한 복장으로 만나서 숲길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는 게 나쁠 건 없다. 국가 위상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회담 장소가 백악관이든 별장이든 변치 않는 원칙은 국익이다.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지나친 양보를 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제칼럼니스트>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다음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가 10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 제공]

[기자의 눈] 새내기주 뻥튀기 언제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형성되는 등 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장 첫날 주가 널뛰기에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은 끊임이 없다.시장은 주식 상장첫날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 ‘따따블’ 가능성에만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하다. ‘따따상’이 가능해진 지난 6월 26일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30%가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상장 당일 200%를 돌파했던 종목들은 공모가 수준으로 내려 앉는 중이기도 하다. 시큐센은 상장 첫날 91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현재 공모가(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 첫날 대비 60% 이상 하락한 셈이다. 문제는 상장 첫날 기대감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마구잡이 매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관의 공모 물량을 개인 단타족들이 모조리 떠안게 된 상황이 안타까울 지경이다.공모가 자체도 수요예측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주가 널뛰기를 부추기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업가치 상향으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최근 증시는 공모 시장 과열과 테마주 투자 등으로 어수선하다. ‘묻지마 투자’, ‘공모주 투자주의보’와 같은 말은 현 장세에는 먹히지 않는 지적일 것이다. 개인투자자과 기관 모두 공모가 거품, 공모주 과열 등에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손실에 대한 책임도 투자자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국은 공모주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질서를 위해 ‘업무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했다. 개정 당시의 핵심을 잊지 말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국내 증시가 투기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할 때다.

[이슈&인사이트] 불황의 시대, 소비자 마음을 사는 법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잇따라 올렸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물가상승으로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포장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소비자들은 반대로 극도로 가성비를 추구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아무리 지갑을 닫았어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에는 귀가 솔깃해지고, 참신함 앞에서는 지갑을 열게 된다. 따라서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와 지속적으로 구매수요를 유지 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방책을 써볼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물건이 망가지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고 있던 상품을 바꾸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교체수요’를 경험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현재 소비자들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기존 제품이 아직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데 새로운 물건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과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개선을 통해 교체수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한단계 높이거나 새로운 컨셉트을 도입해 ‘교체수요’로서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술적 개선에 의한 교체수요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들과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한다. 즉 새로운 물건에 대한 ‘신규수요’가 존재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발굴해 신규수요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제품서비스시스템(PSS· Product Service System)이다. 자동차 업종에 PSS를 적용해보자. 과거에는 기업이 자동차의 설계, 생산 및 판매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외에 자동차를 이용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점차 혁신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자동차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택시 서비스가 등장하고,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이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 쉐어링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연결성과 IoT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카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관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변화해 나가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를 더욱 반영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버린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방법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고객의 수요와 욕구를 찾기 위해 고객의 소비행동 패턴 등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한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열쇠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요즈음 우리는 기후 문제를 거론할 때 종래의 점잖은 ‘기후변화’에서 ‘폭염’, ‘극단적 이상기후’ 등 과격한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과격화 추세는 점잖의 대명사였던 유엔(UN)이 대변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펄펄 끓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음을 유엔이 선언한 셈이다. 이런 선언은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에너지 전략을 짜는 데도 매우 큰 의미를 던진다. 사실 국제 기후변화 대응논의는 1992년 6월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유엔 주도로 개최된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악화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약속했다. 이 내용의 축약이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40년 전에라도 인류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로 유명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리우 선언의 후속판이다.최근 들어 온난화 추세를 넘는 기후재난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올해 7월은 3주간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가량 더 높아 역대 가장 더웠다. 그러나 IPCC 공식 의견은 현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1도 수준 이상 상승하지만 아직은 파리 기변화협약의 마지노선(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한 섭씨 40도 수준의 폭염, 유례가 드문 폭우, 그리고 세계 각지의 대형 산불 등은 지구 온난화 차원을 넘는 극한 기후 변화임에 틀림없다. 지구 열대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UN IPCC의 효용성, 좀 더 구체적으로 파리협약에 의한 국가감축목표(NDC)를 그 이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짐 스키(Jim Skea) IPCC 신임 의장(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은 "명목적인 목표에 집착하거나 종말론적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종말론적 접근방식은 인류 공영을 저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 여건도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의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심각하다. 좁은 국토 면적에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인 데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간 폭우와 폭염으로 벌써 60여 명의 사망자와 20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도로,주택 같은 인프라 침수피해와 사회 이동성 감소 등 각종 사회환경 폐해로 확대되고 있다. 현안 관심사인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는 폭염 대비 부족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고 태풍을 피해 끝내 대회장 이동과 단축 운영으로 귀결됐다.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 문제는 갈수록 우리가 정상적 관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IPCC 내용처럼 중장기 관점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더 시급하다. 우리가 그간 강조해온 기술혁신에 의한 온실가스감축 정책과 지속적인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에서 적정 수준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하지 못 한 기상이변(지구열대화)으로 중장기적 고도화전략 변화 뿐 아니라 단기 대응정책의 확대 도입의 필요성 커졌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조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제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및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은 NDC정책을 골자로 한 녹색 성장 정책의 보완이다. 폭염 사태는 기존의 모든 가치 기준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도 올해와 내년 기후변화 대응전략의 효율화가 우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 경제 2대 현안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 악화를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단기 성장 전망을 경쟁국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경제사회 운용 기조로 삼아햐 한다. 중장기 차원에서 단순한 회피·경감 차원을 넘어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고유의 기술 금융 체제를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원전산업의 디지털과 신재생 에너지의 디지털그린화를 통해 융합하는 것이다. 이런 융합 대책이 비용 효과적인 중장기 대책이며 성장과 고용 창출을 동시 보장하는 선순환 국가 에너지 전략이라는 거시모형 검증 결과도 여럿 있다. 감축과 규제 위주 선진국 기후 대응 전략의 답습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에너지·기후 전략의 틀을 고민하고 모색할 때다. 국민 세금의 사전투입을 전제로 하는 고식적 관료주의적 접근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이커머스, 빛 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빛 좋은 개살구.’ 겉보기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실제 맛은 형편없는 개살구란 말로 흔히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빗대어 쓴다. 이같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무리없이 적용될 수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이커머스업계다. 종전까지 이커머스기업들은 외형 성장에만 집중해도 문제가 없었다. 시장 진입 초기엔 수요 선점을 위해 제품 출시와 영업망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이커머스라는 큰 장(場)이 선 다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기업들은 외형에 걸맞는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닿뜨린다. 이를 입증하고 돌파하는 수단의 하나가 IPO(기업공개)다. 특히, ‘로켓배송’의 쿠팡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다른 이커머스기업들도 너도나도 상장을 꿈꿨다. ‘마켓컬리’의 ㈜컬리를 비롯해 SSG닷컴·11번가 등도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 수혜를 입어 기업가치가 상승했던 이커머스업계가 엔데믹 일상회복 뒤 성장률 둔화, 증시 침체 등 악재로 가치하락에 직면하자 줄줄이 상장 연기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상장 연기를 단순히 시장 요인만으로 탓할 수 없다. 상장이 무산된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적자 누적의 ‘수익성 악화’가 깔려 있다. 사실 국내 이커머스기업 대부분은 수익성이 나쁘다. 기업에게 ‘수익(흑자)’은 금과옥조다. 하물며 투자 유치를 위한 IPO를 준비하는 이커머스기업에게 수익 개선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시장에서 수익성이 안 나오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면서 "올해는 적자 줄이기에 집중해 내년에 흑자를 달성하는게 목표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매출도 키워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쿠팡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최대 매출(분기 기준)과 영업이익도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쿠팡의 흑자전환 행보는 분명 이커머스업계에 ‘긍정의 타산지석’이지만, 모두 ‘쿠팡 닮은꼴’이 될 순 없다.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활용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로 수익 증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pr9028@ekn.kr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중국 시장, 제품이미지로 승부해야

최근 중국 소비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 중국의 애국소비열풍(궈차오러· 國潮熱)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제품을 소비할 때, 그 나라의 이미지를 고려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어느 국가의 이미지가 좋으면 그 나라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했다. 이런 국가이미지는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관되지 않고 정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일본 기업은 국가이미지 때문에 종종 큰 손실을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 이래 오랜 기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한중관계가 정점에 달한 것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일에 참가한 직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정치적 관계에 힘입어 한류도 중국에서 더 유행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상승했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는 한국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가이미지 덕분에 발전한 한국 제품 선호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 한국에 사드 배치 후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소위 ‘한한령(限韓令)’은 중국 내 한류 열기를 순식간에 냉각시켰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가 급격히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열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반도체 등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증가는 중국의 자체적인 수요에 기인한 것이지 국가이미지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드 배치 이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와 한류의 유행으로 드라마, 영화, 공연, 게임 등 한류 콘텐츠 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의류 등 한국 소비재가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게임 판호를 발급하고 드라마, 영화를 중국에서 상영하도록 하면서 중국에서 한류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일,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문제까지 언급하여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다. 당분간은 중국 시장에서 국가이미지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이미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애국소비열풍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할 것인가. 기업이 스스로 제품(브랜드)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그 해법이다. 제품의 이미지는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내세운 명품이미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가성비 이미지,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차별화 이미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 등 다양한 이미지를 포함한다. 최고의 품질로 승부한 한국 기업으로 ‘락앤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품을 넘어서는 한국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던 가성비는 중국 제품에 밀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차별화 이미지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별화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한국 기업으로 F&F를 들 수 있다. F&F는 1997년 국내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MLB 브랜드를 출시했고, 2019년 중국 시장에서 MLB 브랜드를 론칭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있는 중국 청년들의 큰 호응 속에 애국소비열풍을 극복했다. 감성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인 SKⅡ는 부모의 압력(중매)을 통해 결혼하는 대신 스스로 꿈을 좇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광고로 미혼여성의 공감을 얻어 9개월간 매출이 50% 이상 상승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 애국소비열풍을 고려해 중국친화적인 제품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이런 애국소비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 모델을 고용하고,현지화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중관계 악화와 현지화 실패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한국 화장품 기업에게 좋은 본보기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다시 80달러 중반대로 치솟은 국제 유가, 어디로?

국제원유가격이 6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6월27일 배럴당 67.7달러까지 내려갔던 서부택사스중질유(WTI)의 뉴욕국제시장(NYMEX) 가격은 8월4일에 82.8 달러를 넘어섰다. 6주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Dubai) 원유의 국제시장가격은 같은 기간 72.5 달러에서 87.2 달러로,유럽의 대표가격인 브렌트(Brent) 국제시장가격은 72.5 달러에서 86.2 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6월 초에 MMBtu당 2.16 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4일에는 2.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원유가격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최근 조용히 20% 이상 올랐다. 주요 전략광물의 국제시장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동반 상승했다. 구리는 6월 말 톤당 8367달러에서 8월 1일에 8720달러로, 니켈은 6월 29일에 톤당 1만9745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1일에 2만2355달러까지 뛰었다.특히 니켈은 올해 첫 거래일에 기록한 3만1200달러 수준까지 오른 건 아니지만 6주 만에 13%나 오르며 전략광물 국제시장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광물의 99%와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광물과 에너지가격의 상승분은 물가에 반영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인플레이션률 자극할 수 있고 무역수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평균 63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1.5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2022년 3월에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원유가격이 올해 들어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안정화되면서 한시름 놓았었다. 그런데 국제원유가격이 다시 80달러 중반대까지 오른 것이다. 전문기관이 예측한 올해 말 가격이 85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벌써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올해 초에 예상 가격수준을 넘어서자 연말에는 100달러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먼저 중국의 경제회복 기대와 미국 경제의 연착륙 등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의 회복이 꼽힌다.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고, 임금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등 경제가 장기적인 활황 국면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원자재 및 원유가격 상승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석유가 주 에너지원인 수송 부문의 수요 증가도 한 이유로 꼽힌다. 여름 바캉스 시즌 등으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수요 증가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석유의 국제가격 상승 폭이 광물 등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의 감산이 수요의 상승과 겹치며 또 하나의 큰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여름의 감산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6월 초 OPEC+ 장관급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만 추가로 100만 배럴을 줄이는 것으로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7월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러시아와 다른 산유국은 추가 감산 없이 기존 감산량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량 감산을 주도한 것이다.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는 국제원유가격을 떠받치고 나아가 더 올리고 싶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량 감산 의지가 최근 국제원유가격 급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는 감산 이유로 시장의 균형(balance)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국제 원유가격이 80~9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에 이런 감산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주며 올해 겨울의 천연가스 가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인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기자의 눈] 이제야 타 봤다, 쏘카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얼마 전 급히 차를 쓸 일이 생겼는데 차키를 친구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난처한 적이 있었다. 퍼뜩 떠오른 건 카셰어링 앱 ‘쏘카’였다. 쏘카 앱을 켜고 근처 쏘카존에서 당장 빌릴 수 있는 차량을 검색했다. 마침 도보 2분 거리에 쏘카존이 있었고, 난생처음 쏘카를 타보게 됐다. 쏘카 애용자들이 들으면 비웃을 수도 있겠으나, 쏘카 첫 경험은 정말 놀라웠다. 10년 넘게 오너드라이버로 살면서 새차를 몰아볼 일이 없었으니, 이 경험담을 풀어놓으면 누군가는 촌스럽다 할 수도 있겠다. 앱을 통한 간단한 차량 예약에 누군가와 대면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언제든 새차를 몰아볼 수 있는 기회까지. 쏘카를 타고 온 걸 본 부모님은 ‘언제 말도없이 차를 바꿨냐’며 신기해하셨다. 고백하자면 20대 때 처음 뽑은 차를 10년 넘게 몰면서 ‘새차 뽑기’는 올해 목표 중 하나였다. 갑작스레 높아진 금리에 감히 차를 뽑을 엄두를 못 내다가, 이번에 쏘카를 경험하면서 아예 생각을 바꾸게 됐다. 새차를 뽑기보다는 필요할 때 빌려 타기로 한 것이다. 물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마다 차량 이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이 방법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소 출퇴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쩌다 한번 자차를 이용하는 내 경우엔 그랬다. 쏘카가 지난 5월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가용 소지자의 열 중 아홉은 하루에 2시간도 채 자차를 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1.4%는 카셰어링이 경제적 이익과 환경문제 개선, 교통체증, 주차 문제 등을 해소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이 조사를 진행한 주체가 쏘카 자신이라는 점에서 편향적인 결과 아니겠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내 경우엔 이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 법률과 숙박, 부동산과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산업과 전통산업 간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정치권이 ‘혁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우리 모빌리티 혁신 사(史)엔 ‘타다금지법’이라는 아픈 전례가 있지 않은가.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축구산업으로 본 ‘글로벌 밸류체인’ 중요성

축구 팬들에게 최근 잇따라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두 번의 멋진 헤딩골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규성 선수가 유 럽 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이강인과 김민재 선수가 엄청난 몸값으로 유럽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이적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남의 나라 선수일로만 여겨지던 이야기들이 한국 선수들에게도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축구 팬의 입장에서 놀랍기도 하고 가슴 뿌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을 국제사회와 한국의 경제, 그리고 글로벌 밸류체인 개념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구단은 브라질 선수 영입을 위해 이강인 선수를 급하게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키려했다. 이 구단은 이강인을 영입하고자 하지만 이적료가 부담스러운 마요르카 구단에서 당장 현금으로 이적료를 받는 대신,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해당 이적료의 10%를 받겠다는 ‘셀온’(Sell-on)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렌시아가 이강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마요르카는 이 조건을 고민하지도 않고 선수를 이적료 없이 받아들였다. 최근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망은 이강인을 영입하면서 마요르카에 이적료만 2200만 유로를 지급했다. 애초에 발렌시아가 마요르카와 셀온 조건에 합의했더라면 그들도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민재 선수는 중국과 터키 리그를 거쳐 이탈리아 리그 나폴리에 입단한 첫해에 팀에 33년만의 우승을 안기고 최근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적할 당시 60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발생시킨 김민재는 이후의 이적으로 꾸준히 원래 소속인 전북 구단에 이익을 제공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연대기여금’ 규정에 따르면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이적료 일부를 선수 육성에 참여한 학교와 구단에 배분해야 한다. 김민재가 처음 프로선수로 뛰었던 전북 구단은 이 규정으로 상당한 수입을 꾸준히 얻는 셈이다. 축구 산업은 선수 발굴과 이적, 국가와 지역별 리그, 중계방송과 광고, 축구용품과 유니폼 등의 생산과 판매 등으로 운영된다. 전 세계에 이윤이 누적되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복잡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중동 국가와 같은 국제축구계의 ‘큰 손’ 들도 유럽 최고 구단을 인수하거나 자국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이적료를 앞세워 유명 선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리그는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는데, 이 네트워크의 일부로 한국 사회도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다. 앞에서 언급된 사례들과 셀온 조건 등은 한국 축구와 스포츠 산업에 수익을 창출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런 수익창출의 연결고리는 축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 차원에서 일반 경제에도 적용된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국제사회에서 여러 경제와 산업이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국가 및 지역 간 산업의 연결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누적시키면서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산업과 경제의 의존을 의미한다. 이는 제품이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자원이나 가공공정의 조합으로 이뤄지며 다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축구 산업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생산 과정에 참여한 특정 산업이나 단위는 그 과정의 중요도 등에 따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어느 산업이 제품 관련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을 담당한다면, 그 부분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가 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산업들이 국제적 생산의 어느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하고, 연계된 과정이나 산업에서 셀온 조건과 같은 융통성 있는 합의를 주도해 도출해낼 협상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셀온 조건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며 그것으로 이윤을 누적시키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U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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