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CSDLAP 소장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미래세대가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해서 미래세대의 헌법상 생명권, 환경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청소년 기후단체가 2020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 변론이 있었다. 이번 공개 변론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에 대한 공개 변론으로, 2021년 녹색당 정의당 그리고 기후변화 시민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탈핵법률가 모임인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과 함께 병합하여 진행되었다.
본 헌법소원에서 미래세대는 현재 세대는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음에 반하여 앞으로 미래세대는 재앙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정부는 입법부의 아무런 통제가 없는 무한한 재량권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즉, 현재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1.5도 온도상승을 억제할 만하지 못하고, 그래서 다수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소송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비법률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은 아시아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정부에 대한 기후소송은 이미 다수의 선례가 있다. 당장 최근에 유럽 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화석연료의 생산을 중단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였다고 결정하였고, 미국 몬태나주, 호주는 물론 남미 브라질에서도 인권 기반 기후소송이 게류 중에 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에 대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게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제기된 기후소송이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될 것이다. 이미 이번 헌법재판소에 대한 공개 변론을 국내외 언론이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전통적으로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한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 환경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처음 다뤄진 1972년 스톡홀름 지구 환경 회의 이후, 유엔 차원에서 지구 환경 문제 대응의 중심 개념이 된 지속가능한발전의 개념은 어떻게 미래세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과 발전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잘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매년 겪어 왔던 기후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무서운 폭염과 폭우는 우리 주변 기후체계의 심각한 변화를 직감케 하였다. 이대로 가면 과학자들이 예견한 대로 많은 곧 해안변의 도시가 수몰되고, 지구 생태계는 파괴되며, 대규모 산불은 우리가 살아온 곳을 태워버려서, 정말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 손자, 손녀가 살 터전이 없어지고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다. 분명히 현재 세대는 미래세대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미래세대에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 아래에서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야심 찬 목표인 40퍼센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각 관계부처는 부처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이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후변화 대응이 진정성을 갖고 대통령은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가 가져오는 수많은 부처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정책도 효과적으로 중앙정부의 정책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하나 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제협력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최우선 추진 과제여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구사회의 모든 국가와 연대하여 우리의 해결책을 국제사회의 표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후변화 국제 정책조정과 협력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세대도 기성세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곧 다가오는 미래에 그들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을 잘할 수 있는 역량, 즉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식과 창의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현재 세대가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한 이유의 하나는 현재 세대 리더의 대부분이 과거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였던 데에 큰 원인이 있음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