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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건설업 외면하는 청년들, K-건설의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06 10:52

이현주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현주

▲이현주 건설부동산부 기자

“건설현장에서 청년을 찾기가 힘들다. 내가 50대인데 현장에서 막내급이라 심부름을 자주한다."


최근 만난 한 건설근로자의 한탄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10년 후의 한국 건설현장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건설업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은 보수가 많지 않고 육체 노동이 심한 '막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산업 재해도 심각하다.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층에겐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최근 5년간 청년층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은 5%대 미만이다. 농림어업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건설업에 취업한 청년들 마저도 '탈건'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건설업계 탈출'을 뜻하는 신조어다. 업종별 직장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에서 건설업 코너를 보면 “탈건만이 답일까요?", “정말 궁금한데 왜 건설형들은 다 탈건을 꿈꾸는 거야?" 등 탈건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설업은 말 그대로 '사람 장사'다. 인력의 질이 곧 경쟁력이다. 청년층 유입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각종 건축·시설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청년들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면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숙련·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건설현장 등에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기가 늘어나고 부실 공사나 산업 재해의 가능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대다수가 외국인 근로자"라며 “현장에서 아무리 통역 앱을 돌리고 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고 통제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하자 분쟁과 안전 사고가 늘어난 이유는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청년층 유입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기능인 등급제가 있다. 건설근로자의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합리적 보수 체계를 위해 근로일수·자격·교육·포상이력 등을 기준으로 초·중·고·특급의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신뢰도가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외면하면서 K-건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K-건설의 미래를 위해 청년층 유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직업으로서의 비전 제시와 합리적 보수 체계·산업 안전 강화 등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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